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65화
대장 좀비 조성훈.
그는 이하진이 데려온 대학생들의 일부를 섭취하고, 남은 녀석들은 좀비로 만들어서 수하로 부려먹었다.
하지만 실개천 생존자들과의 전투에서 300마리의 수하를 잃었다.
거세게 저항하는 생존자들을 모조리 죽이고, 잃은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파트에 숨어 있을 생존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이미 담벼락을 부수고 사라진 상태.
그들을 뒤쫓으려 했지만, 조성훈으로선 부담이 컸다.
남은 군사는 적고, 탈출한 생존자들의 숫자는 알 수 없으니까.
결국 재정비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조성훈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멀어지는 버스를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얘기했다.
“일단 저것들 따라가자.”
“지금? 따라가서 어쩌려고.”
“뭐라도 찾은 게 있으니 이동하겠지.”
전투가 끝나고 멀쩡한 좀비들을 찾아 동네를 이 잡듯이 살피는 와중, 조성훈의 머릿속으로 정찰병이 사망했다는 정보가 떠올랐다.
정찰병이 죽었다는 건 누군가가 아파트로 돌아왔다는 뜻.
다급히 아파트로 돌아온 조성훈의 눈에 들어온 건, 그에게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사과대에서 놓친 라스트아크 플레이어들.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놈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성훈은 멀어지는 차량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급히 떠나는 걸 보면…… 뭔가 위협을 감지한 거야.“
생존자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당연히 좀비였다.
그리고 조성훈의 입장에서 좀비는, 본인의 세력을 넓히는 수단이었다.
* * *
이덕배는 고등학교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주었다.
칠흑 같은 어둠과 자욱한 안개로 인해 상향등을 켜도 시야가 흐렸다.
바짝 긴장한 채 얼마나 이동했을까.
뒤이어 높다란 언덕과 함께 공사 중인 차도가 눈에 들어왔다.
길을 새로 닦다가 말았는지, 반은 아스팔트가 깔리고 반은 비포장도로였다.
“저기, 저쪽!”
이덕배는 조수석에 앉아 쉴 새 없이 손가락과 입을 놀렸다.
이현배와 천호진은 버스에 탑승했지만, 이덕배는 내가 운전하는 중형차에 탑승했다.
이덕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핸들을 틀자, 저 멀리 화염이 일렁이는 고등학교의 모습이 육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어어!!
차량의 유리를 모두 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 우렁찬 울음소리에, 반사적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숫자는 확인할 수 없지만, 울음소리만 들어도 족히 수백 마리는 될 것 같았다.
뒤이어 눈 깜박할 새에 눈앞으로 드리우는 수십 마리의 인영.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성을 잡는 데 2초도 걸리지 않았다.
부아아아앙!!
안일해진 마음에 채찍질을 가하며,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쾅!! 콰각! 쾅!
순식간에 강판에 부딪혀 반으로 갈라지는 좀비들.
차량 유리로 쏟아지는 붉은 선혈.
늦은 밤 도로 위에서 고라니를 들이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드드득- 콰각! 쾅! 콰각!
듣기 거북한 걸쭉한 소리와 두 팔이 떨리는 진동이 고스란히 차내로 들어왔다.
이러다 차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좀비들을 밀고 들어가면서도 불현듯 날아드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족히 40마리는 밀고 들어온 것 같은데, 점점 그 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치지직- 칙-
-재형아! 좌측으로 돌아!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덕배가 무전기를 손에 쥐며 외쳤다.
“학교는 오른쪽이야!”
-지금 우측으로 돌면 차 전복돼요! 앞에 좀비들 너무 많습니다! 일단 분산시켜야 돼요!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직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단지가 을씨년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좌측으로 핸들을 돌리자, 앞바퀴에 깔리는 좀비들의 감촉이 고스란히 손끝으로 전해졌다.
전완수의 말대로 좌측의 4차선 도로로 들어서자, 좀비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뒤이어 전완수의 무전이 들려왔다.
-재형아, 넌 위쪽으로 이동하고 정우 형은 아까 왔던 로터리로 돌아가세요. 제가 정문으로 들어갈게요.
“저걸 어떻게 혼자 밀겠다는 거야? 아무리 버스라도 저 물량은 못 버텨!”
말도 안 되는 브리핑에 대뜸 열을 내며 외치자, 전완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러겠냐? 이동하면서 경적 울려.
“경적?”
-덕배 아저씨 구출할 때 기억 안 나?
이덕배를 구출할 당시, 좀비들은 100m는 떨어진 거리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를 들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로 진입하면서 좀비들의 감각이 1.5배 증가한 탓도 있지만, 고막을 찌르는 파찰음은 좀비들이 쉽게 자극받는 경향이 있었다.
전완수의 방안이 최선이긴 하지만, 난 혹시 모를 변수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대장 좀비가 여기 있으면 어쩌려고? 대장 좀비가 흩어지지 말라고 지시하면 우리만 손해야! 확률적으로 생각해도…….”
-그놈의 확률! 기름 아깝게 뺑이 돌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되냐? 저것들 자동차 소리랑 불빛 보고 이쪽으로 기어 나오는 거 보면 모르겠어? 여기 대장 좀비 없다고! 저것들 수하 아니라는 뜻이잖아!
내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뒤에 있던 설여원과 최현이 입을 열었다.
“재형아, 지금은 완수 말대로 해보자.”
“완수가 이상할 때 비상한 놈이잖아.”
도박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건가?
생각보다 좀비들의 숫자도 지나치게 많고, 별다른 수가 없기에 지금은 전완수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난 무전기를 들고 이정우에게 물었다.
“정우 형도 완수 브리핑 들었어요?”
-채널 연결돼 있어. 다 들었다.
“셋 세고 흩어집니다. 하나, 둘, 셋!”
부아아아앙!!
우측으로 회전하며 사이드미러를 살폈다.
뒤따라오던 이정우는 좌측 내리막길로 이동하고, 전완수는 유턴을 시도했다.
짙은 어둠으로 인해 사이드미러로 물체는 분간할 수 없지만, 차량의 라이트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난 언덕을 오르며 저 멀리 보이는 고등학교의 모습을 살폈다.
어느새 3층 전체를 휘감은 불꽃.
일렁이는 화염으로 인해, 우리를 따라오는 좀비들의 인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전완수의 말이 맞나?
저기 있는 놈들은 대장 좀비의 수하가 아니야?
고민해 봐야 지금 당장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하기로 했으면 행동으로 옮겨야지.
빠아아아아앙!!
경적을 울리며 언덕을 크게 돌아 고등학교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빠아아아앙-
저 멀리, 내리막길의 끝에서 좀비들을 유도하는 이정우의 경적도 들려왔다.
전완수는 버스에 가속을 더하며 일직선으로 길을 뚫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어!!
경적을 들은 좀비들이 학교의 담장과 쪽문, 후문을 넘어 내가 운전하는 중형차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극에 반응하는 좀비들.
전완수의 말이 맞았다.
이곳에 대장 좀비는 없다.
콰광! 콰가각! 쾅!
범퍼에 부착한 강판과 철근에 뼈마디가 으스러지고, 찢기고, 뜯기는 좀비들.
충격으로 인해 핸들을 쥐고 있는 손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리고, 어깨가 결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이덕배는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내게 물었다.
“이제 어떡해? 이렇게 빙빙 돌기만 할 거야?”
“좀비들 숫자부터 줄여야죠! 지금 건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버틸지 모르잖아?”
이덕배는 본인의 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뒤에 있던 설여원이 조수석 목 받침을 양손으로 쥐며 얘기했다.
“건물로 들어가더라도 문제는 또 있어요. 생존자들의 위치를 모르잖아요. 내부에도 좀비들은 많을 거고, 화염 때문에 수색도 어려워요.”
“그렇다고 이렇게 빙빙 돌기만 할 거야?”
설여원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심에 잠긴 모습을 보이더니, 내 어깨를 톡톡 치며 물었다.
“재형아, 무슨 방법 없을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오른손으로 핸들을 쥐고, 왼손으로 경적을 울리고, 두 눈은 사방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무슨 생각을 해?
길이라도 익숙한 곳이면 모르겠는데, 핸들을 틀 때마다 낯선 길이 나오니 순간순간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동공은 점점 더 넓어지고, 두 눈을 깜박일 여유조차 없었다.
가뜩이나 앞도 잘 안 보이는데, 중간중간 도로에 널브러진 장애물이나 낙석 등도 신경 써야 하고, 좀비들이 무더기로 뭉쳐 있는 곳은 피하며 이동해야 한다.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1초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차량이 전복되고, 여기 있는 모두가 사망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수십 마리의 좀비를 차량이 밀고 들어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은 엔진과 바퀴로 움직이는 게 자동차였다.
바퀴 밑에 좀비가 껴도 낭패고, 엔진의 마력이 좀비 떼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해도 끝이다.
멈추지 말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
차량이 멈춘다는 것은, 우리의 숨이 멎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난 정면을 주시하며 외쳤다.
“너희가 생각해! 난 운전하기도 힘들다고!”
그러자 뒤에 있던 최현이 손가락을 튕기며 외쳤다.
“아! 방법 있다! 경적!”
“울리고 있잖아 새꺄!”
“아니 코리안 스타일로 울리라고! 대한민국! 짝짝! 짝짝! 짝! 그럼 반응하지 않을까?”
월드컵 응원?
고등학교에 있는 생존자들이 의도를 파악하고 반응할까?
‘에이 씨, 이젠 나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빠앙! 빵빵! 빵!
경적을 울리며 뒷길을 내달리자, 오래 지나지 않아 호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빵빵- 빵빵- 빵-
버스의 경적이었다.
생존자들은 응답하지 않고, 정면을 뚫고 있는 전완수가 응답하고 있었다.
생존 신고로 착각한 건가?
난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다른 방법 없어?”
“계속 울리면 반응하지 않을까?”
눈살을 찌푸리며 학교의 뒷길을 내달리는 찰나, 옥상에서 번쩍이는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옥상에서 번쩍이는 빛은 휴대폰의 손전등 기능처럼 새하얀 빛이었다.
두 눈을 홉뜨며 옥상을 살피자, 흐릿하게나마 다수의 인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불빛을 점멸하고 있었다.
긴가민가한 마음에, 다시금 경적을 울렸다.
빠앙! 빵빵! 빵!
번쩍! 번쩍번쩍! 번쩍!
생존자다.
이덕배도 이를 파악했는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위에 사람, 사람! 사람 있어!”
보긴 봤는데, 저기까지 어떻게 들어간단 말인가?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옥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막혔다.
좀비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생존자들이 고의로 불을 낸 건가?
안개 때문에 주변 지형을 살피기도 어려우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
그 순간, 옥상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목소리.
하지만 웅얼거림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그러자 이덕배는 대뜸 창문을 내렸다.
뜨거운 열기가 차내로 들어오고, 퀴퀴하고 알싸한 냄새에 기침이 터져 나왔다.
눈살을 찌푸리며 어서 닫으라고 외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덕배는 옥상을 쳐다보며 외쳤다.
“예정아! 예정아!!”
“……!”
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이덕배.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웅얼거림에 가까웠다.
이덕배는 기침과 함께 창문을 올리며 화끈거리는 얼굴을 양손으로 문질렀다.
뒤이어 기대 어린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생존자, 생존자야! 분명한 생존자라고!”
반면에 난 혐오감을 담아 이덕배를 흘깃 쳐다봤다.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내가 눈으로 욕하는 걸 이덕배도 느꼈는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
“재형 학생,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내 딸, 내 딸이 저기 있을지도 몰라.”
“…….”
“일단 구출부터 어떻게…….”
“그만하세요!! 3층에 불붙었는데 저길 어떻게 올라가냐고! 우리더러 다 죽으란 겁니까? 예?”
언성을 높이자, 설여원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손끝에서 진정하라는 의도가 느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두 눈을 부라리며 이를 갈았다.
잠시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차량이 전복될 것이다.
고등학교의 뒷길은 도로도 제대로 닦이지 않아서 비포장도로의 상태였고, 지금 당장 멧돼지가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런데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는 짧지, 좀비들은 쉴 새 없이 들이받지, 도로 폭은 좁지, 화염 때문에 몸은 뜨겁지, 방금 창문을 여는 바람에 숨쉬기도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 뭐?
생존자 구출?
최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재형아, 일단 차 돌려서 후문 쪽으로…….”
“조용.”
참다못해 터지고 말았다.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싸늘하게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