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6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09화
박재우는 두 사람을 보고 입술을 벙긋거리며 물었다.
“뭐, 뭐야 방금. 너희 날아온 거야?”
전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날개는 없지만 날아다니는 거랑 다를 게 없어. 재형이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늘에 안 보이는 땅이 있는 것 같아.”
전완수는 가볍게 3단 뛰기를 보여주며 히죽거렸다.
최현은 이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더니, 박재우와 황덕록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왜 여기 있어? 생존자들은.”
“전부 이동했어.”
“이동? 어디로.”
“목동종합운동장.”
최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이를 안상진이 대신 설명했다.
대피소에 설치한 로그나이트가 무너진 상황.
최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람들은 안전한 거죠?”
“지금은 안전해.”
“수하들은 배치하셨어요?”
“목동종합운동장 반경 600m를 완전히 봉쇄했어. 하나라도 뚫리면 나한테 바로 신호가 올 거야.”
문제는 지상으로 오는 마물이 아니라, 공중으로 접근하는 마물이 있으면 저지할 수 없다는 것.
최현은 곤란한 마음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플레이어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소리결을 제외한 파티원들은 전부 목동으로 이동해 주세요.”
“예? 저희가 가면 마물들이 쫓아올 가능성이 높아요.”
공격대원들이 반대하자, 최현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완수랑 제가 여기 있으면 목동이 눈에 들어오겠어요?”
“…….”
“결인들은 초월자의 물약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마력이 강하니, 여기 남고.”
박재우와 황덕록, 윤혜리는 반박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전완수는 허공을 쳐다보더니,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얘기는 이쯤하고 움직이지? 계속 온다.”
모기 떼와 파리 떼, 거대한 괴물 고래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쾅-!!!
전완수와 최현이 한발 앞서 이동하자, 안상진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저 둘의 말대로 합시다. 소리결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은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사람들 지켜줘요. 공중으로 진입하는 놈들만 처리하시면 됩니다.”
공격대에 속한 모든 플레이어가 목동으로 이동했다.
뒤이어 윤혜리가 현재 시각을 살피며 얘기했다.
“대공습 끝나려면 앞으로 20시간은 더 버텨야 돼요.”
“대공습이 20시간 남았으면 함선 도착은 16시간 남은 거야?”
“그렇죠.”
윤혜리의 대답에 안상진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함선 도착 위치는?”
“서강대교 앞일 거예요. 서강대교 방면에 대공습 레버 있었거든요.”
부산에서도 레버 근처에 함선이 도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상진은 목동 방면과 서강대교 방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그럼 16시간 뒤에 사람들 다시 데려와야 하는 거야?”
“그래야죠.”
문제는 서강대교가 이미 끊어졌다는 것.
한강의 너비는 족히 1.2㎞에 달하고, 함선이 밤섬 쪽에 정박한다면…… 사람들을 태울 방법이 없다.
안상진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지금은 16시간 뒤의 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16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뒷일은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
카하아아아악!!!
뒤이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지면이 흔들리더니, 지네처럼 생긴 마물이 지반을 뚫고 나왔다.
족히 20m에 달하는 길이와 수십 개의 다리.
안상진은 재빨리 하체를 접으며 얘기했다.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버텨!!”
결인들도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며 마물에게 집중했다.
남은 시간 16시간.
어떻게든 16시간만 버티면, 지금의 지긋지긋한 세상과도 안녕이다.
* * *
미국 서부를 지나 계속해서 나아가자, 저 멀리 천둥 번개가 치는 거대한 게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
도시 하나를 전부 에워싸는 규모였다.
밤이 찾아온 것처럼, 뉴욕 전체가 암흑천지였다.
뉴욕에 퍼진 이질적인 기운으로 인해 털끝이 곤두서고, 심장의 고동이 점점 격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곧 게이트가 열려.
눈앞으로 떠오르는 에스파디아의 메시지.
“이미 게이트 열린 거 아니에요?”
-곧 인비디아의 게이트가 열린다.
인비디아라는 말에 서둘러 게이트 중심부로 향했다.
저 멀리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눈에 들어오고, 그곳 전망대에서 게이트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마력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로 보이는 두 명의 존재.
놈들은 게이트를 향해 마력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달려들자, 게이트 활성화에 집중하던 대장들은 재빨리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쾅-!!!!
달려온 힘을 이용해 그대로 전망대로 부수고, 게이트와 이어지던 마력 줄기를 끊어냈다.
추락하던 대장들은 황급히 날개를 펼치며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역시 지면에 착지하며 놈들에게 물었다.
“여기 있던 플레이어들 어디 있어.”
살기를 띠며 묻자, 지친 기색이 역력한 대장들은 조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오랜만이구나, 에스파디아.”
이미 기력이 쇠했는지, 피부가 가뭄의 대지처럼 쩍쩍 갈라진 모습을 보였다.
근방에 퍼진 이질적인 마력으로 인해, 플레이어들의 마력을 감지할 수 없었다.
아니면…… 이미 전멸한 건가?
“마지막으로 묻겠다. 여기 있던 플레이어들 어디 있어.”
“플레이어? 아아…… 그 하찮은 미물들을 말하는 건가?”
미물이란 말에 반사적으로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카타나를 말아쥐자, 눈앞의 대장이 입을 열었다.
“늦었다 에스파디아. 곧 인비디아님이 이 땅에 강림하실…….”
촤악-
들을 가치도 없는 소리.
놈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쏜살같이 머리를 잘라버렸다.
머리가 잘려 나갔지만, 놈의 신체는 가루로 변하지 않았다.
머리가 약점이 아니라면…… 신체 어딘가에 핵심이 되는 부위가 있을 것이다.
이에 카타나를 휘두르는 찰나.
카가각-!!!
옆에 있던 또 다른 대장이 기다란 창을 내지르며 카타나를 막아냈다.
“제2군 대장 베르난데, 에스파디아님을 뵙습니다.”
말은 공손하게 하지만, 얼굴은 히죽거리고 있었다.
“뭘 쪼개.”
이에 도끼눈을 뜨며 창을 분지르고, 놈의 가슴에 돌려차기를 가했다.
쾅-!!!!!
놈은 건물 외벽을 뚫고 수십, 수백 미터를 날아갔다.
뒤이어 머리가 잘려나간 대장의 피부가 재생되는 모습을 보이기에, 칼자루를 말아쥐며 쉴 새 없이 난도질을 가했다.
촤좌좌좌좌좌좌좍-!!!
재생하지 못할 정도로 잘게 썰자, 그제야 대장의 신체는 잿더미가 되었다.
그 위로 떠오르는 미세하게 빛나는 마석 하나.
비록 마력이 별로 남지 않았지만, 내겐 충분하다.
그대로 마석을 흡수하자, 심장으로 아찔한 충격이 전해지며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동기화 진행률: 100%]-에스파디아의 근원이 정상 작동합니다.
-마력 생산이 가능합니다.
-에스파디아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최대치의 50%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에스파디아의 전용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소지하고 있는 무기를 에스파디아의 무기로 변환하시겠습니까?
파편이 없어서 100% 위력은 발휘할 수 없다는 건가?
키에에에에에엑-!!!
끄어어어어어-!!
뒤이어 사방에 퍼져 있던 마물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망설임 없이 수락을 누르자, 푸른빛이 맴돌던 카타나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뜩이며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뒤이어 서서히 빛이 사그라들며 검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칼날의 길이만 1m 50㎝에 달하는 칠흑처럼 어두운 흑도.
띠링-!
[에스파디아의 전용 무기: 흑도 명월이 활성화됩니다.]흑도 명월?
명월(明月)은 밝은 달이잖아.
검의 모습과 너무 반대되는 이름 아닌가?
뒤이어 에스파디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력을 담아.
에스파디아의 지시에 따라 명월에 마력을 불어넣자, 더는 푸른 빛이 아닌 흰 눈처럼 새하얀 빛이 검신에 실리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고고하게 빛나는 보름달처럼, 명월에 흐르는 마력은 에스파디아의 섬광과 흡사했다.
“이, 이게 에스파디아 당신의 전용 무기에요?”
-어둠을 베는 검. 흑도 명월이다.
“…….”
-넌 빛이 될 수도, 어둠이 될 수도 있다. 선과 악의 양면을 모두 지닌 네가, 부디 옳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제가 이런 걸 사용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넌 내가 선택한 존재고, 완벽한 그릇이다.
그릇은 육체를 뜻하고, 육체가 있어야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즉, 지금의 난 에스파디아의 권능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파편에게 50%의 힘을 나누어주었으니 내가 사용하는 능력도 최대치의 절반일 것이다.
그래도 가능한 게 어디야.
이에 명월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묵직하네요.”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 너도 알고 있겠지?
에스파디아의 물음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딱 좋은 무게에요.”
곧 50m 앞으로 다가온 마물들을 보고, 검파를 말아쥐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번쩍- 번쩍! 번쩍-!
명월에서 밝은 빛이 연달아 점멸한다.
카타나를 쥐고 있을 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박감.
명월은 흡수하는 마력 자체가 남다른 수준이었다.
이래서 동기화를 끝내야 전용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한 건가?
동기화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명월을 사용했다면, 난 영혼까지 빨렸을 것이다.
크어어어어어어!!!
훙-
코앞까지 접근한 마물들을 보고, 흑도 명월을 수평으로 그었다.
그러자 눈부신 섬광이 한 차례 점멸하더니.
콰아아아아아아아-!!!!!
점멸한 빛이 일순간 어둠을 깨뜨리며 눈앞의 모든 것을 쓸어갔다.
끝도 없이 나아가는 검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검을 휘둘렀는데, 자유의 여신상까지 일대의 모든 것이 쓸려 나갔다.
얼떨떨한 마음에 두 눈을 껌벅이며 명월을 쳐다봤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세차게 뜀박질치는 심장.
마력을 쏟아낸 만큼, 심장이 거칠게 뜀박질 치며 마력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또한 주변 일대의 마력이 내게 흡수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와 입으로 동시에 숨을 쉬면 폐가 금방 부푸는 것처럼, 체내에서도 마력을 생산하고 공기 중에 퍼진 마력까지 흡수하며 잃어버린 마력을 빠르게 복구했다.
“미쳤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쿠르릉- 쾅-!!! 콰과광-!!
그 순간, 하늘을 뒤덮은 게이트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테두리에 있던 마력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네놈…… 쿨럭! 에스파디아…….”
으깨진 가슴을 부여잡고 걸어 나오는 베르난데.
베르난데를 쳐다보자, 놈은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보아하니…… 네놈은 아직 완전히 마력을 개방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너 정도는 죽일 수 있어.”
“그래…… 난 죽일 수 있겠지.”
베르난데는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웃고 있었다.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어.
이에 검파를 말아쥐며 튀어 나가려는 찰나.
쿠르릉- 쿠릉-
게이트에서 전신을 짓누르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뭐야 이거.’
전신을 더듬는 살기로 인해 이마 위로 식은땀이 맺히고, 중력이 몇 배는 증가한 것처럼 느껴졌다.
두 다리와 양팔에 무게추가 달린 것처럼, 상체를 드는 것도 버거운 상황.
이 악물고 간신히 고개를 들자, 게이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대장들과 비슷한 덩치를 지니고 있지만, 주변을 휘감은 마력은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영혼마저 집어삼킬 것 같은 기운.
죽음을 끌고 다니는 대악마의 강림이었다.
동시에 에스파디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정신 차려. 위압감에 밀려선 안 된다.
“이, 이게 무슨…….”
하울링에 걸린 좀비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게거품 물고 쓰러질 것 같았다.
뒤이어 서서히 하강하는 존재.
놈은 나와 베르난데 사이에 살포시 내려앉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에스파디아.”
엷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살기는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에 마른침을 삼키며, 힘겹게 한 마디를 뱉었다.
“인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