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59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05화
한편, 대피소로 들어간 결인들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좌측 입구 막아!!”
박재우가 소리치자, 황덕록은 방패를 앞세워 입구로 달려갔다.
모든 플레이어에게는 미세하게나마 마력이 존재했다.
그리고 박재우와 황덕록, 윤혜리, 김희연은 초월자의 물약을 마신 경험이 있기에, 일반 플레이어에 비하면 더 많은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마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쾅-!!!!
[내구도: 31%]입구에 덧댄 로그나이트의 내구도가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우리끼리는 못 막아요! 다른 사람들 불러야 돼!”
윤혜리가 소리치자, 황덕록은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지원은 얼어 죽을! 밖에 소리만 들어도 살 떨리는데 여유가 있겠냐?”
황덕록의 말대로였다.
폭격기에서 수백, 수천 발의 폭탄을 투하한 것처럼, 지상에서 쉴 새 없이 폭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시멘트 가루와 물침대에 앉은 것처럼 떨리는 바닥.
대체 어떤 존재와 싸우는지 몰라도, 대피소에 갇힌 이들은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김희연은 겁에 질린 생존자들을 달래며 윤혜리를 불렀다.
“혜리야! 여기 사람들 좀 챙겨줘!”
“왜?”
“천리안으로 바깥 상황 좀 볼게!”
윤혜리가 다가오자, 김희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천리안.”
천리안을 통해 바깥 상황을 확인한 김희연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온갖 마물과 좀비들, 변종, 감염된 동식물이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좀비에게 물린 마물들은 전신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하더니, 곧 좀비처럼 행동하며 다른 마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약한 마물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였고, 상위 개체들은 좀비에게 물려도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좀비들의 붉은 선혈과 마물들의 질퍽한 체액이 지면을 적시고, 끝도 없는 고함이 북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지?’
김희연은 이러한 생각을 하며 여의도 일대를 돌아다녔다.
떵- 콰아아앙!!!!
뒤이어 김희연의 앞으로 날개 달린 괴물이 날아들었다.
무언가에게 얻어맞고 쉴 새 없이 바닥을 나뒹구는 모습.
그와 동시에 괴물에게 달려드는 설여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독기로 가득 찬 눈빛으로, 설여원은 방패를 앞세워 괴물의 안면을 짓이겼다.
그러자 괴물의 오른손에 있던 채찍이 설여원의 목을 휘감고, 수십 미터 상공으로 집어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희연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이미 이승의 것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잠깐 멈추는 순간이 아니면, 그들의 위치나 몸짓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마치 번개가 치는 것처럼, 그들이 격돌할 때마다 섬광이 번뜩이고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폐허로 변한 여의도는 고층 건물이 남아나지 않았고, 국회의사당의 일부도 무너진 상태였다.
그 짧은 시간에, 이곳은 지옥도로 변했다.
“희연아!!”
그 순간, 윤혜리의 목소리와 함께 상체를 흔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김희연의 천리안이 풀리며 다시금 대피소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김희연이 윤혜리를 쳐다보자, 윤혜리는 좌측 입구를 가리켰다.
어느새 입구가 뚫리고, 황덕록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김희연과 윤혜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덕록의 곁으로 달려갔다.
가로 폭 3m의 계단을 황덕록 홀로 저지하는 건 무리였다.
1m에서 2m 크기의 마물들이 계단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퀴벌레처럼 생긴 마물부터 꼬리가 촉수처럼 움직이는 마물까지.
별의별 해괴망측한 괴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모든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저지했지만, 빈틈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손바닥 크기의 자그마한 크기의 마물들이 생존자들을 노리자, 한월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뒤에!!”
퍽!!
그 순간, 손바닥 크기의 벌레를 걷어차며 다가오는 노르웨이 플레이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박재우의 곁에 있던 노르웨이 플레이어들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안드레스와 시몬은 생존자들을 뒤로 보내며 열의를 불태웠다.
위급한 순간에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눈치껏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있었다.
* * *
-철괴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축적된 피해를 계산합니다.
-다음번 공격에 6배의 피해가 추가됩니다.
키이이잉-!!!
전신에 퍼져 있던 얼얼한 기운이 손끝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에 도끼눈을 뜨며 나녹스를 쳐다보자,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나녹스의 옆에 있던 이피루스는 반응이 늦었다.
“피해라 이피루스!!!”
나녹스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지만.
때는 늦었다.
이 악물고 스트레이트를 뻗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공기가 찢어지며 소닉붐이 발생하고, 고막을 때리는 파열음과 함께 이피루스 얼굴부터 허리까지 사라졌다.
그 여파는 한강까지 이어졌다.
서강대교가 붕괴되고, 한강의 수면이 세차게 출렁였다.
뒤이어 가루로 변하는 이피루스.
잿더미로 변한 신체에서 마석이 떠오르고,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마석을 흡수했다.
[동기화 진행률: 39%]역시 대장급은 10%씩 올라간다.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나녹스를 노려보자, 그는 붉으락푸르락해진 표정으로 이피루스의 시신을 쳐다봤다.
“에스파디아……!”
“에스파디아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편히 눈감지 못할 것이다!!”
나녹스는 광분한 모습으로 달려들었다.
대검이 날아드는 방향을 예측하고 쉴 새 없이 위빙을 시도했다.
흐르는 물결처럼 부드럽게 회피하고, 재빨리 스텝을 밟으며 거리를 조절했다.
점점 나녹스의 움직임이 읽히기 시작했다.
훙-!!!
뒤이어 좌하귀에서 사선으로 쳐올리는 공격.
‘빈틈.’
옆구리에 공간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다급히 더킹을 시도하며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쾅-!!!!!
단단한 타격감과 함께 팔꿈치와 어깨로 반작용이 전해졌다.
이 묵직함, 제대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지면을 나뒹구는 나녹스.
-신기한 움직임이구나.
뒤이어 에스파디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가 신기해요?”
-비슷한 것 같지만 달라.
“위빙이랑 더킹이요?”
-그 움직임의 이름이 위빙과 더킹인 모양이지?
쉽게 말하면 위빙은 U자 형태를 그리며 회피에 중점을 두는 움직임이고, 더킹은 사선으로 움직이며 회피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움직임이다.
이런 움직임이 낯선 모양이다.
[건틀릿 내구도: 16%]그보다 단단한 놈들을 때려서 그런지, 건틀릿의 내구도가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재빨리 카타나를 손에 쥐며 나녹스의 위치를 살폈다.
나녹스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더니, 아무런 대답도 없이 대검을 치켜들었다.
승산이 없다는 걸 나녹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무의미한 싸움은 이쯤에서 멈추고 싶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이봐, 싸움은 이쯤하고 인비디아의…….”
“닥쳐.”
츠으으으-
뒤이어 나녹스의 대검으로 마력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마력을 모으고 있었던 건가?
거대한 대검에 마력이 담기자, 나녹스의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최후의 일격인가?
예사롭지 않은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기에 섣불리 달려들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회피조차 못 하고 쓸려나갈 테니까.
이에 거리를 벌리며 나녹스를 응시하자, 그는 두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사라져라!!”
훙-!!
나녹스가 대검을 휘두르자, 응축된 마력이 기다란 호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거대한 쓰나미 구름처럼 일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날아드는 검기.
회피할 수 없다.
이에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다급히 카타나를 치켜들었다.
카가가가가가가각-!!!!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전신이 떨리고, 두 다리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크윽……!”
-검에 마력을 실어.
눈앞으로 떠오르는 에스파디아의 메시지.
“이런……! 상황에……! 어떻게 집중을……!”
-못하면 죽는 거야.
두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심박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카타나의 내구도가 빠르게 감소하고, 칼날에 금이 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방법이 없기에, 이 악물고 심장의 고동에 집중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체내의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세포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체내의 마력을 손끝으로 집중하고, 이를 카타나에 실었다.
즈으이이잉-
서서히 카타나에 실리는 푸른 기운.
칼날에 온전히 마력이 담기자, 카타나로 푸른빛이 번뜩였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흡! 하고 숨을 들이켜며 칼끝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그대로 나녹스의 검기를 반으로 쪼갰다.
쪼개진 검기는 뒤에 있던 좀비와 마물들을 휩쓸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대의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저 멀리 아크의 외벽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얼떨떨한 마음에 카타나를 쳐다봤다.
-지금 감각을 기억하거라.
에스파디아의 말에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이건…… 무슨 스킬이에요?”
-스킬은 네가 마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내가 만든 시스템 일부일 뿐, 마력과 동화되면 자유자재로 이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금 정면을 응시하자, 다소 지친 기색의 나녹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하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무리했어.
“네?”
-저들은 스스로 마력을 생산하지 못해. 마석에 담긴 마력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으니, 곧 자멸할 것이다.
“…….”
나녹스의 모습을 바라보자, 그의 신체가 서서히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제가 세 번째 에피소드를 기한 내에 못 끝냈다면…… 에스파디아 당신도 저렇게 될 운명이었나요?”
-난 육체조차 없기에, 가루도 남지 않았겠지.
덤덤하게 나녹스를 바라보자, 뒤이어 에스파디아의 부탁이 떠올랐다.
-잠깐만 빌려줄 수 있겠나?
“뭐를요.”
-자네의 신체 제어권.
“아까는 제 행동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요?”
-움직이는 건 안 되지만, 네 허락이 있다면 말 정도는 할 수 있어.
한때 에스파디아를 존경했던 나녹스.
그런 나녹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가?
내키지 않지만, 죽어가는 사람 소원도 못 들어줄 정도로 냉혈한은 아니었다.
이에 나녹스의 곁으로 다가가 에스파디아에게 제어권을 넘겨주었다.
그러자 시야가 멀어지며 칠흑 같은 공간에 뚝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내 안에 흡수된 에스파디아는 이런 기분일까?
“나녹스, 고개를 들어라.”
에스파디아가 근엄한 목소리가 들리자, 나녹스는 반쯤 사라진 얼굴로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에스파디아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진심을 담아 나녹스에게 얘기했다.
“미안하구나.”
“…….”
“내가 관리하는 차원에서 태어나 버림받았고, 언노운의 차원에 다시 태어난 네가…… 얼마나 나를 증오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구나.”
“당신은…… 나와 내 가족이…… 내 일족이 죽어가는데…… 나타나지 않았어.”
“…….”
“우리 행성이…… 언노운의 손에 파괴되는 순간에도…… 난 당신이 나타나길 기도했다.”
에스파디아는 변명 대신 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녹스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내게…… 용서를 바라는가?”
“용서는 바라지 않아. 다만…… 사과하고 싶었다.”
나녹스는 에스파디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마지막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
“버림받은 우리에게…… 손을 내민 게 인비디아 님이었다.”
“네 행성을 파괴한 게 인비디아다. 그런 인비디아의 손을 잡은 이유가 무엇이냐.”
“궁금했으니까. 그토록 절실하게 기도한 우리를…… 고통과 비명 속에 죽어가도록 저버린 신의 모습이.”
“…….”
나녹스는 쓴웃음을 짓더니, 허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내게 용서를 구하지 마라. 사과도 할 필요 없다. 난…… 죽어서도 당신을 저주하니까.”
“…….”
“영원한 안식에서 기다리겠다.”
그 말을 끝으로 나녹스의 신체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