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불꽃이 춤을 췄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깡! 깡!
드워프들의 망치질에 따라 철은 단단해졌다가, 부드러워졌다가, 날카로워졌다가, 평평해지기도 했다.
무겁게 바닥에 깔리더니만, 날렵하다 느껴질 만큼 가볍게 떴고, 겨울처럼 차갑다가도 여름처럼 뜨거웠다.
게임이라 해도 믿을 수 없는 신들린 기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늙은 드워프가 완성된 작품을 내밀었다.
“보게.”
[드워프의 갑옷]-등급 : 유니크
-분류 : 방어구(드워프 전용)
-레벨 제한 : 200
-내구도 : 700/700
-물리 방어력 : 420
-마법 방어력 : 180
-힘 스테이터스 +45
-체력 스테이터스 +15
-관통 속성 공격에 대한 방어력 +30% 상승.
-불 속성 공격에 대한 저항력+15% 상승.
-화살이 잘 꽂히지 않음
-스킬 쿨타임 3% 감소
-불 속성 공격을 맞을 시 대미지의 5%만큼 HP 회복
-카리스마 +10
-용기 +5
-설명 : 순수한 강철에 불의 마나를 한계까지 불어 넣는 데 성공한 역작 갑옷. 드워프들의 솜씨가 엿보인다.
“헐.”
“아니 이럴 수가 있어요? 레벨 제한이 200밖에 안 되는데, 이 성능이 나와요?”
시연이 묻자, 드워프가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러니까 드워프 아닌가. 그리고 무조건 좋은 거도 아니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니 그럴 리……. 어?”
[분류 : 방어구(드워프 전용)]“그 정도 성능을 낼 수 있는 건 드워프 전용 아이템이기 때문이지. 어디 보자. 자, 보게. 이게 이종족들을 위해 만든 사이즈인데, 레벨 제한이 훨씬 높지?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드워프의 갑옷]-등급 : 유니크
-분류 : 방어구
-레벨 제한 : 280
……(후략)
다른 옵션은 다 똑같은데 레벨 제한만 다르다.
‘아쉽게 됐군.’
저러면 아무리 등급이 좋아도 그림의 떡이다.
드워프 종족이라면 모를까, 어떤 인간이라도 저걸 착용할 수 없으니까.
어릴 적부터 드워프에 최적화된 물건들을 만들다 보니, 이종족의 무구를 만들 땐 숙련도가 조금 떨어진 것일 것이다.
“……난 착용되는데?”
“음? 그럴 리가…….”
“허억!”
두 드워프들이 흠칫 놀랐다.
“혹시 진짜 드워프 아닌가?”
“그러고 보니…….
“……으느르그으.”
시현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스펙 업을 할 수 있는 기회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그렇게 좋진 않아 보였다.
그나저나.
‘역시 앞으로 게임에서 승승장구하려면 드워프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게 정답이겠군.’
무구의 스펙을 보던 파프닐이 생각했다.
그가 꿈꾸는 건 일당백의 성능을 지닌 정예 언데드 군단을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템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실에서 가족들의 호감도를 올리거나 스펙을 올리기 위해서는 현금도 필요하니……. 현금을 무작정 때려 박는 건 무리다.’
하지만 드워프들의 호감을 산다면 질 좋은 상급 아이템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제 알겠나? 아가씨들. 대장장이와 세공사의 길이란 그리 녹록한 게 아니야. 좀 더 정진하게. 무르케트의 제자치고는 아직 부족한 실력이군.”
“우우…….”
“잠깐만요, 전 세공사가 아니라 문신사예요.”
조용하던 시연이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저희도 아직 진짜 실력을 보여 준 게 아니에요.”
“음? 겉보기엔 안 그런 것 같더니……. 승복할 줄도 알아야 좋은 장인이 될 수 있는 걸세.”
“물론 실력이야 드워프분들이 뛰어나긴 하지만……. 저랑 언니도 비장의 야금술이 있는걸요.”
“어? 아, 맞아. 그거 하려고?”
“해야죠. 빨리 불 피워요.”
그것이라면 설마 소설에 나왔던 그 기술인가?
시현과 시현이 할 만한 비장의 야금술이라면 역시 그것밖에 없었다.
“헐헐, 무르케트가 뭔가 챙겨 주긴 했나 보구먼.”
“해 보게나, 아가씨들.”
두 드워프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용광로의 불이 다시 거세지고.
몸이 뜨거워질 정도의 열기가 밀려왔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질 즈음.
“지금!”
시현의 외침과 동시에 시연이 바늘을 놀렸다. 금빛 마나가 실처럼 움직이며 갑옷 위를 덮었다.
문신 야금술.
원작에서 시현, 시연 자매를 소설 속 네임드로 만든 스킬이었다.
“으음……! 저건!”
드워프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때요? 이 정도면?”
“이건…….”
“맞아! 그 녀석의 기술이다!”
음? 흥미롭게 지켜보던 파프닐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 녀석이요?”
“그게, 우리 드워프들 역사에 인간에게 야금술로 패배한 적이 한 번 있었네.”
“인간에게요?”
“어이, 길 영감. 두 번이잖아.”
“난 인정 못 하니 한 번이야.”
파프닐이 되물었다.
“혹시 모험가였습니까?”
“그는 모험가였네.”
“둘 다 모험가였지.”
모험가 중에 드워프를 이긴 사람이 있다니?
그럴 리가 있나?
아니, 있다.
그럴 만한 인물이.
틀림없이…….
“적습이다! 인간 놈들이 쳐들어온다!!”
***
베라드.
크로스파이어 길드 간부이자, 궁수 상위 100명에 드는 유명 랭커.
커뮤니티에는 PK를 악랄하게 하기로 유명한 카오틱 플레이어로 알려졌다.
파티를 습격한 뒤 한 명만 살려 준다며 서로 죽이게 하고, 호위 중인 NPC를 죽인 뒤 누명을 씌워 플레이어가 처형당하게 만들거나 화살을 최대한 많이 꽂아 본다는 실험 하에 수백 개의 화살을 이용해 고슴도치로 만드는 빌런.
그 외에도 치가 떨리는 비매너 행위를 가득 해 댔다.
수많은 추격대를 피해 크로스파이어에 들어왔지만.
그 성깔은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크아악!”
“킬킬, 백 번째.”
좀비들을 거느린 채 드워프 마을을 약탈하는 중!
비무장한 드워프들을 쏴 죽이는 베라드의 얼굴엔 흥분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때였다.
“저기다! 이놈들!”
“멈춰!”
갑옷을 입은 드워프 100여 명이 달려왔다.
“에잉, 왔네.”
베라드의 미소가 가셨다.
드워프 전사들은 화살을 쏴 봤자 튕길 뿐, 박히는 맛이 안 난다.
그뿐이랴. 궁지로 몰아넣어도 더욱 전의를 불태우기에 기분도 더러워진다.
‘적당히 이득 보다가 빠져야지.’
멀티 포이즌 샷!
늘어나는 화살에 맞은 드워프 전사들이 움찔거렸다.
그때, 씩 웃던 베라드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랩터125 님이 사망했습니다.
-세넬 님이 사망했습니다.
외곽을 지키던 길드원들이다.
“뭐야?”
“저기, 저기 있다!”
근처의 길드원들이 오른쪽 언덕을 손가락질했다.
산양을 탄 드워프 사이로 해골마 한 기가 달려오고 있었다.
“드워프들에……. 인간?”
베라드는 이마를 찌푸렸다. 분명 길드 차원에서 인간이나 NPC들의 출입을 막고 있을 텐데.
경우의 수는 둘 중 하나다.
통제하기 전부터 저 안에 있었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통제를 뚫고 들어갔든가.
옆에 있던 부하들의 목소리가 전자임을 알려 주었다.
“파프닐! 저 녀석 파프닐입니다!”
“별 매장지에 있어야 할 놈이 어떻게 여기에?”
놀라는 부하들 앞으로 해골마가 달려왔다.
파팟, 말 위에서 내린 파프닐이 칼을 들었다.
“이거였군, 너희 놈들이 사냥한다던 보스 몬스터가.”
“길드마스터님께 통과 허락이 나왔단 얘긴 못 들었는데. 그럼 무단으로 침입하신 거군요.”
분명 거리는 한참 남아 있긴 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떨리는 걸까.
“그럼 참을 이유가 없지!”
피피핑. 화살 열댓 개가 날았다. 파프닐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 주변으로 마력 폭발이 일어났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파프닐이 발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베라드가 미련 없이 땅을 박찼다.
“저 녀석을 죽여라!”
“그우워어어!”
광란의 좀비들이 몸을 대는 사이, 거리가 벌어졌다.
뒤돌아선 베라드가 화살을 겨눴다.
‘저기 있군!’
파프닐을 발견한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해골병도 저 근처에 몰려 있고, 폭발 스킬의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드워프와 달리 갑옷도 가벼운 비늘 갑주나 가죽만 걸쳤다. 맞히기 딱 좋은 표적인 셈이다.
“자, 끝…….
그때였다.
푸드득, 박쥐 수십 마리가 베라드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공격했다.
“아아악!”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쏘아 버린 베라드가 몸을 웅크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박쥐 떼의 공격.
박쥐들이 뭉치더니 흑발 적안의 미소녀가 나타났다.
“주인님의 적, 처치합니다.”
미소녀, 벨이 혈 검을 휘두르자 활줄이 끊겨 나갔다.
고개를 든 베라드의 눈앞에 파프닐의 그림자가 비쳤다.
“자, 잠깐.”
급히 손을 들던 베라드의 눈앞이 번쩍이더니, 곧 시야가 암전되었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끝난 전투였다.
그렇게 싸움이 끝난 무대 위.
시체를 바라보던 파프닐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크로스파이어 길드가 드워프랑 주변 지역을 공략 중인 건 확실해졌군.’
방금 이 궁수와 부하들은 극히 일부.
수송선에 태워 적의 멀티를 치는 정도의 공격이다.
‘정면에서 놈들이 한꺼번에 오면 순식간에 뚫리겠지.’
우주 방어도 한계가 있다.
끝도 없이 몰려오면 언젠가 뚫리기 마련.
그럼 어째서 총공격을 하지 않을까?
‘못 하는 거겠지. 저 결계 때문에.’
파프닐은 등 뒤를 보았다. 마을 주변을 둘러싼 투명한 막이 일렁였다.
‘어떻게든 공략 방법을 찾거나, 혹은 적의 NPC 쪽에서 시기를 정해 두고 공략하는 것일 수도 있고.’
오크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전선을 부수며 공을 세웠지만, 큰 전투 한 번에 결과가 결정되지 않았던가.
“자네들, 괜찮나?”
좀비들을 정리한 드워프 전사들이 감탄했다.
“대단한 속도군! 그 궁수는 우리 전사들을 스물이나 죽인 잔학한 놈일세.”
“역시 인간이 다리가 길어서 빨라, 으하하하.”
드워프들이 템빨이 좋으면 뭐 하는가.
상대 안 해 주면 그만!
아무리 맞상대에서 강하더라도, 치고 빠지기를 계속 당하면 피해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속도만 보장이 되면……. 잠깐만, 속도?’
파프닐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적 몬스터의 약점을 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같은 편의 힘을 끌어올리는 것도 공략의 방법.
“시현, 시연 님은 어디 있습니까?”
“자네 일행 아가씨들?”
“저기 있네.”
드워프들이 뒤를 가리켰다. 시현과 시연이 좀비들을 가르고 뛰어왔다.
“야! 이 갑옷 진짜 좋아! 체력이 안 줄어!”
아까 보여 준 갑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모양이다.
그나저나 저게 진짜 착용이 되네? 살짝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곳은 괜찮습니까?”
“아니, 안 괜찮네.”
드워프 전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근처에도 한 곳이 더 있고, 남쪽 마을 두 곳에서도 봉화가 올라왔네. 게다가 정반대인 서쪽도 있지.”
예상대로 크로스파이어 길드는 사방에서 때리고 있었다.
구하러 가야 하지만, 드워프들의 속도에 맞춰 가면 한나절은 걸릴 터.
그렇다고 혼자 빠르게 가면 힘이 달린다.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
“시연 님.”
“네?”
“이 싸움, 시연 님이 중요합니다.”
“네……?”
드워프와 시현, 모두의 눈이 집중되었다.
***
“드워프들이다!”
“뭐야, 어떻게 이렇게 빨라!”
수 시간 후.
남쪽 마을을 공격하던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은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공격!”
“우오오오오!”
그런 그들을 향해 드워프들이 달려 내려갔다.
육상 선수에 준하는 빠르기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