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다크 스네일이 쓰러진 이후에도, 파프닐은 계속 던전 안으로 내려갔다.
당연한 일이다.
금이 가득한 노다지에서.
커다란 금덩어리 하나를 주웠다고 그냥 돌아 나올 순 없지 않은가.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본 월 스킬 북의 2페이지를 획득했습니다.
-트라이드 스피어(매직)를 획득했습니다.
정예 해골병과 박쥐 떼를 연달아 잡는 파프닐.
그 속도는 어지간한 파티보다도 빨랐다.
당연한 일이다.
1호까지 합친 해골병의 숫자는 무려 일곱.
이들이 전부 물총을 들면, 사실상 딜러 다섯 명과 탱커 두 명의 파티가 완성되는 셈이다.
보상은 한 명이 독점하는 일곱 명의 파티!
스치면 부서지는 유리 대포라는 게 단점이지만, 그나마도 다시 소환하면 해결이 되었다.
‘1호랑 내가 어그로만 끌면, 저 녀석들이 일은 다 하는 셈이군.’
해골병은 인건비도 안 들고, 병가나 휴가도 내지 않는다.
심지어 죽으면 다시 소환하면 되는.
사실상 무급으로 고용한 셈.
보통 네크로맨서는 이런 경우가 잘 안 나오지만.
성수 물총, 그리고 컨트롤을 곁들이자 엄청난 고효율의 사냥터가 생성되었다.
‘벌써 5레벨이나 오르다니.’
31레벨에서 5가 오른 36레벨.
반복 노가다도, 반복 공략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 이 던전을 공략 중일 뿐인데 이 정도라니.
‘이거 진짜 사기급인데?’
할 수 있다면 쭉 여기서 사냥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일엔 끝이 있는 법.
‘여기가 보스 룸인가.’
파프닐은 눈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압도적인 격의 상대방을 목격했습니다.
-상태이상 ‘위압’에 걸렸습니다.
-3.5초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상태이상 ‘공포’에 걸렸습니다.
-이동속도가 20% 감소했습니다.
-회피율이 20% 감소했습니다.
-새로운 업적 ‘사자 앞의 토끼’를 달성했습니다.
-행운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이건 무슨…….’
눈앞엔 뿔이 난 괴물이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
팔다리는 두 개지만, 인간보다는 산양을 닮은 모습.
양팔은 사슬에 묶여 있는데, 그 끝은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이어져 있었다.
어딜 봐도 초반 던전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폼.
아니.
실제로 몬스터의 이름부터가 그랬다.
[악마] [둠 워리어]악마족 몬스터!
파프닐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최소 레벨 400대 몬스터……. 어떻게 저런 게 이 던전에!’
원작 소설에서도 몇백 편은 지나야 나오는 강력한 몬스터였다.
현시점 최상위 랭커들도 지금은 저걸 사냥할 수 없다.
아니, 그 전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크아아!
다행인 건 둠 워리어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팔을 묶은 사슬과 등에 짊어진 금속 추가 완벽히 움직임을 봉쇄하는 상태.
그 순간 파프닐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모험자여, 지식의 시험을 통과해라.
-신화가 완벽히 재현된다면, 자격을 받을 것이다.
-기회는 단 한 번.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시, 봉인된 악마가 세상에 풀려나리라.
‘퍼즐이군.’
둠 워리어의 앞.
10여 미터는 될 법한 크기의 틀 두 개 안으로 정사각형 석판 조각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인 건가.’
퍼즐은 어느 전쟁터를 그림으로 재현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쪽에는 수많은 기사와 마법사, 영웅 들과 병사가 가득하고.
반대편엔 마족이나 데스나이트, 리치, 서큐버스 등의 강력한 악의 군대가 모여 있었다.
‘선과 악의 대결인가.’
원작 소설에서는 그렇게까지 스토리에 큰 묘사를 하지 않았다.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인물들의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악마를 중심으로 서로 대칭이 되는 방향으로 조립하면 되겠군.’
이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파프닐은 그 전에 한 가지를 확인했다.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
-디텍트 필드 주문서를 사용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걷는 것처럼.
확실해 보여도 미리 주문한 디텍트 필드를 사용하는 신중함!
-하급 은폐 마법 한 개가 해제됩니다.
“역시나 있구만.”
알림이 뜬 방향으로 향한 파프닐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비문?’
구석의 비석에 쓰인 상형문자들.
평범한 유저라면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족의 언어, ‘엘람어’를 확인했습니다.
-어둠 계열 클래스입니다.
-엘람어가 자동으로 해독됩니다.
-해독된 내용 : 그림은 양쪽 다 왼쪽 방향이다.
“……!”
파프닐이 내용을 본 순간 비석의 문구가 저절로 해석되었다.
‘전부 다 왼쪽이라면…… 대칭이 아니란 소리군.’
운이 좋았다.
악마의 언어는 일부 직업만 해석이 가능한데, 네크로맨서는 그중 하나였으니까.
파프닐은 지시대로 석판을 맞췄다.
천사와 영웅 들, 그리고 마족과 언데드 들이 한 방향을 향해 검을 든 모습!
-모험자 . 그대는 지식의 시험을 통과했다.
-앞으로 가도 좋다.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지혜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네크로맨서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죽을 뻔했군.’
악마가 풀려났다면 거기서 끝이 아니었을 것이다.
스타팅 포인트는 물론, 기반 자체가 터져 나가며 스토리 자체가 무너졌을 터.
자칫하면 작가가 내준 퀘스트를 보기 좋게 실패할지도 몰랐을 아찔한 순간이었다.
‘운이 좋았어.’
파프닐은 둠 워리어 뒤의 통로로 향했다.
남색의 화려한 문을 열자, 보스 대신 제단이 하나 보였다.
‘제물을 바치라는 건가?’
자세히 보니 제단 양쪽에 무언가가 들어갈 홈이 하나씩 있었다.
각 방향에는 하얀 상자와 검은 상자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뭔가 함정은 없겠지?’
디텍트 필드 주문서를 쓰자 문구가 나타났다.
-산 자만이 풀 수 있는 봉인.
-죽은 자만이 풀 수 있는 봉인.
-해당 봉인은 두 명 이상이 조작할 수 없다.
‘이건…….’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네크로맨서랑 뱀파이어를 위해서 만든 거군.’
네크로맨서는 해골병을 다루고, 뱀파이어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다.
이 세상에서 오직 그들만이 풀 수 있는 봉인.
‘원작의 오진환이 이걸 못 얻은 건 확실하군.’
파프닐은 1호를 맞은편에 보낸 뒤 흰 쪽 상자를 열었다.
-태앙의 문장을 획득했습니다.
-달의 문장을 획득했습니다.
해골병이기에 검은 상자를 열어도 아무 일 없는 모습!
두 문장을 제단에 놓은 파프닐은, 심호흡을 하고 각 구멍에 문장을 맞췄다.
“어디…….”
몇천 조각의 퍼즐 마지막을 맞추듯 섬세한 손놀림!
문장이 제단에 들어간 순간.
-봉인이 해제됐습니다.
-피의 마장군 헤모라가 부활했습니다.
-압도적인 격의 상대방을 목격했습니다.
-상태이상 ‘위압’에 걸렸습니다.
-3.5초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상태이상 ‘매혹’에 걸렸습니다.
-이동속도가 30% 감소했습니다.
-상대방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천천히 다가가게 됩니다.
-매혹의 시전자가 공격할 시 30%의 추가 대미지를 받습니다.
수많은 메시지가 눈앞을 가린다.
사르륵.
파프닐의 귓가에 망토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꿇어라.”
붉은 피로 된 망토를 걸친 흑발 금안의 소녀.
15세 정도의 외양에, 양옆으로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뜬 효과는 절대 소녀에게서 나올 게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메시지의 내용부터가 그랬다.
‘메시지에서 피의 마장군이라 했지?
헤모라가 누군지는 모른다.
그러나…….
꿀꺽, 파프닐이 침을 삼켰다.
‘마장군이란 칭호가 붙는 네임드면…… 원작에선 레벨 700대 이상의 보스 몬스터다.’
***
호라이즌의 세계에는 수많은 신이 있다.
그 신들은 각각 네 명의 심복을 휘하에 뒀는데, 각 심복은 저마다 한 명씩 마장군과 마신관을 두었다.
현시점에선 대부분의 신이 죽거나 잊힌 상태.
하지만 그 수하인 심복, 마왕이나 그 수하의 마장군, 마신관은 이런 식으로 볼 수 있었다.
‘잊힌 신들의 심복들은 마왕이라 불리니, 이놈들이 사실상 사천왕인 셈이지.’
마장군과 마신관은 원작에서도 중후반부에서나 공략 준비가 나올 정도로 막강한 보스 몬스터.
그런 개체 중 한 명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정체가 뭐지?”
“저는…….”
“……레기온 학파?”
파프닐이 대답하려던 순간, 헤모라의 눈이 배지로 향했다.
“레기온이면 그 영감의 제자 중 한 명인가? 오랜만에 보네.”
-헤모라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배지 덕분에 호감도가 상승!
헤모라의 말투에서 위압감이 한층 옅어졌다.
“아무튼 봉인을 풀어 줘서 고마워. 금혈의 뱀파이어 혈족의 진조로서 진심으로 네게 감사하는 바야.”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네크로맨서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플레이어로서 히든 피스를 얻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겸손한 것도 마음에 드는걸.”
헤모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프닐이 물었다.
“그럼 헤모라 님,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네게는 알려 줘도 괜찮겠지.”
한숨을 내쉰 헤모라가 말했다.
“일단은 내 혈족들부터 찾아야지. 그다음엔 묵은 원한들을 청산하고, 이후는 우리의 신을 받들 거야. 옛날처럼.”
헤모라가 섬기는 심복은 마왕 라브노스.
무려 레벨 1,200이 넘는 절대적인 몬스터다.
‘내가 떨어지기 전 봤던 신화급 몬스터가 800레벨이었으니…… 그보다 더한 놈이군.’
금혈의 뱀파이어 진조이자 피의 마장군인 헤모라.
만약 그녀가 제대로 활동을 시작한다면, 호라이즌의 판도에 큰 변화가 일 것이다.
‘미리 대비해 둬야겠군.’
그때였다.
물끄러미 파프닐을 바라보던 헤모라가 물었다.
“네게도 보답을 하고 싶은데, 나랑 같은 밤을 공유하지 않겠어?”
이건 또 뭔 소리람.
파프닐은 머릿속의 미사여구를 쥐어짜 내며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아둔해서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한 번만 설명해 주신다면 평생의 영광으로 여기겠습니다.”
현생에서부터 구단 관계자, 코치, 팬 들을 상대로 갈고닦았던 처세술!
“하아, 그래.”
살짝 한숨을 내쉰 헤모라가 대답했다.
“네가 원한다면 금혈의 뱀파이어 혈족이 될 수 있다는 뜻이야. 어때, 이제 좀 흥미가 들어?”
-헤모라가 클래스 전직을 제안했습니다.
-수락 시 직업이 ‘네크로맨서’에서 ‘금혈의 뱀파이어(직계 1세대)’로 변화합니다.
-수락 시 종족이 ‘인간’에서 ‘뱀파이어’로 변화합니다.
-수락 시 기본 스테이터스가 종족값에 맞춰 조정됩니다.
-금혈의 피를 다루며, 가장 고귀한 뱀파이어로서 피의 신에게 직접 선택받은 혈족.
-당연히 피의 힘을 누구보다 깊이 부릴 수 있으며, 다른 뱀파이어들에 비해 한 단계 더 강한 마력을 부릴 수 있는 최흉 최강의 혈족입니다.
-하급 언데드, 몬스터 들을 사역할 수 있습니다.
-흡혈을 하여 상대방을 권속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뱀파이어와 대결 시 우위를 가집니다.
-수락 시 기존 인간 NPC들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수락 시 기존 명성치가 소멸합니다.
-수락 시 모든 선 계열의 신들의 은총, 축복 및 모든 관계가 소멸합니다.
‘히든 클래스라고?’
호라이즌에서 히든 클래스는 곧 성공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룬 마스터나 용기사.
원작 소설에서 나온 히든 클래스들의 스킬들은 그만큼 대단했다.
모두가 성공하진 못했지만, 누구라도 성공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능력.
‘심지어 1세대 뱀파이어면 그중에서도 한층 더하지.’
1세대면 진조에게 직접 물린, 진조의 바로 밑 세대다.
진조에 가까울수록 강한 뱀파이어의 특성상.
1세대 고위 뱀파이어가 되면 엄청난 포텐셜과 힘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
마치 게임의 ‘점핑 캐릭터’ 같은 것.
물론 공짜는 아니다.
뱀파이어가 가진 여러 제한을 그대로 받고, 신전이나 왕국군 NPC들의 공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 위기는 얼마든지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위기를 빠져나가는 거야 나 하기 나름이니까.’
대박.
그것도 엄청난 대박 퀘스트였다.
“자, 어때?”
내민 헤모라의 손 앞에서.
꿀꺽.
파프닐이 입을 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