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41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윤혜리와 김희연은 다급히 달려와 쓰러진 일행을 질질 끌고 복도로 향했다.
난 모두가 빠져나갈 때까지 변종을 붙잡고 죽기 살기로 버텼다.
팔에 힘을 빼는 순간 간신히 잡아둔 변종의 머리는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그럼 두 번 다시 기회는 없다.
정진영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에, 난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그냥 던져요!”
정진영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난 도끼눈을 뜨며 외쳤다.
“던지라고!”
정진영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있는 힘껏 변종을 향해 화염병을 투척했다.
챙그랑!
화르륵!!
변종의 하체에 불이 붙자, 놈은 비명을 내지르며 더욱 거세게 발악하기 시작했다.
젖먹던 힘을 다해 이 악물고 버티자, 두 번째 화염병이 변종의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변종의 발악으로 인해 내 신발과 바지에도 불이 옮겨붙고, 후끈거리는 열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리다.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에 숨도 쉴 수 없었다.
화상을 입어가며 변종과 싸우는 건 초인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
하체에 불이 붙자,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외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로?
그러다 문득, 난간 너머의 4층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상체는 반쯤 난간 밖으로 나간 상태가 아닌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변종의 목을 쥐고 그대로 뒤로 누웠다.
변종의 목을 동아줄처럼 여기며, 놈의 머리와 목을 쥐고 공중에 매달렸다.
드득! 떡!!
변종의 경추에서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려왔다.
변종의 기다란 팔과 어깨는 난간 사이에 걸렸기에, 내 몸무게를 오직 머리로 지탱하고 있었다.
카각! 키에엑! 칵!
변종의 성대에서 울리는 진동이 겨드랑이와 팔꿈치로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손이 미끄러지면 놈의 치아에 씹힐 것이다.
챙그랑!
정진영과 윤혜리는 쉬지 않고 화염병을 투척하고, 난 변종이 발악하지 못하도록 세차게 전신을 흔들며 목을 조였다.
뜩! 뜨득, 떡! 떠걱!
그네를 타듯이 앞뒤로 흔들자, 변종의 목에서 뼈마디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변종이 머리가 먼저 빠지느냐, 아니면 내가 먼저 추락하느냐의 문제.
변종의 팔은 난간에 걸린 나머지 나를 공격하지도 못하고, 고통에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계속 던져!”
공중에 매달린 채 외치자, 정진영은 변종의 살점이 눌러붙을 때까지 쉴 새 없이 화염병을 투척했다.
오징어를 굽는 듯한 묘한 냄새가 계단을 가득 채우고, 그 속으로 휘발유 냄새가 진동했다.
정진영은 얼마 남지 않은 휘발유로 임시방편의 화염병을 만들었다.
변종의 몸에서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단단하던 경추의 촉감도 사라지고, 밧줄처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변종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케에에에…… 카학-!
변종의 목에서 쇳소리와 함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변종이 기력을 다한 지금,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한다.
난 젖먹던 힘을 다해 다시 한번 변종의 목을 비틀었다.
떠걱!!
변종의 경추가 부러지며 버둥거리던 왼팔이 축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익숙한 시스템 창이 눈앞으로 떠올랐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50/200.
아직 안도하기엔 이르다.
변종은 처리했는데, 내가 빠져나갈 퇴로가 없다.
공중에 매달린 채 밑을 바라보자, 난간 사이로 1층에 자욱하게 퍼진 안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추락하면 끝이다.
앞뒤로 몸을 흔들며 4층 계단을 응시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난간 사이로 추락할 것이다.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켜며 4층 계단으로 몸을 날렸다.
뻑!
“크윽!”
자세가 불편한 탓에, 뒤로 엎어지듯 떨어졌다.
발목과 옆구리, 등, 팔꿈치로 짜르르 울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1층으로 추락하지 않은 게 어디인가?
또한 새까맣게 타버린 좀비들의 시체 덕분에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전신으로 퍼지는 짜릿한 통증과 비명을 지르는 근육의 호소를 외면한 채, 변종의 모습을 살폈다.
거꾸로 매달린 채 덜렁거리는 목이, 벽시계의 추처럼 앞뒤로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끔찍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싹함을 느꼈다.
홀로그램은 변종이 죽었다고 했지만, 놈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에 안심할 수 없었다.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놈의 덜렁거리는 머리에 박힌 손도끼를 뽑아 들었다.
떡! 떡! 떡! 쩌덕!
뽑아든 손도끼로 장작을 패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도끼질을 가했다.
목덜미에서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선혈에 눈살을 찌푸리며 연달아 도끼질을 가했다.
쩍!!
마침내 변종의 머리가 떨어지자, 4층 난간, 3층 난간, 2층 난간에 부딪히며 1층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머리가 잘려나간 변종의 시신을 확인한 뒤에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를 내려놓았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귓가로 들리는 이명과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시야로 인해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재형아!”
힘겹게 고개를 들고 옆을 돌아보자, 이곳으로 달려오는 이정우와 설여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현과 전완수는 정진영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정우와 설여원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하체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풀리며 전신에 쌓인 피로가 몰려오고 있었다.
윤혜리는 내 오른쪽 종아리를 보고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화상을 입어서 피부의 질감이 변했다.
윤혜리와 김희연은 얼음물과 물수건을 가지러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이정우는 내 하체를 살피더니, 5층 복도에 눕히며 얘기했다.
“이제 나한테 맡겨. 걱정하지 말고.”
이정우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내 오른쪽 다리에 양손을 얹었다.
뒤이어 이정우의 양손에서 은은한 빛이 맴돌며 화상 부위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에 쇳소리를 뱉으며 얘기했다.
“형, 저 갈비뼈부터.”
“왜, 갈비뼈도 다쳤어?”
“제일 밑에 갈비뼈, 부러진 거, 같아요.”
뼈가 부러져서 그런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숨도 똑바로 쉴 수 없었다.
이정우는 두 손을 내 가슴에 얹으며 치료를 시작했다.
이젠…… 손가락 하나도 못 움직이겠다.
난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복도를 가득 채운 퀴퀴한 냄새에 집중했다.
긴장감이 가시자, 서서히 오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청각과 후각이 돌아오고, 시야가 서서히 넓어졌다.
가장 먼저 느껴진 감각은 당연하게도 통증이었다.
지쳐버린 육신으로 인해 눈꺼풀을 드는 것도 버거웠다.
두근거리는 심장과 거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정우의 치료에 몸을 맡겼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복도에서 치료를 받은 건 기억나는데, 그 뒤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육체를 극한으로 사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기절한 모양이다.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벽면에 걸린 시계를 살폈다.
시침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푹 자고 일어나도 어젯밤의 피로는 가시지 않았고, 오른쪽 다리는 여전히 욱신거렸다.
다리의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키자, 양동이를 들고 동아리방으로 들어오는 윤혜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윤혜리는 내 모습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달려왔다.
“오, 오빠! 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윤혜리는 황급히 복도로 나가 이정우를 데려왔다.
이정우는 내 모습을 보고 손가락을 펼치며 물었다.
“재형아 이거 몇 개야. 몇 개로 보여.”
검지와 중지를 펴고 좌우로 흔든다.
몽롱한 정신으로 인해 이마를 짚으며 2개라고 대답했다.
이정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너 이틀이나 누워있었어.”
“네?”
늦잠 자고 일어난 줄 알았는데, 기절했다가 이틀 만에 일어났다고?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묻자, 이정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사투로 지친 일행은 어제 하루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다른 일행은 이정우와 정진영의 치료로 금세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난 도통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과로로 인한 후유증인가?
이정우는 내 우측 종아리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상처는 깨끗하게 아물었어. 불편한 곳은 없어?”
“아…… 네. 괜찮아요.”
“쉬어. 좀 더 안정을 취하는 게 좋겠어.”
뒤이어 동아리방 방문이 열리며 김희연이 들어왔다.
김희연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아요? 다리는 좀 어때요.”
“괜찮아.”
A팀은 여기 있는 것 같은데, B팀은 어디 간 거지?
“다른 사람들은?”
“실습실 갔어요. 완수 오빠가 오늘은 한 대라도 완성해야 한다고 하도 우겨서요.”
윤혜리는 얼음물에 수건을 적시며 대답했다.
중형차 개조가 끝나가는 단계였으니, 잘하면 오늘 시범 운전을 할 수도 있겠다.
윤혜리는 내 다리에 물수건을 갖다 대며 물었다.
상처는 아물었는데, 아직 부기가 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지금도 아파요?”
“아프진 않고, 살짝 얼얼한 정도.”
그러자 윤혜리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왜 저러지?
뒤이어 입술을 달싹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미안해요. 아무런 도움도 안 돼서.”
라스트아크를 플레이하지 않은 평범한 생존자.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 있으니, 윤혜리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윤혜리의 이마에 꿀밤을 날렸다.
“아! 왜 때려요?”
“표정만 보면 누구 죽은 줄 알겠다.”
“…….”
“충분히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자, 윤혜리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뒤이어 옆에 있던 이정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문제가 하나 있어.”
“어떤 거요?”
“태양광 패널이 절반 정도 망가졌어. 전력 수급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아.”
옥상에서 마주한 변종은 태양광 패널을 마구잡이로 짓밟으며 달려들었다.
그때 망가진 모양이다.
씁쓸한 마음에 입맛을 다시며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네가 왜 사과해?”
“제가 옥상만 안 갔어도 전력 공급에 차질은 없었을 텐데.”
“그런 생각하지 말고 같이 대책이나 마련하자고.”
이정우는 싱겁게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왈!
뒤이어 활짝 열린 동아리방으로 장군이가 달려오며 꼬리를 흔들었다.
변종을 보고 오들오들 떨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금세 기운을 되찾았다.
장군이를 번쩍 들어 가슴에 올린 뒤,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짜식, 명줄도 기네.”
장군이는 쉴 새 없이 내 얼굴을 핥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처음엔 반대했지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마스코트.
장군이 덕분에 웃는 날이 많아졌다.
“일어났냐.”
뒤이어 대걸레를 들고 들어오는 최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 청소했는지 몰라도, 최현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난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넌 실습실 안 갔어?”
“건물에 좀비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잖아. 치울 사람은 있어야지.”
“…….”
“아 참, 이제 1층도 안전해.”
건물을 청소하는 김에 1층까지 내려갔다 온 모양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설명을 덧붙였다.
“1층 식당도 확인했어.”
“혹시 식량은…….”
“냉동창고는 먹통인데 식당에 있는 냉장고 두 대는 멀쩡하더라고.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돌리고 있었나 봐.”
“그럼…… 냉장고에 식량은 남아있어요?”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묻자, 이정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오늘 저녁은 돈가스다.”
(신)학생회관 1층 식당의 대표 메뉴는 돈가스.
이정우의 말에 따르면 냉장고 두 대에 돈가스가 가득 있다고 한다.
드디어 밥 같은 밥을 먹을 수 있는 건가?
지금껏 음식에 설레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윤혜리는 돈가스라는 말에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더니,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장군이는 뭔지 몰라도 주인이 기뻐하니, 덩달아 꼬리를 흔들며 쉴 새 없이 내 얼굴을 핥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