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49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95화
이정우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옆에 있던 윤혜리는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
“오빠, 오빠! 저게 뭐예요? 저게 뭐냐고요!”
“나도 몰라.”
“벌써 시작된 거예요? 외계 침공 시작되는 거 아니에요?”
“…….”
“뭐라고 대답 좀 해줘요!”
윤혜리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보다 못한 김희연이 진정시켰다.
예전 김희연을 윤혜리가 보듬은 것처럼, 이번엔 김희연이 윤혜리를 안아주었다.
이정우는 안상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안상진 씨, 지금 돌연변이 어디까지 갔습니까?”
“여의도 북쪽으로 65㎞ 전진했어.”
“좀비나 변종들 얼마나 끌고 다니는지 알 수 있나요?”
“그건 나도 몰라. 내 수하만 확인할 수 있어.”
이정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살을 찌푸렸다.
고심에 잠긴 모습이었다.
이를 파악한 안상진이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왜,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
“아무래도……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얘기해.”
“돌연변이를 아크로 불러주세요.”
“뭐?”
안상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이정우를 쳐다봤다.
윤혜리를 진정시키던 김희연도 불안한 눈으로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게 뭔지 몰라도 재형이가 얘기한 외계 침공의 신호탄이라면…… 이열치열로 가야 돼.”
“이열치열이라면…….”
“괴물은 괴물로 잡는다.”
이정우의 말에 안상진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그건 너무 위험해. 정확한 시기에, 정확하게 당도해야 성공하는 작전이야.”
“수하들 여의도 반경 5㎞까지 접근하라고 명령해 주세요.”
“…….”
“게이트가 대략 3㎞ 상공에 있는 것 같으니, 만약 외계 생명체가 쏟아져 나오면 그 순간에 맞춰서 명령해 주세요.”
밤하늘에 펼쳐진 직경 1㎞의 게이트를 보고, 이정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4일이나 남았잖아…….’
에스파디아가 예견한 8일.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는 말처럼, 8일이란 시간은 4일로 반 토막 난 상태였다.
이정우는 윤혜리와 김희연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일단 돌아가자.”
“지금요?”
김희연이 묻자, 이정우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얘기했다.
“생존자들부터 진정시켜야 돼. 사람들도 저걸 보고 있을 거야.”
“아…….”
김희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상진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정우 네 말대로 반경 5㎞까지 접근하라고 했어. 나도 준비할게.”
“많이 갑작스럽지만,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똑똑한 사람 말 들어야지.”
안상진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이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들어가서 사람들부터 진정시킬게요.”
이정우와 윤혜리, 김희연, 장군이는 황급히 아크로 돌아갔다.
부화장에서 아크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면 1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였다.
4번 게이트로 들어서자, 벌써 대로에 가득 찬 1만 명의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정우 씨!”
가장 먼저 이정우를 발견한 한월이 다가왔다.
한월이 게이트에 대해 질문하려 하자, 이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피소 공사는 끝났습니까?”
“네? 아, 아직 완벽하진 않아요.”
“사람들 전부 대피소로 보내고 여러분도 같이 들어가요.”
“네?”
“들어가서 입구 보강하고, 사람들 진정시켜요. 빨리!”
이정우의 지시에 한월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기를 들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현 상황을 알리고, 뒤이어 확성기를 들고 소리쳤다.
“여러분!! 지금 당장 대피소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뭡니까?! 아직 공습 시작하려면 4일은 남은 것 아닙니까?”
생존자들 사이에서 질문이 들려오자, 한월은 한숨을 내쉬며 외쳤다.
“그건 침략자 마음이죠! 어서 필요한 짐만 챙겨서 대피소로 이동해 주세요!”
생존자들이 웅성거리자, 파티 압구정과 호수공원, 망원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대피소로 안내했다.
플레이어들은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했다.
본인들도 많이 초조하고 두렵지만,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반면, 이정우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의구심을 가졌다.
게이트의 크기가 작아졌다 커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심지어 사라졌다가 재생되는 모습마저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박재형 없이 침공이 시작되면 전멸이다.
이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읊조렸다.
“늦지 않게 와라. 재형아.”
* * *
한편, 게이트로 진입한 아우키엘과 선발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마력이 집중된 지역을 좌표로 지정했는데, 입구가 계속해서 뒤바뀌고 있었다.
게이트 밖으로 나간 병력 일부가 엉뚱한 행성에 떨어지거나 우주공간을 표류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에스파디아가 지구로 통하는 게이트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좌표점을 무작위로 변경하며, 아우키엘의 접근을 저지하고 있었다.
“이 개자식!!”
아우키엘은 게이트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알 수 없는 차원에 갇히고 말았다.
마침내 아우키엘이 도달한 곳은 온통 바다로 뒤덮은 이름 모를 행성이었다.
바닷물의 높이는 고작 10㎝.
슈우우우우악-!!
뒤이어 눈부신 섬광이 아우키엘의 앞에 나타나더니, 근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하등한 필멸의 존재여, 네 힘으론 게이트를 빠져나갈 수 없다.”
“에스파디아……!”
아우키엘은 두 눈을 부릅뜨며 양날도끼를 말아쥐었다.
쾅-!!!
동시에 에스파디아에게 달려들자, 섬광이 번쩍이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우키엘이 바득바득 이를 갈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사라졌던 섬광이 나타나며 인간의 형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 에스파디아 네놈. 육신도 잃은 네가 감히…… 감히 나를 농간해?”
“네까짓 게 생성한 게이트다. 손쉽게 열릴 때 의심했어야지.”
“……뭐라?”
“네놈 따위가 넘볼 세상이 아니다.”
“네놈이 이룩한 세계에 인비디아 님의 승전고가 울려 퍼질 것이다!!”
또다시 아우키엘이 달려들자, 새하얀 빛의 형태를 하고 있던 에스파디아의 양손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쾅-!!!!!
맨손으로 도끼를 쳐내는 에스파디아.
아우키엘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에스파디아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따위가 넘볼 세상이 아니라고 했다.”
“온 세상을 파멸로 이끌어주마!!”
떵-!
에스파디아는 한 손으로 도끼를 붙잡더니, 아우키엘을 내려다보며 얘기했다.
“어리석은 것아. 내가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내 힘의 원천인 것을 아직도 모르느냐?”
“시끄럽다!!”
“내게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는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아우키엘은 몇 번이고 도끼질을 가했지만, 에스파디아의 신체에 닿지 않았다.
에스파디아는 오히려 콧방귀 뀌며 얘기했다.
“우습기 짝이 없구나. 네가 그토록 신봉하는 인비디아. 그놈에게 꾸지람을 주던 존재가 바로 나다.”
“닥쳐라!! 인비디아 님을 욕보이지 마라!!”
거대한 양날도끼를 수직을 내려찍는 찰나.
쩍-!!
에스파디아의 주먹질과 함께 도끼가 부서졌다.
아우키엘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에스파디아는 덤덤하게 얘기했다.
“기본도 안 되어 있구나. 마력도 제대로 응축시키지 못하는 놈이 선발대를 이끌어? 언노운에는 그렇게 인재가 없나?”
“시끄럽다! 그래봐야 네놈도 마력으로 유지되는 형체가 아닌가? 내 무기는 부술 수 있어도, 내 육체에 작은 생채기조차 만들 수 없는 몸이 아니냐!”
아우키엘이 씩씩거리자, 에스파디아는 뒷짐을 지며 물었다.
“멍천한 것아. 내가 너를 죽이기 위해 이곳에 가두었다고 생각하느냐?”
“……뭐?”
“넌 이곳을 나갈 수 없다.”
약간의 조소가 섞인 말에, 아우키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부서졌던 도끼가 재생되더니, 아우키엘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 보자!”
“열등한 것이 바락바락 악을 쓰니, 귀엽기 짝이 없구나.”
도끼가 에스파디아의 목을 노리는 찰나, 그곳에 있던 에스파디아는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쏴아아아-
뒤이어 허공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거대한 장벽 같은 그림자가 나타나자, 아우키엘은 마른침을 삼키며 뒤를 돌아봤다.
촤아아아아아아-!!!
거대한 장벽처럼 보이는 드높은 파도가 아우키엘이 있는 곳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아우키엘이 황급히 게이트를 열려고 했지만, 손끝으로 마력이 응축되지 않았다.
에스파디아가 마력을 차단하고 있었다.
“에스파디아 이 새끼!!!”
콰앙-!!!!
집채만 한 파도가 그대로 아우키엘과 수백만의 선발대를 뒤덮었다.
나약한 마물들은 그대로 쓸려나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상위 개체와 아우키엘은 내면의 마력을 이용해서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상공에서 지켜보는 에스파디아.
에스파디아의 신체가 미세하게 일렁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약속은…… 꼭 지키마.”
그의 머릿속으로 박재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8일의 기한을 주었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우키엘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육체를 잃은 에스파디아가 마력을 개방하면 개방할수록,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축되고 있었다.
* * *
“빨리 뛰어!”
전완수가 소리치자, 기진맥진한 결인들은 이 악물고 중심가로 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50분에 걸친 치열한 접전 끝에, 접근한 모든 변종과 좀비를 처리하고 박재형을 돕기 위해 중심가로 향하고 있었다.
설여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홀로그램을 살폈다.
‘코인 메시지가 끊겼어.’
너무 늦은 걸까?
30분 이내에 정리를 마치고 지원에 나설 생각이었는데, 50분이나 걸리고 말았다.
계속해서 코인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2분 전에 올라온 메시지가 마지막이었다.
이는 박재형이 더는 변종을 잡고 있지 않다는 뜻.
“지금도 무전에 대답 없어?”
정진영이 묻자, 박재우는 무전기를 손에 쥐고 고개를 저었다.
모두가 초조한 마음으로 이동했다.
부디 머릿속을 배회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기를 바라며, 박재형의 생존을 기도했다.
마침내 중심가에 다다르자, 전완수와 설여원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참담하다는 말로는 이 광경을 표현할 수 없었다.
깨지고 찢어진 시체들이 아니라, 뭉개지고 짓이겨진 시체들이 걸레짝처럼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황덕록은 시체들의 모습을 살피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야, 이거 무기로 공격한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맨주먹으로 때려잡은 거라고.”
“……뭐?”
설여원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박재우도 시체를 살피며 얘기했다.
“덕록이 말이 맞아. 건틀릿도 덤프랑 로그나이트로 만들었고, 손가락 마디마다 날카로운 칼날이 있어.”
“그래서.”
“건틀릿으로 때리면 이렇게 뭉개지지 않는다고. 뚫리지.”
직접 제작한 박재우와 황덕록이 그렇다고 하니, 더는 반박할 수 없었다.
설여원이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뒤이어 최현이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다들 조용. 인기척 있다.”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며 숨죽이는 모습을 보였다.
터벅- 터벅- 찰박- 찰박-
뒤이어 맨발로 지면을 디디는 소리가 들려왔다.
곳곳에 핏물이 고여 웅덩이처럼 변했기에, 웅덩이를 밟는 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르르르르르…….
목젖을 갈며 정처 없이 거니는 발소리.
난생처음 들어보는 음성에, 결인들의 털끝이 곤두섰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지금껏 경험한 변종과 다른 차원의 존재라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전완수는 인벤토리를 열고 방패부터 꺼냈다.
방패를 앞세워 소리의 근원지를 응시하는 찰나.
찰박-
“좀…… 비…….”
익숙한 음성이 일행의 귓불을 간질였다.
뒤이어 전완수와 설여원의 표정이 사색으로 변했다.
두 사람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외쳤다.
“최현!!”
쾅-!!!
동시에 노도와 같이 접근하는 검붉은 인영.
최현은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소리쳤다.
“마리오네트!!”
띠링-!
-5초 이내에 명령어를 말씀하세요.
-입력이 완료되면 대상은 5분간 명령에 복종합니다.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최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선착장으로 가서 바닷물에 머리 박아!!”
-입력이 완료되었습니다.
-명령어: 바다에 머리 박아.
그러자 일행에게 달려들던 박재형은 전신을 파르르 떨더니,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며 읊조렸다.
“바다…….”
이성을 잃은 박재형은 낙엽처럼 전신을 좌우로 흔들더니, 하체를 접으며 최현이 가리키는 방향을 응시했다.
쾅-!!!
동시에 지면을 박차며 선착장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