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6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07화
황덕록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안상진을 쳐다보더니,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가리켰다.
그곳엔 넋이 나간 생존자들과 함께 눈물범벅이 된 아이들이 있었다.
안상진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사람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다들 나가셔야 합니다. 여긴 안전하지 않아요.”
“조, 좀비 아니야?”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생존자들 사이에서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상진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이를 확인한 결인들이 반박하려는 찰나.
“아빠?”
안상진의 아들 안정수가 놀란 눈으로 걸어 나왔다.
안상진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조심스레 아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보랏빛 안광과 푸르죽죽한 피부를 보고 겁에 질릴 법도 한데, 안정수는 눈물 콧물을 쏟으며 안상진의 품에 안겼다.
“아빠아아아…….”
정수가 대성통곡하자, 안상진은 말없이 아들을 품에 안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상진의 딸, 소혜도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안상진은 자녀들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
“다친 곳은, 아픈 곳은 없어?”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생존자들도 입을 다물었다.
겉모습은 좀비나 다름없는데, 저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람이었다.
자식들을 걱정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한월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다들 일어나요!”
“어디로, 어디로 간다는 겁니까?”
생존자들이 한월을 쳐다보자, 이번엔 안상진이 입을 열었다.
“퇴로는 제가 확보하겠습니다.”
“상진…… 아니, 정수 아빠. 정수 아빠는 괜찮은 거야?”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안상진이 출구에 들어찬 마물들을 처리하며 한발 앞서 밖으로 나가자, 생존자들도 순차적으로 나왔다.
포효와 파열음으로 점철된 도시.
흩날리는 흙먼지와 피로 얼룩진 대지.
밖으로 나온 생존자들은 전신을 파르르 떨며 상체부터 숙였다.
뒤이어 안상진의 수하들이 대피소 앞에 집결하며 접근하는 마물들을 저지했다.
안상진은 주변을 살피며 결인들에게 얘기했다.
“너희는 여기 남아.”
“네?”
박재우가 놀란 표정을 짓자, 안상진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플레이어를 추적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마물들이 집요하게 대피소만 노렸어.”
안상진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플레이어 때문에 대피소가 공격받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생존자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있었는데, 그게 생존자들을 위험에 빠뜨린 행위가 되었다.
박재우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
“그럼 하나만, 생존자들 어디로 데려가는지만 알려줘요.”
“일단 목동종합운동장으로 갈 거야.”
“목동이요?”
“재형이랑 여원이, 정우, 진영이, 완수, 현이가 대장들을 데리고 동쪽으로 이동했어. 국회의사당에서 최대한 멀어져야 안전하다고 생각했겠지.”
“우리는 재형이랑 반대로 움직이자는 거죠?”
“맞아. 그쪽 싸움은 우리가 끼어들 수 없는 수준이야. 최대한 멀어져야 안전해.”
“……그럼 생존자들은 누가 지켜요.”
“내 수하들로 목동종합운동장을 방어할 테니, 너희는 나랑 같이 여기서 마물들 상대하자. 무슨 일 생기면 내 수하들이 신호 보낼 거야.”
박재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엔 옆에 있던 윤혜리가 입을 열었다.
“아니 잠깐만요.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결국 생존자들을 완전히 방치한다는…….”
“지금은 무관심이 최선의 방어야.”
“…….”
“불안하겠지만 다른 방안이 없어. 내 말대로 해줘.”
안상진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더는 결인들도 반대할 수 없었다.
뒤이어 치료를 마친 황덕록이 재생된 왼팔을 빙빙 돌리며 다가왔다.
“안상진 씨 말씀대로 하자. 그게 최선인 것 같아.”
“황덕록 너 어떻게 왼팔이…….”
박재우가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자, 황덕록은 뒤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가리켰다.
공격대에 속한 파티 압구정, 망원시장, 호수공원에도 레이첼이 있었다.
이정우와 정진영이 없어도 치료받을 수 있었다.
상황 파악을 마치고, 박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길은 열려 있어요?”
“목동운동장까지 내 수하들이 호위할 거야.”
“한월 씨!”
박재우가 한월을 부르자, 생존자들을 챙기던 한월이 황급히 달려왔다.
“얘기해, 왜.”
“한월 씨가 생존자들 인솔해서 목동종합운동장으로 안내해 주세요. 그리고 한월 씨는 돌아오지 말고 생존자들이랑 같이 있어요.”
“플레이어가 같이 있으면 마력 때문에 위험하다며?”
“독 안개 제거기는 있어야죠. 그리고 여의도에 마력이 집중되면 마물들도 목동까지 이동하진 않을 거예요.”
“아.”
한월은 짧은 탄성을 뱉더니, 대답 대신 생존자들을 향해 외쳤다.
“다들 따라오세요!! 조금만 힘냅시다!!”
생존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한월을 따라 이동했다.
다들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살아남기 위해 지시에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생존자들은 상처 입은 사람들을 서로 챙기며, 한월을 따라갔다.
“아빠!”
정수와 소혜가 달려오자, 안상진은 자녀들을 품에 안으며 얘기했다.
“너희도 어서 한월 이모 따라가. 어서.”
“싫어어 아빠랑 같이 있을래!”
“아빠 금방 갈게.”
“안 올 거잖아!”
정수가 서럽게 울며 얘기하자, 안상진은 대답 대신 아들을 품에 안았다.
몇 번이고 정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혜가 정수의 손을 잡으며 얘기했다.
“정수야, 아빠 슈퍼맨이잖아. 다른 사람들 구해야 돼.”
똑 부러지는 소혜의 말에 정수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안상진은 그런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우리 소혜 다 컸네.”
“아빠.”
“……?”
“이번엔 늦지 않게 와야 돼요.”
소혜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눈물을 참으며 동생을 챙겼다.
안상진은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자녀들을 품에 안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어서 한월 이모 따라가.”
“아빠 빨리 와야 돼요!”
소혜는 정수의 손을 잡고 서둘러 생존자들의 곁으로 달려갔다.
생존자들은 안상진의 자녀들을 챙기더니, 안상진에게 꾸벅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안상진도 조금은 안도하며 가볍게 목례했다.
안상진은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더니, 박재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생존자들은 전부 나온 거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나왔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른 곳에 더 있어?”
“SeMa 벙커요. 마물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전부 대피시키지 못했거든요.”
“거긴 플레이어 몇 명이야.”
“한 명이요.”
안상진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황덕록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걱정 말아요. 여기보다 거기가 더 안전하니까.”
“아무리 플레이어가 적으면 안전하다지만, 이 정도 규모의 공습이면 그쪽으로도 마물들이 이동…….”
“아니요. 저희보다 강한 친구가 거기 있어요.”
안상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뒤늦게 파티원 한 명이 없다는 걸 눈치챈 윤혜리가 손가락을 튕기며 얘기했다.
“아! 장군이!”
* * *
SeMa 벙커에 숨은 150명의 생존자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곳에 숨을 생각은 아니었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물들을 보고, 국회의사당까지 이동할 여력이 없어서 SeMa 벙커에 몸을 숨겼을 뿐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시멘트 가루와 연이어 들리는 굉음.
그들은 숨죽인 채 싸움이 끝나기만을 기도했다.
“정명석 씨, 아직도 연락 안 돼요?”
장군이를 품에 안은 오혜선이 묻자, 정명석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다 보니 파티 압구정의 정명석이 SeMa 벙커의 대표가 되었다.
“아무래도 혼선이 있는 것 같아요. 무전이 먹통입니다.”
“어후…… 미치겠네 증말.”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여의도까지 어떻게 왔는데, 여기서 삶을 마감하게 생겼다.
[냄새가 이상해.]장군이의 머리 위로 말풍선이 떠오르자, 오혜선은 장군이를 달래며 얘기했다.
“괜찮아, 장군아 괜찮아. 지금은 변신하면 안 돼.”
여기서 장군이가 난동이라도 부리면 큰일이었다.
오혜선의 옆에 있던 한민욱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실장님, 아무래도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우리 여기 있어도 되는 거예요?”
“나도 모르지. 그렇다고 나갈 수는 없잖아.”
툭- 또독-
그 순간, 입구 방면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
오혜선과 한민욱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구를 쳐다봤다.
정명석은 로그나이트로 만든 헌팅 나이프를 손에 쥐며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금 잠잠해지기에, 정명석은 조심스레 입구 방면으로 이동하며 계단 위를 쳐다봤다.
“하, 한월?”
키에에에엑-!!
한월이 아니다.
기이한 울음소리와 함께 입구를 가격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기 시작했다.
정명석은 황급히 계단을 틀어막고 생존자들의 곁으로 달려왔다.
생존자들은 잔뜩 겁에 질린 모습으로 정명석에게 물었다.
“누, 누구예요?”
“플레이어, 플레이어죠? 그렇죠?”
“끝난 겁니까?”
“괴물 아니라고 해줘요. 제바알…….”
다들 희망사항을 얘기하고 있었다.
정명석은 생존자들의 질문을 외면한 채, 절실한 마음을 담아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들리십니까? 아무도 없어요? 한월! 박재우 씨! 이정우 씨! 아무도 안 들립니까?! 누구든 대답 좀 해요!”
치이이이익-
하지만 돌아오는 건 불쾌한 기계음뿐이었다.
쾅- 쾅!! 쾅!!!
뒤이어 입구를 가격하는 소리가 점점 거칠게 변하기 시작했다.
SeMa 벙커의 생존자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넋이 나간 사람도 있고, 흐느끼는 사람도 있고, 신에게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쾅!! 쾅!!!!
로그나이트로 만든 철판이 입구를 막고 있지만, 소리만 들어도 내구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헥헥- 헥…… 크르르.
그러자 얌전하게 있던 장군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장군아!”
오혜선이 장군이를 붙잡으려 하자, 장군이의 머리 위로 말풍선이 떠올랐다.
[위험한 냄새.]“…….”
[친구들 위험해.]뒤이어 장군이의 머리 위로 감정이 표시되었다.
[-경계-]* * *
[동기화 진행률: 91%]이정우와 정진영을 도와 대장을 처리하는 사이, 전완수도 대장 하나를 처리했다.
모든 대장급을 처리하면 동기화가 끝날 줄 알았는데, 마석 2개를 전완수와 최현이 흡수하는 바람에 약간 모자란 상태가 되었다.
“어으…… 다 처리한 거야? 이제 끝이지?”
정진영은 바닥에 주저앉아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물었다.
정진영의 부상도 심각했다.
각성제로 버티고 있을 뿐, 안색은 창백했다.
긍정적인 대답을 들려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동쪽에서 느껴지는 마력 파장이 점점 비대해지고 있었다.
최현도 이를 느꼈는지, 동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느낌이 안 좋은데…….”
그러자 설여원은 서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동쪽만큼은 아니지만, 서쪽도 마력이 증가했어.”
일행의 대답을 듣고 여의도 방면을 살폈다.
대장급을 상대하다 보니 어느새 서초구까지 왔다.
여의도 방면에서는 여전히 듣기 거북한 포효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에 결단을 내렸다.
“내가 동쪽으로 갈 테니, 너희는 여의도로 돌아가.”
“미쳤어? 혼자 저기로 들어가겠다고?”
설여원은 두 눈을 홉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이어 욱신거리는 목과 무릎 통증으로 인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우는 설여원을 도로 앉히며 얘기했다.
“아직 치료 안 끝났어. 움직이지 마.”
동쪽에서 느껴지는 파장은 여의도에 7명의 대장이 도착했을 때와 비슷한 마력 파장이었다.
일행이 걱정하는 게 당연했다.
“괜찮아. 이동하는 동안 동기화 끝날 것 같아.”
“…….”
설여원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번엔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내버려 둬. 재형이가 언제 우리 말 들은 적 있냐.”
전완수는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서쪽은 우리가 담당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몸조심해, 지금껏 상대한 놈들과 다를 거야. 유럽 쪽의 아크를 파괴하고 마력을 확보한 것 같아.”
“그래 봐야 두세 마리 같은데, 우리가 질 것 같냐?”
전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내 팔뚝을 툭, 쳤다.
최현은 뻐근한 목덜미를 주무르며 얘기했다.
“얘기 끝났으면 각자 갈 길 가자. 국회의사당 마지막에 봤을 때 상태 심각하던데, 생존자들 확인해야 돼.”
그러자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현이랑 완수 먼저 가. 난 진영이랑 여원이 치료하고 갈 테니.”
“천천히 오세요. 저희 먼저 갑니다.”
쾅-!!!
전완수와 최현은 지체하지 않고 여의도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