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00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외전 시작과 끝 6화
아이라의 얼굴이 부풀어 오르자, 반으로 쪼개진 탐(貪)의 육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루시퍼를 붙잡고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찌그러진 고무공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아이라의 얼굴은 점점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얼굴만 비정상적으로 커지더니, 곧 자신의 육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먹을 게 없어서 본인의 육체를 뜯어먹는 상황이라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징그럽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광경.
기괴하고, 해괴망측하기 짝이 없었다.
“죽은 게 아니야? 살아 있는 건가?”
루시퍼의 물음에 그의 체내에서 느껴지는 마력을 감지하며 물었다.
“뒤틀린 황천 얼마나 유지할 수 있어?”
“마력이 별로 없어. 앞으로 5분도 유지할 수 없다.”
“받아.”
루시퍼의 체내에 에스파디아와 아슈루의 마력을 흘려보내자, 메마른 대지처럼 쩍쩍 갈라졌던 루시퍼의 갑주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루시퍼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기에, 흑도 명월을 말아쥐며 얘기했다.
“밖에 나가서 뒤틀린 황천 유지하는 데 집중해.”
“어쩔 생각이냐.”
“어쩌긴, 한 방에 녹여버려야지.”
루시퍼는 마른침을 삼키며 탐(貪)의 육체를 바라보더니, 날개를 활짝 펼치며 얘기했다.
“내 도움 없이 처리할 수 있나?”
“뒤틀린 황천만 유지해도 도와주는 거야.”
루시퍼는 두 주먹을 말아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존심이 상한 건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탐(貪)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칠흑 같은 마력은 이전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어중간한 도움은 내 발목만 잡을 게 뻔하다.
이를 루시퍼도 알기에, 반박 대신 내 의견에 따라주는 모습을 보였다.
“밖에서 기다리지.”
고개를 끄덕이자, 루시퍼는 양손을 뻗어 잿빛의 게이트를 열었다.
언노운의 모성으로 통하는 게이트.
루시퍼가 황천 밖으로 나가는 걸 확인하고, 탐(貪)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이제 이곳에 남은 건 나와 탐(貪)이 유일하다.
‘조심하거라. 저건…… 나도 알 수 없는 존재야.’
귓가로 들리는 에스파디아의 목소리에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간만에 진심으로 싸우겠네요.’
‘뭐?’
‘죽은 행성 되살리는 기분으로 마력 좀 개방할게요.’
‘체력이 되겠느냐? 언노운의 모성을 재생하고 시스템 도입까지, 아무리 성배라도 휴식이 필요해.’
‘마지막이에요.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고, 놓칠 수도 없습니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어. 네 육체와 정신은 신이 아니다, 인간이란 말이다.’
에스파디아의 말을 듣고 싱겁게 웃으며 되물었다.
‘인간의 몸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해보겠다는 겁니다.’
‘내 말뜻을 모르겠느냐? 죽을 수도 있단 말이다.’
‘어차피 루시퍼한테 성배 넘기면 죽을 목숨 아닙니까?’
‘…….’
에스파디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체념과는 다른 느낌.
에스파디아의 감정이 느껴지는데,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생각을 차단해 둔 것 같은데…….
에스파디아 이 녀석, 내게 얘기하지 않은 꿍꿍이라도 있는 건가?
됐다, 됐어.
어차피 끝이 정해진 상황.
고민해서 뭐하겠는가?
뒤이어 에스파디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음마저 거스르겠다는 거냐?’
‘거스르겠다는 게 아닙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거지.’
‘……네 친구들의 기분을 알겠구나.’
‘친구들요?’
‘보는 사람이 더 불안하고 걱정돼.’
에스파디아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을 뿐이에요.’
‘이미 네 육체는 한계에 다다랐다. 일단 황천 밖으로 나가서 회복부터 하고…….’
‘그럼 루시퍼가 못 버티겠죠.’
‘…….’
덤덤하게 얘기하자, 에스파디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도 루시퍼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고마워요, 걱정해 줘서. 덕분에 옛날 생각도 나고 좋네요.’
‘옛날 생각?’
‘소리결 사람들이요. 정우 형도 그렇고 여원이도 그렇고, 항상 걱정부터 했잖아요.’
‘…….’
‘그만큼 에스파디아 당신도 제가 좋아졌나 봐요?’
‘농담이나 할 때가 아니야. 이미 탐(貪)을 처리하기 위해 너무 많은 마력을 소진했어.’
에스파디아의 말이 맞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명월을 말아쥔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성배라도, 권능을 연발하는 건 힘겨웠다.
게다가 언노운의 모성을 재생하고 시스템 도입이 완료될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았기에, 이미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에스파디아는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저번에 얘기했죠?’
에스파디아의 말을 자르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여유는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라고.’
‘…….’
‘마지막이에요 에스파디아. 제가 버틸 수 있도록 성배의 마력을 끌어내 줘요.’
‘…….’
끄어어어어……!!
뒤이어 아이라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탐(貪)의 육체를 모조리 섭취한 아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로 변하더니, 서서히 인간의 형태로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 끝에 나타난 칠흑 같은 육체를 지닌 존재.
저걸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탐(貪)과 아이라의 혼합체.
정확히 무엇이라 특정 내릴 수 없는 혼종이나 다름없었다.
찰박- 찰박-
인간의 형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웅덩이를 맨발로 거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겉모습은 아이라와 닮았지만,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흑도 명월을 말아쥐며 전신의 마력을 분출하자, 놈은 걸음을 멈추고 오른손을 뻗었다.
뒤이어 기다란 창이 생성되고, 놈은 양손으로 무기를 쥐며 읊조렸다.
“사형.”
훙-
“……!”
눈 깜짝할 새에 코앞으로 접근한 아이라.
이에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허리를 뒤로 젖혔다.
후욱-!!
뒤로 넘어지다시피 허리를 젖힌 덕에 간신히 회피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뒤이어 창끝에서 분출된 이질적인 마력이 뒤틀린 황천의 끝으로 뻗어 나갔다.
저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다면……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뒤이어 아이라의 시선이 내게 이동하는 걸 느끼고, 황급히 명월을 말아쥐었다.
명월을 휘두를 수 있는 자세가 아니기에, 칼날을 지면에 찍으며 허리를 비틀어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후욱-!
관자놀이를 향해 돌려차기를 시도했지만.
쩍!
놈의 관자놀이가 벌어지며 입이 나타났다.
이에 황급히 다리를 접고 날개를 펼쳤다.
훙-!
힘찬 날갯짓으로 거리를 벌리자, 놈의 안광이 번뜩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신이 입이야.’
귓가로 들리는 에스파디아의 목소리.
전신이 입이라니.
그럼 어디를 때리든 송곳처럼 생긴 이빨이 나타난다는 거야?
‘주먹으로 때려잡는 건 안 된다는 거죠?’
‘잡히면 어떻게 될지 나도 몰라.’
‘저런 놈은 당신도 경험한 적 없나 봐요?’
‘아이라의 사념이 저런 형태로 나타난 것 같은데…… 겉모습은 아이라와 흡사하지만, 저 또한 탐(貪)의 또 다른 형태다.’
뭐가 어떻든, 명월로 상대해야 하는 건가?
이에 검파를 말아쥐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즈즈즉- 즈즈즉!
명월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뜩이자, 아이라는 기다란 창을 말아쥐며 읊조렸다.
“선고한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잿빛의 하늘로 먹구름이 몰려들고, 아이라의 창끝에서 칠흑 같은 어둠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저 기술, 아스모데우스의 기억을 통해 확인한 적 있다.
아이라가 지닌 권능이었다.
아이라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념이라니.
저런 걸 살려두었다가는…… 세상이 멸망할 것이다.
창끝으로 모여드는 마력은 지금껏 경험한 악마들의 마력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육번뇌의 힘과 결합된 마력.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공격이 마지막이라는 걸.
츠으으으으……!
덩달아 전신의 마력을 방출하자, 증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푸른 마력이 명왕의 갑주를 휘감았다.
또한 눈부신 섬광에 둘러싸인 흑도 명월에도 푸른빛이 맴돌았다.
푸른 마력.
아슈루가 힘을 보태고 있었다.
드득- 득- 드드득-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서 있을 뿐인데, 강력한 마력으로 인해 지면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체내의 성배가 진동할 정도로, 극한으로 마력을 개방했다.
곧 아이라는 오른손으로 창을 말아쥐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사형.”
선고와 함께 일직선으로 던져진 창.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일대의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며 쏜살같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두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떠는 게 아니라,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또한 시공간이 뒤틀리며 잿빛 하늘마저 창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회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그렇다면 더 강한 힘으로, 아이라와 함께 날려버려야 한다.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켜고, 도끼눈을 뜨며 흑도 명월을 말아쥐었다.
츠으으으으으으……!
명월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차원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마력 입자가 명월을 감싸며, 일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한계까지 응축된 마력이 한 차례 일렁이는 걸 확인하고, 아이라를 응시하며 읊조렸다.
“받아봐.”
쾅-!!
명월을 휘두르자, 묵직한 파열음과 함께 응축된 마력이 뻗어 나갔다.
명월과 아이라의 창이 부딪치자, 시공간이 뒤틀리며 찰나의 부유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고막을 때리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양팔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고, 두 다리가 짓눌리는 강력한 중력이 느껴졌다.
부족하다.
아이라를 날려 버리기 위해선…… 더 많은 마력이 필요하다.
검파를 으스러지듯 말아쥐고,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쉴 새 없이 명월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기합과 함께 마력을 방출하자, 체내에서 폭발적인 태동이 느껴졌다.
잠들어 있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며 에스파디아와 아슈루의 마력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전신을 더듬는 세포의 생동감과 함께, 흑도 명월에서 폭발적인 마력이 발산되었다.
이 악물고 흑도 명월에 힘을 더하자, 칠흑 같은 아이라의 창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껏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라.
이에 젖 먹던 힘을 다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떵-!
청명한 소리와 함께 아이라의 창이 파괴되고, 정체되어 있던 마력이 드센 해일이 되어 아이라에게 날아들었다.
행성 하나는 순식간에 날려버릴 정도의 마력.
운석 충돌로 인해 바다가 대지를 뒤덮는 것처럼, 그 누구도 저지할 수 없는 압도적인 마력이 아이라를 휩쓸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
두근-
뒤틀린 황천이 깨지지 않도록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루시퍼는 심장으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숨을 토했다.
“커헉……!”
두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입밖으로 핏물이 쏟아졌다.
화아아악-!!
동시에 루시퍼의 머리 위로 황천의 게이트가 열리고,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은 천공을 뚫고 수직으로 뻗어 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마력.
이는 우주까지 뻗어 나가더니,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행성들을 꿰뚫는 모습을 보였다.
루시퍼는 양손으로 심장을 부여잡으며 힘겹게 허공을 쳐다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마력과 파괴력이었다.
뒤틀린 황천을 뚫고 나오는 마력이라니.
심지어 천공을 뚫고 우주까지 뻗어 나간 것도 모자라서, 타 행성마저 파괴했다.
쉴 새 없이 뻗어 나오던 마력이 서서히 사라지자, 루시퍼는 속이 텅 빈 느낌을 받았다.
루시퍼의 황천이…… 소멸되었다.
‘인간은?’
루시퍼는 식은땀을 흘리며 황천을 살폈다.
황천의 대지는 사라지고, 빛 한 점 들지 않는 텅 빈 공동만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서서히 바스러지는 황천.
앞으로 몇 분 이내에, 황천은 완전히 소멸할 것이다.
루시퍼는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윽고 저 멀리, 은은한 월광을 내뿜는 흑도 명월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그곳으로 이동하자, 무중력의 황천에서 하나의 통통배처럼 둥둥 떠다니는 박재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명왕의 갑주는 가루가 되어 파괴된 상태였고, 흑도 명월도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이봐, 이봐!”
루시퍼는 황급히 박재형의 곁으로 날아가 그의 상체를 흔들었다.
박재형은…… 눈을 뜨지 않았다.
쿠르릉- 쿠르르르릉-
황천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늑장 부릴 여유가 없기에, 루시퍼는 박재형을 품에 안고 황급히 언노운의 모성으로 이동했다.
황천 밖으로 나오자, 간발의 차로 게이트 입구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루시퍼의 황천이 사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루시퍼는 박재형을 바닥에 눕히며 연신 흔들었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인마!”
“…….”
“인간!!”
번쩍!
그 순간, 박재형이 두 눈을 번쩍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루시퍼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인간. 괜찮은 거냐?”
박재형의 표정과 행동에서 어딘지 모를 괴리감이 느껴졌다.
루시퍼는 박재형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는…….”
“시간이 없다.”
박재형의 눈에서 푸른 이채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보다 이 목소리.
이는 루시퍼에게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에스파디아가 박재형의 신체 제어권을 가져왔다.
“에스파디아, 에스파디아 당신입니까?”
“루시퍼, 성배를 받을 준비는 되었느냐?”
루시퍼가 멍한 표정을 짓자, 에스파디아는 루시퍼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근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준비되었냐고 물었다.”
“자, 잠깐. 잠깐만요 에스파디아, 인간이 이상합니다.”
“무엇이 말이냐.”
“심장의 고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루시퍼의 말에 에스파디아는 턱을 치켜들며 얘기했다.
“이 녀석의 심장은 예전에 파괴되었다. 성배가 약해진 지금, 네게 넘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예? 그럼 이 녀석은…….”
“한낱 인간의 육체다. 필멸의 존재에게 동정심이라도 생겼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