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작은 불씨가 산불로 번지는 법.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지?‘
크로스파이어 길드 마스터 아칼레스는 대가리가 빠개질 거 같았다.
드워프 부족 하나를 제압하고, 갓급 퀘스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내 이계신의 주구가 되어 이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 보겠다.
그런 노력이 모두 거품이 되었다.
관심을 받는 거 하나는 성공했지만.
“길마님! 대형 갖췄습니다!”
2만 5천에 달하는 크로스파이어의 길드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럴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 차라리 여기서 철혈 새끼들을 다 꺾어 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아칼레스가 칼을 치켜들었다.
“전ㅡ군!”
돌진!
한국 서버, 아니 전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로지 플레이어만으로 2만 5천명 대 3만.
절반 이상이 한 서버의 상위권 유저.
그런 유저들이 대회전을 시작했다.
>토르는물로켓 : ㅋㅋ시발 이거 누가 이기냐
>클리어4 : 난 철혈 한 표
>개념탐정김고난 : 지금 철혈이 정배임. 절호조라 기세도 올랐고, 새로 영입한 랭커들도 1인분 이상 해 주고 있어서.
>개념탐정김고난 : 그 뭐지? 파프닐도 있다는 소문도 있음. 포인트 벌 거면 철혈 ㄱㄱ
>tpalzhffhs : 자 드가자 자 드가자 자 드가자~
인터넷 방송은 그야말로 불바다!
>tao‘ba : 누가 센 것입니까?
>kazinski : 저자들이 파이브스타인 것입니까?
소문을 들은 해외 유저들까지 찾아오며 동시 시청만 해도 1억 뷰를 찍고 있었다.
“네, HBS 방송국의 신제현 아나운서, 리포터 이채희입니다. 철혈과 크로스파이어의 전투! 지금 초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신제현 아나운서의 손짓과 함께 카메라가 전장을 비췄다.
철혈 길드와 크로스파이어 길드의 전열이 부딪치는 가운데.
철혈 길드 측 사령부에서 일단의 무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아! 철혈마참대가 나섰습니다.”
“철혈 혈맹 길드의 정예죠. 기병대로 이루어져 있어서, 기마 돌격 시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참대를 이끄는 건……. 철혈일검입니다! 철혈패군의 오른팔, 철혈 혈맹의 이인자가 출격했습니다!”
철혈마참대의 선두로 카메라가 집중되었다.
>와, 장비 오지는 거 봐.
>철혈 진짜 장비 개 쩌네.
>님들 저거 다 우리한테 세금 뜯어서 만든 거임.
>아 ㅋㅋ
수많은 관심 속, 철혈일검이 기병창을 들었다.
‘드디어 내 힘을 보여 줄 차례가 왔군.’
설마 크로스파이어 길드가 먼저 요새에서 나오다니.
‘이번에는 파프닐 그 녀석에게 고마워해야겠는걸.’
배정받은 병력으로 지원군을 공격한 파프닐.
덕분에 크로스파이어도 기다릴 수 없게 되었고, 이렇게 대규모 회전에 나선 것이다.
‘크로스파이어를 쓰러뜨리면, 말도 안 되는 이득이 남겠군.’
일단 상대 플레이어들을 처치해 나오는 경험치와 장비, 그리고 통제하던 사냥터까지.
기본이 그거고, 드워프 장비와 각종 보물까지 생각하면 그 가치는 최소 수십억, 아니 백억 이상!
현실의 기업 운영처럼 세금이나 협상 같은 게 없이 날로 먹을 수 있기에 더욱 이득이 크다.
‘파이브스타? 아크? 다 꿇으라고 하라지. 여기서 스펙 업 하면 나랑 철혈이 최강이다.’
파프닐 놈도 지분을 가진다는 건 조금 마음에 안 들지만.
원래 복권에 당첨되면 10만 원 정도는 기부를 하는 게 뒤탈도 없고 편하다.
“자, 다들 준비됐나?”
“예!”
“이기면 한우 뷔페! 지면 대패삼겹살이다! 가자!”
“우오오오!”
-가드윈식 굳건한 결의(유니크)를 발동했습니다.
-기사들의 최대 HP와 방어력이 +12% 상승했습니다.
-기사들의 인내심이 +20 상승했습니다.
-가드윈식 기사의 맹세(유니크)를 발동했습니다.
-기사들의 돌진 공격력이 +13% 상승했습니다.
-상태이상에 걸릴 확률이 줄어듭니다.
-상태이상의 효과가 반감됩니다.
-기사들의 돌진 사거리가 +10cm 상승했습니다.
철혈일검과 기사들의 몸에 흰색 오라가 덧씌워졌다.
“어어어!”
“온다!”
그대로 돌진한 철혈마참대가 크로스파이어 길드에게 향했다.
‘지금이다!’
철혈일검이 외쳤다.
“철벽의 진격(유니크)!”
이것이야말로 파프닐에게 공이 밀리면서도 아끼고 아낀 마스터 스킬.
차라라락. 강철로 된 벽이 한 겹 더 철혈일검을 감쌌다.
“어, 어어어!”
“크아아악!”
언데드와 보병들 사이를 파고드는 기병들.
크로스파이어 길드의 정예병들이 종이 쪼가리처럼 날아갔다.
>간다!
>와 시발.
>멋지긴 하네.
중갑옷을 입은 기사들의 기마 돌격.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에 채팅창은 순식간에 수십 페이지가 갱신되었다.
>우와아아!
>철혈! 철혈! 철혈! 철혈!
>정신이 들어? 정신이 들어? 정신이 들어?
>보니까 철혈일검이 랭킹 50위권이네. 그 정도 되면 저렇게 돌진으로 박살 낼 수도 있구나.
기사단을 이끌고 돌격해 무쌍을 찍고.
수많은 적병을 쓸어버리는 경험.
기사 유저 모두가 바라는 모습 그 자체였다.
>zerosword : 철혈일검?
>harry portal : 저것이 한국 서버의 랭커입니까?
해외 유저들도 깜짝 놀랐다.
>zerosword : 한국 서버 랭킹 1위는 파프닐이 아니었나? 저 정도라니…….
>itsin : 놉. 대규모 이벤트 공헌도 1위일 뿐이고, 통합 랭킹은 아진이라더군.
>zerosword : 역시 한국 서버, 고요한 게이머의 나라답게 플레이어들 수준이 높군요…….
외국 서버들도 오크 전쟁과 비슷한 이벤트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랭커 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건 단연코 한국이 먼저였다.
>철혈이 쓸어버리는데?
>크로스파이어 생각보다 많이 밀리는 듯?
철혈 길드의 기사들은 강력했다. 창을 들고 돌진할 때마다 크로스파이어의 언데드 몬스터들은 대응도 못 하고 깨져 나갔다.
고윈 대공의 군대와 함께 자원들을 집중해 만든 전력다웠다.
“와! 엄청난 공세예요!”
“오크 전쟁 때는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낮아서 못 봤었습니다만, 이제는 다릅니다. 플레이어들이 그만큼 성장했다, 그렇게 볼 수 있지요!”
NPC에서 플레이어로.
호라이즌 세계를 이끄는 주도권이 점차 넘어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네, 철혈 쪽이 처음부터 강력하게 공격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크로스파이어 길드는 생각만큼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대로 끝날 건가요!”
신제현 아나운서가 열변을 토했다. 사적으로는 호라이즌의 유저 한 명이기에 피가 절로 끓을 수밖에 없었다.
“난리도 아니군.”
아칼레스가 혀를 찼다. 관심을 받는 건 바라던 바이지만, 역할이 잡졸이어서야 이야기가 다르다.
“킹이 벌써 나서면 안 되죠. 제가 가겠습니다.”
옆에서 중년인 한 명이 지팡이를 들었다.
“불의 마왕이여, 나의 뜻을 따라 나의 적을 아래로부터 불태워라. 캘시퍼의 플레임 필러!”
화르륵, 남자의 손짓이 끝나자, 철혈일검과 기사들 주변에서 불기둥이 솟구쳤다.
“으아아악!”
“불……. 무슨 딜이!”
거침없이 진군하던 철혈마참대가 멈췄다. 연달아 불기둥 대여섯 개가 터져 나오며 기사들의 맥을 끊었다.
>저기!
>오, 탱크만있었다면 님이다!
>저분이 저기 계셨어?!
>아, 탱크만있었다면 님 아시는구나. 화염 법사 1위이자 화력 덕후이십니다.
방송이나 중계로 전투를 지켜보던 유저들이 깜짝 놀랐다.
마법사의 화력이 강한 건 알고 있지만 설마 저 정도라니?
>오 저 사람이 TANK MAGE 군요.
>그럼 저 스킬이 캘시퍼의 화염 마법……. 최소 유니크부터 나오는 비전 스킬 아닙니까.
>소문은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확실히 스킬 위력이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PVE뿐만 아니라 대규모 광역 PVP에서도 강한 모습을……. .대단하군요.
해외 유저들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법사, 특히 화염 마법사는 대미지 면에서 최강급 직업.
그 정점에 있는 남자의 마법을 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지금이다, 다들 공격해!”
기회를 보던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이 전진했다.
어어? 맞서 싸우려던 철혈 길드원들이 멈칫했다.
“잠깐, 우리 스킬 쿨타임이…….”
“30초만, 30초만 더!”
처음 돌진할 때 철혈 길드원들은 온갖 스킬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덕분에 언데드들을 쓰러뜨렸지만, 대신 잠시 동안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어억!”
곳곳에서 피 보라가 튀며 철혈의 진영이 무너졌다.
>오, 쿨타임!
>몹 잡는다고 기분 내더니만, 이렇게 밀리나?
그러나 철혈도 만만치는 않았다.
전열의 유저들이 죽는 사이 시간이 된 철혈이 다시 한번 스킬 쿨타임들을 돌렸다.
“지지 마라! 저것들 전부 돈만 처바른 근본 없는 놈들이야!”
>ㅋㅋㅋㅋㅋ
>근본없대 ㅋㅋ
>맞는 말이지. 쿠데타 일으켜서 수도 먹고, 과금 퍼부어서 장비만 맞춘 아재들이잖아.
>오, 붙는다.
아칼레스의 목소리를 들은 철혈패군의 이마에 내 천 자가 새겨졌다.
“뭐? 근본 없는 놈들? 어디 내 앞에 무릎 꿇고서도 그 말을 할 수 있나 보자! 전군 돌격!”
“와아아!”
양측의 보병들이 붙고, 그사이 철혈과 크로스파이어의 기사들도 재차 돌진했다.
‘철혈…….’
사령부에서 전장을 바라보던 아칼레스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수도에서 왕놀이나 하고 있다가 쓸려 나갈 놈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내려와서 싸움을 건단 말인지.
학교 교실의 정점.
진짜 1군이라 할 수 있는 잘나가는 학생들 사이.
적당히 끼어 있던 광대 같은 녀석이 싸움을 걸어온 상황.
심지어 그 광대가 생각보다 잘 싸운다.
재미있는 걸 보여 주기는커녕, 준비한 게 전부 망가질 정도로.
‘철혈패군……. 그 또라이 놈 때문에 뭐 이딴 상황까지…….’
아니. 아칼레스의 고개가 미미하게 양옆으로 움직였다.
철혈이 아니다.
이렇게 된 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전부 다 파프닐 그 개 같은 자식 때문이다!’
***
한편.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대회전이었지만,
길드의 전력을 부딪친 건 아니었다.
전쟁은 결국 진지 싸움.
진지를 빼앗기면 진다!
이 때문에 진지에 일부 병력과 고수들을 배치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오망성 요새.
크로스파이어에서도 가장 중요한 거점.
바로 그 거점의 지하에 두 명의 인영이 잠수하고 있었다.
“푸하.”
숨을 들이마신 뒤 얼굴의 오폐수를 닦는다.
역시 아무리 철통같이 방비한다 해도 이곳까지는 인원이 보이지 않았다.
“푸하아!”
옆에서 무기 수십 개를 짊어진 남성이 고갤 들었다.
“아이고, 엘리자베스, 도로시, 니나, 사라, 루시……. 오빠가 금방 닦아 줄게.”
저 녀석은 진짜……. .
한 달 가까이 보았으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저건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군, 정말 들키지 않았잖아?”
“그야 당연하지.”
“아니, 이 요새 침입 말고. 설마 철혈 쪽에 이렇게 쉽게 파고들 수 있을 줄이야.”
“어?”
그게 대단한 건가?
입수한 정보들을 시기적절하게 내밀고 제안했을 뿐인데.
“저번에 내가 보스 레이드 공략에 참가하고 싶다 했을 땐 단번에 척살조를 보내더라고.”
“어떻게 말했길래……?”
“그놈 내 건데 특별히 같이 잡자고 했지. 경험치는 나눠 주겠다고 했고.”
“…….”
아무래도 이 녀석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것 같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바로 가지.”
“좋아, 가 볼까.”
하수구를 빠져나오자 요새 복도가 나타났다. 그 끝에서는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부럽다, 부러워, 전장 나간 애들은 지금 실컷 싸우고 있을 텐데.”
“지금 거기 TV랑 인방이랑……. 난리도 아니더라. 나도 TV 출현 좀 해 보고 싶었는데.”
“하아…….”
뭐? TV 출현?
현생의 부모님은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그래도 저 친구들의 소원은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저기, 하나만 묻지.”
“어?”
“이 요새에 지금 몇 명이나 있냐?”
두 사람의 눈이 이쪽으로 모였다.
“저, 적이다!”
“침입자……. 컥!”
급히 외치려던 길드원들의 발아래에서 창을 든 뼈 팔이 솟구쳤다.
살육의 시작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