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발각은 생각보다 빨리 당했다.
“침입자다!”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은 기민하게 대처했다. 돌로 된 복도 너머로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하지만 최상위 유저들은 아니지.’
파프닐이 땅에 손바닥을 대며 주문을 외우려 했다.
그때, 김철이 그를 만류했다.
“소환수들은 좀 아껴 두시지. 저 정도 숫자면 몸 풀기 딱 좋군.”
김철이 팔을 벌리더니 심호흡을 했다.
짝!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박수 소리와 함께.
촤라라락! 등판에 매달린 무기들이 허공으로 날았다.
“어어?”
그 비상식적인 장면에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도, 파프닐도 놀랐다.
촤라라라락! 은색 물결이 복도의 어둠을 치워 냈다.
“크아아악!”
“씨바아알, 뭐야!”
파프닐은 눈만 깜박였다.
크로스파이어 유저들은 절대 약하지 않다.
한국에서 상위 30% 안에 드는 실력자들이다.
근데…… 상대가 너무 나빴다.
“무기, 여덟 개밖에 못 다루는 거 아니었냐?”
“레벨 업 했다.”
김철, 역시 적으로 두면 무서운 남자였다.
“일단 가자. 다음에 또 나오면 네가 상대해라.”
“방금 그거 한 번이면 끝나는 거 아니냐? 열 명을 5초 만에 찢어 버린 거 같은데.”
착착착착. 무기들을 회수하던 김철이 멈춰 서서 인벤토리에서 꺼낸 건 푸른 물약, 즉 마나 포션이었다.
물처럼 포션을 들이켜던 그가 말했다.
“이거 마나 졸라 달려.”
또라인가? 그럼 왜 쓴 거지? 상대해야 될 유저가 몇백 명이 넘는데?
으쓱 웃는 김철을 보곤 알았다.
‘이 새끼 설마 스킬 자랑하려고……. ‘
그러고 보니 원작 소설에서도 그랬다. 수많은 논란을 만들면서도 정체를 숨길 생각도 하지 않던 또라이가 바로 김철!
보통은 추적이 귀찮아서라도 적당히 감추곤 하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았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래서.”
계속 뛰던 김철이 질문했다.
“뭐 어떻게 하면 이기는 거야? 이걸로 나오는 놈들 전부 다 죽이면 되는 건가?”
“그걸로 다 죽이면 포션이 모자랄걸.”
고레벨 유저들은 저급 포션이 잘 듣지 않는다.
매번 쓸 때마다 비싼 MP를 마구 써야 하는 셈.
그뿐인가.
배 속에 넣을 수 있는 공간에도 한계가 있다.
뭐, 억지로 들이켠다면야 효과가 나오긴 하겠지.
그런데 그렇게 먹어서 나온 효과가 100% 완벽할까?
“또 쟤네들도 완전히 멍청이는 아니니까. 그걸 몇 번 당하면 당연히 대비를 하겠지?”
조종 중인 언데드 몬스터를 방패로 내세운다든가.
방어막을 수십 겹으로 세운다든가, 혹은 건물을 방패로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럴 땐 어쩌려고?”
“그냥 한 번 더 쓰면 알아서 처리되던데. 몸도 풀었겠다, 직접 싸워도 되고.”
“…….”
말을 해 봤자 들어 먹지 않으니 소용이 없었다.
무슨 멧돼진가.
분명 교활하게 싸울 땐 엄청 얄밉게 싸운다고 들었는데, 직접 보니 그런 모습은 눈곱만큼도 안 보인다.
“……물약 마구 쓰는 건 상관없긴 한데, 나중에 마나 포션 올인 나고 나한테 말해도 포션 못 준다.”
“왜?”
“왜긴, 그야 난 포션 안 챙겼으니…….”
“뭐야, 너 포션 없냐? 네크로맨서가 준비도 안 했어? 거 준비성이 없구만.”
김철이 한쪽 눈매를 찡그리며 핀잔했다.
별것 아닌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옜다.”
-최상급 바이란 마나 허브 포션을 획득했습니다.
“마법사는 MP를 여유롭게 준비해야지. 나 원.”
“…….”
개당 50실버(5만 원) 하는 최고급 포션…….
먹진 못해도 팔면 꽤 값이 나갈 거다.
“뭐 해? 받아.”
“……그래, 잘 쓰지.”
생각은 짧고 손은 빨랐다. 포션을 받은 파프닐이 입을 열려 했다.
“그런데 포션 이거는 내가 깜박한 게 아니라…….”
“저기 있다!”
“뭐야, 둘이잖아?”
“둘이라고 방심하지 마! 숫자로 밀어붙여라!”
“보아하니 이 녀석들 아까까지 싸웠어. 지금이 기회다!”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로스파이어 길드원 이십여 명이 이쪽을 발견하고 전투태세를 취한 것이다.
“오, 먹잇감이 알아서 오는군. 이리 오너라!”
“저 녀석 먼저 잡아!”
“3번 그룹은 마법사 견제하고, 1, 2번은 이 녀석 막는다!”
크로스파이어 한 개 조 여섯 명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어쩔 수 없군.
이번엔 나도 몸 좀 풀어야지.
스르릉, 혈마검이 경쾌하게 검집에서 뽑혔다.
‘해골병들 쓰다가 안 죽을 게 죽거나 뼈가 흠집이라도 나면 곤란하지.’
해골병들도 뼈가 금 가거나 상처가 남으면 스펙이 약해지거나 디버프에 걸린다.
아낄 수 있다면 아끼는 게 맞는 것.
절대 저 녀석에게 해명하려던 게 끊겨서 이러는 게 아니다.
-오오, 드디어 싸움이구먼!
카라미트가 들뜬 목소리로 말하다가 멈칫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온……. 음……. 아무래도 당장은 필요 없을 것 같구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게.
왜 저러지?
화 같은 거 안 났는데.
길드원들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때였다.
“어? 잠깐만.”
“파, 파프닐…….”
“싸, 싸우긴 해야 하는데…….”
움찔. 걸음을 멈춘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이 잠시 파프닐을 보더니, 그대로 방향을 돌렸다.
“죽어라! 김철!”
“크하하하, 와라!”
“…….”
멍하니 지켜보고 있으니 하나둘씩 김철의 발밑에 쓰러지기 시작한다.
“후우!”
벌컥벌컥. 금방 전부를 쓰러뜨린 김철이 포션 한 병을 더 비우고 말했다.
“슬슬 가지.”
아니, 저걸 컨빨이 아니라 무작정 밀어붙여서 이겼다고?
다른 건 몰라도 힘 하나는 진짜 인정해야 할 듯해야 했다.
***
“뭐!”
오망성 요새 중 하나의 사령관.
웨이런드는 마시던 포션을 뿜었다.
“콜록, 콜록. 뭐? 17대가 전멸?”
“네, 방금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그럼 벌써 세 개 대가 당한 거잖아! 300명이라고! 300명!”
플레이어만 300명이지, 이계교단의 언데드 마물들이나 NPC 용병까지 합치면 손해는 더 늘어난다.
아무리 상대가 김철과 파프닐이라 하지만 이건 심했다.
“이거 큰일인데……. 300명이나 당했단 사실이 알려지면 분명히 문책이나 징계가 있을 거야……!”
크로스파이어의 인사고과는 엄격했다.
평시에도 임무별로 점수를 매기고, 하위 30%에게는 감봉 및 모두가 꺼려 하는 곳의 통제 작업이나 단순 노동 작업 등을 맡긴다.
하물며 지금은 총력전 상황인 전시.
이 사실이 보고되면 자신은 그대로 모가지였다.
“젠장, 철혈 놈들이 더 오는 낌새는 없지?”
“네, 두 놈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요새 내 인원들을 전부 다 연병장으로 모아라.”
“네? 하지만 그럼 성벽이랑 그곳이…….”
부하의 얼굴에 난색이 어렸다. 그 순간 웨이런드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어차피 그 녀석들 잡으려면 힘을 모아야 해! 집중 공격으로 끝내고 빨리 복귀하면 문제없잖아.”
“아, 네! 그렇습니다.”
“까라면 까. 어차피 두 놈. 2,000명으로 두 놈 못 잡고 지면 게임 접어야지.”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혹시 모르니 그것도 준비하고.”
“예?”
“그거 말야, 그거.”
씩 웃은 웨이런드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파프닐이랑 김철이면 거물이니까, 기왕이면 상품을 만들면서 죽이는 게 낫지 않겠어?”
***
복도를 뛰던 도중.
갑자기 코끝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이건…….’
킁킁. 몇 번 냄새를 더 맡자 절로 입 안에 군침이 고인다.
옆에 김철을 끼고 같이 가기엔 좀 아까워질 정도.
“김철.”
“어?”
“지금부터는 흩어지자.”
“뭐? 왜?”
흠, 어떻게 말해야 순순히 떨어져 줄까.
논리적인 이유야 여러 가지 있다.
둘이 같이 있으면 포위당하기 좋다든가.
같이 싸우는 것보다 흩어져서 잡는 게 더 빠르다든가 하는 것들.
근데 그렇게 말해도 통하진 않을 거 같다.
“그야 겨뤄 봐야지.”
“뭐?”
“공적치 한번 재 보자고. 누가 더 높나.”
“굳이 할 필요 없지 않나? 내가 이길 텐데.”
어깨를 으쓱하는 김철.
소설 원작, 그리고 아까의 반응을 볼 때, 지금 도발이나 상품을 거는 건 역효과를 낼 거다.
“그건 아는데, 그냥 싸우긴 심심하니까 말해 본 거지.”
“심심해서?”
“싫으면 말고. 빨리 처리하고 끝내지.”
“흠…….”
벅벅 뒷머리를 긁은 김철이 말했다.
“하긴 하는데, 내기를 하자.”
“내기?”
“엉, 내가 더 높으면 스킬 하나를 가르쳐 줘.”
“무슨…….”
“그, 이로 깨물어서 엘리자베스를 조각낸 거. 흥미가 좀 당기더라고.”
“…….”
메탈 담피르 종족 전용 스킬이라 넘겨도 못 쓸 텐데.
설마 자기도 메탈 담피르로 만들어 달란 건가.
‘그랬다간 김철에게 진짜 죽지. 절대 안 돼.’
설명해 봤자 안 들을 테니 그냥 고개를 저어 버렸다.
김철은 몇 번 더 물어봤지만 결국 포기하고 제안을 바꿨다.
“좋아, 그럼 진 쪽이 이기는 쪽이 부를 때 무조건 한 번 도와주는 걸로 하지.”
“그 정도야 뭐…….”
왠지 복돌이를 받을 때가 떠오르는걸.
내기가 성립되자 김철은 재빨리 반대편으로 가 버렸다.
“좋아, 그럼 나도 가 보실까.”
이 냄새는 참을 수 없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향하자 곧 문 앞을 지키는 수십 명의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이 보였다.
‘빙고.’
경비가 삼엄한 게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저기. 잠깐만.”
“무슨……. 헉!”
“여기가 사령부지? 요새 사령부.”
“파프닐!”
“이놈!”
크로스파이어 길드원들이 깜짝 놀라며 무기를 겨눴다. 저러면서도 버티는 걸 보니 이 안이 사령부긴 사령부인 것 같았다.
“원랜 죽여야 하는데…….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그냥 비키면 살려 줄게.”
“살려 준다고?”
“어.”
김철 놈이 날뛰기 전에 빨리 게임을 끝내야지.
그때였다.
갑자기 염소수염을 기른 한 길드원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며 외쳤다.
“잠깐만! 저 녀석 혼자다!”
“혼자?”
“뭐야, 김철도 뭣도 없잖아?”
순간 물러서던 길드원들까지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탱커 없는 흑마법사라니, 이러면 얘기가 다르지.”
“혼자 남았구나.”
으스스한 말을 읊으며 칼이나 클로, 창들을 꺼내는 모습.
“크롬웰 놈을 밀어 내준 데다 이렇게 그물 안에 날로 들어와 주다니! 나, 제갈봉추 그 공 절대로 잊지 않겠네.”
슥, 선두로 나온 양손 검사가 검을 들었다. 장비 레벨을 보면 대략 330레벨.
확실히 요새 안에 있는 인원 중엔 최상위권이다.
“하아! 발로드의 창공베기!”
단숨에 공격해 오는 모습.
그런데 말이다.
“누가 혼자래?”
탁, 파프닐은 주문을 외웠다. 아까는 나서지 못했던 뼈와 피의 창, 식물들이 일제히 솟구쳤다.
“흥, 해골병 따위가!”
제갈봉추는 피식 웃으며 검을 마저 휘둘렀다. 해골병이래 봤자 약한 소환물이니 한 대쯤 맞아도 된다 생각한 거다.
그 기대대로 1호가 검을 든 오른팔을 한 차례 휘둘렀다.
“커헉!”
순식간에 목이 분리되어 쓰러지는 제갈봉추.
그걸 시작으로 사방에서 일어난 해골병들이 길드원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헉!”
“무, 무슨 해골병들이 이렇게 강……. 커억!”
“으아아악!”
대장을 잃은 길드원들을 정리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전투를 마치고 문고리를 잡았다.
“요새 점령이……. 사령부 먹거나 대장을 잡으면 끝이었었나.”
자, 그럼 슬슬 끝을 내자.
그그긍. 손에 힘을 주자 열리는 문.
다음 순간.
“오……. 오오오오!”
안쪽의 광경을 보자 순간 본능적으로 입이 떡 벌어졌다.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