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7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외전 아슈루의 모성 2화
남자의 가슴에 손을 얹고 에스파디아의 마력을 불어넣자, 구멍 난 가슴 속으로 마력이 응어리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파편의 형태를 갖추는 마력.
신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마력을 불어넣었다.
결인들처럼 안전한 그릇을 만들고 파편을 삽입하는 게 아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파편이 완성됐을 때 남자의 육체가 버틴다면 살아남는 것이고, 버티지 못하면 사망할 것이다.
아슈루의 마력과 마찰이 일어나기에, 일그러지지 않도록 마력을 조절하며 파편을 제작했다.
장인이 도자기를 굽듯이 신중하고, 섬세하게.
곧 에스파디아의 마력이 그의 꺼져가는 생명에 불씨를 지폈다.
“쿨럭!”
쓰러졌던 남자는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기침을 토했다.
남자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 얼굴과 본인의 가슴을 번갈아 쳐다봤다.
구멍 난 가슴이 재생되고, 죽어버린 심장 대신 마력이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현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지, 남자는 입술을 벙긋거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제 마력을 넣었으니 언노운의 마력은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대신 아슈루의 마력은 반응할 거예요.”
“예?”
“공기 중에 퍼진 아슈루의 마력 조심해요. 파편의 마력과 공기 중의 마력이 서로 다르니까.”
“뭘 어떻게 조심하라는…….”
“마력끼리 서로 충돌하면 당신 죽어요. 그러니 충돌하지 않도록 잘 조율하라고요.”
“예? 마력이요?”
이들은 마력에 대해 모르는 건가?
이에 구레나룻을 긁적이자, 에스파디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들은 아슈루의 마력을 느낄 수 없다.’
“예전의 저처럼요?”
‘맞아, 라스트아크를 플레이하며 마력에 적응할 때도, 너는 마력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그럼 어떻게 조율해요?”
‘언노운의 마력과 아슈루의 마력은 서로 충돌하고 폭주할 가능성이 높지만, 관리자들의 마력은 서로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어.’
“폭주 가능성이 낮다는 거예요?”
‘맞아, 이 남자 스스로 느낄 거야. 체내의 이상 징후를.’
이상 징후를 알아도 해결방법을 모르면 폭주하는 거 아닌가?
이에 대한 의문을 품자, 에스파디아의 대답이 이어졌다.
‘이 정도로 마력에 적응하는 육체라면 스스로 제어할 수 있을 거야. 가슴이 답답할 때 심호흡만으로도 정리가 된다.’
“관리자의 마력은 결이 비슷해서요?”
‘그렇다.’
에스파디아의 대답을 듣고 남자를 쳐다봤다.
“이름이 김민기, 맞아요?”
“네? 제, 제 이름을 어떻게…….”
김민기의 기억을 통해 여기 있는 사람들의 이름도 파악했다.
“여동생 구하려고 언노운에게 달려들다니, 용기가 대단하네요.”
“…….”
김민기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에 인벤토리를 열고 그에게 선물을 주었다.
“받아요.”
“이, 이게 뭡니까.”
“이걸 착용하면 마력 제어가 수월할 겁니다.”
한때 내가 애용하던 건틀릿이었다.
김민기는 로그나이트 건틀릿을 받아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건틀릿을 착용하더니, 심장을 부여잡으며 신기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역시, 일반인은 드는 것도 불가능한 건틀릿을 손쉽게 착용한다.
에스파디아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건틀릿이자, 최고 레벨까지 높인 장비였다.
에스파디아의 파편을 만들어준 탓에, 건틀릿이 반응하고 있었다.
추후 마력이 뒤엉키면 건틀릿이 그의 마력을 진정시켜줄 것이다.
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건 불가능하기에, 내가 주는 선물이었다.
건틀릿의 힘을 완전히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몸은 지킬 수 있겠지.
이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김민기의 손에 달렸다.
뒤이어 김민기의 친구 홍정연이 다가오기에, 그의 신체를 살피며 물었다.
“홍정연 씨, 이리 와요.”
“어, 어떻게 제 이름을…….”
“치료받기 싫어요?”
홍정연의 몸에도 타박상이 많았다.
이에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자, 그는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시, 신이야, 신이다! 신이시여!”
넙죽 절부터 하기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곧 에스파디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재형.’
웬일로 내 이름을 부른다.
그 목소리에 불만이 가득하기에,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생명체의 치료는 자제하거라.’
그게 문제였어?
난 또 건틀릿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았네.
이에 눈썹을 긁적이며 물었다.
“치료도 위험해요?”
‘아슈루의 마력에 적응하고 있는 생명체들이야. 거기에 내 마력이 닿으면 죽을 수도, 아니면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어.’
“홍정연에게 파편을 건넨 것도 아닌데요?”
‘흰색 물감에 파란색을 얹으면 무슨 색이 되지?’
“하늘색이요?”
‘그 상태에서 아무리 흰색을 더해도, 완전한 흰색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워.’
“당신도 그랬잖아요.”
‘뭐?’
에스파디아가 되묻기에,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저한테 파편을 맡길 때, 실패와 성공의 가능성을 전부 열어두지 않았어요?”
‘그건 그렇지만…….’
“제가 언제까지 아슈루의 행성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
“저도 걸어보려고요. 이 사람들한테.”
에스파디아는 쉽사리 대답하지 않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좋아, 네 선택은 존중하겠다. 하지만 치료와 아이템 선물은 앞으로 하지 말아라. 이 남자처럼 쉽게 적응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이번엔 고집부릴 수 없었다.
에스파디아의 말이 맞으니까.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알겠습니다. 자중할게요.”
‘웬일로 단번에 수긍하는구나.’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에스파디아를 달랜 뒤, 옆에 있는 김민기의 일행에게 얘기했다.
“여러분은 대피하세요. 마물들은 제가 처리할 테니.”
“신이시여, 저희는 대피할 곳이 없습니다. 대피소도 안전하지 않아요. 세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데리고 피그리티아를 찾아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홍정연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그럼 안전해질 때까지 알아서 살아남아요.”
“예?”
“내가 마물들 처리할 때까지 각자도생하라고요.”
즈즈즉-
다시금 흑백의 갑주를 착용하고, 흑도 명월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맞은편 대로에서 수백, 수천 마리의 마물이 접근하고 있었다.
뒤늦게 이를 파악한 김민기와 일행은 전신을 덜덜 떨며 내게 바짝 붙었다.
“떨어져요. 그러다 다칩니다.”
칼날에서 눈부신 월광이 번뜩이자, 김민기와 일행은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크어어어어어어!!!
마물들의 포효가 30m 앞으로 다다른 찰나.
두 눈 부릅뜨며 칼날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칼끝에서 시작된 눈부신 섬광은 전방의 모든 것을 휩쓸어갔다.
성배가 완성되어서 그런가?
김민기에게 파편을 주었지만, 마력이 감소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파편을 무한으로 제작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스파디아가 반대할 게 뻔하기에, 이 행성의 생명체에게 파편을 건네는 건 그만둬야겠다.
자욱한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자, 그곳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전방 2㎞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김민기와 일행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막내 여동생은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사, 사람도 같이 죽인 거예요?”
“저쪽엔 사람 없었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느껴지니까.”
마물들이 저렇게 바글거리는 장소에 생존자가 있을 턱이 없다.
또한 생명체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절제하지 않고 칼날을 휘둘렀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뒤이어 허공에서 들리는 기이한 울림에 고개를 들자, 거대한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의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전보다 강해진 피그리티아의 마력.
5명의 존재가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다.
피그리티아의 종속들.
내 마력을 느끼고 찾아온 건가?
놈들은 이곳을 주시하더니, 서서히 하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민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살고 싶으면 내가 정리해 둔 곳으로 뛰어요. 동생들 손 놓지 말고.”
“……네!”
김민기는 여동생들의 손을 붙잡고 홍정연에게 따라오라고 외쳤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이곳으로 내려오는 대장들을 쳐다봤다.
멀어지는 김민기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대장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쫓아갈 생각이면 버려. 뒤지기 싫으면.”
“…….”
“언어가 안 통하나?”
“에스파디아 님을 뵙습니다.”
죽은 인비디아의 수하들과 비슷한 반응.
에스파디아의 마력을 느끼고, 나를 에스파디아라 생각하고 있었다.
갑주를 입고 있어서 더 그런가?
이에 턱을 치켜들며 얘기했다.
“동시에 덤벼.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줄 테니.”
거만한 말투에 의문이 생겼나?
5명의 대장들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선두에 있는 대장이 한 걸음 다가오며 물었다.
“너는…… 에스파디아 님이 아니구나. 누구냐, 넌.”
“16년간 군만두만 먹은 몸이다.”
“……?”
“너희들 죽이러 왔다고.”
검파를 말아쥐자, 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대장이 입을 열었다.
“에스파디아 님, 우린 당신과 싸우려고 온 게 아닙니다.”
“첫째, 난 에스파디아가 아니야. 둘째, 난 싸우려고 왔어.”
“피그리티아 님이 에스파디아 님을 만나 뵙기를 원합니다.”
피그리티아가?
이에 검파를 말아쥔 손에 힘을 빼고 에스파디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승낙해라.’
‘함정이면 어떡해요?’
머릿속으로 묻자, 에스파디아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지금의 너라면 피그리티아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어.’
‘뭐, 그건 그렇죠.’
에스파디아의 대답을 듣고 놈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혹여나 거짓일 수도 있기에, 살기를 내뿜으며 접근했다.
대장들은 중압감을 느꼈는지, 하체를 덜덜 떨며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뒤이어 선두에 있던 대장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게이트를 열어드리겠…….”
텁!
거짓과 진실은 내가 직접 판단하면 그만.
대장의 목을 붙잡고 기억을 읽었다.
좌표를 확인하자,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좌표지점으로 시선을 돌리자, 저 멀리 한강 이남의 땅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껏 게이트 때문에 몰랐는데, 강남 3구가 부유성처럼 허공에 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부유성을 감싸는 마력장.
마력장은 분명 아슈루의 것이었다.
저것 때문에 피그리티아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은 건가?
다시금 대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기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거지?”
“그건…… 커헉! 피, 피그리티아 님이…… 직접 설명을…….”
숨넘어가는 소리를 뱉기에, 붙잡은 목을 놓아주었다.
대장들을 죽이면 피그리티아가 도망칠 수도 있기에, 순순히 따랐다.
“너희가 먼저 이동해. 내가 따라간다.”
“먼저 들어가시면 저희가 따라서…….”
“제안한 거 아니야.”
“…….”
놈은 얼얼한 목을 매만지며 다른 대장들을 쳐다봤다.
혹여나 한 놈이라도 김민기를 따라갈 수 있기에, 먼저 진입하라고 했다.
다른 대장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선두에 있던 대장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부유성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열리고, 대장들이 먼저 들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방심하지 말아라. 들어가자마자 피그리티아의 공격이 시작될 수도 있어.’
“물론이죠.”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게이트로 진입했다.
* * *
“윽!”
건틀릿을 착용한 김민기가 심장에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았다.
“오빠!”
둘째 김은영이 달려와 그를 부축하자, 김민기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심호흡을 반복했다.
바늘에 찔린 사람처럼 연신 움찔거리는 모습.
그 순간, 김민기의 머릿속으로 반짝이는 빗금이 스쳐 지나갔다.
‘왼쪽.’
좌측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시선을 돌리자, 사마귀처럼 생긴 괴물이 건물 외벽에 매달린 채 김민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김민기는 동생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은영아, 소연이 데리고 먼저 가.”
“그냥 같이 가!”
“저것들, 나를 쫓아오는 것 같아.”
에스파디아의 마력은 마물들의 입장에서 색다른 맛의 먹잇감이었다.
이를 눈치챈 사람은 김민기뿐이었다.
심장이 꿰뚫리고, 하늘에서 강림한 신이 새 생명을 불어 넣어준 뒤로 공기 중에서 이상한 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슈루의 마력이었다.
동생들과 홍정연은 모르는 것 같지만, 김민기는 알고 있었다.
공기 중의 마력이 본인에게 흡수되고, 그럴 때마다 혈류가 빨라지고 심박이 불규칙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마치 찬물과 따뜻한 물이 한데 모이는 것처럼, 내면에서 뒤섞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물들의 시선이 본인에게 쏠리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카가각- 카각-
외벽에 붙어 있던 마물이 앞다리를 치켜들자, 김민기는 홍정연을 쳐다보며 외쳤다.
“정연아! 동생들 데리고 빨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