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6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66화
여기서 어떻게 차를 돌려?
끝까지 나가든가, 후진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일방통행 비포장도로란 말이다.
길이라도 제대로 닦여 있을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주변은 농경지나 다름없었다.
울퉁불퉁한 길 때문에 전신이 들썩였다.
천장에 정수리를 부딪치기 일쑤.
그런 길에서 60㎞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심지어 좀비들의 숫자도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좀비 떼는 많아 봐야 200마리.
그것도 전부 처리하지 못해서 드론을 이용해 미대 쪽으로 시선을 분산시켰다.
당시에는 지형이라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지, 여긴 뭐가 있는데?
좀비들의 숫자만 족히 1000마리는 되는 것 같고, 육탄전을 벌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존자를 구출하려면 어떻게든 좀비들의 숫자부터 줄여야 한단 말이다.
그런데 계속 생존자, 생존자, 생존자.
운전하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얘기하는 이덕배에게 짜증을 안 낼 수가 없었다.
내가 냉소적인 표정을 짓자,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크어어어어어어!!
그러거나 말거나, 좀비들은 쉴 새 없이 차량에 달려들었다.
빠아아아앙!
그 순간, 맞은편에서 차량의 경적이 들려왔다.
이정우가 운전하는 승합차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후진하기에는 너무 많이 들어왔다.
빠아아아앙!!
나 역시 부술 듯이 경적을 울렸다.
내가 속도를 줄이지 않자, 앞에 있던 승합차는 다급히 후진하기 시작했다.
이정우가 뿜어내는 상향등으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좌측은 경사가 가파른 산지, 우측은 높이 3m의 절벽.
절벽의 앞으로 고등학교의 담벼락이 위치한다.
조금이라도 바퀴가 헛돌면 담벼락과 절벽 사이에 차량이 껴서 이도 저도 못 하게 된다.
난 다급히 무전기를 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불 꺼! 불 끄고 후진해!”
그러자 정면에 있던 승합차의 상향등이 꺼지고, 흐릿하게나마 길의 테두리가 육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젠장……!’
하지만 어둠에 적응했던 눈이 밝은 빛을 받아서 그런지, 이전보다 시야가 흐려졌다.
* * *
어둠에 적응하기 위해 두 눈을 세차게 껌벅였다.
핸들을 조금만 늦게 돌렸어도 우측 바퀴가 절벽 밑으로 빠졌을 것이다.
간신히 비포장도로의 끝에 다다르자, 2차선의 아스팔트 도로가 나왔다.
깨끗하게 닦인 도로로 나온 뒤에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난 이정우와 나란히 달리며 무전기를 들었다.
“형! 완수는 어떻게 됐어요?”
-정문으로 들어갔어! 운동장에서 좀비들이랑 싸우는 것 같아!
“내리막 쪽 좀비들은 정리됐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뭐가 보여야 정리가 됐는지 안 됐는지 알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데 뭘 어떻게 아냐고!
이정우도 예민해진 상태였다.
착잡한 마음에 머릿속도 혼란스러워졌다.
뒤이어 무전기 너머로 이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생존자 있는 거 맞아? 사람이 있어도 벌써 죽었을 거 같은데?
“옥상에 생존자 있는 거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불길 때문에 올라갈 방법이 없어요!”
-씨X!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하던 이정우의 입에서도 욕설이 나왔다.
아무리 화가 나도 욕은 안 하던 사람인데, 대뜸 욕설을 내뱉으니 나도 당황스럽다.
구출이고 뭐고, 지금은 우리의 목숨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좀비카로 좀비들을 죽이는 게 아니라, 차에 갇혀 죽기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크어어어어어어어!!!
카하아악!!! 카학!!
하지만 잠깐의 여유도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정면에서 좀비들의 포효가 들려왔다.
이 동네 주민들이 전부 좀비로 변하기라도 한 건가?
죽여도 죽여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야, 밟아.
“네?”
무전기에서 차갑게 내려앉은 이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개새끼들 깡그리 죽여버리라고!
2차선 도로를 막아선 좀비들.
나란히 달리는 승합차와 중형차.
좀비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기 좋은 내리막 경사.
좋아, 까짓거.
이정우와 나란히 달리며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부아아아아앙!!!
RPM이 폭발하며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꽉 잡아!!”
일행에게 외치자, 차내에 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손에 잡히는 아무거나 잡았다.
콰과과과과과과광!!
믹서기에 갈리는 과일처럼, 곤죽이 되는 좀비들의 모습을 앞 유리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잘려나간 신체 부위가 차량 유리로 쏟아지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로 너덜거리는 살점과 선혈을 밀어냈다.
미친 듯이 펌프질을 가하는 엔진처럼, 내 심장도 격하게 뜀박질 치기 시작했다.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좀비들, 좌우로 갈리고 짓밟히며 육전이 되는 좀비들, 휠에 달린 칼날에 도륙되는 좀비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며 이마 위로 핏줄이 솟아났다.
참담함? 잔혹함?
그런 인간적인 감상은 들지 않았다.
광기와 분노로 점철되어,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여!!”
“밀어!!”
욕설을 내뱉으며 액셀을 밟자, 뒤에 있던 설여원과 최현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쾅!! 콰과과곽!! 드득! 카가각!!
폭풍우를 뚫고 나아가는 범선처럼, 거친 파랑에 전신이 들썩였다.
바퀴에 깔리고 짓이겨진 좀비들의 육체에서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거북한 소리가 들려오고, 창가로 뿌려지는 붉은 선혈은 내 안의 광기를 불러일으켰다.
차량이 들썩일 때마다 앞에 달린 강판은 지면에 긁히며 고막을 찌르는 파찰음을 울리고, 좀비들의 시신이 깔릴 때마다 축간거리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두 눈에 실핏줄이 터졌는지, 따끔거리는 느낌과 함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두 눈을 깜박일 여유조차 없었다.
핸들을 쥐고 있는 양팔은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떨리고, 차량이 세차게 들썩일 때마다 액셀을 밟고 있는 오른발에서 부유감이 느껴졌다.
고통과 두려움이 전해주는 무수히 많은 감각을 외면한 채, 좀비들을 죽이는 일에만 집중했다.
“브레이크! 브레이크!!”
옆에서 이덕배의 외침이 들려왔다.
곁눈질로 내비게이션을 살피자, 앞에 길이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도로의 상태를 육안으로 살피는 건 불가능하기에, 내비게이션에 의지한 채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이익!!
“꺄악!”
이덕배는 대시보드에 이마를 받았고, 뒤에 있던 설여원과 최현은 상체가 앞으로 기울며 앞 좌석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나 역시 경추에서 뚜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짜르르 울리는 통증이 느껴졌고, 반사적으로 미간이 구겨졌다.
좌측을 살피자, 이정우가 운전하는 승합차도 지면에 스키드 자국을 그리며 멈춰서는 모습을 보였다.
텅! 터덩! 텅!
크어어어어!!
하지만 살아남은 좀비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차량의 뒤 범퍼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재빨리 후진기어로 바꾸고 다시금 액셀을 밟자, 뒷목을 잡고 있던 모든 일행이 윽! 하는 비명을 내뱉었다.
쾅! 퍼벅! 쾅! 드드득- 덜컹!
뒷바퀴로 좀비들을 짓밟고, 세차게 핸들을 돌리며 주변에 남은 좀비들을 공격했다.
바퀴 휠에 달린 칼날이 쉴 새 없이 회전하며 좀비들의 정강이를 도려냈다.
차량에 달라붙는 좀비가 없어질 때까지 회전을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나 발악했을까.
더는 두 발 딛고 선 좀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차량에 사이드브레이크를 걸고 일행의 상태를 살폈다.
“다들 괜찮아?”
“아으…….”
다들 앓는 소리를 내며 뒷목을 잡고 있었다.
치지직- 삑-
-괜찮아? 다친 사람은.
뒤이어 이정우의 무전이 들어왔다.
난 뻐근한 목덜미를 주무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주변 좀비들은 얼추 정리됐는데, 교내의 상황이 걱정이다.
난 무전기를 쥐고 얘기했다.
“완수야, 완수야 들려?”
전완수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에 다시금 무전기에 대고 얘기했다.
“정우 형, 바로 이동하죠.”
“따라와, 내가 먼저 갈게.”
핸들을 우측으로 돌리는 찰나, 왼쪽 바퀴에 이상을 감지했다.
뭐가 낀 것 같은데.
무전기를 들고 이정우에게 물었다.
“형, 저 잠깐 내려야 될 거 같은데, 옆에 좀비 있는지 좀 봐줘요.”
-좀비는 안 보여, 내려도 괜찮아.
사이드미러가 떨어지는 바람에 내 옆에 좀비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차량 유리는 질퍽하게 흘러내리는 좀비들의 선혈로 얼룩졌기에, 바깥 상황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조심스레 차 문을 열고 왼발을 내딛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아찔한 현기증이 동반되었다.
세상이 빙빙 돈다.
멀미를 하는 기분에 왼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으며 심호흡을 반복했다.
코를 찌르는 비릿한 냄새에, 반사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두 눈을 크게 껌벅이며, 어질어질한 정신을 다잡고 우리가 달려온 길을 살폈다.
2차선 도로는 학살의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수백 마리의 좀비 시신이 널브러져 있고, 아직 죽지 않은 좀비들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사지가 절단되거나 뼈가 으스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좀비들.
위협이 되는 좀비는 없기에, 곧장 차량의 상태부터 살폈다.
크억…… 카하…….
온몸이 구겨진 좀비 하나가 차 밑에 깔려 끙끙거리고 있었다.
저것 때문에 바퀴가 안 움직인 건가?
자세히 보니 왼쪽 앞바퀴에 좀비의 팔이 말려 들어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레그홀스터에 넣어둔 헌팅 나이프를 뽑아 들고, 좀비의 안구에 칼끝을 내질렀다.
놈은 감전된 사람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이윽고 움직임을 멈췄다.
좀비의 팔을 잘라내기 위해 열심히 칼질했지만, 자세가 불편한 탓에 힘을 실을 수 없었다.
“에이! 씨X, 더럽게 안 썰리네.”
예민해진 탓인지, 나도 모르게 입이 거칠어졌다.
구시렁거리며 끙끙거리고 있자, 뒤에서 이정우가 다가왔다.
“비켜봐.”
그는 손도끼를 고쳐 쥐며 좀비의 어깻죽지를 향해 있는 힘껏 휘둘렀다.
퍽! 쩍! 퍽!
도끼날로 좀비의 어깨를 끓어내고, 바퀴에 엉켜 뼈마디가 잘게 부서진 팔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덜렁거리는 팔이 힘없이 빠져나왔다.
이 감촉을 뭐라고 해야 좋을까.
그냥……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더러운 감촉이었다.
차량이 회전하는 과정에 팔이 말려 들어간 모양이다.
이정우는 너덜거리는 좀비의 팔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되도록 직진이랑 후진으로만 잡자. 지금처럼 좀비 신체가 말려 들어가면 답 없어.”
“하나 또 배웠네요.”
“하늘이 돕네. 다 끝나고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쥐고 있던 좀비의 팔을 바닥에 던졌다.
치지직- 치직-
-어이! 아직이야?
뒤이어 전완수의 무전이 들어왔다.
난 무전기를 들고 전완수에게 물었다.
“너 괜찮아? 지금 어디야.”
-학교에서 뺑이 돌고 있지 인마!
“조금만 버텨. 빨리 갈게.”
-아직 200마리는 남았어! 몇몇은 학교로 들어가고 있고! 빨리 와!
이정우를 쳐다보자, 그는 다급히 승합차로 돌아갔다.
나도 중형차에 오르며 핸들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조향장치에 이상은 없었다.
훅, 하고 숨을 뱉으며 뒤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다들 안전벨트 매. 바로 출발한다.”
“언제는 안 매고 있던 줄 알아?”
최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훌쩍였다.
코피가 흐르는 것으로 보아, 앞 좌석에 코를 부딪힌 모양이다.
이덕배는 최현의 얼굴을 보고 앞좌석에 있던 휴지를 건네며 얘기했다.
“코가 내려앉은 건 아니야. 안 부러져서 다행이구먼.”
“이게 다행이라고요? 쌍코피 줄줄 흐르는데?”
최현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혀를 차며 얘기했다.
“그러게 집중하고 있어야지. 딴 데 보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이마에 피나 닦고 말하지?”
“이마? 어? 어어?”
설여원은 뒤늦게 이마가 찢어진 걸 확인했는지, 양손으로 이마를 닦기 시작했다.
놀라서 고통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설여원의 상태를 살피자, 대략 4㎝ 정도 이마가 찢어졌다.
피가 좀 많이 흐른다.
미안한 마음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미안하다.”
그러자 최현은 콧구멍에 휴지를 넣으며 구시렁거렸다.
“이건 뭐, 내 정수리가 먼저 깨지나 천장이 먼저 부서지나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
생존자 구출이 끝나는 대로 정진영과 이정우에게 치료부터 받아야 할 것 같다.
고등학교에 남은 200마리의 좀비들.
여전히 부담스러운 숫자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기어를 바꾸며 고등학교를 향해 액셀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