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전투가 시작된 지 20분째.
“커헝! 크릉!”
탁, 무바가 앞발로 2호의 머리를 굴렸다.
냥냥 펀치!
고양이처럼 나른하게 움직이면서, 다가오는 해골병이나 벨을 순식간에 빈사 상태로 만든다.
‘대충 알겠군.’
사자왕 무바는 역동적인 전투를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떤 공격도 피해를 받지 않고, 어떤 방어라도 전부 무너뜨릴 수 있었으니까.
-그야말로 무적의 방패와 무적의 창이군.
카라미트가 설명했다.
-확실히 저 정도의 단단함이면 최강의 무라 할 만하긴…… 한데…….
“뭔가 불만족스러운 것 같으신데…….”
-그야 당연하지! 솔직히 말해서 야만인이나 반인간까지도 허용 범위였어.
그놈의 무인 타령.
어차피 이 일이 끝난 다음엔 그런 컨빨 되는 놈들과 숱하게 싸워야 했다.
플러시는 빼더라도 아칼레스, 이시우, 아진, 김철에 백무강, 마법사 레인보우에 헌터 벨몬드, 사이퍼 마그네트까지.
한국만 꼽아도 이 정도다.
‘중국의 롱 랑, 웨이메이, 일본의 무사시, 미국의 루즈벨트…….’
다른 서버에서도 수많은 랭커가 성장하고 있고, 언젠간 그들과도 자웅을 겨뤄야 한다.
‘사실 계획대로라면 굳이 그 녀석들과 싸울 필요는 없지만…….’
뭐, 게이머로서의 도전 정신이랄까.
아무튼…….
“이건 손해가 심하군.”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었다.
해골병은 모두 부서지고, 루이와 벨, 페넬로페도 겨우 목숨 줄만 붙어 있다.
전과는 저 녀석이 물리와 마법 모두 면역이라는 걸 알아낸 게 전부.
그래서 질 거 같냐고?
천만에.
“카라미트 님, 제가 움직이면 이렇게 해 주십쇼.”
파프닐은 작전을 말했다. 머릿속에서 듣고 있던 카라미트가 반응했다.
-괜찮군! 해 볼 만해. 실패해도 모험가는 죽지 않으니 더더욱.
“죽으면 이건 다시 못 할 것 같긴 합니다만…….”
기회는 마지막이라는 뜻.
“블러드 팬텀.”
몸에서 피가 빠져나오더니 분신이 나타났다.
입고 있던 장비까지 완전히 똑같은 모습.
“가라!”
“알겠습니다.”
분신이 그대로 달려 나갔다. 사자 주변을 맴돌며 공격하자, 무바가 반응했다.
“크헝!”
가볍게 툭 치는 공격. 분신이 몸을 피하자, 무바의 앞발이 공간을 쓸었다.
“크릉…….”
몇 번이나 공격에 실패하자, 무바의 미간이 좁아졌다.
“크헝!”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가 떠오른다.
처음엔 호기심을 갖고 만지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금방 흥미를 잃는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가면?
짜증이 솟구치게 된다.
“커허허헝!”
-무바의 포효를 들었습니다.
-강제로 1.5초간 기절합니다.
제압 스킬을 쓴 무바가 분신을 덮쳤다.
찌익! 일격에 찢겨 나가는 분신.
그 순간 진짜 파프닐이 달려들었다.
“지금!”
널따란 등에 올라탄 파프닐의 몸에서 검푸른 금속이 퍼져 나갔다. 목걸이처럼 고정하며 코와 입 안으로 들어가는 금속.
“크헝?! 컹!”
“크아아압!”
파프닐은 그대로 힘을 주었다. 금속이 무바의 코와 입 안으로 들어가 식도와 기도를 막았다.
외부에서의 모든 공격이 면역인 생각보다 흔하다.
보통은 천천히 약점을 찾지만.
이번엔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명왕의 인장……! 열병! 약화! 금속 섭취……!”
덤으로 무바에게는 디버프를, 자신에게는 버프를 건다.
“크어헝! 커헝! 컥! 커헝!”
숨구멍이 막힌 무바가 땅을 굴렀다.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기분일 거다.
‘이번에 잡는다!’
만약 이번에 놓치면 두 번째 기회는 절대 없을 것.
무적이라 생각했던 자신이 처음으로 지독한 꼴을 당하고 있다.
물속도 아닌데 숨이 막혀 죽는 것의 공포!
만약 살아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파프닐을 대적하리라.
“커……. 커……. 커!”
사자의 목구멍이 완전히 금속으로 가득 찼다.
이제 끝인가.
-해치웠나?
카라미트가 말했다.
잠깐만, 그 주문은…….
-콰르릉!
“크아아아악!”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자신도 같이 맞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죽이겠다는 의지!
-라이트닝 스트라이크를 맞았습니다.
-금속의 특성으로 번개의 일부를 땅에 흘려 냈습니다.
-강력한 저항력으로 대미지를 일부 감소시켰습니다.
-HP가 5,311 감소했습니다.
딱딱딱! 파프닐은 이를 부딪쳤다.
‘미친, 번개는 얘기가 없었는데.’
고정을 해 놔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커허! 커!”
-파지지직!
번개를 맞을 때마다 상태창의 HP가 훅훅 떨어졌다.
현실에서 젓가락을 코드에 꽂으면 이렇게 될까?
‘으아아아악!’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목으로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별이 보이고, 가끔 새까매졌다가 하얘지기도 한다.
그런 고통을 버티면서 매달릴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지금 이 녀석이 나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닐 님!”
언제 산을 다 올랐는지 멀찍이서 드워프, 캡스가 외치는 게 보였다.
응? 뭐라고?
“……조금만 참으십시요!”
파팍, 캡스가 가방을 내려놓고 무언가를 꺼냈다.
저, 저거!
“금방 도와드리겠습니다!”
콰악, 주변에 검고 긴 쇠막대가 꽂히기 시작했다.
현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만들어진 상식.
번개를 두려워하는 대신 이용할 수 있게 만든 발명품.
‘피뢰침’의 출현이었다.
***
후루룩, 위청은 뜨거운 마라탕 국물을 마셨다.
완벽히 재현된 맛은 아니지만, 거의 현실과 똑같은 얼얼한 맛이 혀끝을 자극했다.
“크허어…….”
벌컥벌컥. 그릇을 비운 위청이 옆을 보았다.
“웁……. 웁!”
“그러게 왜 그러셨습니까.”
재갈이 물린 채 버둥거리는 남자.
한때 황룡파의 주인이었던 진평위였다.
“풀어.”
“예.”
말을 할 수 있게 된 진평위가 입을 열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긴요, 장문인 교체 중이지.”
“너 이 새끼…….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이상하구만.”
위청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내가 해야 할 질문인 것 같던데.”
“뭐?”
“조직 차원에서 걷은 상납금을 혼자 독식해 외제 차랑 빌딩을 사고. 룸살롱에서 수천만 원을 혼자 쓰질 않나. 심지어 이런 간 큰 비리를 저지르면서 아랫사람들이랑 나누지도 않았어.”
“다들 하는 거잖아! 나도 다 그런 거 당해 가면서……!”
“당신은 그놈들보다 더 무능한 게 문제지.”
슥, 고갤 돌린 위청이 책장을 뒤졌다. 진평위 같은 건 숫제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뭐, 보고했더니 위에서 알아서 하라더라고.”
“위?”
“현실. 아마 이번 접속 끝나면 두 번 다신 못 볼 거야.”
위청은 조직을 떠올렸다.
호라이즌의 세계 인기, 특히 중국 본토에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등록 사용자만 5억 명.
중국 인구의 절반이 호라이즌 사용자이고, 그 사람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며 정점이 되려 한다.
그런 게임에서 횡령을 하려 하다니.
염전이나 막노동자 신세면 다행이지, 아마 더 심한 곳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아, 찾았다.”
“뭘?”
“이거 말이야, 이거.”
명부나 유명 저서 사이엔 낡은 책 한 권이 끼워져 있었다.
“눈앞에 금괴 200톤이 있는데 발견도 못 하다니…….”
“무슨…….”
“갈 사람이 알 건 없고.”
“뭐? 야, 야!”
파앗.
진평위의 모습이 사라졌다. 강제로 뽑혀서 로그아웃된 것이리라.
“자, 그럼 어디 볼까…….”
위청은 낡은 책을 읽었다.
-사자왕 전설 5편을 읽었습니다.
-사자왕의 묘가 있는 장소의 위치를 획득했습니다.
-사자왕의 시험 조건을 획득했습니다.
-지식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사자왕의 전설(레어)을 완료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 ‘사자왕의 시험(유니크)’이 생성되었습니다.
‘드디어 찾았다.’
그동안 숱한 고생들이 눈앞을 스쳤다.
이제 보답을 받을 때다.
“이것만 있으면 나는 정점이…….”
그때였다.
위청이 득의양양해할 무렵.
-사자왕의 시험을 통과한 최초의 통과자가 나왔습니다.
-퀘스트 기한이 만료되었습니다.
-퀘스트가 소멸되었습니다.
“어!”
호라이즌의 세계는 현실과 거의 완벽히 같다.
연계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 NPC가 죽어 진행이 끊기거나, 다른 사람이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이나 보상을 먼저 가져가 버리기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어떤 새끼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빨리 찾아서 히든 피스를 받아 내야 했다.
찾으면 할 일은 하나뿐이다.
“죽인다.”
위청은 게임을 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날뛰는 건 그보다도 더 잘할 수 있었다.
“찾아서 죽여 버린다.”
***
“저어, 괜찮으십니까……?”
“헉헉…….”
캡스의 질문이 들려왔지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번개가 자꾸 내려치는데, 무슨 고압선에 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피뢰침이 아니었으면 먼저 죽는 건 이쪽이 되었을 거다.
“후, 하……. 덕분에……. 살았습니다.”
“네? 에이, 그럴 리가요!”
“아뇨, 진짜로요.”
캡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번엔 저분 공이 큰 건 사실이었다.
‘눈짓하자마자 피뢰침을 꽂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그나저나 진짜 더럽게 어려운 미션이었다.
500레벨대 랭커가 오더라도 이건 못 깬다.
모든 공격이 안 먹히는 데다 약점을 노리면 저렇게 격렬하게 저항하기까지.
‘그런데 그 녀석은 어떻게 통과한 거지?’
과거 위청은 사자왕의 심장을 얻은 뒤로부터 본격적으로 강해졌다.
이 시험 자체를 마친 후에는 몰라도, 지금은 힘들 텐데……?
띠링!
-사자왕의 시험(유니크)을 통과했습니다.
고민하던 중 예상했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불굴의 의지, 압도적인 무위, 뛰어난 기지로 사자왕 무바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퀘스트의 완료 조건을 크게 넘어선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새로운 업적 ‘사자? 난 저승사자’를 최초로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사자왕의 주인’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가 새로이 갱신되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 사자왕 길들이기(임모탈)를 완료했습니다.
내용을 보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이거 원래는 그냥 패배해도 되는 거였나?’
져야 스토리가 진행되기에, 억지로 지게 만드는 강제 패배 이벤트.
그런데 지금은 파프닐이 지라고 만들어 놓은 놈을 억지로 이겨 버린 상황인 것이었다.
‘보상이 바로 안 뜬 것도 그것 때문인가.’
연극이나 작업 중 갑자기 일이 꼬이면 수습에 시간이 걸린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마 게임을 관리하는 AI나 운영자가 잠시 시나리오를 조정한 뒤, 퀘스트 정보를 수정 중이리라.
‘그래, 과연 어떤 보상을 주나 한번 볼까?’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기다린 지 수 분.
띠링!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힘 스테이터스가 +3 상승했습니다.
-체력 스테이터스가 +3 상승했습니다.
-인내심 스테이터스가 +2 상승했습니다.
-토르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카르마와 저주, 어둠의 마나에도 불구하고 토르가 당신에게 아주 약간의 호감을 가집니다.
연달아 떠오르는 스테이터스와 메시지.
‘그래, 이건 됐고.’
보상이 대체 뭐냐.
어디 한번 볼까?
-사자왕의 심장(레전더리)을 획득했습니다.
-사자왕 무바가 진정으로 굴복했습니다.
-사자왕의 갈기 망토(임모탈)를 획득했습니다.
-사자왕 무바의 두개골(임모탈)을 획득했습니다.
레전더리에 임모탈을 하나 더?
거기다 시체의 뼈 재료까지!
‘와.’
방금까지 받았던 전기 고문이 전기 마사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번 더 받으면 안 되나?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