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프로들의 세계.
수많은 사람이 겨루는 그 세계는, 작은 변수 하나에도 승부가 갈리는 곳이다.
병에 걸리거나 피로가 쌓인 큰 차이뿐만 아니라.
그날의 온도나 마우스에 낀 먼지.
혹은 약간 긴 머리카락이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전장.
일찍이 파프닐은 그런 무대에서 정점에 오른 적 있었다.
그런 경지에 오른 상태에서 보기에.
지금 케리온의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낙제점이었다.
‘기본기는 충분히 쌓인 것 같긴 한데.’
눈에는 초점이 없고 팔은 추욱 늘어져 있다.
척 봐도 커피나 각성제에 의존해 버티는 상태.
평상시에 비해 최소 두세 단계는 낮은 급으로 보아야 했다.
‘이런 상태면 뭘 맡겨도 잘 안 나올걸.’
보자마자 미련 없이 포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바쁘신 듯하니 다른 대장장이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려던 파프닐에게, 케리온이 다가왔다.
“잠깐 멈추게.”
“네?”
“요청을 받았는데 그냥 나가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나.”
고개를 짧게 흔들어 정신을 붙든 케리온이 말했다.
“……말이나 해 보게. 의뢰하려던 게 뭐였나?”
“…….”
일단 보여 주기나 해 볼까?
파프닐은 카라미트의 용갑주를 꺼냈다.
“이걸…….”
“……!”
케리온의 눈이 커졌다.
낚아채듯이 투구를 가져가 살핀 그가 말을 이었다.
“이건 누가 만들었는지 혹시 알고 있나?”
“음…….”
-몰라. 그 시절엔 주는 대로 싸웠으니까.
머릿속으로 카라미트의 대답을 들은 파프닐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우연히 얻은 갑옷이라.”
“……엄청난 금속이군. 아마도 이걸 만든 자는 드워프의 일원일 걸세.”
용기사 카라미트의 검은 갑옷!
임모탈급 영웅의 갑옷이니만큼, 저주만 아니었다면 더 이득을 보고 팔 수 있었다.
“한데 이걸 왜……? 녹이라도 슬었나?”
“아뇨, 이걸 녹여 금속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금속을 녹여 다시 새 갑옷으로 만든 뒤.
카라미트를 빙의시켜 갑옷을 페널티 없이 쓰려는 계획!
“뭣!”
케리온이 경악했다.
“이 아까운 걸 왜 녹여! 자네 미쳤나?”
“저주받은 갑옷이니까요. 아무리 뛰어난 갑옷이라도 쓰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으음.”
금괴로 산을 쌓아도 팔아야 돈이 들어온다.
파프닐의 말에 케리온은 납득하는 기색으로 투구를 살펴보았다.
“이걸 녹인다고?”
“네.”
“미안하지만 안 되겠네.”
고개를 젓는 케리온.
그 이유는 간단했다.
“금속이 너무 정교하군.”
“당신 같은 대장장이가 손도 못 댄단 말입니까?”
“그 정도까진 아니고.”
눈살을 찌푸린 케리온이 말을 이었다.
“만져 볼 수야 있네. 단, 실패 확률이 높고 성공해도 완벽하게 할 순 없을 걸세.”
대장장이 직업의 마스터인 만큼 미스릴은 어떻게든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이건 다크 미스릴로 만들어져 있네.”
“다크 미스릴?”
“미스릴이 어둠의 마나 때문에 타락하면 생기는 금속이지.”
케리온이 설명했다.
“미스릴 자체가 흔치 않으니……. 아주 희귀한 금속이지. 나도 이 정도 금속은 못 다룬다네.”
“그렇군요.”
“잘 다루려면 대장장이이면서 다른 직업……. 그래, 주술사나 마법사, 성직자인 사람이 필요하겠지.”
대장장이와 다른 직업의 멀티 클래스.
‘이거 완전 검사면서 의사인 사람을 찾으란 수준인데?’
세상에 있기야 있지만, 있는 것 자체가 뉴스거리로 나올 만큼 희귀한 사람!
“혹은 대장장이 기술의 경지가 나 이상……. 전설적인 경지에 오른 자라면 가능하겠지.”
“전설적인?”
“예를 들면……. 이 갑옷을 처음 만든 대장장이라던가.”
그렇다면 드워프!
케리온이 말하는 건 분명 드워프였다.
“드워프를……?”
“그래, 하지만 어려울 걸세.”
대장장이 스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대장장이 보다 더한 수준.
사실상 원작 소설에서 20권 이후에나 나올 법한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그렇군요, 대답 감사합니다.”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잠깐만.”
한 번 더 붙드는 케리온!
“어디 맡길 데는 있나?”
“아니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보게나.”
덜컥. 안쪽 방으로 들어갔던 케리온이 지도 한 장과 금속 큐브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이걸 가지고 여기 지도에 적힌 곳으로 가게.”
“이건?”
“내가 아는 대장장이가 있는 곳일세. 도착한 뒤 이 큐브를 맞추면 들어갈 수 있을 걸세. 가서 그 녀석에게 장구를 보여 보게나.”
파프닐은 금세 속내를 알아들었다.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
“그래, 별건 아니고. 안부 편지를 전해 줬으면 하네만. 그동안은 연락이 잘 왔는데, 최근 갑자기 안 와서.”
띠링!
-케리온이 새로운 퀘스트 ‘안부 전달’(노말)을 의뢰했습니다.
-의뢰를 수락하시겠습니까?(Y/N)
‘이거 느낌이 괜찮은데?’
파프닐은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가 났다.
대박 퀘스트의 냄새!
“알겠습니다. 기꺼이 전달해 드리죠.”
***
대장장이 길드를 나온 뒤.
파프닐은 쉬지 않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직업 퀘스트를 빼먹을 수는 없지.’
악 계열 직업 길드들이 가득한 뒷골목.
뼈다귀 간판의 건물 앞에 멈춰선 파프닐이 올려다보았다.
“네크로맨서 길드는 보자마자 알 수 있군.”
뼈다귀 간판에, 사람들이 텅 비어 있으면 그곳이 네크로맨서 길드다.
대장장이나 기사 훈련소, 마법 길드와 달리 초라한 모습.
‘그래도 사람이 있긴 한데?’
원작 소설과는 달리, 지금은 네크로맨서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바닥까진 아니다.
파프닐이나 바알런 같은 네크로맨서들이 알려지고, 그 후 시작한 네크로맨서 중 몇몇이 나름 안착했기 때문이다.
파프닐이 길드 안을 둘러보려 했다.
그때였다.
“저리 가, 너희들에겐 아직 이르다.”
홱홱. 카운터의 흑마법사가 유저 두 명을 쫓아내고 있었다.
“저희 돈 있다니까요?”
“물건 산다는데 왜 안 파냐고!”
“그거 살 시간에 저승 갈 때 노잣돈이나 준비해! 썩 나가!”
“안 사, 안 사! 야. 가자.”
씩씩거리며 돌아서던 유저가 파프닐에게 말했다.
“님도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나와요.”
길드에서 이유 없이 물건을 안 판다면 확실히 문제가 된다.
파프닐은 카운터로 향했다.
“안 판다고 말했잖나. 애송이들은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
상처가 가득한 문신 대머리 남자가 퉁명스레 말했다.
“뭘 안 팝니까?”
“여기 있는 것 전부. 어중간한 놈이 저런 것들을 가져 봤자 먹힐 뿐이지.”
“흠.”
주변엔 여러 네크로맨서 장비나 스킬 북 등이 있었다.
저주받은 해골 지팡이(매직)나, 망령을 사역한 로브(레어).
몇 개는 으스스한 오라가 감도는 게 유니크 등급도 있는 듯했다.
‘확실히 여기 오는 유저들로는 어림도 없겠군.’
기본 레벨 외, 네크로맨서 클래스에서도 120레벨은 넘게 찍어야 다룰 수 있는 장비들.
유저들 대부분은 2차 전직으로 네크로맨서를 한 사람들이니 입구에서 막히는 것도 당연했다.
“이것들 주시죠.”
파프닐은 네크로맨서 마법 장비들을 가져와 말했다.
“말했지 않았나, 안 판…….”
“이래도요?”
파프닐이 니하트의 스컬 스태프(에픽)를 들어 보였다.
“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진정하고 찬찬히 보시죠.”
“으음…….”
스태프를 이리저리 보던 중년인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이 정도 스태프를 다룰 수 있다니……. 자네 보통이 아니로군.”
“더불어서 묻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파프닐은 굴드의 의뢰서까지 꺼냈다.
“자네 굴드의 제자였나? 그 굴드가 제자를 받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이 정도면 살 자격은 되겠지요?”
“되다마다! 내가 잘못했네. 다른 애송이들이랑 자네를 똑같이 봤어.”
중년인은 의자를 가져오더니, 옆에서 차까지 타 한 잔 권했다.
“차 말고 정보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보?”
“레헬른의 단서를 발견한 탐사대……. 그곳의 일을 돕고 싶습니다.”
“흐음……. 굴드가 보낸 제자라면 별문제는 없겠지만…….”
파프닐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크 놈들의 공격이 점점 거세지고, 흑마법사를 보는 사람들의 눈도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흠…….”
“흑마법사는 나쁘기만 하다는 편견을 없애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삼류 비주류라는 오명을 벗고.
플러시를 이기고 정점에 올라섬으로써, 작가 놈에게 이 직업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증명해야 했다.
“열의가 느껴지는군.”
중년인이 말했다.
“흑마법사에겐 필요 없는 감정이지만, 나쁘지 않군.”
수백 년 전부터 흑마법사들은 알게 모르게 천대받아왔다.
속이 시원해질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좋아! 내 허락하지.”
고개를 끄덕인 중년인이 품속에서 양피지를 내밀었다.
“이건 지도일세. 탐사대는 여기 표시해 둔 곳에 있네.”
“감사합니다.”
“먼 길이 될 테니 충분히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퀘스트 ‘레헬른의 자취를 찾아서’(노말)를 완료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1실버를 획득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 ‘탐사 지원’(매직)이 생성되었습니다.
[탐사 지원]-등급 : 매직
-목표
-알루인 황야에서 흑마법사 탐사대와 합류(0/1)
-보상 : 경험치, 레헬른의 마법에 대한 정보
-설명 : 레헬른의 자취를 찾아 움직인 탐사대는 알루인 황야의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넓은 황야에서 이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십시오.
‘음?’
지도를 보던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대장장이 마을이랑 생각보다 가까운데?’
장 보러 간 김에 오랜만에 친구도 같이 만나는 것과 같았다.
‘간 김에 둘 다 처리해야지.’
그만큼 도시로 돌아오는 시간대가 길어질 테니, 준비도 철저히 해야 했다.
‘모험 준비는 꼼꼼히 할수록 좋지.’
“원래 다른 곳에서 온 동업자에게 이렇게 지도까진 안 주는데……. 굴드한테 꼭 말하게. 흑마법사 젠킨스가 잘 대해 줬다고!”
“하하, 알겠습니다.”
“참, 기왕 가는 거라면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네?”
“알루인 황야 깊은 곳엔 전설의 오무르라는 괴물이 살고 있다더군. 혹시 그 녀석을 만나면 잡아서 피를 좀 가져와 줄 수 있겠나? 어디에 쓸지는 묻지 말고.”
-젠킨스가 새로운 퀘스트 ‘전설의 오무르의 피(매직)’를 의뢰했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Y/N)
아니, 여기서 자기 부탁까지 한다고?
‘전설의 오무르라면 최소 보스 몬스터일 텐데.’
소설 속에 나오진 않았지만 적잖게 강할 게 뻔했다.
어째 쉽게 합류를 허락해 주는 것 같더니만, 본심은 저걸 떠넘기는 것이리라!
‘더 가까이 지내면 이것저것 떠넘기고 잰 체하겠군.’
흑마법사들은 대부분 이기적이고 뒤틀린 성격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몰라도, 최소한 NPC들은 사실.
새삼 굴드가 천사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이번엔 어쩔 수 없지.’
한숨을 내쉰 파프닐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맙네! 놈의 피가 있으면 오랜 연구에 진전이 있을 것 같았거든.”
씩 웃은 젠킨스가 책 한 권을 가져와 보였다.
“만약 가져온다면 이걸 주겠네.”
“……!”
책 제목을 읽은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루우룬의 비전 마법 : 마찰영도
“예전에 도박판에서 딴 마법 책인데, 흑마법은 딱히 준비된 게 없어서 말이야. 부족한가?”
“무조건 가져오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뒤로 빼기엔 너무나도 큰 보수였다.
‘대가만 제대로 챙겨 주면 염치없는 게 아니라 사장님이지!’
“흑마법사에 대한 편견을 벗긴다라……. 그래, 꼭 성공했으면 좋겠구먼.”
수백 년 동안 모든 흑마법사가 바라고 있던 꿈 같은 일.
“기왕 하기로 한 것, 꼭 성공해 보게나.”
“네.”
네크로맨서 길드를 끝으로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출발할 차례였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