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크로스파이어 길드의 봉쇄선.
파프닐 일행은 약속된 날 그곳에서 크롬웰과 재차 자리를 만들었다.
“이야기를 시작하지.”
할 이야기란 당연히 퀘스트 아이템 판매에 대한 건이었다.
“어떻게……. 충분히 알아보셨습니까?”
“그럭저럭.”
“그래서 결과는…….”
“팔지, 그쪽에 전부 다.”
다만 완전히 전부는 아니었다.
“열 개는 저 녀석에게 줄 거라서.”
파프닐은 김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김철 님과도 거래를?”
“사냥을 같이하는 걸 조건으로 협조하기로 했지.”
“그런……. 역시 파프닐 님이십니다. 그 김철이 먼저 꼬리를 말다니.”
크롬웰은 칭찬하며 김철 쪽을 흘긋 보았다.
“그래서 판매 수량은……?”
“내가 22개, 나머지 두 사람이 각각 11개, 8개. 총 41개다.”
이 주일간 사냥한 양이 대략 200여 개가 넘으니 1/5밖에 안 되는 분량이었다.
“그게 전부입니까?”
“아니, 열 개는 김철에게 줘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가장 중요한 문제로 넘어가야겠군요.”
크롬웰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
“가격은 얼마로 생각하십니까?”
“개당 7골드. 그 이하는 안 팔 거다.”
“7골드요?”
기존 5골드보다 무려 2골드나 더 올랐다.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사냥하는 데 드는 고생이 보통이 아니더라고. 이 정도는 되어야 수지가 맞아.”
물론 거짓말이다.
김철을 영입하기 전에도 한 시간당 열 마리는 넘게 잡았으니 말이다.
“그건 너무 비쌉니다. 5골드 50실버로 쳐드릴 테니…….”
“7골드.”
“파프닐 님, 저희가 퀘스트 템이 아니었다면…….”
“7골드.”
파프닐은 말을 마치며 씩 웃었다.
아쉬운 건 저쪽이다.
‘이런 귀한 아이템을 5골드에 후려치려 하다니, 상도덕 없는 것도 유분수지.’
등급은 밝히지 않았지만, 길드 차원의 통제라면 분명 고급일 터.
그런데 여기서 후려치려 하면 쓰나.
“1골드가 얼마나 비싼지 알긴 아십니까? 무려 10만 원이에요. 그걸 두 번이나 더…….”
“7골드.”
“하……. 6골드 10실버 하시죠. 6골드 10실버! 무려…….”
크롬웰은 협상 자리에서도 꽤 까다로운 상대였다.
말을 잘해서는 아니고.
온몸에서 흐르는 땀 때문.
정확히는 이마를 적신 땀이 빛을 반사해 눈을 공격해 왔다.
협상 자리에서 항상 상대를 엎어 왔던 비장의 무기!
그래도 파프닐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유? 간단하다.
상태창을 눈가에 띄워 뒀기 때문이다.
“7골드.”
어차피 아쉬운 건 크로스파이어 쪽이다.
결국 크롬웰이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겠습니다. 7골드. 개당 7골드에 받죠.”
“오케이, 7골드!”
그렇게 거래가 성사.
7골드에 41개니 총 287골드나 되는 거금을 받았다.
“됐습니다.”
“참,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네?”
“생각해 보니 저기서 좀 더 있어도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해도 될까?”
“흠……. 그러시죠.”
크롬웰은 순순히 청을 승낙했다.
***
거래가 끝난 이후.
“크……. 빌어먹을 놈들.”
쨍강! 빈 벌꿀 술병이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자기가 무슨 김두한이야? 7골드는 뭔 7골드.”
크롬웰은 시뻘게진 얼굴로 발을 굴렀다.
볼 때마다 더욱 마음에 안 든다.
진상 짓도 그렇지만, 협상 중 시현이 하는 귓속말이 꼭지를 돌게 만들었다.
“대머리라고……. 대머리……? 두고 보자, 그 대머리한테 통수 맞는 게 얼마나 아픈지 똑똑히 느끼게 해 줄 테니까!”
뿌드득, 크롬웰의 이가 갈렸다.
거사 준비는 전부 되어 있었다.
“김철 그 녀석, 설마 곧바로 의뢰를 받아들일 줄은.”
내용은 간단했다.
보수를 챙겨 줄 테니 파프닐 일행을 척살하기.
개판이란 소문과 다르게 김철은 선뜻 의뢰를 수락했다.
생각해 보겠다는 말이긴 하지만, 이후 지시를 내린 걸 보면 확실한 수락이었다.
‘할 일이 남아 있으니 그동안은 끼어들지 말라고……. 그다음에 같이 친다고 했었지.’
“PVP 대비조는?”
“준비됐습니다. 출격할까요?”
부관의 말에 크롬웰은 땀을 닦으며 고갤 저었다.
“기다려, 김철이 아직 신호를 안 보냈다.”
괜히 김철의 비위를 거스르면 좋을 게 없다.
특히 큰일을 앞둔 지금은 더욱 그랬다.
“어차피 놈들은 김철을 믿고 있고, 우리가 뭔가 하리라곤 생각지도 않아. 확실히 처리하자고, 확실하게.”
“아, 옙.”
“좋아, 계속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어차피 김철이 신호만 보내면 저놈들은 죽은 목숨이었다.
“새끼들……. 사회의 쓴맛을 보여 줘야겠군.”
새빨갛게 달아오른 타코야키 같은 모습의 크롬웰은, 입가를 비죽 치켜올렸다.
‘김철은 척살 의뢰를 잘 맡지 않지. 그건 스스로도 너무 귀찮기 때문이야.’
한 번 맡은 척살 대상은 게임을 접게 하거나, 혹은 재기가 힘들 정도로 박살 내 버린다.
그게 바로 김철이다.
단신으로 대 길드급 플레이어라 취급받는 초월적인 강자.
대형 길드인 크로스파이어조차도 함부로 손대지 못할 만큼의 거물이었다.
‘그 잔인한 놈한테 걸린 이상 네놈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크흐흐!’
***
한편, 그 잔악무도한 광적인 집착의 소유자 김철은 다름 아닌 크롬웰의 발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코크차 비밀 통로 6층‘.
아직까지는 김철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비경.
그는 씨익,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크롬웰에게 척살을 약속했던 대상을 향해 친절히 설명했다.
“바로 여기입니다, 고용주님.”
천장에 박힌 야명주 아래 헤실헤실 웃는 김철.
“으……. 저거 사람이 바뀐 거 같네.”
“그, 그러게요.”
고용주를 정한 순간.
김철은 인격이 180도 바뀐 것처럼 순식간에 태도가 변했다.
원래부터 그런 기질이었다고 해도,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는 일행이었다.
“그나저나 여긴 꽤 밝습니다.”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아요.”
까마득한 지하 통로지만, 굳이 횃불을 켤 필욘 없었다.
벽이나 천장마다 빛을 내는 크리스탈들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드워프의 기술을 목격했습니다.
-예술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마법 공학과 관련된 지식이 있을 시 숙련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깝군.’
지하 통로는 깊은 던전임에도 몬스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파프닐 일행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 조금만 참아라. 오빠가 금방 드워프들한테 데려다줄게.”
김철은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통로를 걸었다.
시현이 임시로 수리했지만 어디까지나 응급처치.
제대로 된 수리를 받지 않으면 철퇴로는 다시 쓸 수 없게 되리라.
‘그래도 막무가내로 칼을 휘두르진 않았었지. 역시 의뢰주랑 일반인을 대하는 태도 차이인가?’
그래도 너무 거리낌 없이 대하는 건 삼가야 하리라.
뒤따르던 파프닐이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 지금 가는 길이 맞나?”
지하 통로는 길목마다 세 개가 넘는 갈림길이 있었다. 지도도 보지 않고 걷는 김철이 조금 걱정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입니다. 자주 오던 길이기도 하고.”
김철이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
“냄새가 느껴지니까요.”
“흠…….”
설명을 듣자 바로 이해가 갔다.
왜냐고?
나도 그러니까.
‘담피르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직업을 함부로 묻는 것도 실례이니 묻기도 뭣하군.’
클래스는 곧 정보이자 돈이다.
대신 파프닐은 다른 궁금한 걸 물었다.
“그런데 김철,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얼마든지 말씀하시죠.”
“수정 골렘 잡는 것 말인데, 한 마리 잡는 데 몇 시간 걸렸지?”
“한……. 여섯 시간?”
여섯 시간에 고작 1~3%.
그 정도면 인건비도 안 나오는 가성비다.
“효율이 나오긴 하나? 경험치도 못 먹을 거 같은데 왜…….”
“딱히 경험치를 노리고 있던 건 아니니까요. 스킬 숙련도 때문에 있었지.”
레어 등급 이상의 스킬부터는 숙련도를 올리기 급격히 힘들어진다.
강한 적, 보스와 싸우지 않으면 숙련도가 아예 오르지 않는다거나.
특별한 다른 직업의 스킬을 보거나 배워야 스킬 레벨이 오르는 등이다.
“이 녀석들 단단하고, 또 피하기도 잘 피하니 수련하기엔 딱이죠.”
“맞아, 나도 그거 때문에 골렘한테서 가루도 캐고 막…….”
“저도 그랬어요. 리자드맨 가죽이나 이런 데 문신을 해 보라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다른 두 사람의 하소연.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스킬들이 있지.’
엘리트 해골병(레어), 엘리트 해골 기사(유니크) 사역 등.
이런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강력한 개체의 시체를 해골병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담피르 쪽 스킬도 조건이 있긴 할 텐데…….’
설마 흡혈을 해야 오르는 건 아니겠지?!
혈청 팩을 찾거나 선짓국에 침을 흘릴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 와 갑니다.”
한참을 걷던 김철이 한 장치 앞에 멈췄다.
“잘 참았다, 엘리자베스. 금방 고쳐 줄게…….”
끼릭. 끼릭. 찰칵!
장치가 맞춰지자 한쪽의 벽이 열리며 계단이 나타났다.
“가시죠.”
“와, 깜짝이야!”
“이런 데 시설이 있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는 통로.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지나쳤으리라.
“이제 올라가면 됩니다.”
파프닐 일행은 계단을 올라 위로 향했다.
-코크차 비밀 통로에서 나왔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
짹짹.
멀리서 새 소리가 들려오고, 주변엔 나무와 풀이 한가득이다.
“뭐야, 숲인데?”
“이쪽으로.”
김철을 따라 움직이자 금방 숲이 끝났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보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바위산.
한가운데가 통째로 파인 채 연기와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와……!”
“이게……. 마을?”
드워프들의 마을이라더니.
알루인시 수준의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엄청나군.”
벽돌과 성벽, 그리고 각종 건물로 가득한 드워프 도시.
성벽에는 사람 서너 명만 한 크기의 쇠뇌나 마석을 박은 초기형 대포 같은 것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폭포.
바위 속에 있던 지하수를 가공했는지, 빌딩 여러 채만 한 폭포가 도시 옆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현대에서도 저 정도 도시를 만들려면 쉽지 않을 텐데.’
도시의 성벽 전체에는 투명한 막이 씌워져 있었다.
침입자를 막기 위한 결계.
김철이 나온 통로의 한참 바깥에도 같은 게 설치되어 있었다.
‘원작 소설에서 이런 도시는 안 나왔었는데…….’
플러시가 이 근방에서 사냥을 하긴 했지만, 드워프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럼 여기가 그때 플러시가 구출했던 드워프들이 본래 있던 곳이겠군.’
흑마법사와 언데드를 부리는 의문의 세력에게 잡혀 있던 드워프들을 구출하는 유니크급 퀘스트.
당시 플러시는 드워프들을 하나씩 구출해 무장시키고, 요정과 인간 및 토착 몬스터까지 끌어들여 연합군을 만들었다.
‘한데 지금은 드워프들의 세력이 건재하군.’
플러시는 드워프들을 구해 주며 자연스레 친분을 쌓았다.
그런데 지금은?
가 봤자 그냥 돌려보내면 다행.
운이 나쁘면 침략자로 규정되어 쫓길 것이다.
‘어떻게 신임을 얻어서 저 안에 들어간다……?’
그때였다.
“이럴 시간 없습니다! 빨리 가죠!”
허둥지둥.
손에 철퇴 조각들을 든 김철이 다가가 외쳤다.
“어이! 혹부리 영감! 영감 좀 불러 줘!”
“혹부리 영감……?”
무슨 전래 동화도 아니고.
시현, 시연 자매가 풉 하고 웃는 순간이었다.
두웅.
거대한 요새 한복판에서 북소리가 났다.
두우웅.
성벽 곳곳에서 그림자들이 나타나고.
대포나 쇠뇌들이 정면을 겨누었다.
“……누구냐!”
마지막으로.
카랑카랑한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나, 김철!”
“누구라고?”
성벽 위에서 드워프 경비병 한 명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 양옆으로 수많은 드워프들이 늘어서 있었다.
‘무슨 장비가……!’
모두가 마나를 검 끝에 두른 데다, 입고 있는 장비들도 하나같이 레어급 이상처럼 보인다.
레벨 200대 몬스터 정도는 우습게 잡는 정예들.
‘저 정도 인원들이 고작 경비라니.’
전투를 하는 진짜 드워프 전사들은 저들보다 더 강할 터.
작정하고 만든 장비를 낀 그들이 전장에서 날뛴다면?
“아, 기무치얼! 온 지 얼마 안 돼서 기억 못 했다!”
“김철이라니까!”
경비병의 말에 김철이 부서진 철퇴를 들어 보였다.
“아무튼 들여보내 줘! 엘리자베스가 아프단 말이야!”
“으음…….”
드워프 경비병은 유심히 그것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지금 문을 열지.”
아니, 저렇게 쉽게?!
파프닐이 허무해하는 순간.
-그르르릉.
도시 전체가 크게 울음소리를 내듯 진동하더니.
가운데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마법처럼 양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