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64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10화
전신에 힘을 주고 인비디아를 응시하자, 놈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나를 알아보겠나?”
“알지, 아주 잘 알아. 나쁜 놈 대장.”
“……?”
인비디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뒤이어 턱을 치켜들더니, 허리를 꼿꼿이 펴고 나를 내려다보며 얘기했다.
“너는…… 에스파디아가 아니구나.”
“오, 나쁜 놈 대장은 다르긴 다르네? 다들 에스파디아라고 그러던데.”
“네놈의 마력은 에스파디아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느낌이 달라. 넌…… 정체가 뭐지?”
“뭐긴, 네 압…….”
두근-
그 순간, 심장에서 아찔한 통증이 느껴지며 전신을 더듬는 오한이 느껴졌다.
놀란 나머지 심장을 부여잡았다.
-도발하지 말아라.
“……네?”
눈앞으로 떠오르는 에스파디아의 메시지.
-인비디아는 지금껏 상대한 대장과 달라. 잘못하면 목이 달아난다.
그런 건 빨리 말해달라고 좀.
인비디아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잠깐이나마 머릿속으로 죽음이란 두 글자가 스쳤다.
참았던 숨을 뱉으며 마른침을 삼키자, 인비디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놈은 누구냐.”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에스파디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내게 맡겨라.
“예?”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위압감이 아니야. 내가 시간을 끌 테니, 인비디아의 마력에 신체가 익숙해지기를 기다려.
“마력에 적응하라고요?”
-갑작스레 수온이 달라지면 심장이 놀라는 것처럼, 이곳의 대기질에 네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
-내 힘을 100% 사용하면 몰라도, 절반의 능력으로는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이에 에스파디아에게 신체 제어권을 넘겨주었다.
에스파디아는 내 육체를 통해 주변에 퍼진 마력을 응시하더니, 한 차례 심호흡과 함께 얘기했다.
“오랜만이구나, 인비디아.”
에스파디아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자, 인비디아는 두 눈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오오, 그래. 이 기품, 이게 에스파디아지.”
“기품이라…… 자네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
에스파디아가 인비디아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내 신체가 마력에 적응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다.
훙-
그러자 인비디아의 옆으로 베르난데가 나타나더니,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사령관이시여, 너무나 많은 형제를 잃었습니다.”
“…….”
“먼저 떠나간 형제들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인비디아 님의 명을 받들기 위해 제 생명을 바쳐 게이트를 완성했나이다.”
베르난데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얘기했다.
인비디아는 베르난데의 모습을 곁눈질로 쳐다보더니, 곧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누가…… 방해해도 좋다고 했지?”
“……예?”
“에스파디아와 재회다. 이 기쁜 순간에, 감히 내 말을 끊은 것이냐?”
베르난데는 뒤늦게 아차 싶었는지, 지면에 납작 엎드리며 사죄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럼 죽어야지.”
인비디아가 오른손을 들자, 다른 차원이 열리며 3m에 달하는 거대한 대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르난데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겁에 질린 나머지 줄행랑조차 치지 못했다.
“인비디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스파디아가 소리치자, 인비디아의 오른손이 허공에서 멈추는 모습을 보였다.
곧 인비디아의 입꼬리가 꿈틀거리더니, 칼끝을 내리며 얘기했다.
“참으로 놀라워.”
“…….”
“어린 시절 학대받은 아이들은 커서도 가해자의 앞에서 머뭇거린다지?”
“인비디아…….”
“지금의 내가…… 네 한 마디에 머뭇거렸다는 게 참으로…….”
우우우우웅-
인비디아가 말끝을 흐리자, 그의 주변을 맴돌던 마력이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치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느낌.
뒤이어 인비디아의 전신으로 잿빛의 갑주가 형성되었다.
이에 에스파디아에게 물었다.
-이봐요 에스파디아. 저 녀석 화난 것 같은데 왜 저러는 거예요?
“인비디아는…… 내 꾸지람을 받고 자란 녀석이다.”
-꾸지람을 받고 자라요? 아까는 기품이니 뭐니 아부 떨더니?
“내가 얘기했지? 우주에 생명체가 나타나고, 죽은 영혼들이 우주를 떠돌며 차원의 틈에서 새롭게 태어난 존재가 언노운이라고.”
-……네.
“초기 언노운의 차원과 행성은…… 관리자들의 관리를 받았다.”
잠깐, 일전에는 언노운의 차원과 모성조차 알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관리자들이 관리하던 행성이라니?
이러한 의구심을 품자, 에스파디아가 먼저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결코 애정을 쏟을 수 없는 행성이었지. 평범한 영혼이 아니라, 언노운의 모성은 타락한 영혼들이 모여드는 행성이었으니까.”
-…….
“놈들이 관리자를 처단하겠다는 앙심을 품은 뒤로 모성과 차원이 사라졌어. 그 뒤로 추적할 수 없게 된 거야.”
-그럼…… 언노운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게 관리자들이라는 거예요?
“…….”
-맞아요? 관리자들이 나태해져서 이런 일이 생긴 겁니까?
“간단하게 얘기하면 그렇다.”
나 참,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하지 않아서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결과를 초래해?
이런 얘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그래.
플라잉 더치맨 호의 선장 데비 존스.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하지 않아서 문어 인간이 되어 버린 영화 속 악역이었다.
못마땅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자, 에스파디아가 입을 열었다.
“네게 이해를 바라진 않겠다. 다만…… 영겁의 세월은 신마저 병들게 만들어.”
에스파디아는 영생이 저주라고 했다.
이는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뜻.
그래, 오래 살아봐야 100년을 사는 인간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겹다, 지겹다 노래를 부르는데, 우주의 탄생과 함께 존재해 온 에스파디아에게 1천 년 정도는…… 아주 잠깐의 일탈이었을 것이다.
그 일탈이 지금의 언노운을 만들었지만 말이다.
에스파디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인비디아는 언노운의 시초나 다름없는 녀석이다.”
-시초요?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던 7명의 아이들. 언노운의 모성에 나타난 아이들. 그중 하나가 인비디아야.”
-…….
“다른 마물들과 달리 7명의 아이들은 관리자처럼 마력으로 태어난 존재였다. 다만 마력의 결이 너무나 달랐지.”
-꾸지람은 왜 준 거예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언노운의 바탕은 타락한 영혼들이야.”
-그럼 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었다는 거예요?
“불안정 정도가 아니었지. 아이의 얼굴을 한 악마들이었다.”
육아만큼 어려운 게 없다지만…… 악마라니.
-그래서요.
“방도가 없었어.”
-그래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거예요?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지. 생명이 존재하는 한 타락한 영혼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그걸 7명의 아이들이 알아서 처리했으니까.”
악마를 이용해서 악마를 처리했다는 건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찜찜하지만, 사탄의 인형이라 생각하면 또 말이 다르긴 하다.
우리가 좀비를 이용해서 마물을 상대하려고 한 것처럼, 관리자들도 악마를 이용해 악마를 처리했다고 볼 수 있다.
에스파디아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도를 넘기 시작했어.”
-이미 악마잖아요. 도를 넘는 게 당연하지.
“탐욕적이고, 나태하고, 질투하고, 쾌락을 좇고, 점점 아이들의 광기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그래서 꾸짖기 시작했고요?
“맞아,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니라, 더욱 분개하고 복수심을 키웠지. 관리자들은…… 점점 지쳐갔어.”
-그래서 인간의 생활에 관여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요?
“…….”
대답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정곡을 찌른 모양이다.
쉽게 말하면 꾸지람을 듣고 자란 언노운이, 이젠 관리자들을 죽이려 한다는 건가?
이름만 신이지, 인간과 다를 게 뭐란 말인가.
심란한 마음에 이마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럼 인비디아 같은 존재가 아직 6명이나 더 있다는 거네요?
“맞아. 우린 놈들을 찾아서 영혼의 안식을 취하게 만들어야 해.”
-다시 바꿔요.
“뭐를 말이냐.”
-육체 제어권이요.
“언노운의 마력에 적응하려면 아직 시간이…….”
-저거 안 보여요?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데,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죽으려고요?
에스파디아는 인비디아를 쳐다보더니, 더는 반박하지 않고 통제권을 넘겨주었다.
3m에 달하는 거대한 대검에 기묘한 마력이 모여들고 있었다.
다시금 신체 제어권을 확보한 뒤, 나 역시 흑도 명월에 마력을 실었다.
명월의 섬광마저 집어 삼킬 것 같은 인비디아의 마력.
“에스파디아, 지금 인비디아랑 싸우면 이길 확률이 얼마나 돼요?”
-이길 수 없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들려오는 대답에,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라고요?”
-방법은 하나야. 동기화가 끝났으니 파편을 흡수할 수 있다. 그래야 비등한 싸움이 가능해.
“그럼 제 일행이 죽어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야. 어쩔 수 없어.
에스파디아의 냉정한 대답.
이에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파편을 흡수해야 비등하게 싸울 수 있다라…… 그럼 흡수해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없는 거네요?”
-파편을 흡수해도 네가 마력을 조절하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 마력 사용에 익숙해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싫어요.”
이번엔 내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에스파디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얘기했다.
-오기 부리지 말아라.
“제가 분명히 얘기했을 텐데요. 통제권이 저한테 왔으니, 제 마음대로 하겠다고.”
-우둔한 게냐? 두렵지도 않아?
“공포는 반응이지만 용기는 결정이에요.”
-…….
“우둔하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내가 그렇게 결정했는데.”
싱겁게 웃으며 에스파디아의 의견을 무시하고, 명월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우우우웅-
눈부신 섬광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인비디아는 칼날을 비틀며 얘기했다.
“에스파디아, 당신의 시대도 여기까지야. 이제 그만 마침표를 찍어주지.”
이에 콧방귀 뀌며 얘기했다.
“야, 내 시대는 시작도 안 했어.”
“죽어라.”
“할 수 있으며 해봐.”
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면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양손으로 검파를 말아쥐고, 도끼눈을 뜨며 인비디아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인비디아의 뒤로 천만 대군이 있는 것처럼, 노도와 같은 기운이 드세게 밀려들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위압감.
이에 이 악물고 공포심을 떨쳐냈다.
선택을 내린 이상, 후회 없이 싸울 것이다.
훙-!
훙-!
인비디아의 대검과 흑도 명월이 기다란 사선을 그리며 맞닿는 찰나.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일대의 모든 것이 빛과 어둠 속에 사라졌다.
* * *
치료를 마친 이정우와 정진영, 설여원도 여의도에 달려와 마물들 정리에 열을 올렸다.
“게이트가 열려 있는 한 끝이 없어! 저거 어떻게 못 닫아?!”
전완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설여원은 직경 1㎞에 달하는 게이트를 쳐다봤다.
뒤이어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완수랑 현이만 따라와!”
전완수와 최현은 설여원을 따라 여의도 공원으로 향했다.
여의도 공원은 이미 사막처럼 변한 상태였고, 고개를 들면 게이트의 중심부가 훤히 보이는 상태였다.
설여원은 아우키엘이 했던 것처럼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마력의 흐름에 집중했다.
물과 기름처럼, 에스파디아의 마력과 언노운의 마력은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아우키엘은…… 에스파디아의 마력을 바꾸려고 했어.’
아우키엘은 대기에 퍼진 마력을 언노운의 것으로 전환하려고 했다.
이를 떠올리며 손에 쥐고 있던 카타나를 지면에 꽂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그러자 박재형이 그랬던 것처럼, 은은한 푸른빛이 칼날에서 실리기 시작했다.
‘이걸 게이트까지…….’
설여원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카타나에 담긴 마력을 게이트를 향해 방출했다.
새싹이 돋아난 식물이 위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카타나에서 시작된 마력이 상공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설여원의 이마 위로 땀방울이 맺히고, 입술이 퍼석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완수와 최현은 달려드는 마물을 처리하며 설여원의 상태를 수시로 살폈다.
설여원의 체내에 있던 마력이 카타나를 통해 밖으로 방출되자, 설여원의 기력이 쇠약해지고 있었다.
전완수는 카타나를 내팽개치고 황급히 설여원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만둬. 너 그러다 죽어.”
“죽긴 누가 죽어. 할 수 있어.”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설여원의 안색은 창백했다.
전완수가 말리려고 하자, 설여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방해하지 마. 집중력 깨지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돼.”
“…….”
전완수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뒤에 있던 최현이 소리쳤다.
“마물들 처리하고 마력 뽑아내! 소량이지만 이것들도 마력 있어!”
“그걸 여원이한테 공급하자고?”
“다른 방법 있어?”
다른 방법이 없기에, 다시금 카타나를 쥐고 최현의 곁으로 달려갔다.
쿠쿵- 쿠르릉-
그 순간, 천둥 소리와 함께 서쪽에서부터 먹구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전완수는 먹구름을 주시하더니,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얘기했다.
“야, 최현.”
“바빠!”
“저게 더 급해 인마!”
다급함이 묻어나는 전완수의 목소리에, 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쪽 하늘을 응시했다.
동시에 최현의 목구멍 너머로 마른침이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