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난 혼자가 좋다.’
김철은 고독을 즐겼다. 대인 기피증 같은 건 아니고,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일도, 작업도 늘 홀로 했다. 외롭지는 않았다. 그게 즐거웠다.
그래서 게임도 혼자 했다.
‘재밌는데?’
혼자서 몬스터를 상대하고, 약점을 조사하고, 공략을 준비하는 과정이 참을 수 없이 즐거웠다.
‘오크는 검 계열 무기가 잘 통하지 않는군. 둔기가 잘 먹히는데? 오우거는 근접 무기보다는 원거리에서 활로 공격하는 게 낫겠어. 근데 활은 들고 다니기 어려운데, 무기를 투척해 볼까?’
파티 플레이를 기반으로 난이도가 조정되어 있는 게임이다. 당연히 솔로 플레이는 난이도가 있었다.
돈을 처바른 거도 아니고 도와줄 사람이 있던 거도 아닌 김철인지라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그에게는 감각이 있었다.
어느덧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게임에 투자할 때였다.
“자리.”
“자리는 뭔 자리? 여기 내가 사냥하던 곳인데.”
“나 엑스디아 길든데?”
“그래서?”
“허, 그럼 죽든가.”
푹.
일주일간 키운 캐릭터의 경험치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캡슐 밖으로 나온 김철은 고민했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혼자서 게임을 즐겨 왔다.
그런데 이렇게 무차별 PK를 당하는 게 정당한가?
아니다.
자리라니?
그 땅을 그 길드가 전부 사기라도 했던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 순응했을 거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혹은 나도 파티를 꾸려야겠다, 이런 식으로.
하지만 김철은 달랐다.
‘빼앗기느니 빼앗는 쪽이 된다.’
직장을 그만두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로봇이 일을 대체하는 시대.
일자리는 항상 부족했으니까.
모든 재산을 끌어모아 게임에 투자했다.
현실과 달리 시스템은 정직하게 보상을 책정해 주었다.
숨겨진 직업을 얻고.
기라성 같은 네임드들과 싸워도 쉬이 당하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그때가 되자 김철은 행동에 나섰다.
“넌 뭐냐?”
“김철.”
상위 30위권에 있던 엑스디아 길드가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멸망했다.
그다음에 온 것은 척살대였다.
수많은 정예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척살대, 다크 게이머들이 김철을 쫓았다.
“네가 김철이냐?”
“네가 캐삭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야.”
단지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고 말했던 놈들이다.
김철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까딱였다.
“조져 봐, 그러면.”
수십, 수백 명의 척살대가 단 한 명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세 번째 척살대를 전멸시키자 네 번째부터는 다른 사람들이 찾아왔다.
“지금 플라타 길드에 들어오신다면 에픽급 아이템을…….”
“아크 길드에 들어오시는 건 어떻습니까? 척살령과 다크 게이머들로부터 지켜 드리겠…….”
“꺼져.”
대형 길드나 조직 같은 건 딱 질색이다.
김철은 혼자 다니며 수많은 싸움에 몸을 던졌다.
갖고 싶은 건 몇 달을 들여서라도 얻어 냈고.
죽이려 드는 녀석은 먼저 죽여 버렸다.
때마침 시대도 김철의 편이었다. PVP의 경험치와 보상이 늘어나면서 척살만으로도 압도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룰 수 있는 무기가 12개를 넘었고.
일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의 목을 베고도 살아남았다.
만병지왕.
김철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어서 옵쇼”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자리.”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양보받게 되었지만.
기분이 수틀리면 그대로 무기를 휘둘렀다.
“엄마가 아파요. 뒷산에 있는 플로라 꽃이 병의 약이라는데……. 가는 길에 강한 몬스터들이…….”
“…….”
김철은 아무 말 없이 산에 올라가 꽃을 따 왔다.
“고맙습니다!”
순수한 아이의 웃음과 함께 들려오는 퀘스트 알림.
김철의 입꼬리가 보일 듯 말 듯 하게 올라갔다.
“저 자식, 플로라 꿀 사냥터를 가져가 버렸어!”
“확실히 죽여 놓지 않으면 안 되겠군.”
“조져!”
사냥터를 잃은 대형 길드가 죽기 살기로 덤벼 왔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기를 반복하자 비로소 상대 길드가 백기를 올렸다.
시간이 지났다.
철혈 길드가 패권을 잡았고, 대형 길드들은 지방에서 각자의 깃발을 올렸다.
김철이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단신으로 대군을 상대하기엔 아직 힘이 달렸다.
‘지금 나는 12개의 무기를 여섯 속성씩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저놈들은 200, 300명의 고수를 투입해 온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했다.
더 강한 무기를 더욱 많이 다루는 것.
12개의 무기가 각각 12명씩, 그 이상을 상대할 수 있으면 된다.
결정을 내린 김철은 곧바로 알루인 황야로 내려갔다.
“퀘스트에 필요한 물건인데……. 혹시 나오면 사겠습니다.”
크로스파이어 길드의 의뢰.
딱히 별생각 없었지만, 몬스터인 수정 골렘은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나쁘지 않군.’
공격이 통하지 않는 몬스터를 수많은 공격과 공략을 통해 처치!
모처럼 만에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의 기분이 살아났다.
그러던 어느 날.
세 명의 파티가 자신의 자리에 나타났다.
***
“너네 뭐냐고.”
“넌 뭔데 갑자기 공격이야!”
사내의 물음에 시현이 질세라 소리쳤다.
“여긴 내 자린데.”
“자리? 개소리하고 있네. 여기서 일주일 동안 사냥했는데 다른 사람은 코빼기도 못 봤거든?”
“어쩐지 골렘 숫자가 줄었더만.”
남자가 귀를 후비더니 침을 뱉었다.
“경험치 도둑놈 새끼들이 여기 있었네.”
시현의 고운 아미가 일그러졌다.
“뭐?”
“그냥 죽어라.”
사내가 반대 손으로 칼을 뽑으며, 동시에 도끼를 던졌다. 섬전처럼 뻗어 나간 도끼가 시현을 때렸다.
깡! 간신히 공격을 받아친 시현이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도끼는 여전히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뭐, 뭐야 얘?”
파프닐이 인상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나타난 사내는 양손에 칼과 망치를 들고 있었다.
무기를 세 개나 빼 들었는데 등에 짊어진 무기들은 아직도 한가득이었다.
“김철?”
“뭐? 그 미친 새끼?”
파프닐의 혼잣말에 시현이 답했다.
“내 이름 아네?”
김철이 달려들었다.
그가 가장 먼저 노린 건 파프닐이었다. 검과 망치가 묵직한 기세로 날아들었다.
검은 피하고, 망치는 받아쳤다.
‘……!’
그 속에 깃든 거력에 파프닐이 한순간 날아갔다.
‘뭔 힘이…….’
“너희 좀 세다?”
김철은 그대로 선회해 시현 자매를 노렸다.
자세를 가다듬은 파프닐이 그녀들을 돕기 위해 달려든 순간, 파프닐의 감각에 살기가 잡혔다.
깡! 간신히 그 공격을 받아쳤다. 이제 보니 허공에 회전하고 있던 도끼였다.
‘아니 시발, 무슨 이기어검이야?’
정확히 말하면 이기어부인가.
아무튼 말도 안 된다. 아직 플레이어 수준이라고 해 봤자, 최고 랭커가 레벨 200대 후반이다. 근데 무기를 의지만으로 움직인다니.
‘저게 히든 클래스?’
파프닐은 재차 날아드는 도끼를 받아치며 주문을 외웠다.
직접 나서지 못한다면…….
“뭐야!”
시현 자매를 공격하려던 김철의 주변을 스켈레톤들이 에워쌌다.
“저 새끼 네크로맨서였어? 내 공격을 막는 네크로맨서?”
착착. 김철이 검과 망치를 집어넣고, 다시 등짐에서 무기를 꺼냈다. 이번에는 은으로 된 도와 거대한 염주였다.
“그런 놈을 인벤에서 본 거 같긴 한데.”
김철은 여상스럽게 조잘거리며 스켈레톤들을 향해 쇄도해 나갔다.
“끼리릭!(주인님!)”
스켈레톤들은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순식간에 소환이 해제되어 갔다.
칼질 한 번, 염주를 쥔 주먹으로 한두 번만 후려쳐도 공들인 스켈레톤들이 뼈(?)도 못 추렸다.
‘아니 씨발, 괴물이잖아.’
허공에서 돌아오는 도끼를 떼어 내며 파프닐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무슨 무기들이 혼자 알아서 움직여.’
어검, 아니 어기술은 수많은 무기가 저 홀로 움직여 공격한다.
적들을 공격할 때 팔이나 다리의 움직임, 스킬을 외치는 것 같은 전조가 없는 셈이다.
그것만으로도 파프닐은 김철이 무섭도록 까다로운 적임을 깨달았다.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면 눈으로 보아야 하는데, 최상위 랭커급을 상대로 그게 가능할 리가?
‘진짜 저거……. 굉장히 뭐 같은 능력이다……!’
이 와중에 김철은 다른 속성의 무기까지 꺼내 공격하고 있었다.
화염 공격으로 바닥을 쓸거나, 틈틈이 얼음 속성 무기를 움직여 이동 속도 디버프를 주는 식.
‘움직임을 다 눈으로 봐야 하고 다른 무기들도 신경 써야 버틸 수 있다니.’
이기어검이 어째서 무협지 내에서 신기처럼 취급받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소환수들에게 시간을 끌게 한 다음에 패턴을 분석한다.’
파프닐은 냉정하게 전술적 판단을 했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끼리릭!”
“탈그라락!”
콰직! 퍽! 콱!
“으하하! 고작 이 정도냐?”
……놈은 괴물이었다.
언덕 위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시즈 탱크와 드라군의 싸움!
심지어 시즈 탱크 주변에는 마린 여럿이 움직이며 아래를 같이 때려 주고 있었다.
‘다른 쪽도 상황이 여의치 않군.’
시현과 시연은 애초에 비전투 클래스.
무기 한두 개의 어그로를 끌고 있지만 그뿐이었다.
“주인님……! 여긴 제가 맡을 테니 도망치십시오.”
“흑마법사, 일단 물러나라!”
벨과 페넬로페가 선전하고 있었지만 그뿐.
불리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 새끼, 별 같잖은 놈들을 다 부리네? 너 진짜 네크로맨서 맞냐?”
김철이 코웃음 쳤다.
쓔웅. 삼지창 한 자루가 파프닐의 옆을 스쳐 지나가 땅에 꽂혔다.
파프닐은 대답 없이 이를 악물었다.
말도 안 되는 괴물이었다.
액션 게임 보스였다면 곧바로 너프해 달라고 유저들이 항의할 수준.
‘쌍수 무기를 든 채로도 나보다 강해 보이는데……. 다른 무기들을 원격으로 조종하기까지?’
도저히 사각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때였다.
쾅!
스켈레톤들의 대장 격인 1호가 박살 났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1호.
“달그락!!(주인님, 살려 주십시오.)”
상체만 남은 1호가 파프닐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래, 1호. 고생했다.”
파프닐은 쭈그려 앉아서 1호의 두개골에 손을 얹었다.
우우우웅.
곧바로 재생한 1호.
“달그락?”
“가서 시간 좀 더 벌어.”
“달그락!!”
1호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소릴 내면서 무기들을 막으러 갔다.
‘너만 그런 거 아니다.’
불쌍하긴 하지만 그런 거 일일이 봐주다간 게임 못 한다.
그때였다.
파프닐의 머리를 향해 은빛 철구가 날아왔다. 검으로 사슬을 휘감으며 막은 순간.
“어딜 도망가!”
김철이 한 차례 힘을 주자 철퇴가 흔들리며 파프닐의 팔을 쳤다.
-바드로이의 플레일(유니크)에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어둠 속성입니다.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은의 기운에 당했습니다.
-받는 대미지가 5% 상승했습니다.
-회복 효과가 25% 감소했습니다.
-상태이상 ‘현기증’에 걸렸습니다.
-상태이상 ‘화상’에 걸렸습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