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약속한 일주일이 지났다.
‘일단 레벨 업 자체는 꽤 성공적인데…….’
파프닐은 드롭된 보상을 시현 자매와 나누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들어 본 적 없는 물건이란 말이지.’
파프닐의 눈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물건들.
광택이 없는 검은 보석 같기도 하고, 그저 이쁜 돌멩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주의 수정 조각(유니크), 우주의 마력 결정(유니크).
‘둘 다 유니크 등급.’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주의 수정핵(임모탈).
이건 무려 임모탈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우주의 수정 조각]-분류 : 재료, 일반
-등급 : 유니크
-레벨 제한 : 없음
-설명 : 우주에서 온 운석에 박혀 있던 자라나는 수정 조각. ???의 힘이 깃들어 있다.
문제는 이걸 어디에 쓸지 모르겠다는 점!
“이거 망치질이 이도 안 들어가는데? 아, 이가 안 들어간다는 표현은 좀 이상한가?”
대장장이로는 특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시현.
“문신 매개체로 사용할 수도 없네요.”
플레이어 기준 최상위 문신사인 시연도 촉매로 다루지 못한다.
‘플러시는 못 얻었던 거 같은데.’
심지어 이 게임 세상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을 독파한 파프닐조차도 이 아이템이 뭔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단 배분하죠. 슬슬 원래 목적지로 갈 때도 됐는데.”
파프닐은 아이템들처럼 정확히 삼등분해서 자매에게 결정을 넘겼다.
파티 사냥의 아이템 배분은 철저히! 그게 게이머 김강한의 철학이었다.
일행은 그길로 크로스파이어 길드가 경계를 서고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한데 파프닐을 기다리고 있는 건 보초를 서고 있는 유저가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제가 크로스파이어의 부길드장인 크롬웰입니다.”
휘황찬란한 풀 플레이트 메일에 화려한 검을 허리에 매단, 머리카락이 반쯤 벗겨진 수척한 인상의 중년 사내!
“하하……. 제가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서……. 외형을 그대로 했거든요.”
크롬웰은 번쩍거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삐질삐질 말을 시작했다.
“푸……. 푸풉…….”
손수건이 젖어 들어갈수록 시현이 입가를 가리고 웃음을 참았다.
“어, 언니. 실례야.”
“괜찮습니다. 하하, 게임이잖습니까.”
파프닐은 팔짱을 낀 채 크롬웰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살인기사 크롬웰인가.’
살인기사 크롬웰.
또는 파멸의 대머리.
언밸런스한 외모와는 달리 살인적인 컨트롤을 지닌, 크로스파이어의 실세 중 하나.
원작 소설에서도 플러시를 여러 번 위기로 몰아넣었던 인재이기도 했다.
“해서 여긴 무슨 일로……?”
땀을 얼추 닦아 낸 크롬웰이 물었다.
파프닐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수정 골렘 조사부터, 마침내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로 얻은 것까지!
“호오……. 수정 골렘들을 잡으셨다구요?”
크롬웰은 연신 이마를 닦으며 감탄했다.
“대단하십니다. 저희가 그곳을 소개해 드린 파티는 많지만, 성공적으로 사냥을 끝낸 파티는 몇 없었거든요.”
“흐흥, 이래 봬도 우리는 랭커급 유저니까.”
시현이 작은 가슴을 내밀며 우쭐했다.
“하지만 거기 이야기만큼 대박 사냥터는 아니던걸. 경험치는 꽤 많이 주는데 아이템은 완전 별로였어.”
“호오……. 그렇습니까?”
“뭐 괜찮은 레어 템 몇 개 떨구긴 했지만, 대부분은 이런 쪼가리들만 주던데.”
시현이 우주의 수정 조각을 보이자 크롬웰의 눈에 이채가 피었다.
“그건……. 우주의 수정 조각이군요.”
“아저씨, 이게 뭔지 알아?”
시현이 주머니에서 수정 조각들을 한 움큼 쥐어 보였다.
“그렇게나 많이……! 굉장한 실력가들이셨군요.”
“나 이래 봬도 대장장이 랭킹 30위권인데……. 어디에 쓸지 전혀 모르겠더라.”
“하하, 그러시겠죠. 그건 특수한 퀘스트용입니다.”
“특수한 퀘스트?”
“자세한 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길드 단위에서 진행 중인 퀘스트라고 말씀드리죠. 무려 임모탈급이랍니다.”
“그거 대박인데!”
임모탈급이란 말에 두 자매의 표정이 홱 달라졌다.
“던전에서 ‘???’ 재질로 된 무기들 보셨죠? 이 우주의 수정 조각의 힘이 깃든 무기들입니다.”
“아! 그 특정 개체에 추가 대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거?”
“예, 그 존재가 누군지는 아직 퀘스트에서도 안 밝혀졌습니다만……. 아마도 메인 스트림에서 곧 나올 마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였다.
팔짱을 낀 채 좌시하던 파프닐이 입을 열었다.
“그런 얘길 쉽게 해 주는군. 무슨 꿍꿍입니까?”
“하하, 경계하실 필요 있습니까? 전 단지 거래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거래?”
“여러분이 갖고 계신 우주의 수정 조각……. 저희 길드가 전부 매입하고 싶습니다만.”
시현이 눈을 빛냈다.
“정말? 얼마나 쳐주려고?”
“글쎄요……. 개당 5골드. 어떻습니까?”
“5골드라고!”
시현이 입을 벌리며 경탄했다.
개당 50만 원.
총 200개가량이 있으니, 전부 팔면 무려 1억이나 받을 수 있었다.
“대박!”
“그렇게나 쳐줘요?”
“물론입니다. 저희가 넘치는 게 돈인걸요.”
“대머리는 구두쇠라더니, 그거 다 헛소리였네!”
“크흠……. 크흠!”
삐질, 크롬웰에게서 나오는 땀이 한층 더 많아졌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 텐데.’
소설 속에 나오던 크로스파이어는 주인공과 대척하던 빌런 세력!
저렇게 통 큰 인심을 보일 집단이 아니었다.
아니, 굳이 빌런 세력이 아니더라도, 이익 관계가 얽힌 게임 속 대형 길드가 저런 식으로 자선 베풀 듯할 때는 무언가 이해관계가 있기 마련.
“잠깐.”
파프닐이 거래에 끼어들었다.
“거래를 하기 전에 우선 두 가지.”
“말씀하시죠.”
“우린 이 물건의 가치에 대해 모른다. 그러니……. 좀 알아보고 판매하도록 하지.”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길은 언제 뚫어 줄 거지?”
***
“일주일 후, 그때는 확실히 비키는 걸로.”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파프닐 일행이 물러나고.
협상이 끝난 무대.
“흐흐……. 시발 어린노무 새끼들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네. 카아악, 퉤.”
크롬웰은 가래침을 찍 뱉으며 손수건을 집어 던졌다.
“사회였으면 쳐다도 못 볼 쉐끼들이 쯥……!”
어지간한 중견 기업의 사장들도 그 앞에선 굽신거린다.
감히 게임만 해 대는 어린놈들.
흔히 말하는 ‘겜창’들 주제에 나한테 갑질을 해?
‘옆에 연놈들 끼고 잘하는 짓이다. 후…….’
파프닐이 생각을 바꾸자마자 곧바로 같이 태도를 바꿔 버린 두 놈.
특히 더 짜증 나는 건 그 작은 꼬맹이다.
감히 자신의 머리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
파프닐만 아니었다면 당장 검을 휘둘러 두 동강을 냈을 것이다.
‘어차피 그놈들도 곧 알게 되겠지. 여기나 밖이나 밑바닥밖에 설 데가 없다는 걸…….’
비록 지시에 따라 시작하긴 했지만.
처음 게임을 보자마자 크롬웰은 이 게임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깨달았다.
이 때문에 군말 없이 게임에 시간을 투자했고.
길드 내의 대소사를 처리하며 부마스터 직위를 얻었다.
‘컴퓨터, 스마트폰 스트림, VR 메타버스에 이은 새로운 변화지.’
세상이 크게 바뀔 사업들.
그 속에서 기회를 선점하는 걸 위해서라면.
저런 어린놈들에게 얼마든지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
“후우…….”
시가 담배를 꺼내 드는 크롬웰.
따라왔던 길드 호위대원들이 쭈뼛거리며 주변에 섰다.
“안 때릴 거니까 이리 와. 내가 언제 화났다고 자네들 때린 적 있나?”
호위대원들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크롬웰이 시가에 불을 붙이고 말했다.
“일단 도련님한테 연락해서 잘 안 됐다고 보고하고, 전투부 사용 허가 받아 와.”
“예.”
“참, 그리고 그 뭐냐……. 병신한테도 연락해 봐.”
“네? 병신이라뇨?”
“그 있잖아, 지금 크레이터에 들어가 있는 놈.”
“아! 알겠습니다.”
“척 하면 착 하고 알아들어야지. 하여간 이 새끼들…….”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바로 그 시각.
파프닐은 또 다른 사람과 조우하고 있었다.
“찾으셨습니까, 파프닐 님.”
크레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의문의 남자.
“저 사람 뭐야?”
시현 자매가 무기를 꼬나든 순간.
파프닐이 제지했다.
“헤르메스에서 오셨습니까?”
“예.”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요.”
“하하, VIP 고객님에 대한 서비스죠.”
거래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취급한다.
심지어 물건이 아니라 스킬이라도 마찬가지.
“배달부 번개손입니다.”
“파프닐입니다.”
“해석할 아이템은요?”
파프닐은 수정을 내밀었다.
“확인했습니다. 금액은 총 400골드. 착수금 200골드 먼저 받고, 완료되면 200골드 마저 받겠습니다.”
듣고 있던 시현과 시연이 경악했다.
“뭐 그렇게 비싸?”
“너무 바가지잖아요.”
“하하, 원래 아이템 해석은 이 정도 가격대쯤 합니다.”
독과점의 폐해!
비싼 가격에 혀를 내둘러도, 다른 곳보단 그나마 나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헤르메스의 날개는 다른 길드와 다르지.’
다른 길드처럼 우두머리가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상인이 이득을 위해 연합을 만들었다.
파프닐은 속으로 피식 웃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의뢰 맡기죠.”
“탁월하신 선택…….”
“대신 일을 할 상인은 제가 지정하겠습니다.”
“네?”
번개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건…….”
“그쪽 상인분 관등 성명이 어떻게 되죠?”
“……다파라 님입니다.”
다파라.
이름을 들은 파프닐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다파라 님을 모르신다고요?”
“제가 지금까지 맡겼던 건 다른 분이라서요. 그냥 그분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번개손의 입가가 움찔했다.
파프닐은 VIP.
게다가 양옆의 대장장이와 문신사도 웬만한 고수 이상처럼 보인다.
‘공짜 인센티브를 받을 기회라 생각했는데……. 여기서 놓치면 곤란하지.’
다파라와 맺은 계약을 떠올린 번개손이 심호흡을 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이건?”
“일단 저희에게 맡겨 주시고, 기한이 늦어지면 사은품으로 레어급 장비 아이템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일찍 처리하면?”
시현의 질문에 번개손은 즉각 대답했다.
“딱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좋은 거래가 성사되는 거죠.”
“나쁘지 않군요.”
파프닐이 말했다.
“저희 측은 사흘 내로였으니, 마찬가지로 사흘 내로 해결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하나 더.”
“네?”
“만약 작업 자체가 진행이 불가능하다면. 그때는 전액 환불을 부탁하죠.”
먼저 받은 착수금까지 전부 환불!
내역이 남기 때문에 상인에게 있어선 최악의 경우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번개손은 태연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다파라.
그가 계약한 상인 유저는 정말로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었으니까.
“괜찮겠어?”
번개손이 간 후 시현이 물었다.
“다파라 저 사람, 웹 검색해 보니까 능력자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NPC는 물론 유저들까지 엮인 유니크급 퀘스트들을 몇 개나 성공시키며.
헤르메스의 날개 연합에서 한창 이름을 날리는 유명인.
“저도 알고 있습니다.”
물론 파프닐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유? 간단하다.
‘그 녀석, 소설 속에서 뻔질나게 나왔었으니.’
원작 주인공인 플러시의 금고이자 잡템 처리반!
그 역할로 나오는 게 다름 아닌 다파라였기 때문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