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드시죠.”
파프닐 일행 앞에 따뜻한 차가 놓였다.
보급이 불가능한 필드란 점에서, 꽤 신경을 썼단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파프닐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래서, 사냥을 해야 하니 일주일 동안은 못 지나가나요?”
“네, 예외는 없다고 길드마스터님께서 엄명을 내리셔서…….”
네임드 보스 몬스터는 작정하고 파티, 길드 차원에서 잡아야 한다.
원시인들이 맘모스를 잡듯.
몇 날 며칠 따라다니며 숨통을 끊어야 하는 대형 괴수 혹은 강력한 영웅급의 상대!
“물론 감히 파프닐 님께 공짜로 참아 달란 건 아닙니다.”
“그럼?”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저희 길드가 관리하고 있는 특급 사냥터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특급 사냥터?”
사냥이 쉽고, 경험치가 눈에 띄게 나오는 건 물론.
특별한 아이템이나 장비까지 나와야 그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멀지 않습니다. 일주일 동안 그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 드릴 테니…….”
“일주일 후에도 잡히지 않는다면 그때는요?”
“우회로랑 지연에 대한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파프닐에게 잘 보이란 명령을 받은 덕분에 간부의 태도는 극진하기 짝이 없었다.
‘황룡파가 자숙하는 기간도 삼 주쯤 남았고…….’
퀘스트에 딱히 기한은 없으니, 충분히 낼 수 있다.
“시현 님, 시연 님은 괜찮으시죠?”
“네 마음대로 해. 어차피 쟤네 너 보고 이러는 거 아냐?”
빨갛게 충혈된 눈을 닦던 시현이 쏘아붙였다.
“저희도 딱히 급한 퀘스트는 아니라서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껴도 괜찮을지…….”
“괜찮습니다.”
시현과 시연 자매는 나중에 가야 빛을 보는 캐릭터였다.
흔히 말하는 ‘왕의 귀환’형.
“그럼 결정도 됐으니, 안내를 부탁합니다.”
“예.”
파프닐 일행은 간부 유저의 안내를 받아 사냥터로 향했다.
“저기, 진짜 파프닐 님이잖아?”
“짤에서 나오던 그분? 진짜로 보는 건 처음이네.”
“그럼 양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 여기사랑 메이드인가?”
“멍청아! 너무 작잖아!”
소문을 들은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 몇몇이 그 모습을 보며 수군거렸다.
‘흠, 나도 생각보다 유명해졌나?’
루디우스 방송 채널에 이어.
알루인 자유도시에서도 입소문을 탄 덕분인 듯했다.
‘덕분에 이번엔 별문제 없이 지나가겠는걸.’
원작 소설에서 시현과 시연은 대형 길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크로스파이어 길드 하면 치를 떨 정도.
읽을 땐 언더독 성향이구나 하고 말았는데, 아까 같은 일을 겪었다면 이해가 갔다.
“다 왔습니다.”
간부가 손짓했다.
-떨어진 별의 매장지에 입장했습니다.
-현재 레벨에 비해 과도하게 몬스터의 레벨이 높은 지역입니다!
“저희 길드에서도 특급 사냥터로 취급하는 곳입니다. 말은 해 뒀으니 사냥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말을 마친 간부가 돌아갈 때까지, 시현과 시현 자매는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와…….”
“진짜 멋지다…….”
깊고 넓게 파인 커다란 크레이터.
땅 곳곳엔 청색과 금색 수정들이 돋아나 있고, 그 주변으론 수정 골렘이나 전갈들이 돌아다닌다.
“저기 봐, 운석이 떨어지면 이렇게 되는구나…….”
“나중에 이거 문신으로 한번 만들어 봐야지!”
여유로운 두 사람.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던 파프닐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잠깐만, 저놈들은 설마……!’
운석 수정 골렘.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박힌 이 크레이터에서, 운석에 박혀 있던 수정으로 만들어진 골렘형 몬스터들이었다.
‘저놈이 나온다는 건……. 그럼 여기가 바로 그곳이군.’
더불어 파프닐은 그 골렘들이 소설 어느 파트에서 나오는지도 기억해 냈다.
‘플러시가 남쪽으로 가면서 대박으로 이득을 본 곳 중 하나…….’
원작에선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다.
최초 이곳을 발견했던 크로스파이어 길드, 그리고 그 이후 여러 대형 길드에서 공략하려다 실패했다는 설명.
그리고 그곳에 운 좋게 플러시가, 또 운 좋게 사냥을 했다는 묘사뿐.
‘본문엔 운 좋게 어딜 때리니 부서졌다는 설명밖에 없었지.’
덕분에 수정 골렘의 보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330레벨대 레어와 유니크 등급의 각종 장비들.
우주의 수정 조각(유니크), 우주의 마력 결정(유니크), 그리고 우주의 수정핵(이모탈)까지.
수정핵은 0.01% 아래의 확률로 나오지만, 플러시는 잡을 때마다 얻었다는 설명은 덤이었다.
‘작가 놈, 진짜 대충 썼구만.’
대박인 이득을 주겠답시고 저렇게 강력한 몬스터를 대충 때려 넣다니!
읽을 때야 딱히 별생각 안 했지만, 막상 들어와 눈앞에서 보니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뭐, 일단은……. 한번 잡아 볼까?’
정보가 없는 몬스터를 상대할 땐 부딪쳐 보는 게 최고.
“여기예요?”
“그런 듯.”
“척 보기에도 세 보이는데…….”
“잠깐만, 내가 해 볼게!”
시현이 몸을 풀었다.
“아무리 그래 봤자 골렘류면 망치 한 방에 엎어지겠지.”
전투 망치와 중갑옷으로 갈아입은 시현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야아아!”
시현의 망치가 골렘의 허벅지 부위를 정통으로 때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일격.
-그르르.
골렘이 천천히 시현 쪽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파프닐은 급히 판데모니엄 네펜데스를 사용했다.
콰쾅!
막 시현을 밟으려던 골렘의 발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쪽으로 오세요!”
급히 시현을 후퇴시킨 파프닐이 골렘을 살폈다.
천천히 일어난 골렘이 시현을 따라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거 왜 저렇게 단단해?!”
“그보다, 옵니다. 다들 뒤로 물러나십시오.”
어느새 수정 골렘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부웅!
커다랗게 팔이 휘둘러져 왔으나 재빨리 피해 냈다.
“제가 시선을 끌겠습니다!”
파프닐은 골렘에게 다가가 혈마검을 휘둘렀다.
-카가각!
-우드득!
우주 수정이라지만 에픽급 무기로 찌르자 조금씩 박혀 들어갔다.
‘공격이 통하긴 하는군.’
그렇다면 충분하다.
파프닐은 계속 골렘의 발에 상처를 냈다.
“제가 칼집을 내면 거기에 대못을 박으세요!”
“대못……. 아! 오케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현의 뒤로, 시연은 해골병들에게 문신들을 붙였다.
효과는 크지 않지만, 빠르게 붙일 수 있는 ‘레터링’ 문신!
-엘리트 해골병 3호에게 ‘공격’ 레터링이 시전되었습니다.
-엘리트 해골병 3호의 공격력이 +10 상승했습니다.
전투 준비를 마친 해골병들이 창을 던져 골렘의 시선을 흐트러뜨렸다.
그사이 다가간 시현이 팔뚝만 한 대못을 박아 넣었다.
-까앙!
이미 파프닐이 내놓은 칼집에 쑥 들어가는 대못들.
파프닐은 시현이 못을 박기 좋도록 반대편에서 골렘의 시선을 끌며 돌았다.
-우드득. 우드드득!
-콰작!
못이 열댓 개쯤 박히자 골렘의 움직임이 묘해졌다.
팔다리를 돌릴 때마다 수정 조각이 떨어지고, 몸에 실금이 가는 모습!
‘지금이다!’
파프닐은 손가락을 깨문 뒤 피를 뿌렸다.
블러드 익스플로전!
피에 마나를 불어 넣자, 빛과 함께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그오오!
-콰콰콰쾅!
골렘의 몸이 크게 휘청이며, 팔다리가 조각이 났다.
파프닐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지금이 기회다!’
수정 골렘보다 빠른 속도로.
놈이 대처하지 못하는 목 부위에 혈마검을 가져다 대고 긋는다.
-약점 공격!
-치명타!
검날이 쑥 들어가면서 목을 깊이 베어 냈다.
그 상태로 파프닐은 번 엔드를 썼다.
-콰콰쾅!
모든 마나를 전부 써서 때려 넣는 필살기.
골렘의 목이 몸에서 떨어지자 남은 몸도 순식간에 부서져 내렸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우주의 수정 조각(유니크) 1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파프닐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엎어졌다.
“헉헉…….”
“하아!”
“언니! 파프닐 님!”
시현과 시연도 지친 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문신만 해서 체력이 남은 시연이 급히 물과 포션을 가져다주었다.
‘이거 보통 까다로운 상대가 아닌데?’
격렬한 싸움.
세 명이서 같이 싸웠기에 쓰러뜨릴 수 있었다.
‘겨우 쓰러뜨렸네.’
골렘 한 마리와 싸워 이 정도다.
저기 있는 골렘 무리와 싸운다면 100전 100패!
아니, 골렘 두 마리만 와도 전투가 힘들어진다.
‘잘 피하면서 싸우면 그럭저럭 상대할 만하긴 한데……. 난 좀 빡세고.’
시현과 시연 둘이서 싸우면 무조건 사망.
파프닐이 싸우면 이길 수는 있겠지만, 최소 한 시간 이상을 공들여야 했다.
‘그래서야 꿀 사냥터는커녕 헬 사냥터지.’
차라리 오크나 유저들을 때려잡는 게 경험치 면에서는 훨씬 나았다.
‘하기만 여기서 분명히 플러시가 이득을 봤단 말이지…….’
상체를 일으킨 파프닐이 턱을 쓸었다.
원작 소설에서 플러시는 이 사냥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경험치와 폭업, 골드와 수백 개의 아이템을 끌어모으며 ‘운이 좋네’를 말했던 모습.
‘분명 개연성을 맞추기 위해 이 세계의 억지력이 작용했을 거다.’
일단 공략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 나머지는 그걸 직접 알아내는 것뿐이다.
파프닐은 시현, 시연 자매에게 향했다.
“아무래도 꿀 사냥터라기엔 좀 무리가 있군요.”
“꿀 사냥터? 헛소리하지 말라고 해, 어딜 봐도 헬 사냥터잖아!”
시현은 악에 받쳐 소리쳤다.
“그 새끼들, 일부러 우리 엿 먹으라고 말 안 한 게 분명해! 진짜 개새끼들!”
한 마리 잡는 데 이렇게 힘드니, 오해가 생길 만도 하다.
하지만 파프닐은 고갤 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저쪽도 사냥이 되면 되는 대로 좋고, 아니면 아닌 대로 상관없는 거겠지요.”
길드마스터를 비롯한 최상위 랭커들도 사냥을 포기한 곳.
파프닐이 사냥에 성공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이대로면 사냥 속도가 너무 느릴 텐데…….”
시연의 질문에 파프닐이 대답했다.
“연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구요?”
“네, 혹시 조금 도와주시겠습니까?”
“재밌어 보이는데……. 좋아!”
“저도 도울게요. 언니 혼자 따라가면 할 것도 없으니.”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라오시죠.”
관찰하는 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근처 언덕에 올라간 파프닐은 노트와 종이, 펜들을 꺼냈다.
“여기에 저 골렘들의 움직임이나 행동 패턴, 특징 등을 적으면 됩니다.”
“그러니까 일단 전부 기록하는 거네요?”
“흠……. 알았어.”
두 사람이 지켜보는 걸 확인한 파프닐도 기록을 시작했다.
‘운석 수정 골렘……. 체구는 대략 5m가량에…….’
공략 노트 작업은 단순히 특징만을 정리하는 게 아니었다.
몬스터의 움직임 패턴이나 걷는 속도, 인식.
평상시 하는 행동을 비롯해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적어 파훼법을 분석하는.
말 그대로 상대를 해킹하는 거나 다름없는 작업이었다.
-몬스터 조사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손재주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탐험가 계열 스킬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기록 스킬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탐험가 길드에 기록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건 좀 좋군. 그냥 기록만 하고 있어도 혜택이 있다니.’
펜을 움직이던 파프닐의 입가가 올라갔다.
‘덕분에 손해 보는 기분은 안 들겠어.’
완벽히 기록에 몰두한 상태의 파프닐.
수정 골렘 페이지의 내용이 점차 빼곡히 채워져 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