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94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외전 아틀란티스 6화
결인들이 쉼터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는 와중, 반가운 얼굴들이 찾아왔다.
“Hvordan har du det?”
노르웨이 파티의 파티장 안드레스.
그의 옆으로 이름 모를 여자와 시몬, 그리고 김명석도 함께였다.
“어? 안드레스!”
이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옆에 있던 김명석이 통역해 주었다.
“오랜만이라고, 어떻게 지냈냐고 그러네.”
이정우는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Good! Good! Very Good!”
그러자 안드레스도 덩달아 환하게 웃으며 이정우와 포옹을 나누었다.
뒤이어 뭐라 뭐라 하면서 옆에 있는 여자를 소개해 주었다.
김명석은 안드레스의 말을 유심히 듣더니,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결혼식에 초대한대.”
“그럼 옆에 계신 분이…….”
“미래의 형수.”
이정우는 형수와 반갑게 인사한 뒤, 시몬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동안 노르웨이 생존자들은 캐나다 생존자들과 함께 지냈다.
구역별로 인구 비율을 맞추다 보니 노르웨이 생존자들과 함께할 수 없었다.
한국의 생존자는 대략 1만 2천 명.
구역 하나에 생존자는 3,000명씩이라서, 한국인은 4개의 구역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160명의 노르웨이 생존자들은 인원이 부족한 캐나다 생존자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했는데, 결혼한다고 그러니 잘 지낸 모양이네요.”
이정우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자, 김명석도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처음엔 캐나다 사람들이랑 서먹서먹하더니, 지금은 오랜 친구처럼 잘 지내.”
뒤에 앉아 있던 결인들은 너도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안드레스는 민망해하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뒤이어 노르웨이어로 얘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가 김명석을 쳐다보자, 김명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보름 뒤에 결혼식 올린다고, 와서 축하해 주면 좋겠대.”
“가야죠, 당연히 가야죠.”
김명석이 이정우의 말을 통역하자, 안드레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활짝 펼쳤다.
결인들은 돌아가며 안드레스와 포옹하고,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했다.
그 뒤로 짧은 안부 인사가 오가고, 안드레스는 현재 시각을 살피며 얘기했다.
“각 나라 대표들, 생존자들 모아서 성대한 파티를 열려고 준비 중인가 봐. 옆 나라 가서 인사해야 한다고, 이만 가본다고 그러네.”
김명석의 통역에 이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김명석 씨도 같이 가는 거예요?”
“그래야지.”
“커피라도 한 잔 드릴까요?”
“괜찮아, 괜찮아. 지금 몇 바퀴 돌면서 너도나도 커피 마시고 가라고 해서 카페인 과다복용 상태야.”
김명석은 호쾌하게 웃으며 아랫배를 문질렀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쓰린 모양이다.
이정우는 안드레스와 형수, 시몬, 김명석을 배웅해 주었다.
통로까지 그들을 배웅한 뒤, 보름 뒤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다시금 결인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옆에 있던 정진영이 입을 열었다.
“결혼이 유행인가?”
“좋은 게 좋은 거지.”
“다들 결혼한다고 난리니까 그러지.”
정진영이 기타를 조율하며 얘기하자,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형은 장가 안 가요?”
“어우, 지겨워. 결혼식 가는 것도 지겨워.”
“안드레스 결혼식 안 가려고요?”
“그건 가야지. 결혼식이 지겨운 거지, 파티가 지겨운 건 아니니까.”
“파티가 목적이에요, 아니면 술이 목적이에요?”
“하하! 비밀!”
정진영은 군침을 닦으며 해맑게 웃었다.
아틀란티스는 알코올이 허락되는 시기가 정해져 있었다.
석 달에 한 번, 구역별 창고에 주류가 생성되었다.
생존자들은 술이 재생성되는 날을 목 빠지게 기다리게 되었고, 자연스레 창고에 술이 생성되는 날은 파티를 여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어쩌면…… 아틀란티스의 일상에 문제가 없는 건 평소에 술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정진영의 반응에 최현은 싱겁게 웃으며 되물었다.
“어떻게 된 게 다들 축제만 기다리는 것 같지 않아요?”
“현아, 그래서 사는 게 재밌는 거야. 사람은 기대하는 게 있어야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거든.”
“쓸데없이 멋있는 말이네요.”
정진영은 벌써부터 파티가 기대되는지, 기타 줄을 튕기며 흥얼거렸다.
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전완수를 쳐다봤다.
“완수 넌 아까부터 뭘 그리 만지작거리냐.”
“잠시만, 이것만 넣으면…….”
전완수가 컨트롤러에 건전지를 집어넣자, 곧 녹색불이 들어왔다.
“됐다, 됐어! 드디어 고쳤다!”
“뭐야 그게?”
“이게 바로 선조들의 유물, RC카다 이거야!”
전완수가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며 고친 RC카와 조종기.
함선에서 찾은 RC카를 보고 금은보화라도 찾은 것처럼 한껏 들뜬 전완수였다.
문제는 고장 난 RC카라는 것.
그걸 전완수 혼자 분해하고 수리하고 용접하며 손을 보더니, 마침내 고친 모양이다.
전완수는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RC카를 들고 산책로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현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읊조렸다.
“저 새낀 사람 되려면 멀었어.”
“놔둬, 저렇게 좋아하는데. 완수는 자동차 없었으면 진즉에 삶의 의욕 잃었을걸?”
설여원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최현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재우랑 혜리, 덕록이랑 희연이는 어디 갔어?”
“각자 데이트하러 갔겠지.”
“벌써 갔다고?”
“신혼이잖아. 자기들끼리 노는 게 재밌겠지.”
“이래서 커플들은…….”
최현은 혀를 끌끌 차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설여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이정우를 쳐다봤다.
“간만에 결인들끼리 모였는데, 금방 흩어졌네요?”
“그러게, 이젠 결인들끼리 이렇게 모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들 각자 위치에서 바쁘니 어쩔 수 없죠.”
설여원의 말에 기타로 잔잔한 곡을 연주하던 정진영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꼭 그거 같지 않아?”
“어떤 거요?”
“학교 다닐 때는 항상 붙어 지내다가, 사회에 나가면서 자주 못 보게 되는 느낌?”
정진영의 말에 이정우와 최현, 설여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있던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약간 그립네.”
“뭐가요?”
설여원이 묻자, 이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다 같이 붙어 지내던 시절.”
“좀비랑 싸우던 시절이 그립다고요?”
“좀비는 싫지만, 밤에 모닥불 피워놓고 기타 치면서 얘기하던 시절은 그리워.”
이정우의 말에 최현과 정진영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시기였지만,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다.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동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처럼, 결인들이 그러했다.
서로서로 다독이고, 응원하고, 지지하며 나아갔다.
그 끝에 평안을 찾을 수 있었고,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진영은 들고 있던 기타를 책상 위에 내려두며 얘기했다.
“그렇게 늙어가는 거 아닐까?”
“늙어?”
“좋은 추억은 노년을 살아가게 만드는 양분이 된다고 하잖아.”
“…….”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결인들 중에 서로를 그리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게 무슨 말이야?”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언제나 가까울 거라고. 그리고 마음이 가까운 만큼, 또 다 같이 모여서 놀 수 있을 거라고.”
정진영의 말에 이정우는 이마를 긁적이며 수긍했다.
최현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맞아요, 우리가 함께했던 6개월은 죽을 때까지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아요.”
“맞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며 무덤덤해질 수는 있지만, 잊히진 않을 거야.”
“너무 보고 싶어지면, 그때 다 같이 모여서 회포나 풀까요?”
“좋지, 좋지.”
정진영이 환하게 웃자, 설여원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얘기했다.
“저 빼고 연락하지 마요. 서운하니까.”
“어우, 당연히 우리 여원 장군님은 있어야지.”
“장군이요?”
“남자들보다 잘 싸우잖아.”
“하하!”
설여원이 박장대소를 터뜨리자, 최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웃음소리 호탕한 거 봐. 웃는 모습도 장군감이네.”
“혼난다?”
“어어? 손, 그 손 내려. 이제 손바닥으로 때리는 거 금지.”
이정우는 일행의 모습을 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예전처럼 모두가 함께하는 건 쉽지 않지만, 이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더 지나면,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날이 오겠지.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흘러 결인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오더라도, 소리결의 이야기는 후세에 전해질 것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 결인들은 지금의 해맑은 모습으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 * *
안드레스의 결혼식 당일.
이정우와 정진영은 간만에 기타를 들고 식장을 찾았다.
안드레스가 축가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정우와 정진영은 어쿠스틱 통기타를 연주하며 팝송을 불렀다.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식장에 모인 생존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다.
축제는 밤이 늦도록 계속되었다.
창고에 주류가 생성되는 날에 맞추어 진행된 결혼식이라서, 활력이 가득한 파티는 밤이 늦도록 계속되었다.
“계란, 계란국 어디 있어?”
전완수는 쓰라린 아랫배를 문지르며 옆에 있는 최현에게 물었다.
이에 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결혼식에 계란국이 있겠냐?”
“아으…… 너무 많이 마셨어. 속 뒤집힌다.”
“그러게 적당히 마셔야지. 힘들면 들어가서 쉴래? 부축해 줘?”
“아우…….”
전완수가 앓는 소리를 내자, 전수연이 다가오며 얘기했다.
“제가 챙길게요.”
“수연이 네가 고생이 많다.”
“부축하는 것만 오빠가 도와주실래요?”
“그래.”
전완수와 최현, 전수연은 숙소로 이동했다.
설여원은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마침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전완수를 숙소에 눕혀두고, 전수연과 최현은 밤거리를 거닐 것이다.
분위기가 잡히면, 전수연은 최현에게 고백하겠지.
이러한 조언을 설여원이 해주었고, 시기 좋게 전완수가 과음까지 해주었다.
‘힘내, 수연아.’
설여원은 속으로 응원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 박재우와 윤혜리, 황덕록과 김희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적당히 눈치 보며 파티장을 벗어날 시기를 엿보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케이크를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최지혜와 박성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정우와 정진영은 다른 대표들과 이야기하기 바쁘고, 이덕배는 이민정을 도와서 파티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웃고 떠들고 즐기는 화합의 장.
따뜻한 분위기.
하지만 그 속에 홀로 남은 느낌.
많은 인파 속에서 느끼는 고독은 천하의 설여원마저 위축되게 만들었다.
설여원은 지금의 씁쓸한 기분을 샴페인과 함께 털어 넣었다.
그리고 말없이,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던 사람처럼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쓸쓸한 밤거리를 거닐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인공 태양이 사라진 자리로 인공 달과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괜스레 생각이 많아지는 밤.
박재형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아픈 곳은 없는지, 혼자 무리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설여원은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머릿속을 배회하는 잡념을 털어냈다.
풀벌레 울음소리 아득히 들리는 밤거리를 거닐며, 설여원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부산 아크로 이동하며 쉬어가던 무렵, 생존자들 사이에 있던 싱어송라이터가 소리결을 위해 만들어준 헌정곡이었다.
잔디밭 눅눅했던
노란 하늘 그 여름의 날
자그마한 초라했던
빛바래진 나의 스무 살
소리결에 퍼지는 고왔던
그 소리를 난 다시 부르네
우리는 가만히 누워서
별을 안으며
영원한 콧노래를 같이 부르네
우리는 가만히 누워서
선에 기대어
조그만 기대를 상상해 보네
(ATTO-소리결)
노래를 흥얼거리며,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상상했다.
박재형과 다시 만나는 그 날을.
함께 웃으며 파티를 즐기는 그 날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