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2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72화
대장 좀비는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더니, 기겁하며 반대편 빌라로 이동했다.
어딜 도망가.
놈의 뒤통수만 직시하며 더욱 박차를 가했다.
마침내 빌라 옥상을 두 번이나 타고 넘은 뒤에야, 놈의 목덜미를 붙잡을 수 있었다.
크어어어! 카학! 카하악!
대장 좀비는 온몸을 비틀며 발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당장 대장 좀비의 머리를 꿰뚫어 버리고 싶지만, 공격하는 대신 오른팔을 뒤로 꺾으며 바닥에 짓눌렀다.
크아아아악!!
놈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고통?
그래, 대장 좀비는 통각도 존재하지.
대장 좀비 조성훈.
드디어 이렇게 만나는구나.
난 조성훈을 제압한 뒤,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야, 조성훈.”
“…….”
“너 나 알지.”
놈은 마른침을 삼키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상체를 비틀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이에 오른팔을 부러뜨리고, 왼팔의 어깻죽지를 잡으며 물었다.
“한 번만 더 발악하면 왼팔도 꺾어버린다?”
“끄으윽! 자, 잠깐……!”
조성훈의 입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놈도 말을 할 수 있는 건가?
학생회관에서 자결을 선택한 김민형도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즉, 조성훈도 인간의 뇌를 섭취했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말을 더듬지도 않고, 다른 좀비들처럼 목젖을 갈지도 않았다.
살아 있는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뇌를 먹은 거야?
생각이 여기까지 흐르자, 반사적으로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난 조성훈을 노려보며 물었다.
“살고 싶으면 저 밖에 있는 좀비들한테 얘기해. 멈추라고.”
하지만 조성훈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본인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인데, 상황파악이 안 되는 건가?
아니면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가?
난 조성훈의 머리칼을 휘어잡고, 헌팅 나이프를 목젖에 갖다 대며 얘기했다.
“남은 눈도 실명하기 싫으면 당장.”
조성훈의 동공이 불안하게 떨렸다.
그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까드득 이를 갈며 허공을 향해 울부짖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그어어어어!!
그러자 철문을 두드리던 좀비들과 지면에 즐비한 좀비들의 발소리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건가?
좀비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고 싶은 모양이다.
* * *
정진영과 설여원은 이하진을 포박하고 기둥에 묶은 뒤, 내가 있는 빌라로 넘어왔다.
두 사람은 들고 온 노끈으로 조성훈의 양팔과 다리를 묶은 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가로 번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조성훈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기에, 난 그의 머리칼을 쥐고 바닥에 짓누르며 얘기했다.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는 게 이로울 거다.”
조성훈에게 위협을 가하자, 그는 까드득 이를 갈며 움직임을 멈췄다.
오도 가도 못 하게 된 조성훈은 쉽사리 분기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난 조성훈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찢어진 상의의 틈으로 여러 상흔이 보였다.
무수히 많은 긁히고 찢어진 흔적.
또한 옆구리에는 지름 30㎝에 달하는 기이한 상흔이 남아 있었다.
피부색이 다른 부위와 달리 거무죽죽했다.
해진 천에 다른 천을 덧댄 것처럼, 눈으로 봐도 이질적인 피부였다.
이에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이거, 다른 사람 피부야?”
“……김민형이 어디까지 얘기했지?”
이 상황에 동문서답이라니.
뻑!
난 조성훈의 뒤통수에 주먹을 날리며 재차 물었다.
“묻는 말에 대답해.”
조성훈은 눈을 질끈 감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통증을 느낄 수 있으니,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폭력으로 해결할 것이다.
놈은 까드득 이를 갈더니, 곁눈질로 나를 노려보며 얘기했다.
“미친 새끼…… 무슨 힘이…….”
“말 안 해?”
“너, 설마 에덤 화이트냐?”
“…….”
“맞지? 에덤이지? 신체를 강화하는 건 에덤뿐이니까.”
일전에 김민형이 한 얘기가 사실이라면 대장 좀비로 변이되는 조건은 플레이어.
즉, 조성훈도 플레이어였다는 말이 된다.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조성훈은 콧방귀를 뀌며 얘기했다.
“하! 진짜 에덤 화이트를 하는 사람이 있네? 처음에 퀘스트 받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 생각했는데.”
“뭐가.”
“모든 직업군을 모아서 에피소드 클리어하라는 퀘스트 너도 받았을 거 아니야? 어떤 병신이 에덤을 플레이하나 했는데, 그 병신이 너구나?”
“병신한테 좀 맞아야겠다.”
난 조성훈을 똑바로 눕힌 뒤, 복부에 연달아 주먹질을 가했다.
상황 파악 못 하는 성격부터 고쳐줘야겠다.
조성훈은 몇 차례 버티는가 싶더니, 숨넘어가는 소리를 토하며 전신을 웅크린 채 파르르 떨었다.
뒤이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으아아아! 씨X! 이 개새끼가!”
아직 화낼 기력이 남은 건가?
그럼 좀 더 다져줘야지.
퍽! 빡! 퍼벅! 퍽! 떡!
조성훈의 갈비뼈가 부러지자, 놈은 피를 토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난 조성훈의 머리칼을 잡고 뒤로 당겨 꺾으며 물었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똑바로 하라고.”
“…….”
“죽여버리겠다는 말, 거짓말 같아?”
“개…… 새끼…….”
끈질기네.
난 눈살을 찌푸리며 보호대의 내구도를 살폈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때만 내구도가 줄어드는 줄 알았는데, 내가 주먹질을 해도 내구도가 감소한다.
다행히 주먹질에 감소하는 내구도는 아주 미미하기에, 앞으로 300대는 더 때릴 수 있겠다.
난 뻐근한 어깨를 풀며 얘기했다.
“맞아 죽는 게 뭔지 알려줄게.”
주먹을 말아쥐며 조성훈을 노려보자, 그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깐! 얘기할게! 얘기한다고!”
“…….”
“마, 맞아. 사람, 사람 먹으면 치료돼. 복부에 생긴 상처도 사람 먹고 치료된 거야.”
“이하진이 데려간 대학생들, 그 사람들을 먹은 거냐?”
“한 놈은 먹었고…… 다른 놈들은 부하로 만들었어.”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난 미간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물었다.
“대학생들을 좀비로 만든 뒤에 수하로 만들었다? 그 뒤에 실개천 너머의 생존자들을 공격했고?”
“…….”
“저 뒤에 있는 이하진, 저놈도 플레이어야?”
“아니야, 쟤는 그냥…… 평범한 생존자.”
“왜 같이 다니는 거야?”
“그야…… 나보다 생존자들한테 접근하기 쉬우니까.”
이하진이 바람잡이, 조성훈이 사기꾼.
가관이네.
그러다 문득, 의구심이 하나 들었다.
플레이어가 대장 좀비로 변했다면, 대장 좀비에게도 특별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플레이어가 좀비로 변했다고 해서 개입하고 있던 시스템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테니 말이다.
난 조성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야, 대장 좀비도 퀘스트 있지?”
“…….”
조성훈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스리슬쩍 시선을 회피했다.
뭐가 있네.
이럴 땐 눈치 싸움이지.
난 가만히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김민형한테 들었어. 대장 좀비도 퀘스트가 생성된다고.”
“그 배신자 새끼…….”
“너랑은 결이 다른 친구잖아.”
“…….”
조성훈은 좌우로 눈을 굴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도 머리를 굴리는 건가?
“퀘스트 내용, 얘기 안 할 거야?”
“…….”
짝!
조성훈의 뺨을 때리며 대답을 재촉했다.
누가 악인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
하지만 괴물을 잡기 위해선 나도 괴물에 상응하는 악인이 되어야 한다.
난 헌팅 나이프를 손에 쥐고 조성훈의 남은 한쪽 눈알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자꾸 머리 굴리면 남은 눈도 파버린다?”
조성훈은 불안한 눈초리로 헌팅 나이프를 응시하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얘기하면.”
“……?”
“내가 얘기하면…… 넌 나한테 뭘 해줄 수 있지?”
지금 나더러 거래를 하자는 건가?
미친 건가?
조성훈의 눈빛으로 독기가 서려 있었다.
억눌려 있던 분기가 또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는 마음에 실소를 터뜨리며 물었다.
“내가 지금…… 너랑 거래하자는 거로 보여?”
“…….”
“상황 파악 안 돼?”
“너야말로 상황 파악 안 되지?”
조성훈은 조소를 짓더니, 허공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러자 지면에 있던 좀비들이 다시금 아파트로 이동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 맞불 작전이라니.
조성훈은 히죽거리며 얘기했다.
“쫄리면 죽이든가. 아니면 거래를 하든가.”
조성훈의 판단에 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최대한 태연함을 유지했다.
말리면 안 된다.
난 조성훈의 멱살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내려다보며 얘기했다.
“그럼 치료제는 필요 없다는 거지?”
치료제라는 말에 조성훈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아무런 말도 잇지 않았다.
뒤이어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짜고짜 언성을 높였다.
“이 개새끼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치료제 타령…….”
“클리어 보상.”
조성훈의 말을 자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조성훈은 입술을 달싹일 뿐, 말을 끝맺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건 포커페이스.
초조한 건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된다.
대장 좀비와 관련된 모르는 정보가 있는 이상,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올 때까지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애써 무덤덤한 표정으로 조성훈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조성훈은 마른침을 삼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크, 클리어 보상?”
“최초의 에피소드 클리어 팀에게 주어지는 보상. 치료제.”
“…….”
“단번에 죽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널 살려둘까? 신사적으로 대해줄 때 말 들어. 협조할 거야, 말 거야?”
조성훈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쐐기를 박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계속 좀비로 살아가든, 다시 인간으로 살아남든, 네가 선택해.”
“…….”
조성훈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에, 난 헌팅 나이프를 고쳐 쥐며 얘기했다.
“밖에 있는 좀비들이 계속 아파트로 이동하네? 좋아, 그럼 죽어야지.”
크어어어어어!!
헌팅 나이프를 치켜드는 찰나, 조성훈이 허공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좀비들의 발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조성훈은 마른침을 삼키며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더니,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얘기하면, 얘기하면 그 치료제 정말 나한테 주는 거지?”
죄의식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정보는 많을수록 좋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기만이든, 변명이든, 악질이든, 유리한 상황만 만들 수 있다면 무슨 수든 쓸 것이다.
난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피곤한 안색으로 얘기했다.
“3분 준다. 안 그러면 치료제는 없어.”
* * *
조성훈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대장 좀비에게 주어진 퀘스트를 얘기해 주었다.
생존자를 300명 섭취하면 대장 좀비도 진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진화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거느릴 수 있는 수하의 한계가 증가하고 신체 능력이 향상돼. 나뿐만 아니라 수하들의 신체 능력도 증가하고.”
“네가 지금 거느릴 수 있는 수하는 얼마나 되는데?”
“지금은 500마리. 진화하면 두 배로 증가하고.”
생존자를 300명 섭취하면 대장 좀비가 거느릴 수 있는 수하는 1천 마리가 된다는 건가?
플레이어에게만 퀘스트가 주어진 게 아니라, 대장 좀비에게도 퀘스트를 부여하다니.
이 게임을 제작한 존재는…… 정말 인류의 멸망을 바라는 건가?
난 눈썹을 긁적이며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진입하면서 좀비들의 감각이 1.5배 증가했는데, 너도 적용되는 거야?”
“당연하지. 일단은 나도 좀비니까.”
의심을 거둔 조성훈은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그럼 생존자를 300명 섭취했다고 쳐. 그럼 얼마나 강해지는지 수치로 알 수 있나?”
“설명에는 신체 능력이 1.3배 증가한다고 나와 있어.”
이번엔 감각이 아니라 신체 능력이 증가한다고?
난 미간에 힘을 주며 물었다.
“진화는 몇 번이나 가능한 거야?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나?”
“그건 나도 모르지. 아직 한 번도 진화한 적 없으니.”
기존 좀비들의 근력 수치를 4라고 가정했을 때, 대장 좀비가 진화하면 5.2의 근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결코 우습게 여길 수치가 아니었다.
일대일의 상황이 아니라, 다수의 좀비가 전체적으로 강해지는 거니까.
평범한 생존자들, 혹은 에덤을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버거운 수준이 된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쇠뇌를 더 만들든, 총기를 구하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