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
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
1화 프롤로그
“꼬우면 네가 얘보다 게임 잘해 보든가.”
게임의 신이라 불리던 남자, 김강한.
댓글 한번 잘못 썼다가 게임 판타지 소설 속 세상에 갇히고 만다.
***
“요 녀석, 몸 건강히 자라야 한다.”
아버지는 뒤늦게 얻은 아들에게 이런 이유로 강한이란 이름을 지어 주셨다.
김강한. 이름처럼 건강하게 자라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 바람 덕분일까? 김강한은 몸 건강히 자랐다. 이름처럼 강하진 못하고, 몸 쓰는 일에 젬병인 약골이긴 했지만.
대신 다른 분야가 발달했다.
바로 게임이었다.
“야, 강한아, 너 진짜 잘한다!”
초등학생 때는 오락실에서 중고등학교 형들도 쉽사리 물리쳤다.
“어떻게 저렇게 하지?”
중학생 때는 피시방을 주름잡았다. 김강한이 게임만 시작하면 아이부터 노인네까지 다들 구경 오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고등학생 나이로 WGC(월드 게임 사이버) 종합 2위를 수상한 대한민국 청년.] [김강한, RPG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김강한은 전설의 서막을 알렸다.
‘임요환이나 페이커처럼 되는 거 아니야?’
또래 아이들은 물론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인생은 탄탄대로이리라.
김강한은 스스로 미래를 그렇게 점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장 한국 제일, 아니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 실력이 아닌가.
‘전설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20대, 피 끓는 가슴에 야망이 새겨졌다.
야망이 실현될 거만 같았다.
25세, 육군훈련소에 끌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
한쪽 날개를 펼치면 도시 하나를 뒤덮고, 또 다른 쪽을 펼치면 산맥이 그림자에 덮인다.
용.
감히 인간으로서는 대적할 수 없을 위대한 존재.
그런 폭군 앞에 한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백색 창 한 자루를 꼬나든 채, 기사가 용에게 달려갔다.
무모해 보이는 돌진이었다. 용은 감히 자신에게 도전하는 미물을 내려다보며 비웃듯이 포효했다.
그건 누가 보아도 어리석어 보이는 싸움이었다.
날갯짓 한 번에 탑을 부수고, 한숨에 숲을 불태우는 용의 앞에서는 어떤 고고한 기사라 할지라도 개미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전투는 팽팽했다.
백색 창이 전장을 메웠다. 기사는 놀랍도록 기민하며 또한 경이로울 정도로 정확했다.
부피와 면적이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 사람의 몸으로는 도저히 회피와 방어가 불가능할 것 같은 용의 공격을 피하며 또한 막아 냈다.
경이, 그 자체였다.
싸움이 점차 격렬해졌다. 도시가 부서지고 산맥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기사는 창을 놓치지 않았으며, 적을 뒤쫓았다.
용은 지쳐 갔다. 그러나 기사는 아니었다. 그는 처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꼿꼿했다.
‘마지막이다.’
바이저 너머, 기사의 두 눈이 빛났다. 백색 창은 그보다도 화사한 빛을 토해 냈다.
쿠-웅!
용의 거체가 마침내 바닥에 쓰러졌다.
피 분수 사이로 적은색 기사가 서 있었다.
“후우.”
기사는 바이저를 벗었다.
눈앞에는 그 업적이 상황판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퀘스트] [‘어둠의 폭군 발탈리오스’] [클리어.] [타임 : 00:07:41] [SS랭크 달성.]“야, 대박이다.”
기사. 정확히 말하면 기사를 조종하고 있던 김강한이 VR 고글 너머로 중얼거렸다.
어둠의 폭군 발탈리오스.
VR 액션 게임 드래곤 헌터에서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무시무시한 퀘스트였다.
30분 전 클리어, 1회 부활만 해도 SS랭크를 받을 정도.
하지만 김강한은 단 한 번도 죽지 않았다.
‘10분 안 클리어면 세계 최초 아냐?’
김강한은 시시덕거리며 뮤튜브를 검색해 보았다. 최초가 맞았다.
“아싸, 조회 수 좀 뽑을 수 있겠다!”
김강한은 VR 고글을 집어 던지며 방바닥에서 춤을 췄다.
그러다 이내 멋쩍어져, 바닥에 누웠다.
이 기록을 뽑기 위해 발탈리오스에 도전한 횟수만 수백 회였다.
드디어 목적을 달성했건만, 찾아오는 건 허무함뿐이었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프로게이머가 되어서 불멸의 업적을 남길 일만 고대하고 있었는데.
군대를 다녀온 다음 찾아온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그동안 세계를 석권해 오던 PC-콘솔 비디오 게임 시장이 완전히 폭망해 버린 것이다.
불과 2년 만에 VR 게임이 완전히 그 자리를 대체했다. 이제 마우스와 키보드로 하는 게임은 구닥다리가 된 지 오래였다.
프로게이머는 없냐고?
물론, 있었다.
‘군대 다녀오니 그놈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녀야 하는 게 현실이라서 그렇지.’
김강한은 재능이 있었다.
문제는 그 재능을 PC-온라인 게임에 몰빵한 다음이라는 점이었다.
VR 게임은 PC 온라인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뇌파를 통해 직접 몸을 움직이듯이 해야 하는 감각들.
그 감각을 어린 프로게이머들과 경쟁하기 위해 끌어올리기에는, 김강한에게 남은 재능이 부족했다.
어쩌면 나이 탓일지도 몰랐다.
‘다행히 싱글 게임들은 아직도 세계 기록을 낼 만큼 재능이 있긴 했지만.’
김강한, 31세.
뮤튜브 게임 고수 채널 구독자 20만.
기록 위주의 레코더 게임 채널치고는 상당한 거물.
먹고사는 데에는 딱히 지장이 없는 편.
하지만 어쩐지 허무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바라는 건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는데.’
게임은 잘하는 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컨트롤 하나만큼은 극강이었다.
드래곤 헌터.
판타지의 전설.
검은 영혼.
지난 수년간 출시된 수많은 VR 게임에서 갖가지 기록을 석권했다.
전부 싱글 게임.
‘컨트롤’만큼은 자신 있는 이유가 그거였다.
그 어떤 유저도 자기만큼 기록을 끌어올리지 못했으니까.
그럼 뭐 하나?
세간에서 주목하는 건 전부 프로 리그가 있는 소위 ‘인싸’ 게임들뿐.
김강한은 마니아층의 지지만 받는 아마추어 고수일 뿐이었다.
‘업적을 못 이룬 건 아닌데……. 분명히 아닌데…….’
김강한은 한숨을 내쉬며 VR 게임 전설의 리그에 접속했다.
그의 티어는 그랜드 마스터.
못하는 건 아니다.
전 세계 상위 0.4%의 실력.
그러나 김강한은 알고 있었다.
이거로는 프로게이머로서는 어림도 없었다.
‘작년엔 챌린저도 그냥 찍었는데 점점 실력도 떨어지지.’
게임 말고는 머릿속에 없던 인생이다.
이제 와서 다른 길을 택하기도 어렵다.
과거 프로게이머 동료가 그동안 모은 재산을 사업이니 주식이니 꼬라박았다가 먼지만 차는 걸 몇 번이나 봤던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쯧.
김강한은 스마트폰을 켰다.
머리가 아팠다.
영상 편집은 조금 있다 하고,
일도 다 했으니까 머리를 좀 식힐 때였다.
[코코아 페이지]웹 소설 플랫폼.
몸 안 움직이고 보는 것엔 이게 딱이었다.
‘다 나와 있네.’
즐겨 읽는, 등록해 둔 몇 개의 소설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천천히 글을 읽던 김강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정도 승승장구까진 바라지도 않았는데.’
우승 트로피.
프로게이머로서 원했던 건 그것 단 하나뿐이었다.
‘내가 무슨 주유도 아니고.’
과거 PC게임이 마지막 빛을 발하던 시절.
김강한은 세계 1위에 거의 도달했었다.
그때마다 마지막에 벽으로 나타난 건 항상 같은 사람이었다.
트리커.
김강한보다 다섯 살 어린 그 녀석은, 그야말로 게임계에 하늘이 내린 천재였다.
‘좀만 더 일찍 시작했으면 그 녀석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지금은 그것도 다 옛날얘기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녀석도 코인 게이트에 휘말려 온갖 욕을 다 먹고 있었으니까.
다만 제대로 한번 이기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났으니 어쩔 수 없지.’
김강한은 마지막으로 읽었던 작품을 열었다.
‘운빨로 게임 지존’이라는 제목의 게임 판타지.
주인공이 운빨로 수많은 히든 피스와 퀘스트를 깨며 게임 속 지존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흔한 클리셰지만, 시원시원한 전개와 괜찮은 설정으로 나름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어디…….’
이번에 레전드급 보스 몬스터를 만났지만, 그래도 운 덕분에 보스의 약점을 발견했던 게 어제까지의 이야기였다.
‘그럼 이제 어떤 식으로 놈을 잡나 볼까?’
김강한의 머릿속엔 이미 보스를 공략할 방법이 50가지가 넘게 있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스크롤을 내리던 김강한의 표정이 점차 묘하게 바뀌었다.
“뭐야, 왜 그냥 가?”
약점을 안 주인공은 무사히 도망친 뒤, 공략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하러 다른 지역으로 간다.
소설은 거기서 끝이었다.
“미쳤나.”
곧바로 컴퓨터에 앉은 김강한이 댓글창을 연 뒤 타자를 쳐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작품을 읽고 있던 독자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영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있어 댓글을 남깁니다.
타타타탁, 김강한의 타자 소리는 주변의 매미들마저 기가 죽을 정도로 격렬했다.
-분명 주인공은 할 때는 과감하게 도전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도망치는 건 제가 지금까지 봐 왔던 캐릭터성과 일치하지 않는……. 일단 약점이 있으면 운빨로라도 믿고 과감하게 들어가야 하지 않나……. 작가님께서 만드신 캐릭터를 작가님 스스로 무너뜨려 버리시네요. 다른 캐릭터도 이렇게 만들 건가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려 5,800자나 되는 초장문의 댓글을 완성한 김강한은, 심호흡과 함께 엔터 키를 눌렀다.
“다 썼다.”
한숨을 내쉰 김강한이 씩씩거리며 F5기를 연달아 눌렀다.
얼마 후 반응이 달리기 시작했다.
-부운거사 : 작가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이런 댓글은 지양합시다.
-솔라리온 : ㅋㅋㅋ힙스터병ㅎㄸㄸ하다. 니가 가상현실 게임을 해 봤음? 진짜 있지도 않은 거에 고증이니 공략이니 아갈질하면서 기 세우니까 방구석 백수지.
대부분은 김강한의 댓글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응이 달라졌다.
-fkdhahxh : 와 시발, 이거 ㅈ같긴 한데, 맞는 말이긴 한 듯.
-내가원딜 : ㅋㅋㅋㅋㅋ작가쉑 지금 똥줄 타죠? 머릿속에서 반박 글 짜내는데 지 설정대로라면 맞는 말이죠?
-표표히 : 장르 소설 카페에서 왔습니다. 충!
-드럼베이스 :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싸움 유발하는 댓글은 좀……. 내용 자체는 설득력 있는 말이네요. 작가님께 쪽지로 보냈으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열에 서넛은 김강한의 의견에 동조하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 댓글들도 마냥 까기만 할 순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럴 만했다.
실제로 김강한이 단 댓글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나 돌렸던.
즉, 입으로나마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다니까.”
득의양양하게 미소 짓던 김강한이 흠칫했다.
‘아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김강한의 팔다리가 축 늘어졌다.
‘내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면 안 되지.’
항상 눈높이를 자신에게 맞춘다.
김강한이 아직까지 가진 나쁜 버릇이다.
‘빨리 지워야겠다. 더 논란 커지기 전에.’
김강한은 댓글을 지우기 위해 컴퓨터로 다가가다가, 화면에 떠 있는 알림을 발견했다.
‘저게 다 답 댓글들인가?’
한 번에 밀어 버리는 게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다.
그렇게 생각하던 김강한의 눈이 최상단에 있는 알림을 보고 휘둥그레졌다.
[제목 : 야, 니가 그렇게 게임을 잘해?]작성자 : suez
suez.
‘운빨로 게임 지존’의 작가가 직접 쪽지를 보낸 것이다.
‘아, 늦었나.’
제목을 보아하니 이미 댓글을 읽은 것 같았다.
‘사과 답장이라도 보내지 않으면…….’
김강한은 자리에 앉아 쪽지를 클릭했다.
그 순간 읽지 않았던 내용이 펼쳐졌다.
[내용 : 그럼 네가 한번 직접 해 봐!]어?
뭘 직접 해 보라는 건데?
게임?
김강한의 고개가 갸웃했다.
“아니, 게임 소설 속 게임을 어떻게…….”
그 순간 컴퓨터에서 빛이 일었다.
아니, 김강한이 있던 시골집 천장에 뇌성벽력이 내리쳤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안테나를 타고 흘러내려 간 번개가 사라졌을 때, 집 안에서 김강한의 모습은 눈을 씻고 둘러봐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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