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알루인시 남쪽으로 넓게 펼쳐진 황야.
도시와 가장 가까운 곳만 해도 레벨 250대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안쪽으로 가면 300대 중반까지의 몬스터도 볼 수 있는 대황야다.
그 황야의 안쪽엔 알루인 독전갈이라는 몬스터들이 살고 있다.
레벨 305.
단단한 갑각과 독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보다 압도적인 집게발의 악력이 까다로운 몬스터다.
“쿠와아악!”
“카쉬익!”
사방에서 몰려드는 알루인 독전갈!
흑발 적안의 소녀 한 명이 그 가운데에서 날뛰고 있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피로 만든 칼과 창들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전갈들과의 전투를 이어 가는 소녀.
전갈들이 휘두르는 집게발이나 독침은 모조리 피하고.
독 안개 속에서도 멀쩡하게 학살을 계속한다.
“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경험치가 이렇게나 많이 들어온다고……?”
어느새 경험치가 레벨의 1/3 가까이 올랐다.
일반 유저의 몇 배에 달하는 성장 속도였다.
‘이거 대박인걸.’
가만히 있는데도 직접 사냥한 것처럼 쉴 새 없이 들어오는 경험치.
원인은 다름 아닌 핏방울을 받아들인 벨이었다.
‘성능이 생각보다 많이 향상됐는데?’
집구석 먼지 쌓인 고물 컴퓨터에서.
단번에 피시방 컴퓨터로 바꾼 느낌이었다.
‘기본 공격력이나 전투력도 늘었고, 스킬들도 여럿 추가됐군.’
피 안개를 만들어 각종 버프를 얻는 블러드 포그.
진혈의 피로 만든 창을 던져 엄청난 대미지를 주는 필살기, 골든 스피어까지.
새로운 스킬들을 얻은 벨이 날뛰자, 주변으로 피 안개와 함께 피로 된 병정들이 나타났다.
‘피의 해골병 스킬이 피의 병정들로 진화했고, 블러드 실드와 애로우 같은 다른 스킬들도 효과가 훨씬 강해지기도 했고…….’
재료의 등급이 높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벨과 핏방울의 궁합이 잘 맞았다.
‘앞으로 강한 몬스터들을 사냥할 때 꽤나 편해지겠어.’
심지어 저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싸운 결과다.
파프닐을 서포트해 주며 해골병들까지 들어왔을 때.
전력 강화의 효과는 최소 세 배, 그 이상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성격이나 판단은 그대로라는 게 조금 아쉽지만.’
스스로 판단을 내리거나 감정을 가질 수 있나 했지만, 그 점은 그대로였다.
‘그래도 엄청난 성과야.’
파프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쇠막대를 씹어 먹었다.
-철을 먹었습니다.
-HP가 +150 상승했습니다.(30분)
‘이거 식비를 아꼈다고 해야 하나.’
음식 대신 철을 먹게 되니 굳이 식량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기본 금속의 효과도 꽤 절륜한 덕분에, 굳이 고급 요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혹시 몰라서 육포나 조미료 등도 준비했는데, 필요 없겠는걸.’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사냥이 끝났다.
그렇게 시체가 가득한 필드 위.
파프닐은 전갈들의 갑옷과 고기, 그리고 독샘을 채취했다.
‘이게 다 돈이지.’
갑각은 장비의 재료, 살코기는 요리나 퀘스트, 기타 합성 재료로 모두 다양하게 쓰인다.
알루인 독전갈의 독은 독 계열 중에서도 상위권!
호라이즌 마켓에 내놓는다면 3초 만에 매진될 아이템들이었다.
‘덕분에 가는 길도 딱히 문제는 없고.’
테스트도 마쳤겠다.
파프닐은 직접 합류해 사냥을 하며 아래로 움직였다.
-알루인 독전갈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23실버를 획득했습니다.
-알루인 황야 늑대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알루인 황야 늑대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직접 싸우면서 하는 사냥은 힘들었지만, 흡혈 효과 덕에 HP가 크게 오른다.
가끔 무장을 한 몬스터 무리를 만나면 그대로 덮쳐서 처치했다.
-녹슨 철을 먹었습니다.
-스태미나가 +100 상승했습니다.
‘이거 말도 안 되는 특성인데?’
흡혈로 채우지 못한 HP와 스태미나는 금속을 먹음으로써 회복한다.
장비 내구도만 맞출 수 있다면, 무한히 사냥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몹을 가져갈 다른 사람들도 없고.’
경험치랑 돈을 넉넉하게 주는 강력한 몬스터들을 혼자서 여유롭게 잡으며 내려간다?
‘좋구나!’
파프닐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
며칠 동안 황야를 내려가자, 황야의 모양새가 눈에 들어왔다.
‘말은 황야지만, 여기 꽤나 좋은 땅이군.’
흙은 부드럽고 물기가 많으며, 풀들이 많이 나 있다.
곳곳에서 물과 재료를 구할 수 있으며, 수많은 몬스터가 자생해 살아가는 몬스터 랜드!
‘몬스터도 많고……. 살기도 나쁘지 않고, 광맥도 있다.’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에 던전을 만들 수 있다면 괜찮겠는걸.’
던전.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연구소다.
마법사들이 모여 공동 연구를 하면 마탑. 모험가들이 하면 길드.
네크로맨서나 흑마법사가 그렇게 모이면 던전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던전을 만들어야 하긴 하지.’
고레벨 던전에서 호문쿨루스 제작이나 해골병 작업을 하면 추가 보정치가 붙는다.
높게는 며칠 동안 사냥을 해서 올려야 하는 양의 스테이터스가 붙을 때도 있으니, 효율을 생각하면 안 만들 수 없었다.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고, 몬스터들이 많은 것도 마음에 들어.’
다만 던전에는 다른 곳과 달리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었다.
‘도시와 너무 가까우면 큰일 난다.’
네크로맨서와 흑마법사의 던전에는 자연스레 몬스터들이 모여들게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몬스터 랜드는 유저, NPC의 토벌 대상이 된다.
공들여 만든 집이 초등학생이나 대학생 유저 파티에게 철거당한다면, 그 설움은 상상을 초월하리라!
‘적당히 도시와 멀면서 공략하기 어렵고, 자원이 많은 곳을 찾아야겠군.’
길어지는 고민의 시간.
그렇게 가던 파프닐의 코가 순간 움찔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고 굽는 듯한 냄새.
단순한 고기 냄새가 아니라, 몇 겹으로 농축된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파프닐의 입 안에 절로 침이 고였다.
“뭔가가 있다…….”
냄새를 따라가자 지형이 바뀌었다.
풀이 많고 물기 있는 평원에서, 마른 흙이 가득한 붉은 황야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저긴가…….”
붉은 먼지 너머로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
두 사람의 모습을 본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어?”
“파프닐 님!”
두 사람도 이쪽으로 고갤 돌렸다.
키 작은 소녀와 키 큰 숙녀.
놀랍게도 저 숙녀 쪽이 소녀보다 훨씬 동생이었다.
“안녕하세요.”
파프닐은 가볍게 인사했다.
시현과 시연 자매.
바이론시에서 오크 산채를 공략할 때 만났던 두 사람과 오랜만에 재회한 것이다.
“뭐야, 오랜만!”
“안녕하세요. 파프닐 님.”
시현과 시연도 파프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잘 지내신 거 같아 다행이에요.”
“이야~. 토벌대 랭킹 1위에, 루디우스 방송에서 나와서 얼굴도장까지 찍은 유명인 아냐? 그 방송 조회 수 오십만이 넘었다더라.”
공헌도, 부흥군 작업 등을 통해 파프닐의 이름은 이미 상당히 알려져 있었다.
이시우나 철혈패군, 홍길동 등 네임드보단 덜하지만, 그 바로 아래 등급의 유명인인 셈.
“감사합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파프닐이 물었다.
“두 분은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바이론시에서 헤어진 후 오랜만에 뵙는데.”
“음……. 네가 사냥 약속 바람맞히고 수도로 가 버린 것만 아니면 그럭저럭?”
“언니!”
놀리는 시현을 말리는 시연.
파프닐은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럼 두 분은 어쩐 일로 여기에? 동부 쪽에 계셔야 하지 않습니까?”
“퀘스트 겸 스킬 수련.”
내용만 말하는 시현 대신 시연이 설명했다.
“언니가 이 근방에 사는 대장장이 NPC분을 만나야 하거든요.”
“시연 님도요?”
“전 퀘스트는 없는데 언니 서포트도 할 겸, 문신사용 염료 재료를 모으고 있어요.”
확실히 시현을 혼자 두면 다음 날 사건 사고 게시판에 사진이 올라올 것 같긴 했다.
“여기 골렘을 잡으면 돌이 나오는데, 그걸 부수면 진한 붉은색 염료가 나오거든요.”
퀘스트를 수행하는 김에 겸사겸사 재료를 구하고 있는 것.
“파프닐 님은 무슨 일로 여기에……?”
“아, 저도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평원 남쪽에 있는 대장장이에게 가고 있거든요.”
“어라? 혹시 그 대장장이 이름이 윈필드 아녜요? 여기서 남서쪽에 있는 산맥 지류에 살고.”
“……!”
파프닐은 눈을 크게 떴다.
“아무래도 같은 사람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군요.”
“잘됐네, 그럼 같이 다니는 건 어때?”
시현이 말했다.
“마침 우리도 둘만으론 조금 힘들었거든. 마침 해골병을 다룰 줄 아니까, 걔네한테 문신이랑 장비 대여만 해 주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흠.”
해골병에 별빛 대장장이의 장비들을 둘러 준다?
대여 서비스지만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어차피 혼자 다니다 성기사나 신관 유저들 만나면 그대로 사냥감 신세인데, 일반 유저 둘과 같이 있으면 그런 일도 덜 당하겠지.’
여러모로 윈윈인 계약.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좋아, 그럼 파티 결성하자!”
대장장이와 문신사.
두 자매가 합류한 뒤 파프닐은 다시 목적지로 출발했다.
“주인님의 동료분들을 뵙습니다.”
합류한 둘을 향해 벨이 고개를 숙였다.
“누구……? NPC?”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이는 시현과 시연.
파프닐은 고갤 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만든 호문쿨루스입니다.”
“주인님의 동료분들을 뵙습니다.”
벨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호문쿨루스? 와……. 인형 같아.”
“대단하세요!”
시현과 시연 자매는 벨을 보며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직접 만든 거야? 몸은 쇠……는 아닌데? 부드럽네?”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무슨 진흙 덩이만 끌고 다니던데, 역시 파프닐 님…….”
순간 벨이 싸늘하게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골렘 따위와 저를 비교하지 말아 주십시오.”
“어, 어?”
“저는 주인님과 피로 이어진 관계이자, 고등 마법과 연금술의 결정체인 호문쿨루스. 그런 진흙 덩어리 따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그, 그래. 미안.”
아무리 손님이라 해도 자존심을 건들면 참지 않고 쏘아붙이는 모습!
두 사람이 사과하자, 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 지으며 파프닐 옆에 섰다.
“그런데 피로 이어지다니?”
“그 말 그대로입니다. 주인님께서 직접 피를 내어…….”
“어흠!”
저대로라면 쓸데없는 오해가 생길 말을 할지도 몰랐다.
파프닐은 헛기침을 한 뒤 화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저흰 뭐……. 그 후엔 계속 작업이랑, 사냥하다가 동부 요새로 갔어요.”
시연이 설명을 시작했다.
“거기서 대장장이 직업 퀘스트랑……. 문신사 히든 퀘스트를 하다가 오크 대전쟁 터져서 대박이 나고…….”
시현의 클래스는 히든 클래스인 별빛 대장장이.
문신사인 시연의 금속 문신 인챈트까지 더해지자, 두 사람의 장비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장비 수주나 제작 같은 일감이 쏟아졌어요. 그러다가 저희 스승님이…….”
“야!”
툭, 시연의 옆구리를 시현이 찔렀다.
“그만 말해.”
“아, 미안, 언니.”
엣헴, 숨을 고른 시연이 말을 마무리했다.
“아무튼 그 후로 계속 대박 나고 뭐……. 바쁘게 하고 있어요. 헤헤.”
“흠…….”
원작 소설에서 날고 기던 네임드였던 별빛 대장장이의 명성이 이 시점부터 알려진 것이리라.
‘역시 이름난 랭커들은 다 이 대전쟁 때 크게 성장하는군.’
나도 질 수 없지.
파프닐은 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정점에 선 뒤, 플러시의 추격을 뿌리칠 것이라고.
그때였다.
“잠깐만, 거기!”
멀리서 유저 서넛이 다가왔다.
꽤 오래전부터 여기에 자리 잡은 듯, 갑옷이나 투구 등엔 모래 먼지가 묻어 있었다.
“여긴 안 돼요, 다른 데로 가!”
그렇게 말하는 유저들의 어깨엔 십자 두 개를 교차시킨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크로스파이어 길드? 저기도 만만찮은 대형 길드인데.’
철혈이나 파이브스타급은 아니지만.
소설 중반부에 파이브스타의 상대역으로 나오던 한국 최상위 길드 중 한 곳이었다.
“무슨 일이죠?”
“지금 이 앞에서 레이드 중이니까, 오면 안 된다고!”
“돌아서 가요, 돌아서.”
“지금 누굴 돌아가라 마라 하는 거야? 너네 내가 누군지 알아! 시현이라고, 별빛 대장장이 시현! 한번 공론화해 볼까?”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는 시현.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그게 누군데?”
“우린 그게 누군지 모르는데?”
“해 보든가.”
시현이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두 사람도 나름 네임드 유저긴 했다.
다만 대형 길드인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이름값이 부족했던 것!
“별 이상한 사람이 네임드라고 난리야.”
“훠이, 훠이.”
“으으…….”
“언니, 울지 말고. 뚝!”
울먹이는 시현을 시연이 토닥였다.
“음?”
피식 웃던 크로스파이어 길드원 중 한 명이 파프닐을 보았다.
“댁은 누구요?”
“아……. 전 파프닐이라고 합니다.”
파프닐은 솔직히 밝혔다.
“파프닐……. 못 들어 봤는데, 아무튼 여긴 못 가요. 못…….”
“뭐? 파프닐?”
말을 끊은 길드원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책임자인 듯 간부 견장을 찬, 30대 중반의 남성 길드원이었다.
“당신이 파프닐? 진짜 그 파프닐?”
“루디우스 방송 나왔던 네크로맨서 파프닐이라면 제가 맞습니다만.”
파프닐은 간부 견장의 길드원에게 말했다.
그 순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파프닐 님!”
어라?
이거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