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35화
전완수와 설여원은 두 눈 부릅뜨고 주변을 살폈다.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가 가능한 두 사람이기에, 쉴 새 없이 고개를 돌리며 사방을 살폈다.
1분가량 미동도 하지 않고 주변을 살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전완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정진영에게 물었다.
“형, 아까 변종 얘기해서 예민해진 거 아니에요?”
“분명 수레바퀴 소리였는데…….”
“이대로 실습실로 가요? 아니면 돌아가요.”
전완수의 물음에 일행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나더러 결정하라는 건가?
육안으로 확인된 변종은 없고, 아무런 물증도 없이 동아리방으로 돌아갈 수 없다.
“실습실로 가자. 지금은 차량부터 빨리 완성해야 돼. 더 늦으면 변종이 아니라 대장 좀비한테 당할 거야.”
“만약 변종이 있으면 어쩌려고, 돌아올 때는 해도 떨어져서 더 위험할 텐데.”
최현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오늘은 일찍 돌아오자. 노을 지기 전에.”
* * *
실습실은 우리가 떠난 상태 그대로였다.
바닥에 널브러진 철판과 개조하다 만 차량들이 눈에 들어온다.
셔터를 내리고 간 덕에, 좀비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공대 앞 주차장을 거니는 두세 마리의 좀비들이 보였다.
안개 밖에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만, 안개 속에서는 정처없이 거닌다.
난 뒤에 있는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주차장에 있는 좀비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 다른 사람들은 먼저 작업 시작해요.”
“건물 내부도 확인해야 돼. 좀비들이 건물로 들어왔을지도 몰라.”
설여원은 헌팅 나이프를 손에 쥐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같이 가자는 건가?
포인트를 얻기 위한 카운트는 내 손으로 처리한 좀비들만 포함된다.
아군이 처리한 좀비는 수치에 적용되지 않는다.
좀비들의 숫자가 적을 때 최대한 카운트를 늘리려고 했는데…….
그래도 설여원이 함께 한다면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가 가능하니,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설여원은 에덤의 능력을 알기에, 본인이 처리한 좀비들을 빈사 직전의 상황까지 몰아넣고 내게 마무리를 넘겨주었다.
덕분에 편안하게 카운트를 늘릴 수 있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86/100
슬슬 끝이 보인다.
도서관 열람실에서 처리한 좀비들, 사과대로 향하며 처리한 좀비들, 공대를 정리하며 처리한 좀비들까지.
100마리를 채우면 10개의 포인트가 주어질 것이다.
다음 포인트는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서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형아.”
“어.”
“변종은 많이 위험해?”
“변종? 라스트아크 플레이할 때 못 봤어?”
“난 두 번째 에피소드 초반에 만날 죽어서 변종을 못 봤어.”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변종은…… 좀비라고 보기 어려운,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딱 보면 느낌이 올 거야. 좀비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
“우리가 못 잡을 정도야?”
“지금 나오면 힘들지. 두 번째 에피소드 중반에야 나오는 설정이니까. 게임에서는 총으로 난사하면 죽지만, 지금은 총도 없고.”
“특징 같은 건 없어?”
“겉모습만 보면 거미처럼 생겼어. 그래서 별명도 거미고. 팔다리가 유독 길어서 네 발로 뛰어다니거든. 인벤에서는 제일 처음 나오는 변종을 알파 변종이라고 불러.”
“알파 변종?”
변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라스트아크 인벤에 들어가면 유저들 나름의 공략과 변종에 대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비록 게임의 설정은 읽지 않았지만, 괴물의 종류와 공략집은 필독했다.
네 번째 에피소드부터는 클리어한 사람이 현저히 적어서, 내가 직접 공략집을 올리기도 했다.
설여원은 설명을 바라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좀비들 정리가 얼추 끝났기에, 실습실로 돌아가며 변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거미는 발소리가 없어.”
“그럼 눈으로 확인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거야? 거미 특유의 냄새 같은 건 없어?”
“냄새? 맡아본 적이 없어서 나도 모르지. 게임에서는 거미의 발소리가 없어서 아는 거고. 그리고 또…… 거미도 인간처럼 육안에 의존한다는 것 정도?”
“육안?”
“청각이랑 후각도 존재하는데, 그게 좀비들처럼 예민하지 않아. 그래서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선제공격을 안 하는 게 거미의 특징이거든.”
“그럼…… 지금 만약 거미랑 눈 마주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죽었다고 생각해야지.”
당연한 이치였다.
생존 게임의 필수요소라면 당연히 장거리 무기.
변종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석궁이든, 쇠뇌든, 총이든 있어야 한다.
게임에서는 총을 쉽게 구할 수 있기에, 변종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무기가 부실한 상태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에피소드를 클리어할 수 없다.
“너무 걱정하지 마. 벌써 변종이 나오는 건 말이 안 돼.”
“그렇지? 걱정할 필요 없는 거지?”
“당연하지. 걱정하지 말고 차량개조나 집중하자.”
말은 이렇게 했지만, 불안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세상이니까.
프로그램대로 흘러가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 * *
시침이 오후 5시를 가리킬 무렵, 우린 셔터를 내리고 실습실을 나섰다.
노을이 지기까지 앞으로 2시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일찍이 귀갓길에 올랐다.
전완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구시렁거렸다.
“생각보다 작업 속도가 너무 느린데?”
“물건 찾는 것도 일이니까 그렇지. 안개 때문에 뭐가 보여야 찾아서 붙이든 말든 하는데.”
최현도 구시렁거리자, 전완수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두 배로 일하는 건가? 앞이 잘 보여서?”
“……갑자기 기분 좋아지네?”
최현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전완수의 투덜거림이 이어졌다.
최현과 전완수의 시시한 말싸움을 이어가자, 정진영은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그래도 얼추 각이 나왔잖아? 우리 후배님들, 내일부터 박차를 가하자고.”
정진영의 말대로였다.
버스의 설계도가 완성되었고, 버스 개조에 필요한 물품은 미리 찾아서 실습실 중앙에 배치했다.
이제 장비를 찾기 위해 실습실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필요 없다.
중형차는 개조가 끝나가는 단계였고, 승합차의 개조도 반 이상 왔다.
처음엔 차량 개조가 굉장히 어려운 줄 알았는데, 전완수의 진두지휘 하에 시키는 대로 따르니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전완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일을 도왔다더니, 숙련된 면모를 자랑했다.
우리가 용접한 부위를 나무랄 때가 많았지만, 화를 낸 뒤에는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손바닥이 쓰리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렸다.
하루 종일 허리도 못 펴고 작업해서 그런지, 벌써 녹초가 되었다.
남자들도 이렇게 힘든데, 설여원은 오죽할까.
힘든 내색하지 않는 설여원의 모습은 남자들에게도 좋은 동기가 되었다.
이 악물고 움직이는 설여원의 모습에 모두가 혀를 둘렀다.
난 레그홀스터에 넣어둔 헌팅 나이프를 뽑으며 얘기했다.
“잡담은 돌아가서 하고, 안전하게 돌아갑시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었다.
지치고 피곤하지만, 조금 더 힘을 내야 한다.
등산할 때도 가장 위험한 순간은 하산할 때 찾아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지금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주차장을 지나 샛길로 들어서자, 주변으로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목젖을 가는 듣기 거북한 소리.
난 상체를 낮게 숙이며 일행에게 정지신호를 보냈다.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청각을 곤두세웠다.
안개 속에서 들리는 좀비들의 울음은 방향감을 상실하게 만들기에, 무턱대고 행동할 수 없었다.
좀비들의 이질적인 소리에 집중하자, 놈들의 위치가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좌측. 거리가 꽤 되는 거 같으니 계속 움직이자.”
“눈에도 안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보려고 하면 더 안 보이는 거야.”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전완수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저었다.
안전을 확보하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쏴아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는 마치 빗소리를 닮아 있었다.
바람 때문에 좀비들의 울음소리를 놓칠 수도 있기에, 청각을 곤두세운 채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갔다.
뚜둑-
그 순간, 귓바퀴를 간질이는 묘한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뒤따라오던 최현은 내 등에 부딪히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최현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왜, 뭐 보여?”
“쉿.”
뚝-
또 들렸다.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
오른손에 쥐고 있는 헌팅 나이프를 슬며시 가슴 높이까지 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서 들린 소리지?
분명 가까운 거리에서 들린 소리였는데.
하지만 안개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는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완수도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발소리도, 목젖을 가는 울음소리도 없었다.
두 볼을 스치는 바람 사이로, 이질적인 소리만이 섞여 있었다.
뚜둑-
다시 한번 소리가 들려온 순간, 반사적으로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서늘한 기운을 따라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전신이 석고상처럼 굳는 느낌을 받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칠흑 같은 눈으로 나를 직시하는 존재.
비정상적으로 기다란 양팔과 다리, 귓불까지 찢어진 입꼬리.
새까만 안구 밑으로 차갑게 굳어버린 눈물 자국까지.
나무 위에 매달린 채, 우리를 노려보며 히죽거리는 존재.
절대로 나타나선 안 되는 놈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시선이 오가는 그 찰나의 순간이, 마치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알파 변종.
머릿속으로 경종이 울리며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외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뛰어!!”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쏟아내듯, 주변의 모든 일행에게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일행은 너도나도 위를 올려다보더니,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사색이 된 표정으로 (신)학생회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무 위에 있던 변종의 입술이 벌어졌다.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이 벌어지자, 수십 개의 치아와 함께 귓불까지 찢어진 살갗이 눈에 들어왔다.
‘웃고 있어?’
우리의 발악이 재밌다는 듯이, 가소롭다는 듯이, 변종은 조소를 지었다.
저건…… 지능이 존재한다는 건가?
한 박자 늦게 학생회관 뒷문을 향해 달렸다.
학생회관 뒷문을 향해 달리며 등 뒤로 느껴지는 살기에 전신의 털끝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 때문인가?
살기는 느껴지는데, 놈과의 거리를 모르겠다.
놈의 위치와 속도,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
발소리가 없다.
모든 감각이 등으로 쏠린 느낌이지만, 변종의 인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쫓아오는 게 맞나?
불안한 마음에 슬쩍 뒤를 돌아본 순간, 발치까지 다다른 변종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기다란 팔다리로 짐승처럼 달려오는 모습.
허리춤 높이에서 내 등을 노려보는 눈빛.
심장에서 쿵, 하는 아찔한 충격과 함께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빠르다.
체력과 근력을 높여서 100m를 9초대에 끊는 나보다, 놈의 속도가 더 빠르다.
다급히 두 다리에 제동을 걸며 허리를 비틀었다.
동시에 오른손에 쥐고 있던 헌팅 나이프로 놈의 두개골을 향해 휘둘렀다.
훙-!
반사신경이 어찌나 빠른지, 변종은 그 짧은 찰나에 고개를 비틀어 칼날을 회피했다.
거북이처럼 들어갔던 목이 다시금 뻗어 나오며, 쩍 벌어진 주둥이가 내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헌팅 나이프를 휘두르기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
두 눈을 부릅뜨며 다급히 왼쪽 팔꿈치로 놈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빡!!
왼팔의 뼈마디를 울리는 저릿한 전율에 두려움이란 감정이 전신을 짓눌렀다.
‘돌이야?’
변종의 두개골은 바위를 때린 것처럼 단단했다.
그와 동시에 발뒤꿈치로 느껴지는 통증에 헛숨을 토하며 뒤로 엎어졌다.
변종은 관자놀이를 가격당하는 와중에도 오른팔로 내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넘어지는 과정에 헌팅 나이프를 놓치고 말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급히 고개를 드는 순간, 놈의 싯누런 치아가 코앞까지 다다른 걸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