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66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12화
홀로그램과 함께 전신의 보호대가 새하얀 빛에 휩싸이더니, 뒤이어 흑백이 뒤섞인 갑주로 바뀌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갑주.
갑주에 코팅이라도 된 것처럼, 마력장이 덮여 있었다.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갑주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잊지 말아라.
뒤이어 올라오는 에스파디아의 메시지.
“추후 파편까지 흡수하면 이런 갑주를 자유자재로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 지금은 근원의 폭주를 유도해서 착용했으니 마력이든 체력이든 소모가 빠를 거야. 가능하다면 지금, 인비디아를 처단해야 한다.
에스파디아의 메시지를 보고 심호흡과 함께 얘기했다.
“전력으로 갑니다.”
마력을 방출하며 흑도 명월을 손에 쥐자, 사방으로 광명이 퍼져나갔다.
곧 주변을 뒤덮은 광명이 갑주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더는 긴장감도,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에스파디아…… 드디어 전력으로 싸울 생각이 든 게냐?”
인비디아가 입꼬리를 올리자, 그의 갑주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등 뒤로 이질적인 마력으로 이루어진 가지들이 뻗어 나가더니, 거대한 날개처럼 변했다.
곧 투구까지 생성되며 인비디아의 전신에서 혼탁한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나도 마력을 방출했다.
새하얀 빛의 날개가 형성되고, 나 역시 투구가 생성되었다.
주변을 맴도는 맑은 빛과 달리, 안구에서 칠흑처럼 어두운 기운이 일렁였다.
선을 행하는 자에게 악이 보이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 선이 보이듯,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었다.
명월을 말아쥐며 하체를 접고,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갔다.
퉁-
지면을 박차며 달려나가자, 더는 시끄러운 굉음이 들리지 않았다.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아무런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대로 명월을 휘두르자, 인비디아도 이채를 번뜩이며 대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아아앙-!!!!!
명월과 대검이 맞닿자, 천지가 뒤집히며 일대의 공기가 진공 상태에 놓였다.
금방이라도 시공간이 뒤틀릴 것 같은 충격이었다.
* * *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연달아 격돌하는 박재형과 인비디아.
이를 지켜보던 베르난데는 전신을 덜덜 떨며 황급히 도주했다.
허공을 바라보자, 뉴욕을 뒤덮은 게이트마저 뒤틀리고 있었다.
파편의 힘을 이어받은 가짜 신이 아닌, 창조주들의 격돌이었다.
‘여기 있다간 휩쓸린다. 벗어나야 돼.’
베르난데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날개를 펼쳤다.
도주할 곳은 하나.
남은 두 명의 동료가 있는 대한민국.
그들의 마력에 집중하며 죽을 힘을 다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블랙홀에 빨려들어 가는 것처럼, 박재형와 인비디아의 싸움은 일대의 모든 것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쿠구구궁-!! 콰광-!!!
대지에 균열이 발생하고, 바닷물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끌려가지 않기 위해 남은 마력을 태우며 안간힘을 썼다.
간신히 진원지를 벗어나 뒤를 돌아보자, 조금씩 밀리는 인비디아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말도 안 돼. 이게…… 진정한 에스파디아의 힘이란 말인가?’
베르난데가 알고 있는 에스파디아는 저렇게 강하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힘을 손에 넣었단 말인가.
‘대체 이 행성에서……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에스파디아.’
강인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에스파디아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베르난데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흑도 명월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시공간이 찢어지고 있었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아니, 전투의 열의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압도적인 기백 앞에 베르난데는 구경을 포기하고 서둘러 한국으로 이동했다.
동료를 돕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에게 게이트를 열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인비디아가 뭐고, 베르난데는 한시라도 빨리 이 행성을 떠나고 싶었다.
* * *
촤라락-!
길리언이 던진 사슬이 최현의 허리를 휘감았다.
동시에 허공으로 던져진 최현.
“크윽!”
최현이 수백 미터 상공으로 떠오르자, 길리언의 섬뜩한 사슬낫이 최현의 정수리로 날아들었다.
쾅-!!!!
이를 발견한 전완수가 지면을 박차며 길리언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그러자 길리언의 옆에 있던 테마다르가 전완수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쩍!!!
“커헉!”
전완수는 수십 미터를 뒹굴며 피를 토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허공을 살폈다.
자신의 안위보다 최현의 목숨을 걱정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최현!!”
전완수가 소리치자, 최현은 찌푸린 두 눈을 부릅뜨며 공중에서 상체를 비틀었다.
날아드는 사슬낫은 쳐냈지만 옆구리의 통증으로 인해 하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그대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영아 현이 받아!!”
이정우가 소리치자, 일찍이 길리언과 테마다르의 공세에 수십 미터를 나가떨어졌던 정진영이 벌떡 일어났다.
피 가래를 뱉으며 추락하는 최현을 직시하고,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박차를 가했다.
이정우는 그 틈에 길리언의 뒤를 잡고, 그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었다.
이를 길리언도 느꼈는지, 사슬낫의 무게추를 휘둘러 이정우를 공격했다.
훙-!
이정우는 허공을 박차며 더 위로 솟아오르더니, 기다란 창을 치켜들며 그대로 길리언의 정수리를 향해 내질렀다.
촤아아악!!!!
그 짧은 찰나에 얼마나 빠르게 내질렀으면, 이정우의 창끝에 소닉붐이 발생했다.
길리언은 직감적으로 머리를 비틀어 머리가 뚫리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력장을 뚫고 들어온 창이 어깻죽지를 관통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양팔을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사슬낫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데, 오른팔의 인대가 끊어지고 말았다.
“길리언!!”
테마다르가 길리언을 쳐다보자, 이번엔 길리언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밑을 봐!!”
발밑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테마다르는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시선을 내렸다.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로켓처럼 솟아오르는 전완수였다.
전완수는 연달아 허공을 박차며 속도를 더하더니, 테마다르의 복부를 향해 카타나를 휘둘렀다.
카강-!!!
테마다르는 간발의 차로 전완수의 공격을 쳐낼 수 있었다.
테마다르의 단도와 카타나의 칼날에서 불똥이 튀고, 전완수는 균형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
‘빈틈이다.’
테마다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전완수의 성대를 향해 단도를 투척했다.
캉!!!
그러자 어디선가 날아든 볼트가 단도의 궤도를 바꾸고, 연달아 날아든 볼트가 테마다르의 관자놀이에 박혔다.
“끄아악!!”
평범한 볼트가 아닌, 마력이 담긴 볼트였다.
테마다르는 고통을 호소하며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테마다르!!”
길리언이 소리치자, 그의 위에 있던 이정우가 도끼눈을 뜨며 읊조렸다.
“네 목숨이나 신경 써.”
뜨득-!
이정우는 창끝을 비틀어 그대로 길리언의 심장까지 꿰뚫었다.
놈의 약점이 머리인지 심장인지 알 수 없으니, 죽을 때까지 휘젓겠다는 의지.
길리언도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쾅!!! 쾅-!!!
길이언과 테마다르가 지면에 떨어지자, 쇠뇌를 들고 있던 최현과 정진영이 재빨리 무기를 변경하며 달려왔다.
두 사람은 이 악물고 칼자루를 말아쥐더니,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대장들의 머리를 향해 내질렀다.
“커헉……!”
“이…… 인비디아 님…….”
테마다르의 피부가 갈라지고, 그대로 잿더미로 변했다.
반면에 길리언은 고통을 호소할 뿐, 여전히 죽지 않고 버둥거렸다.
길리언의 약점은 머리도, 심장도 아니었다.
이를 파악한 이정우가 짓눌린 길리언을 쉴 새 없이 공격하며 얘기했다.
“마석은 완수가 챙기고! 진영이는 현이랑 완수 치료부터 해줘!”
이정우의 지시에 따라 결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저 멀리, 쓰러지는 설여원의 모습에 이정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잠깐 잠깐 완수야! 마석 여원이줘!”
전완수는 들고 있던 마석을 들고 황급히 설여원의 곁으로 이동했다.
다리를 절뚝이며,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그대로 설여원의 등에 마석을 흡수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콜록, 콜록!”
쓰러졌던 설여원이 기침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전완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설여원의 옆에 대(大)자로 뻗었다.
설여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옆에 있는 전완수에게 물었다.
“대장들은, 대장들은 다 잡았어?”
“끝.”
전완수는 짧게 대답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보다 게이트, 게이트는?”
설여원은 황급히 허공을 살폈다.
뒤틀린 마력이 서서히 사그라들더니, 직경 1㎞의 게이트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두 눈에 들어오는 푸른 하늘.
설여원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얘기했다.
“끝났어. 이제 한국은 안전해.”
전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아으…… 죽겠다.”
설여원이 전완수를 부축하여 정진영의 앞으로 걸어가자, 최현을 치료하고 있던 정진영이 각성제를 꺼내어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일단 그거 먹고 참아.”
“형, 누가 봐도 제 상태가 더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전완수가 억울하다는 듯이 묻자, 정진영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알았어 인마. 여기 누워. 여원이는 좀 기다릴 수 있지?”
“네. 그보다 정우 오빠는요?”
“저기.”
정진영이 가리키는 곳에는 홀로 남은 대장을 고문하는 이정우가 있었다.
어디가 약점인지 모르니, 사정없이 창날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에 설여원은 인벤토리에 넣어둔 방패를 꺼내어 이정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대장이 발악하지 못하도록 방패로 짓누르며 잿더미로 변할 때까지 전류를 흘려보냈다.
“추악…… 하기 짝이 없는…… 인간…… 따위……!”
“어, 추악해서 이렇게 죽이는 거야.”
이정우는 덤덤하게 대답하며 대장의 척추를 끊었다.
“끄아아아악……!”
그제야 찢어지는 단말마와 함께 잿더미로 변하는 길리언.
지칠 대로 지친 결인들은 그 자리에 쓰러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정우는 걸쭉한 침을 뱉으며 앞머리를 쓸어넘기더니, 길리언의 마석을 설여원에게 건네주었다.
“이것도 네가 챙겨.”
“오빠는 괜찮아요? 오빠도 마력 많이 쓴 것 같은데.”
“너보단 여유 있어.”
결인들은 연이은 전투로 마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길리언과 테마다르는 다른 대장들보다 더욱 많은 마력을 소지하고 있었기에, 위험천만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모두가 힘써준 덕에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설여원이 마석을 흡수하자, 바닥에 누워 있던 전완수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타이밍 참 좋아.”
“뭐가?”
설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전완수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마석 말이야. 너 마력 다 쓴 상태였잖아.”
게이트를 닫기 위해 설여원은 모든 마력을 소진했다.
길리언과 테마다르의 마석을 제때 흡수하지 않았다면…… 이들처럼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다들 지쳤지만, 결인들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힘을 내고 있었다.
설여원은 현재 시각을 살피며 물었다.
“이제 함선 도착까지 14시간 남은 건가?”
“대장 정리도 끝났겠다, 남은 시간은 껌이지.”
전완수, 설여원과 달리 이정우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이를 발견한 최현이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형,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죠?”
“어, 인비디아다.”
최현과 이정우는 인비디아의 마력을 감지하고 있었다.
한참이나 떨어진 거리지만, 선명하게 느껴지는 마력 파장.
전완수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앓는 소리와 함께 상체를 일으켰다.
“어서 가서 돕죠. 또 재형이 혼자 무리하는 것 같은데.”
“다들 마력 얼마 안 남았어. 지금 가봐야 짐이야.”
“서울 상공에 게이트도 닫았겠다, 주변에 남은 마물들 처리하면서 일부 회복하고 부족한 건 독 안개로 채우면 되죠.”
“독 안개?”
이정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전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아까 대장 7명 죽일 때 서초구까지 갔잖아요. 독 안개 속에서 싸울 때 이상한 거 못 느꼈어요?”
“아.”
이정우는 뒤늦게 짧은 탄성을 뱉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독 안개 속에 있었는데, 시야도 트이고 신체 마비도 일어나지 않았다.
파편의 동기화가 완료되며 독 안개에 내성이 생기고, 그 속에 퍼진 마력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이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마물부터 정리하고 마력 회복하면서 이동하자.”
“다들 잠깐.”
그 순간, 동쪽을 바라보던 최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뭔가 다가오는 것 같지 않아요?”
“오긴 뭐가 온다고 그래? 대장은 다 죽었…… 어?”
전완수도 뒤늦게 느꼈는지, 황급히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인비디아와 에스파디아의 마력에 가려 지금껏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곳으로 접근하는 언노운의 마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뒤이어 전완수의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
날개 달린 무언가가 흐느적거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전완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까 봤던 모기 같은 마물인가?”
“마물 아니야. 마석이 느껴져.”
최현의 대답에 모두의 시선이 동쪽으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가루가 될 것 같은, 다 죽어가는 대장급 하나가 이리로 날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