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파프닐은 일행과 같이 갱도로 향했다.
“전부 불러낼 수는 없겠군.”
갱도를 둘러본 파프닐의 의견에 동료들이 동의를 표했다.
“해골이들이 있는 게 편한데.”
시현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언니, 이런 좁은 곳에서 해골분들을 전부 소환하면 오히려 싸움에 불리할 거예요.”
“그 정도는 나도 안다구!”
두 자매를 뒤로한 채 파프닐은 우선 지형지물의 분석부터 들어갔다.
‘현재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는 최대 30여 기. 그러나 폭 6m 정도의 이런 좁은 통로에서는 모두를 소환하는 건 비효율적임과 동시에 파티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짝. 생각을 마친 파프닐이 박수를 쳤다.
“불렀나, 흑마법사.”
“부르셨습니까, 마스터.”
페넬로페와 벨.
그 뒤로 1호부터 5호까지의 엘리트 스켈레톤들이 소환했다.
“잠깐, 소환수로 북적거리면 전투에 피해가 갈 수도 있잖아?”
시현의 물음에 파프닐은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러면 너보다는 내 소환수들이 더 쓸 만하겠지.”
“뭐? 말 다 했어?”
“일단 보면 알 거다.”
파프닐이 손짓하자, 1호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1호.”
“달그락.”
“정찰해.”
“달그락?”
해골바가지 너머로 당황하는 감정이 흘러나온다.
파프닐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내 스켈레톤 마스터리의 능력이 올라가다 보니 일개 스켈레톤도 감정을 가지게 되는군.’
파프닐은 효율적인 게임을 추구한다.
그런 사람은 보통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운 플랜을 좋아할 거다.
이건 고정관념이다.
“1호, 명령이다. 네가 선두에서 척후를 서며 이 필드의 상황을 모조리 관찰한다. 위험해질 시에는 도망. 도주하지 못할 상황일 시 싸우다가 부서져라.”
“딱……. 딱…….”
1호가 불만스럽게 이빨을 부딪쳐 온다.
턱. 파프닐이 1호의 두개골에 손을 얹으며 미소 지었다.
“아니~. 부서지면 완벽하게 복원시켜 줄 테니까.”
“딱……. 딱…….”
“저 사람 왠지 좀 무서워진 거 같지 않아?”
“원래 저런 분이셨죠…….”
자매는 파프닐에게 안 들리게 속닥거렸다.
물론 다 들렸지만.
1호는 몸을 달달 떨며 좁은 갱도 속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파프닐은 정좌했다.
“시야 공유.”
삑. 1호의 시야가 켜졌다.
잠시 후, 1호가 돌아왔다.
“길 전부를 파악하진 못했지만, 몬스터 패턴은 어느 정도 익혔습니다.”
“……! 벌써?”
“달……. 달그락. (주, 주인님.)”
“1호, 수고했다.”
파프닐은 1호의 두개골을 쓰다듬었다.
“그럼 패턴도 다 파악했겠다, 진입하죠.”
“예? 한 번으로 끝났어요?”
“모든 패턴을 알아낼 순 없었지만, 대략적인 패턴은 전부 알아냈습니다. 1호는 생각보다 유능하니까.”
시현 자매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파프닐과 함께 다닌 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몬스터 패턴 파악과 던전의 지형지물 탐색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과 인력이 넘쳐 나는 대형 길드에서도 꽤 시간을 투자하는 일.
“그래도 혹시 모르는 변수가…….”
“아, 그거라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파프닐이 종이를 꺼내 대략적인 개요를 적었다.
“어차피 자잘한 패턴이나 혹시 모를 변수 같은 건 임기응변으로 극복하면 되는 거고. 필요한 건 골렘의 주요 패턴과 위험한 부분. 그거만 알면 되니까.”
파프닐의 설명은 간단했다. 그러나 전부 핵심을 파고들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쉽게 던전을 공략해 버린다고?”
반신반의.
파프닐은 그러거나 말거나 필요한 걸 요구했다.
“자, 정보는 알아 왔으니 소환수들에게 문신 좀 새겨 주시죠.”
“아, 네.”
시연의 바늘이 해골병들 위를 오갔다.
그때마다 효과가 나타났다.
-등급 : 유니크
-분류 : 액티브
-소모 MP : 120
-지속 시간 : 2시간
[효과]-무기 관통력이 +36 상승
-관통 대미지가 +13% 상승
-물리 공격력이 +65 상승
-특별한 염료를 사용할 시 관련 보너스 효과가 생성됩니다.
-스킬 레벨 : 3
‘엄청난 효과군. 이 정도면 소설 중후반부에나 나올 법한 성능인데?’
보통 문신은 정해진 도안에 따른 스킬 북을 익히는 편이다.
유저들이 직접 창작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만든 문신은 효과가 그리 대단치 않다.
“이거 직접 생각하신 겁니까?”
“아, 부끄럽네요…….”
시연은 배시시 웃어 보였다.
“레고 밟으면 뼛속까지 아프잖아요? 언니가 그거 한번 해 보라고 해서 해 봤더니……. 효과가 어째…….”
“흠, 하긴 레고가 아프긴 하죠.”
“딸각?(레고가 뭔가요?)”
2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파프닐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얼마 전에 김철의 주먹 맞았지? 밟으면 그것보다 더 아픈 거다.”
“딸그르르르……. 딱!”
넓게 벌어지던 2호의 아래턱 관절이 바닥에 떨어졌다.
“달그락!(그런 걸 몸에 새기다니, 무섭다!)”
“달그락달각.(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만큼 우리가 강해지는 거다.)”
“달각! 달각!(그럼 해 볼 만 하다!)”
무서워하는 2호를 1호가 다독였다. 그사이 페넬로페와 벨도 문신을 받았다.
“야만족의 전투 방식……. 전투에 도움이 된다니 하긴 하겠다만…….”
내키지 않는 기색인 페넬로페의 옆.
문신을 시술받던 벨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 겁 많은 분은 내버려 두고 제게 좀 더 많은 총애를 내려 주시는 건 어떠신지.”
“뭐라고? 겁이 많아?”
“몸에 문신 하나 새기는 것도 그리 무서워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 무섭다니! 단지 내키지 않을…….”
“그걸 사람들은 두렵다고 하는 겁니다.”
인간이었던 페넬로페와 달리.
호문쿨루스인 벨은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이 없었다.
파프닐은 두 하수인이 치고받기 전에 제지했다.
“둘 다 그만하지. 서로 싸우고 싶으면 나중에 무대를 만들어 줄 테니까.”
“아니다, 미안하구나. 잠시 평정을 잃었다.”
“주인님 말씀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문신 시술이 끝났다.
“자, 그럼 바로 가 볼까요?”
갱도는 어둡고 좁았다. 파프닐 일행은 조심스레 그 사이를 헤쳐 나갔다.
“인간 놈들이군.”
“가까이 가지 마, 우릴 납치해서 노예로 쓸지 모르네.”
위에서도 무시, 밑에서도 무시!
드워프들의 외면에도 파프닐은 꿋꿋이 퀘스트를 진행했다.
“그오오……!”
어둠 속에서 금속과 바위가 섞인 팔이 쇄도해 왔다.
“왔다, 미리 얘기해 둔 대로 움직이세요!”
파프닐의 지시에 해골병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앞뒤에서 동시에 창을 찌르며 공격하자 골렘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크오오오!”
돌아서려고 해도 갱도가 좁아 쉽지 않은 상황.
커다란 덩치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이다.
“피의 검!”
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앞으로 나선 벨의 손에 붉은 검이 소환되었다.
그대로 벨이 검을 내지르자 골렘의 몸이 비틀거렸다.
거기서 페넬로페가 가세하자, 이내 골렘은 힘을 잃더니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
“어…….”
모든 과정을 보고 있던 시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너무 쉬운데?”
“……약화된 개체겠죠.”
언제나 방심은 금물이다. 파프닐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아래로 향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전투도 쉽게 끝나자 결국은 파프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들, 생각보다 약하군요.”
운석 수정 골렘들을 몇 번이고 상대해 온 해골병들이다.
이제 와서 어지간한 암석 골렘 따위로는 막을 수 없었다.
“딸그락딸그락!(뒤, 뒤에 찔러라!)”
“딸각딸각!(하고 있다!)”
대학교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중학교 숙제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
“나도 갈게. 히랴아아!”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시현이 합류했다.
파프닐의 해골병과 시현, 하수인들의 협공에 암석 골렘들은 순식간에 쓰러져 나갔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이방인을 향한 불신(노말)’의 완수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너무 쉬워서 허탈한걸.”
파프닐은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서야 암석 골렘의 레벨이 300에 가깝다는 걸 깨달았다.
“의외로 상당하군.”
운석 수정 골렘이 아니었다면 꽤 고전했을 것이다.
사실 여러 우연이 겹쳐서 이렇게 쉽게 잡은 것이지, 보통은 갱도가 무너져 사고를 겪거나 공략이 안 통해 어려움을 겪는 게 맞았다.
“그럼 돌아갈까요?”
“잠깐만요.”
파프닐은 곡괭이들을 꺼내 모두에게 나눠 주었다.
“기왕 드워프들이 자리 잡을 만큼 좋은 광맥인데, 뭣 좀 캐 가죠.”
꿀꺽.
침을 삼킨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마침 배도 고프니까 식사도 좀 하고요.”
***
사냥과 채굴을 마친 파프닐 일행은 갱도에서 나왔다.
‘생각보다 채광 효율이 잘 나오지 않는군.’
대장장이인 시연을 빼곤 다들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해골병들 덕분에 캐낸 숫자는 많지만, 고급품은 하나도 없는 게 그 증거였다.
‘그래도 배고픔은 채울 수 있어 다행인가.’
광석으로 식사를 해결한 파프닐은 그랙손에게 돌아갔다.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걸 보니 역시 금방 한계가 찾아온 모양이군. 남들에겐 말 안 했지만, 놈들을 좀 더 쉽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랙손의 말에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다 잡았습니다.”
“뭐라고?”
“여기 그 증거물입니다.”
파프닐이 암석 골렘의 핵 열 개를 보여 주었다.
핵을 살피던 그랙손이 크게 감탄했다.
“놀랍군, 정말 해낼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이렇게나 빨리! 이 정도면 자네가 생각보다 강한 모험가고, 또 드워프들의 적이 아니라는 걸 다들 알아줄 걸세.”
-이방인을 향한 불신(노말)을 완료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그랙손의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명성이 1 상승했습니다.
경험치를 확인하자 5% 정도가 올라 있었다.
나쁘지 않은 경험치에, 다른 드워프들과 말문을 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진정한 위협에 맞설 만한 실력은 가지고 있겠군.”
뿌듯해하던 중, 그랙손이 찬물을 끼얹었다.
“진정한 위협이요?”
“암석 골렘이 까다로운 적이긴 하지만, 그놈들 때문에 금속을 못 캐지는 않지. 옛날부터 우리 드워프들이 싸우고 있는 적은 따로 있다네.”
그랙손은 마을 바깥쪽을 가리켰다.
“마을 바깥, 결계 너머에 환영의 숲이라는 곳이 있네. 그곳에 있는 어둠의 트렌트들이야말로 우리 드워프들을 위협하는 진정한 주적이지.”
“성벽이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그게 아니야. 우리 드워프들은 하루라도 쇠를 안 두드리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데, 그 쇠를 두드리려면 땔감이 반드시 필요하단 말일세. 지금까진 그 숲에서 열심히 나무를 캐 왔지. 숲 몬스터들이 있다고 해 봤자 전사들의 도끼가 압도했네. 그런데 어둠의 마나가 깃들고, 흑마술사가 협력하며 강력한 어둠의 트렌트들이 숲을 막았어. 죽은 동포가 다시 살아나 우릴 공격하고, 강력한 우리 전사들도 맥을 못 추었네.”
파프닐은 드워프들을 괴롭히고 있는 상대가 흑마법사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놈들이 숲을 장악한 후, 우린 땔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네. 석탄과 불의 마나석 등을 쓰고 있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지. 그런 면에서 보면 트렌트 놈들이야말로 지금 진정한 우리들의 적인 셈이야.”
광란의 좀비들이 아니더라도, 트렌트들은 드워프들에게 있어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암석 골렘을 잡아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하네만, 트렌트들을 잡는다면 확실히 마을에 우호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되겠지.”
빨래에 설거지까지 해 놓았더니, 화장실 청소와 짬통 비우기까지 하라는 격!
“알겠습니다. 트렌트들을 처리하죠.”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대신 이걸 완료하면 제 작은 부탁을 하나만 더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말해 보게.”
“실은 작업을 하면서 금속을 조금 만져 보고 싶었는데, 혼자 하려니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까 손을 보니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실 수 있는 경지에 오르신 것 같던데, 혹시 가능하시다면 채광의 기본기를 조금만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능숙한 아부.
“호오……!”
그랙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알아보다니 보통이 아니군. 알았네. 별것도 아니니 기꺼이 가르쳐 주지.”
-새로운 퀘스트 ‘진정한 드워프들의 위협(매직)’이 생성되었습니다.
-보상에 드워프식 채광 스킬(레어)이 추가되었습니다.
직접 광석을 받는 것보다 채굴법을 익히면 여러 곳에서 금속을 계속 캐낼 수 있다.
어차피 먹을 것을 찾는 용도니 품질은 크게 상관없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여기, 내 쪽지일세. 이걸 경비에게 주면 의심은 안 받을 거야.”
“감사합니다.”
대장간을 나온 파프닐은 곧바로 도시 바깥으로 향했다.
“잠깐! 거기 너희들!
성벽 경비를 서던 젊은 드워프 경비가 앞을 막았다.
“뭔가 수상한데?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가 하루도 안 되어서 다시 나가겠다고?”
젊은 드워프는 미심쩍은 시선으로 일행을 훑었다.
“너네 첩자 아니냐? 도시 안의 정보나 지형을 다 탐색했으니, 바깥의 이방인들에게 내주려는 거겠지.”
“절대 아닙니다. 여기 확인 증명입니다.”
쪽지를 본 젊은 드워프가 눈을 가늘게 했다.
“내용은 다 봤는데, 아무래도 의심스럽군.”
“뭐가 말입니까?”
“너네가 그걸 다 잡았다고 어떻게 믿어? 상점에서 샀을 수도 있고, 크로스파이어 놈들한테 받았을 수도 있잖아.”
“야! 너 말 다 했냐?”
시현이 목성을 높이려던 순간 시연이 재빨리 언니를 말렸다.
드워프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괜히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지 않는가.
그러나 그보다 파프닐이 한발 앞섰다.
“개소리 까고 있네.”
“어?”
“어?”
드워프는 물론, 시현, 시연 자매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 잠깐만요. 파프닐 님, 드워프분들한테…….”
그보다 파프닐이 먼저 움직였다.
“뭐, 뭐야 이 개새!”
드워프가 욕지거리를 하며 반격하려는 순간.
파프닐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미 칼이 드워프의 목을 겨눴다.
드워프가 도끼를 휘둘러 이를 막으려는 순간, 파프닐이 상체를 당겨 초근거리까지 닿았다.
쩍. 파프닐은 입을 벌리고 도끼날을 물었다.
“어…….”
도끼가 찢겨 나갔다.
“맛있네. 역시 드워프제라 그런가.”
파프닐은 눈을 게슴츠레 뜨곤 황당해하는 드워프를 쏘아보았다.
“NPC도 아니고, 내가 플레이어한테 빌빌거릴 거 같냐?”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