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건배!”
드워프 전사들이 맥주잔을 들었다.
“건배!”
“우와!”
파프닐과 시현, 시연도 그 속에 섞여 손을 들었다.
인간들이 끼었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이유? 간단하다.
파티의 주연이 파프닐 일행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큰 신세를 졌네.”
“바깥에 있던 사돈의 팔촌 가족이 자네들 덕을 봤어. 자네가 빨리 오지 않았다면 크게 당했을 거야.”
어째 가족 관계가 좀 먼 쪽이지만 상관없나.
드워프들은 칭찬을 물 흐르듯 쏟아 내며 다가왔다. 시현, 시연 자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속도 문신으로 이번 습격을 막은 게 둘이니 당연한 결과.
덕분에 약간 남아 있던 어색함까지 다 사라졌다.
“자, 오늘의 메인 코스일세.”
늙은 드워프들이 접시에 뭔가를 들고 왔다.
잼에 절인 고기와 빵, 그리고 맥주.
“잼 바른 플레임 리자드 통구이지.”
“엑, 고기에 잼을요?”
“재워서 발효시킨단 건 알지만, 이렇게 고기에 또 뿌려 먹는 건 조금…….”
시현과 시연이 흠칫 놀라며 질색했다. 그렇지만 이 시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자, 일단 먹어 보게나. 츄라이, 츄라이!”
“제가 먹죠.”
미각이 역전된 지금이라면 맛없는 요리를 먹고 빨리 빠지는 게 최선의 수였다.
어디 도마뱀 통구이가 얼마나 맛없나 볼까?
-잼 바른 파이어 리자드 꼬리 통구이(유니크)를 먹었습니다.
-엄청난 걸작!
-HP가 –1,500 하락했습니다.(2시간)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공격력이 -200 하락했습니다.
-체력 스테이터스가 -30 하락했습니다.
-이동 속도가 -10% 하락했습니다.
-공격 속도가 –10% 하락했습니다.
“크어어어어어억!”
눈앞이 어지러워지고 속이 뒤틀렸다. 시큼한 썩은 내와 누린내, 고수 냄새와 싸구려 단맛이 섞였다.
6개월쯤 사물함에서 우유를 썩히고, 거기에 썩은 쥐 고기를 섞으면 이런 맛이 날까.
그래도 면전에서 뱉을 순 없었기에 억지로 삼켰다.
“괘, 괜찮아?”
“파프닐 님!”
시현 자매와 드워프들이 급히 부축했다.
“독 같은 거 넣은 거 아니죠?”
“그럴 리가!”
늙은 드워프가 기겁하며 손사래 쳤다. 애초에 만들면서 자신들도 먹어 본 음식이다. 독이 있다면 진작 반응이 나타났으리라.
“호, 혹시 인간이라 그런 것일지도?”
“맞네, 비슷하긴 하지만 완전히 같진 않으니…….”
인간 사이에도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인간과 먹으면 탈이 나는 인간이 있다고 들었다.
시현이 눈매를 찌푸리더니 고기를 한 점 집었다.
“그럼 제가 한번 먹어……. 으음!”
시현의 눈이 토끼처럼 뜨였다.
“와, 진짜 맛있다.”
“어?”
“야, 너도 먹어 봐. 이거 진짜……. 음!”
짭조름하고 달콤하면서, 살짝 혀끝을 자극하는 매콤함까지 있다.
부드러운 육질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칠맛과 진한 육즙.
유니크급 옵션의 요리답게 극상의 맛을 선사했다.
“아, 잘 먹었다.”
“진짜 맛있는데……. 문제없는 것 같은데요?”
고개를 갸웃하는 시현과 시연.
그사이 파프닐이 몸 상태를 수습하고 일어섰다.
“위험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저도 모르게 뒤로 넘어가더군요.”
“그, 그래?”
“험, 험.”
드워프들은 서로를 머쓱하게 보았다.
뭔가 다른 반응인 것 같지만, 살아 있긴 하니 딱히 상관은 없을 듯했다.
“한데 어르신들, 이 잼은 어떤 잼을 쓴 겁니까?”
담피르의 미각이 비명을 지를 정도면 저 음식은 특상급 진미.
비결은 아마 저 잼에 있으리라.
“잼?”
“하하.”
드워프가 물었다.
“자네, 재미가 없는 잼이 뭔지 아나?”
“재미가 없는 잼이요?”
파프닐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재미없는 잼이라 하면…….
“노잼 아닌가요?”
“허! 알고 있었나.”
“어떻게 알았지?”
그야 한물간 아재 개그니까 알고 있었다.
잠깐만, 그럼 이게 그 노잼을 넣은 거라고?
“자, 그러면 말이야.”
“재미가 있는 잼은 과연 무엇일까.”
“어……. 잼잼?”
옆에 있던 시현이 말했다.
그 순간 드워프들이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으허허허허!”
“허허허!”
“잠깐만, 뭐가 그리 웃겨요!”
시현이 햄스터처럼 볼을 부풀렸다. 그야 저 드워프들은 지금 바늘로 찔러도 웃을 상황이니까 그렇겠지.
“예스잼 아닙니까?”
“허허허, 바로 맞혔다네. 이 도시에 백 통이 안 될 만큼 귀한 물건이지만, 자네들이 오늘 세운 공을 생각하면 이 정도 되어야지.”
드워프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맛이 좀 괜찮다면 더 들게나. 아직 많이 남아 있다네.”
“……! 괜찮습니다.”
두 번 그 맛을 느끼는 건 사양이다. 입가심을 위해 물러서려던 그때.
“내 철이 더 좋은 놈이라니까! 봐 봐, 더욱 단단하고 불순물이 없잖아.”
“아니, 내가 더 좋아! 쇠에 깃든 마력이 좀 더 많은 게 안 보여?”
음?
드워프 두 명이 쇳덩이 두 개를 놓고 다투고 있었다.
금속 관련해선 물러설 줄 모른다더니, 확실히 저대로 두면 주먹질이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다.
“이봐, 인간 친구. 혹시 이 쇠 중 어느 게 더 좋은지 봐 줄 수 있나?”
“다른 녀석들은 믿을 수 있어야지. 외부인인 자네가 좀 도와주게.”
“그 대장장이 꼬맹이 아가씨한테…….”
“아뇨, 그럴 것 없습니다.”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이고 쇠를 집었다.
그대로 입 안에 넣자 쇠들의 맛이 느껴졌다.
“……이쪽이 더 맛있군요.”
“오!”
“역시!”
지목된 드워프가 쾌재를 불렀다. 다른 쪽 드워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쇠를 먹은 건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내가 지레 겁먹은 건가, 아니면 드워프들이 이상한 걸까.
“고맙네. 딱히 줄 건 없고. 아까 그 쇠들은 자네가 가지게.”
-드워프들의 시비를 중재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드워프 보탄, 드워프 콜의 호감도가 +1씩 상승했습니다.
입가심한 것치고는 쏠쏠한 보상이다.
파프닐은 연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윈필드를 찾아갔다.
“연회는 잘 즐겼나? 아까 시비를 막아 준 건 정말 고맙네.”
“뭘요.”
어차피 입가심할 쇠가 필요했었다.
“그보다 제안할 게 있습니다.”
“의뢰를 받아 달라고 하는 거면 안 돼. 드워프 원칙상 그건 불가능해.”
“그게 아니라 전략 얘기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어흠, 흠!”
윈필드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미안하네. 그동안 봤던 인간들이 다들 보상이나 작업부터 요구하다 보니. 자넨 좀 다른 것 같군.”
편견부터 가졌던 것이 부끄러운 것인지 연신 고개를 숙인다.
실수를 곧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좋았다.
나도 현실에서도 게임 1위랍시고 듀오나 대리, 쩔 등을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었지.
그러고 보니 왠지 모르게 이해가 되었다.
“괜찮습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나?”
“네, 당장 내일부터 드워프 분들을 동원해 땅굴을 파 주십시오.”
“땅굴을?”
갑자기 무슨 소리냐며, 윈필드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굴이라면, 참호 말인가?”
“아뇨, 결계 안팎으로 통하는 지하도와 땅굴을 파고, 그것들을 서로 통하도록 연결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군. 결계로 지켜지는 땅인데 왜 땅굴을 파나. 적들이 알아서 들어오라고 하는 건가?”
“그래도 파야 합니다.”
“이유가 있나?”
“땅굴이 없으면 오늘처럼 계속 휘둘릴 겁니다. 지금보다 더욱 심하게 말입니다.”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느낀 게 있다.
드워프들의 속도를 빠르게 했지만, 그래도 한계는 명확하다는 것.
결계 바깥 마을들을 동시에 찌르면, 결국 드워프들은 한 곳밖에 대처할 수 없었다.
“결계 밖을 빙 돌며 구하러 가면 이미 늦습니다. 안 그래도 느린 속도가 약점인데, 적들도 속도를 강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으음…….”
“결계 아래에 지하도를 넓고 복잡하게 만들어 두면, 필요할 때 병력을 빠르게 보낼 수 있습니다.”
“지름길을 만들자는 거로군.”
“예.”
파프닐은 전격전을 떠올렸다. 챔피언 다섯이 모여서 적의 챔피언 두세 명을 빠르게 쌈 싸 먹는 것.
소설 속 세계여도 기본적인 방법은 비슷했다. 힘을 한 점에 집중시켜 빠르게 움직이는 거다.
“잘 안 되더라도 최소한 피난처로는 사용할 수 있겠죠.”
“으음……. 이참에 요새 계획을 진행해도 되겠군. 하지만 적들이 땅굴로 들어오려 하면?”
“길을 좁게 만들고, 부비 트랩과 함정, 미궁으로 도배하면 됩니다.”
드워프만 사용할 수 있도록 땅굴을 만든다면, 좀비나 플레이어는 발만 굴러야 한다.
물론 나랑 시현, 시연도 지나가야 하니 사람 정도 크기론 뚫겠지.
근데 한 명씩 일직선으로 전진한다?
자살 희망자가 아닌 한 그따위로 진영을 짜진 않을 거다.
“그래……. 괜찮겠군……. 통로를 삼중으로 만들고, 곳곳마다 갈림길과 가짜 통로를 만드는 거야. 각 문에 암호 자물쇠, 그리고 이 구조들이 한 시간마다 바뀌는 미궁을…….”
윈필드는 말을 듣자마자 아이디어들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드워프인가? 뭐 만든다고 하니까 사족을 못 쓰는구만.
다른 때라면 이대로 둬도 좋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다.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임시로 만드는 게 좋겠군요.”
“아, 아아! 그렇지. 시간이 없지, 참.”
벅벅, 머리를 긁은 윈필드가 말했다.
“그럼 자네 의견을 말해 보게. 어떻게 만들었으면 좋겠나?”
“음…….”
굳이 직접 생각할 필요 없었다.
이미 충분한 예시들이 현실에 있었으니까.
파프닐은 입을 열었다.
한편 같은 시각.
“다섯 곳을 습격했는데 다섯 곳 전부가 막혔다고?”
“면목이 없습니다.”
간부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크로스파이어 길드장, 아칼레스가 피식 웃었다.
“왜, 내가 골프채라도 가져와서 팰 거 같아? 그건 무식한 녀석들이나 하는 거고.”
동년배의 친구 중에선 실제로 그런 녀석이 있었다. 아칼레스는 그런 녀석들을 인간 이하의 짐승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은 딱히 벌을 내릴 사안도 아니었다.
“그나저나 드워프 중에서도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이 있었나?”
아칼레스가 중얼거렸다.
“드워프들이 빨라진 건 문신사 때문이겠고, 작전을 내린 건 파프닐이겠군.”
순조롭게 진행되던 작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오히려 흥미가 솟아났다.
“크롬웰.”
“아, 네.”
“파프닐은 김철에게 의뢰를 맡겼었지? 척살해서 못 오게 하라고.”
“네, 수락했다고 보고를 받긴 했는데…….”
“놈이 드워프들과 같이 있다면, 더 이상 김철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되겠군.”
크게 예상에서 벗어난 일은 아니었다. 북한이나 소말리아, 멕시코 카르텔에 상식적인 거래를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대파프닐 척살조를 준비하고, 공격 템포는 한층 더 빠르게.”
“알겠습니다.”
“드워프 놈들이 재밌게 해 주는군.”
아칼레스는 퀘스트창을 열었다.
[베르세리아의 드워프 정복]-등급 : 레어
[목표]-베르세리아 마을의 모든 거점을 점령 혹은 파괴하십시오.(0/5)
-베르세리아 마을 촌장 윈필드를 처치 or 생포하십시오.(0/1)
-베르세리아 마을의 자랑인 드워프 중장갑 기사단을 격파하십시오(0/1)
[추가 목표]-드워프들을 10기 이상 생포하십시오. 더 많은 드워프를 생포할수록 이계의 신의 세력이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 생포한 드워프의 수 : 231명
-알루인 황야에는 드워프 외에도 수많은 이종족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을 신의 이름 아래 토벌하거나 복속시키십시오.
-현재 복속시킨 몬스터의 수 : 5,131마리.
-보상 : 베르세리아 마을과 주변 지역의 지배권. 스킬 아주 작디작은 이계의 문(에픽) 획득, 이계교단의 군대 5만의 지휘, 통제 권한.
“아주 날로 떠먹여 주는군.”
서브 퀘스트인데도 엄청난 보상.
그럴 만도 한 게 이 교단은 기존 선, 악 세력 모두와 적대 관계였다.
문명전 같은 외교 게임으로 치면 동맹이 하나도 없는 셈.
이 정도 퍼 주지 않으면 균형이 맞지 않아야 하지만…….
‘자기들끼리 실컷 싸우고 있으라지, 정신 차리면 게임은 끝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드워프들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크로스파이어 길드가 밀리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