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철혈 길드 전진기지.
최근에는 NPC 병사들을 제외하곤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곳.
그런 곳에 지금 철혈 길드의 최고 랭커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환영 인사치고는 성대하군요.”
황금으로 번쩍이는 갑주를 두른 이들의 앞.
한 남자가 여유만만한 태도로 서 있었다.
“흥! 만약 거짓 정보라면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철혈의 삼인자, 철혈이검이 콧방귀를 뀌었다.
“감히 철혈의 고수들을 모두 소집하다니, 배짱 한번 대단하군.”
반대편, 철혈일검이 살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만들 하지. 이야기를 들어 보고 나서 결정해도 되는 일이니까.”
중앙. 화려한 망토, 백금 옥좌에 앉아 거만하게 턱을 괸 남자가 말했다.
‘예전에 봤을 때보다는 확실히 관록이 붙었군.’
철혈 길드 마스터 철혈패군.
중소 길드의 마스터, 거기서 끝났어야 할 남자.
그러나 지금은 현재 한국 서버 내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세력을 지닌 자.
더불어 쿠데타군의 왕이었다.
“파프닐 경, 오랜만이군. 그간 격조했나?”
철혈패군은 손을 치켜들며 거만하게 턱을 주억였다.
“예, 오랜만입니다.”
건방진 놈! 감히 폐하에게 고개도 숙이지 않다니! 쑥덕거림이 들려왔다.
‘과몰입 오지네.’
아저씨들이 더한다더니. 그래도 이곳은 협상 자리다. 파프닐은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예를 표합니다.”
“됐다. 어차피 자네는 반란군의 수괴를 따르는 자. 뭐, 짐에게 예를 표할 필요는 없다.”
아니 공주가 정통 아닌가……?
잘 모르겠다.
“주군! 저런 놈의 말 따윈 들을 필요 없습니다. 이미 척살령이 떨어진 자 아닙니까!”
“피는 피로 갚아야 합니다!”
아저씨들이 왕좌의 게임을 찍는 동안, 파프닐은 할 말을 정리했다.
‘일단 크로스파이어 길드를 끝까지 치게 만들어야 하겠지.’
알고는 있지만, 철혈 길드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왕좌를 차지했다지만 곳곳에서 영주들이 세력을 키우고 있고.
특히 서쪽에서는 가장 큰 적인 파이브스타가 건재했다.
‘아마 적당히 어부지리를 노리려고 할 거다.’
철혈 길드 입장에선 보면서 팝콘이나 뜯으면 되는 싸움.
그러다가 어느 쪽이 무너지려 할 때 진입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철혈패군 폐하.”
파프닐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실례지만 폐하께서는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오셨습니까?”
“음……. 나 말인가?”
철혈패군이 수염을 쓸었다.
“고윈 대공과 함께 혁명군이 되었지. 그래서 자넨 지금 내가 왕실을 배신한 반역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되겠죠.”
“저 무엄한!”
“역시 이 자리에서 도륙을 내야 합니다! 길마……. 아니, 폐하!”
양옆의 간부들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 순간 철혈패군이 손을 들어 내저었다.
“난 분명 이야기를 들어 본다고 했다.”
“…….”
“그래,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네, 제가 보기에 폐하께선 반역자가 아니라 투자자니까요.”
“배신이 투자다?”
“네, 위풍당당한 대기업들, 랭커들을 제치고 플레이어 최초로 국왕이 되셨으니까요.”
고윈 공작 측에서 바지 사장으로 올리긴 했지만, 어찌 됐건 국왕은 국왕.
현실로 치면 대기업 PD 한 명이 단숨에 계열사 사장이 된 거다.
그 정도 투자라면 인정이지.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파프닐은 양옆 간부들을 가리켰다.
“이분들이 혹시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오크제국이랑 드워프들이 싸워 주고 있으니, 적당히 기다리다가 타이밍을 잡자고요.”
“헛.”
“그래서 그게 뭐가 나쁘단 말이냐!”
간부들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반은 화를 내는 거고, 나머지 반은 정곡을 찔린 것이리라.
“나쁘지요.”
“뭐라?”
“눈앞에서 투자 기회를 지나가게 만드는데, 그게 안 나쁩니까?”
“크로스파이어를 치는 게 투자라고?”
“두 가지 면에서 그렇습니다.
파프닐은 곧바로 설명했다.
“일단 크로스파이어는 종말교단? 이계교단이라 하는 곳과 손을 잡았습니다. 선 계열도 악 계열도 아닌데, 양쪽 모두와 적대하는 제3세력이죠.”
“치면 호감도를 크게 올리면 올렸지, 깎이지는 않는다?”
철혈패군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호감도.
민심이 안 좋은 쿠데타군에게 특히 필요한 거다.
부흥군에 있을 때도, 엘리자베스 왕녀가 그걸 얻기 위해 몸소 챙기기도 했고.
“끌리긴 하지만 아직 부족하군. 우리가 국회의원은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파프닐은 준비한 걸 꺼냈다.
“이게 놈들의 거처에서 찾아낸 마도서입니다.”
“음?”
헤모라도 기겁하던 바로 그 책!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기 꺼림칙했는데, 마침 좋은 기회였다.
“오호라…….”
“크로스파이어 길드의 본거지엔 이런 히든 피스가 세 자릿수대로 있습니다. 먼저 치는 쪽이 가져갈 수 있지요.”
“어…….”
“그 정도라고……?”
레이드 보스를 잡을 때와 같다.
막타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딜을 넣은 쪽이 보상을 많이 가져가는 것처럼.
혼자 사냥하다 보니 직접 겪어 보진 않았는데, 팀 게임을 하는 프로들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라고 알고 있다.
“이런 게 널려 있단 말이지…….”
“판단을 내리시는 건 폐하이십니다. 저는 뜻대로 하겠습니다.”
“하나만 묻지. 자넨 반란군 쪽을 따를 텐데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정보를 주나?”
“그건…….”
파프닐은 씩 웃었다.
“플레이어의 장점이니까요. 한쪽에서 퀘스트를 하고 있다 해도, 다른 쪽에서 큰 게 있다면 타야죠.”
“그렇지, 투자는 그렇게 해야지.”
의외로 바로 수긍한다.
이미 자신이 같은 짓을 해 봐서 그런 걸까?
고윈 대공과 손을 잡은 것도 길드 연합과 함께 개인적으로 투자를 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렇게 보면 배신이 아니라 투자가 되니 그럴지도.
“좋아, 파프닐 자네에게 간부 길드 혜택과 지휘할 부대를 배정하지.”
어?
잠깐만, 부대?
“죄송합니다만, 마지막은 거둬 주십쇼.”
파프닐은 손을 내저었다.
“저는 혼자면 충분합니다.”
“참, 자넨 네크로맨서였지. 그런데 이게 규칙이라서. 정 안 되면 알아서 하라고 신경 꺼도 좋으니까 일단은 받아 두게.”
융통성이라곤 없는 조치!
속으로 한숨이 나왔지만 애써 참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꺼이 받겠습니다.”
“좋아, 그럼 결정 났군. 새 객원 간부를 진심으로 환영하네.”
짝짝짝.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더 이상 할 것도 없겠다, 조용히 물러나 전선으로 향했다.
***
“말도 안 됩니다!”
철혈패군과 단둘이 남자마자, 철혈일검이 외쳤다.
“그 녀석을 왜 받아 주신 겁니까?”
철혈일검은 이해할 수 없었다.
미래의 적인 파프닐을 왜 굳이 키워 준단 말인가?
“왜 그렇게 화났어?”
“손해입니다. 당장 그 녀석을 내치고 잡아야 합니다.”
“허허, 이 녀석 참…….”
“이럴 때가 아닙니다. 당장 취소해야…….”
“야, 재길아.”
철혈일검의 본명을 부른 철혈패군이 어깨를 쳤다.
“이득 되는 정보를 가져온 놈을 대놓고 내치면, 내가 남들한테 어떤 식으로 보이겠냐?”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안 일어날 테니까.”
이게 무슨 소린가?
“어차피 저 녀석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할 거다. 크로스파이어가 우습냐?”
“그건…….”
“그 녀석들 규모가 작아 보여도 애들 수준만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게다가 언데드들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부족한 머릿수도 채워져 있고.”
철혈패군이 가장 열중한 것 중 하나가 타 대형 길드들의 정보 모으기였다.
대산물산 사장 시절, 대기업 담당 직원 아내의 팬티 색깔까지도 알아내던 습관 덕분이다.
왕이 되었지만, 상대 길드들의 정보를 모으는 건 지금까지도 이어진 철혈패군의 습관이었다.
“아무리 파프닐이 잘 싸운다 해도, 저 녀석 혼자선 할 수 있는 거에 한계가 있고.”
“100명을 붙이지 않았습니까.”
“그 친구도 그걸 거절하려 하지 않았나.”
대가라고 나온 조건도 별거 없었다.
“간부 혜택에 20킬당 50골드 개런티……. 이게 쉽진 않을 거고.”
“하지만…….”
“그리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예?”
“여기가 파투 나면, 크로스파이어에서 저 녀석이 날뛸 거라고.”
“아……!”
“그것만큼은 막아야지. 안 그래도 얼마 전에 그 빌어먹을 새X 때문에 손해도 있고.”
“그건……. 그렇죠.”
“기회비용이란 거지. 세상 물정은 영 어두운 것 같으니 이득을 최대한 땡기고. 그다음에 하는 거 봐서 판단하자고.”
“……알겠습니다.”
“정 불안하다면 아래에 붙이는 부하들의 편성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철혈일검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쯧, 철혈패군은 속으로 혀를 찼다.
천성이 겁이 많아서 그런지, 먹여 살릴 가족이 많아서 그런진 몰라도 저 녀석은 항상 저랬다.
덕분에 몇 번 숨 돌린 적도 있긴 했었고, 배신할 놈은 아니니…….
‘뭐, 이쯤 하면 알아들었겠지.’
제아무리 혼자 날뛸 수 있더라도.
앞뒤로 집중 공격을 받으면 답이 안 나올 거다.
‘그런데 이 마도서, 어디에 쓰는 거지?’
모든 게 ???로 가득한 의문의 마도서.
그래도 별문제는 없으리라.
철혈은 세력이 넓고, 유명한 인맥들과도 친분이 많이 있으니까.
‘별문제 없이 해독되겠지. 흠흠.’
드워프 장비에 이런 보물들까지 쌓여 있다니.
정말로 큰 걸 놓칠 뻔했다.
‘자, 그럼 남들이 가져가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겠지?’
다음 날.
철혈패군은 선두에 나서서 크로스파이어 길드를 공격했다.
***
“철혈 놈들이 드디어 미쳤구먼.”
크로스파이어 길드의 진영 외곽.
크롬웰은 코웃음을 쳤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와서 싸우고 있다고?”
“네, 아직 백중세입니다만, 저희가 후방을 공격하면 무너질 겁니다.”
“어이가 없구먼. 고작 40%의 전력인데 백중세라니.”
오크제국과 드워프들을 상대로도 힘을 빼느라 충분히 전력을 배치할 수 없었다.
철혈도 적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주력이라는 놈들이 이쪽과 비등하다니.
“드워프 공략만 제대로 됐으면 하루 만에 다 밀어 버렸겠군.”
그래도 이번 전투가 크로스파이어의 승리란 건 변함이 없다.
전투 중 이들 별동대가 기습한다면, 전방에 집중 중인 철혈 놈들은 순식간에 무너질 테니까.
“다행입니다. 드워프 전선이랑 여기가 다른 전쟁으로 취급되어서.”
“그놈들이랑 달리 우린 코인이 더 있는 덕분이지.”
이쪽 전선이라면 그놈들을 만날 가능성도 없다.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는 그놈들!
“김철……. 그리고 그놈의 흑기사!”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차마 복수하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진정하십쇼. 요번에 상대할 건 철혈 놈들뿐입니다.”
“흠흠,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구먼.”
어깨를 으쓱한 크롬웰이 검을 뽑았다.
“자, 가 볼까?”
그때였다.
“크롬웰 님! 저, 저기!”
“어?”
멀리서 한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온몸에 로브를 쓰고 있어 누군진 알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여기 전선인데 쟨 우리 편 아니잖아?”
다인전에서 기세는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다.
저 녀석이 철혈이건 아니건 상관없었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
“저놈부터 때려잡고 움직인다.”
크롬웰이 대검을 뽑았다.
그때였다, 로브 남자가 검을 들었다.
“어?”
왠지 검 모양이 익숙한데?
저 검 분명히…….
“으헛!”
“뭐야!”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땅 아래에서 흰 손들이 올라와 발치를 붙들고 있었다.
“자, 잠깐!”
당황한 크롬웰의 눈앞에 로브 남자가 나타났다.
얼굴을 가린 천이 밀려 나며 내용물이 드러난 상태였다.
“……그, 금속.”
“반갑다.”
뎅겅! 혈마검이 궤적을 그렸다.
크롬웰의 목이 떨어진 건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