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99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99화
어디서 나온 좀비들이지?
왕복 5차선을 가득 채운 좀비들.
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양손으로 버스의 기둥을 붙잡았다.
전완수는 까드득 이를 갈며 더욱 거세게 액셀을 밟았다.
부아아앙-! 부우우앙!
콰가가각!! 떵! 콰가각!
좀비들을 뚫고 220m가량을 이동해서야, 다시금 한적한 도로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완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껌벅이더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대학교 두 개 더 있는 거 깜박했네.”
우리 학교와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2개의 대학교.
차를 타고 이동하면 5분도 안 되는 거리.
방금 도로를 막아선 좀비들은…… 좀비로 변한 타 대학 학생들일 것이다.
뒤에 있는 일행이 불안한 표정을 짓자, 전완수는 애써 호탕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하, 하하! 이제 진짜 없어요! 안심역까지 조용할 겁니다!”
이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완수야.”
“응?”
“운전에 집중 좀 해줘라.”
전완수는 헛기침을 하며 이전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대학가를 벗어나자, 정말 한적한 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좌측은 논밭과 비닐하우스가, 우측은 낙석방지 펜스가 길게 이어진 도로.
막상 이렇게 보니 정말 시골이다.
인적이 드문 시골도 이렇게 위험한데, 도심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좀비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유가 생기니 걱정이 차오르고, 걱정이 차오르니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서울은…… 정말 파국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부디 군부대가 일찍이 움직여서 시민의 안전부터 확보했기를 바란다.
흔들리는 차창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며 20분 정도 달렸을까?
전완수는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을 보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도로변에 차량을 정차시켰다.
“여기 세우려고? 여기 어딘데.”
전완수를 쳐다보며 묻자, 그는 우측의 건물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저기가 경찰서야.”
“어차피 신호등 불도 안 들어오잖아. 그냥 가.”
“이 시국에 내가 신호 지킬 놈으로 보이냐? 저 경찰서가 대구시랑 경산시의 경계야. 경찰서 지나면 대구라고.”
“…….”
“내려서 주변 동향 좀 살피고 움직이자.”
현명한 선택이다.
조금 전은 좀비들이 200m 정도 도로를 점령한 상태였지만, 저 너머의 상황은 어떨지 장담할 수 없다.
만약 ㎞ 단위로 좀비들이 도로를 점령한 상태라면, 버스에 갇히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보호대의 상태를 확인했다.
[손목 보호대: 100%] [팔꿈치 보호대: 100%] [상완 보호대: 100%] [허벅지 보호대: 100%] [무릎 보호대: 100%]12시간이 지나자 모든 보호대가 100% 복구된 상태였다.
죽은 산호초처럼 새하얗게 변했던 색상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윤기 나는 검은빛을 되찾았다.
주먹을 쥐었다 펴며 뻐근한 부위를 풀어주고, 뒤에 있는 생존자들을 쳐다봤다.
“덕배 아저씨랑 현배 아저씨, 만석 아저씨랑 호진이는 버스 지켜주세요.”
“쇠뇌 들고 가.”
덕배 아저씨가 쇠뇌를 건네주기에, 난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완수한테 주세요. 전 사격 솜씨는 영 별로라.”
주먹을 불끈 쥐자, 이덕배는 입꼬리를 올리며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을 남겼다.
한발 앞서 하차하자, 승합차에 있던 일행도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며 다가왔다.
“여기서 왜 내려? 앞에 뭐 있어?”
설여원도 나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최현이 똑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이정우는 주변을 살피더니, 우측의 건물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경찰서 털자.”
“경찰서를요?”
“운 좋으면 권총이 있을 거야. 대구 지도도 필요하고.”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정우는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정찰은 나랑 재형이, 완수, 현이, 여원이가 갔다올게. 다른 사람들은 버스랑 승합차로 접근하는 좀비들 처리해줘. 버스에 있는 사람들 밖으로 못 나오게 하고.”
“알겠어.”
정진영은 남은 일행을 데리고 버스와 승합차 주변을 살폈다.
지나오는 길에 버스 밑에 깔린 좀비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지면까지 샅샅이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난 수색팀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내부는 저랑 여원이가 들어갈게요. 정우 형이랑 완수, 현이는 입구랑 건물 뒤편 확인해 주세요.”
“무전기 챙겼어?”
“아…… 저 무전기 망가졌어요.”
미확인 변종에게 도망치던 당시, 수류탄이 폭발하며 무전기가 망가졌다.
이정우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어? 잠깐만. 경찰서에 무전기 있지 않을까요?”
“아 맞네. 경찰들이 쓰는 무전기.”
“재형이랑 적당히 확인하고 나올게요. 무슨 일 있으면 밖으로 나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설여원의 말에 이정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들어가겠다고 하면 반대할 게 뻔하지만, 내가 무리하지 않도록 설여원이 지켜본다고 하니 쉽게 승낙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설여원에게 얘기했다.
“딱 붙어서 따라와. 만약 좀비들 나타나면 옆으로 나오지 말고 후방만 확인해 줘.”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잖아. 알겠어.”
싱겁게 웃으며 설여원과 함께 경찰서로 다가갔다.
발소리를 죽인 채 20m 정도 이동하자, 건물의 입구에 적힌 글자가 두 눈에 들어왔다.
경찰서 간판에 혈흔이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소동이 있었던 모양이다.
손가락으로 경찰서 유리문을 가리키자, 설여원은 벽에 딱 붙은 채 내부의 상황을 흘깃 살폈다.
뒤이어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좀비 없는데?”
“한 마리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
설여원을 뒤로 보내고 한발 앞서 경찰서로 들어섰다.
끼이익-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유리문의 경첩이 낡았는지,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티끌 먼지가 일어났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면으로 찍히는 발자국.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벽면에 흩뿌려진 핏자국만이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대변해 준다.
취조실도 깨끗하고, 철창도 깨끗하게 비워진 상태.
1층에 좀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뒤에 있는 설여원에게 얘기했다.
“난 창고랑 2층 확인할 테니까, 지도랑 무전기 있는지 확인해 줘.”
“알겠어.”
역할을 분담하고 조심스레 2층으로 올라갔다.
예민해진 청각으로 작은 소리까지 간파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지만, 생쥐 몇 마리가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화장실까지 전부 살폈지만 권총도, 탄약도, 좀비도, 생존자도 보이지 않았다.
탁- 탁탁-
그 순간, 계단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반사적으로 상체를 숙이며 뒤를 돌아보자, 설여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설여원은 내 얼굴을 보고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뭐 찾은 거 있어?”
“아무것도 없어. 너는?”
“난 이거.”
설여원은 양손에 쥐고 있는 상자를 내게 보여주었다.
여분의 무전기와 직사각형 모양으로 반듯하게 접힌 지도.
무전기만 6개는 되었고, 지도에는 대구 전도가 그려져 있었다.
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뜻밖의 수확인데?”
“더 찾을 거 없으면 나가자.”
설여원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가자, 주변을 정찰하고 있던 이정우가 다가왔다.
이정우는 상자에 들어 있는 물건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곧 전완수와 최현이 이동한 곳으로 손을 흔들자, 뒤편을 확인하러 갔던 전완수와 최현이 다가왔다.
전완수는 무전기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우리가 쓰던 거랑 생긴 게 다르네? 이건 어떻게 쓰는 거야?”
“나도 몰라. 재우랑 덕록이 줘야지.”
서둘러 버스로 돌아갔다.
* * *
들고 온 무전기를 박재우와 황덕록에게 맡기고, 버스 바닥에 앉아 다 같이 대구 전도를 살폈다.
전완수는 현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얘기했다.
“우리 위치가 여기야. 딱 대구랑 경산 경계.”
“완전 오른쪽 끝이네. 수성구는 어디야?”
“여기, 우측 밑에.”
전완수는 손가락으로 지도를 쓸어내리며 수성구 황금동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선 도심을 지나야 했다.
가로질러 가는 게 가장 빠르지만, 주변이 온통 산이라서 길이 없었다.
“생각보다 가는 길이 험한데? 지나쳐야 하는 주거지역만 몇 개야.”
“아니면 안심에서 차량 정비하고 다시 산업도로 쪽으로 돌아가도 되고.”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덕배가 전완수와 내 사이를 파고들며 입을 열었다.
“학생들이 뭘 알겠어. 비켜봐.”
그는 지도를 유심히 살피더니, 어느 한 지점을 짚으며 얘기했다.
“여기.”
“율하역이요? 반야월에서 빠지는 게 아니고요? 거긴 도심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거예요.”
“모르는 소리. 율하에서 도시고속도로 타고 들어가면 한번에 황금동으로 이어져.”
난 눈앞의 안개를 오른손으로 휘휘 저으며 다시 한번 지도를 살폈다.
등고선처럼 생겨서 몰랐는데,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살피자 차도였다.
산을 가로지르는 도시고속도로.
이덕배는 볼펜을 들고 가는 길을 표시하며 얘기했다.
“율하역 사거리에서 바로 좌회전하면 범안로야. 범안로 타고 범안대교만 지나면 안전해.”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어차피 안심동이랑 각산동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각산까지 가는 거면 율하도 할 수 있잖아.”
“각산 다음이 반야월, 그다음이 신기, 그다음이 율하에요. 가는 길에 공업단지도 있고 주거지역도 너무 많아요. 좀비들이 바글바글할 겁니다.”
“꼭 이쪽으로 이동할 필요 있나? 여기, 뒷길로 가면 되지.”
이덕배는 안심역의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뒤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안심 혁신도시요?”
“그렇지. 혁신도시 쪽으로 이동하면 안전하게 갈 수 있어. 혁신도시 들어가면 혁신대로라고 왕복 8차선 정도 되는 넓은 대로 있거든. 거긴 사람도 없고 조용해.”
이덕배의 말대로 혁신대로를 살피자, 좌측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우측은 공원과 상가, 아파트가 밀집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좌측에 바짝 붙어서 이동하면 인구가 밀집된 지역을 피해서 단숨에 율하로 이동할 수 있었다.
역시 토박이가 있으면 길 찾는 건 일도 아니다.
이렇게 바로바로 차선책을 떠올릴 줄이야.
난 천천히 고개를 얘기했다.
“덕배 아저씨 말씀이 제일 괜찮은 거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다들 쉽게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 사람, 정진영은 팔짱을 낀 채 유심히 지도를 살폈다.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진영이 형, 다른 의견 있으세요?”
“아니, 나도 찬성이야. 그런데 여기…… 혁신도시에 코스트코 있지 않았어?”
코스트코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자 최현이 손가락을 튕기며 얘기했다.
“아 맞아! 거기 코스트코 있어요.”
최현도 아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있는 모양이다.
정진영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머리를 긁적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각산이랑 안심 사이에 2차선 도로 있는지 봐봐. 내 기억이 맞다면…… 거기로 쭉 들어가면 코스트코 나왔던 거 같은데.”
전완수는 지도에 코를 박고 살피더니, 뒤이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오! 맞네, 맞아! 안심이랑 각산 사이에 길 있어요.”
“그 길이 경부고속도로 밑으로 이어져?”
“네네!”
“그럼 맞아. 그 길 따라서 들어가면 바로 혁신대로도 나오고, 혁신대로 우측으로 코스트코 있을 거야.”
“대박이네, 안 그래도 식량 부족했는데.”
전완수는 싱글벙긋 웃으며 벌써부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군인들과 금호강 건너의 생존자들은 우리가 들고 온 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본래 일주일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틀 정도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전부였다.
코스트코를 확보하면 더는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 수성구 황금동에 도착할 때까지는 말이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정우는 들뜬 일행을 진정시키며 얘기했다.
“좋아, 그럼 안심에서 차량 점검하는 동안 각산으로 가서 철물점 돌고, 그 뒤에 혁신도시로 들어가서 코스트코 털자. 다들 찬성이지?”
“넵!”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던가?
전완수가 얘기한 차량 점검은 박재우와 황덕록의 철물점으로 이어졌고, 철물점은 혁신도시의 코스트코로 연결되었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