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뭐 재밌는 거 없나?’
임재민은 인터넷 방송을 뒤적거렸다.
“혜초니는 휴방……. 릴로랑 99마리비둘기는 영 재미가 없고, 루디우스도 최근 방송이 뜸한데…….”
생방송 중인 채널들을 보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쩝, 철혈이랑 크로스파이어 쟁 때문에 다 저기로 쏠렸구만.”
수만 명의 유저가 말을 타고 부딪치고, 마법사들이 적진을 향해 불 벼락을 내리거나 막는다.
엄청난 볼거리긴 하지만 남들이 다 본다 생각하니 딱히 끌리진 않았다.
진흙 속에 묻혀 있던 보물을 발굴하는 것이야말로 임재민의 기쁨이었기 때문.
“5분만 더 찾아보다 잘까…….”
드륵, 마우스를 내리던 임재민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크로스파이어 요새……. 침입자?”
뭐지? 크로스파이어가 다른 데서도 또 싸우고 있나?
“흠, 냄새가 나는군.”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전쟁의 다른 면.
심지어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어디 볼까…….”
-채팅창에 입장했습니다.
“어…….”
화면이 열린 순간.
임재민은 눈을 크게 떴다.
슈슈슉! 허공을 가르는 대여섯 개의 무기들.
죽돌이로서 수많은 방송을 봤기에 저게 무엇인지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파, 파프닐!”
“크아아악!”
“아아악!”
“봤죠! 형님들, 아까 김철 보여 드렸고, 이번에 파프닐 확인했습니다. 미션 달성했고요. 계속 촬영할게요. 가짜 아니냐고요? 진짜예요. 네, 지금 보이시죠?”
중얼거림에 대답하듯 멀어지는 화면.
이건 특종이다.
임재민은 꿀꺽 침을 삼키고, 조용히 웹 사이트를 열었다.
[제목 : 파프닐 방송 나옴 ㄷㄷ]>작성자 : 숲속의잼미니
>내용 : 아까 방송 보다가 찾았는데, 크로스파이어랑 싸우고 있더라. 김철이랑 파프닐 둘이서 길드 요새 빈집 터는 듯?
(댓글 목록)
>마르파스 : 김철? 그 새끼 어디 있냐? 연장 챙겨서 갈랑게.
>제이스 : 저기 어디 방송임?
>>숲속의잼미니 : 트윗치 닉네임 하이트 검색 ㄱ
>신라천정 : 크로스파이어 놈들 대체 전생에 뭔 죄를 저질렀냐? 쟤네 둘을 동시에 상대해?
>제이스 : 진짜네, 십.
글을 본 시청자들이 방송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사이 전투가 본격적으로 길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저 자식 창고를 점령했다!”
“죽여! 소환물은 신경 쓰지 마!”
무기를 들고 쇄도하는 길드원들.
해골병들이 막아섰지만, 기어이 몇 명이 수비를 뚫어 낸다.
>아, 끝났나!
>네크가 거리 주면 겜 끝이지 ㅋㅋ
>김철 언제 나옴?
채팅창 반응이 시큰둥해지려던 순간.
그때였다.
피할 거라 생각했던 파프닐이 그대로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어?”
“어어……. 컥!”
>오?
>뭐야!
당황하던 길드원 한 명을 처치하고, 이내 다른 길드원들을 연달아 베어 낸다.
엄청난 검술 컨트롤!
>와!
>방금 뭐냐?
>미친! 검사였어?
>오…….
화면 너머, 임재민은 꿀꺽 침을 삼켰다.
저거 네크로맨서 맞아?
>asm113 : 저, 저 사람 파프닐이잖아! 파프닐 맞네! 역시!
>헌티드빌라 : 아 쟤가 파프닐이야? 그 오크 공헌도 1위 네크?
>asm113 : 저건 그……. 조폭네크가 아니라 돌진네큰데? 진짜 저렇게 싸우냐.
>치킨마리당1행복 : 돌네크 ㅋㅋㅋㅋ좋다ㅋㅋ저 녀석은 이제부터 돌네크다.
>세이야나 : 칼로 싸우는 네크가 다 있네. 김철 사이다 각이나 볼까 하고 왔는데, 이것도 꽤 재밌는 듯?
>치킨마리당1행복 : 진짜 컨 보고도 못 믿겠음 지금. 네크가 말이 되냐?
>치킨마리당1행복 : 만약 쟤가 검사였으면 지금쯤 세계 판도가 달라졌을 듯;
어느새 방송을 보는 사람의 수가 2천, 아니 3천 명 가까이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다수는 보면서 감탄하거나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전부가 그런 건 아니었다.
>악마지존 : 뭐임? 파프닐임?
>헐 악지님;
>네크 5위분도 보러 오셨네.
>악마지존 : 진짜 개못싸우네, 혼자 차력 쇼 하면 뭐 하냐. 네크 특징인 소환물이랑 시체, 해골병도 없고. 시폭은 하지도 않네 ㅋㅋ
소문을 듣고 찾아온 진짜 네크로맨서 랭커의 혹평!
그러나 유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래서 니가 파프닐 이김?
>응~5위따리 5위따~
>악마지존 : 아니, 니네 진짜 모르겠냐? 저건 네크가 아니라…….
>님 저번에 팔라디 오크 성채 공략하다가 ㅈㅈ치고 빠지지 않음? 파프닐은 그거 혼자 해냈는데?
>ㄹㅇㅋㅋ지는 못 하니까 ㅂㄷㅂㄷ대고 있음.
실제로 싸우면 저렇게 못 할 건 뻔하다.
악마지존의 입이 그대로 닫혔다.
>zera : 그런데 네크로맨서 마법사 아녜요? 근접전이 가능하네요?
>숲속의잼민이 : 아, 네크로맨서는 의외로 스테이터스를 균형 있게 찍습니다. 그래서 막상 근접전을 해도 마법사보단 좀 더 몸이 단단해요. 물론 맞으면 죽긴 하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zera : 아하…….
>5학년1반드래곤 : 잼민이 주제에 아는 척ㅋㅋ초등학교는 배웠냐?
아니, 저 녀석이?!
분노한 임재민이 타자를 쳤다.
>숲속의잼민이 : 저 30대……. 호라이즌 프로팀 코친데요…….
>5학년1반드래곤 : 네네ㅋㅋ그러시겠죠. 진짜 무식이 철철 넘치는 게…….
>숲속의 잼민이 : 무식은 니 닉네임이 넘치고. 이 잡놈아.
타타탁, 임재민이 신경 쓰는 사이,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럴 때마다 창고 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파프닐!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마다 피로가 사라지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 된다.
>포션 마시는 건가? 아니면 음식?
>ㄴㄴ시간이 안 될 듯? 포션은 엘릭서 아니면 피로 회복은 못 시켜 주고.
>뭐지……?
많은 유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들이 답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설마 창고 안에 들어간 파프닐이 아이템을 먹어 회복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은 말이다.
>또 온다!
>와, 이번엔 좀 센 애들 같은데?
대신 그들은 계속되는 네크로맨서의 ‘돌진’ 싸움에 열광했다.
동시 시청자 수가 점차 늘어나 다섯 자릿수를 넘기 시작한 건 덤이었다.
***
“아니, 씨발!”
쾅, 웨이랜드가 주먹을 내리치자 책상이 박살 났다. 부하들이 목을 거북처럼 움츠렸다.
“어떻게 두 명에게 이렇게까지 당해!”
“죄, 죄송합니다.”
“벌써 500명이야, 500명! 이러다 연병장에 모이기도 전에 전부 다 죽겠어!”
요새 전력의 1/4이 당했단 건 조금 많이 심각한 문제다.
“무조건 10명 이상이 움직이게 했잖아, 우리가 병풍이야?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그…… 그게, 놈들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서, 저지선을 만들려 해도 전부 뚫려 버립니다.”
“그럼 포위해서 잡으면 되잖아? 머릿수 뒀다 뭐 해?”
“포위를 하려고 해도 둘 다 좁은 복도나 방 같은 데서 오거나, 오히려 역으로 뒤에서 찔러 대서…….”
“하, 씨바…….”
혈압이 오르고 눈앞이 절로 뿌예졌다.
벅벅, 웨이랜드는 팔을 들어 거칠게 눈가를 문질렀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리고 김철은 모르겠는데, 파프닐이 이 정도였나?”
“그게…….”
“조심해야 할 거 그 카라미트인가 뭔가 하는 흑기사였잖아. 파프닐 그 녀석은 그냥 네크로맨서 아니었냔 말이야!”
“얕봐선 안 됩니다. 크롬웰 님도 놈에게 당했고, 요 며칠간 그 자식이 해낸 활약들을 보면…….”
“아니 씹, 그건 철혈 애들이 다 도와줘서고! 넌 진짜 빡XXX냐?”
“죄송합니……. 윽!”
부하의 머리를 쥐어박은 웨이랜드가 깡 생수를 들이켰다.
“진짜 머리 되는 놈들이 아래에 없으니 내가 이 모양 이 꼴이지.”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만약 저 부하 놈이 처음부터 전력을 모아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면.
아니, 그 전에 정찰조가 침입을 제대로 알아챘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흘러갔겠는가.
“하여간 도움 안 되는 새X들,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김철까진 어려울 거라 예상했는데, 까고 보니 파프닐도 그 정도면 정도지 아래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밀릴지도 몰라.’
웨이랜드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단 두 명에게 요새 하나가 밀리다?
‘크로스파이어 X같이 멸망’이라는 제목이나 댓글이 써진 홈페이지의 모습!
그게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탁, 웨이랜드가 부하를 돌아보았다.
“그거 일단 내놓긴 했지?”
“네? 아, 네. 준비는 됐습니다만.”
“그놈 봉인을 해제해야겠군.”
“네? 하지만 아직 쓰면 안 된다고…….”
“닥쳐! 내가 책임질 테니 꺼내기나 해.”
“안, 안 됩니다!”
뒤에 있던 부하가 한 번 더 고갤 저었다.
“아직 제어가 안 됩니다. 만약 잘못되면…….”
“병X아!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 몰라? 보스 레이드용 정예 멤버들 아냐!”
주 전투에 전력을 다 써야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릴 다 비운 건 아니다.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쓰기 위한 ‘소방수’ 부대.
당장 전장에 나가도 1인분을 할 부대원 30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풀어 놓고, 처리가 끝나면 저 멤버들로 정리하면 되는 걸 몰라? 이걸 내가 직접 알려 줘야 하나?”
“아니, 그게 아니라…….”
“닥쳐! 빨리 풀기나 해.”
“……아, 알겠습니다.”
“쯧……. 일머리라곤 없는 놈 같으니.”
어기적거리며 사라지는 부하를 보던 웨이랜드가 혀를 찼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소방수 부대.
믿고 있던 그들은 한참 전에 나간 지 오래고.
지금 파프닐과 김철에게 썰려 나가고 있다는 게 그것이었다.
***
창고 전투가 끝난 후.
요새의 남은 부분을 빙 돌던 파프닐은 자연스레 김철과 마주쳤다.
“그쪽은?”
“전부 다 정리했지.”
꿀꺽, 마나 포션을 마시던 김철이 헛구역질을 했다.
“웩! 우웨엑!”
“상했어?”
“그게 아니라……. 웨에에엑!”
역시 포션을 너무 많이 먹다가 위에서 역류한 듯했다.
거봐, 내 저럴 줄 알았다니깐.
‘하긴 나도 오면서 꽤 힘들었지.’
중간 이후부터 나오던 놈들은 솔직히 좀 까다로웠다.
적당한 커피와 몬스터즈 각성 음료의 차이라 할까.
지형을 쓰거나, 기습 등이 잘 먹혀서 다행이었다.
만약 탁 트인 필드에 놓고 싸웠다면 더욱 까다로웠을 테니까.
“남은 놈들은 어디 있어? 더 있을 텐데.”
“그렇긴 할 텐데.”
오면서 처치한 인원수가 대략 3~400여 명.
저쪽도 비슷하게 처치했을 테니, 800명쯤은 될 거다.
아무리 주력이 자릴 비웠다지만, 확실히 이 넓은 요새에 적들이 그 정도밖에 없을 린 없겠지.
“잠깐만.”
파프닐은 해골병을 주변으로 보냈다. 잠시 후 한 방향에서 움직이던 해골병의 기척이 갑자기 꺼졌다.
“저쪽이다.”
“오우.”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가려던 김철이 문득 질문했다.
“아, 참. 너 몇 점이야?”
“나?”
공헌도를 보자 점수가 나타났다.
[오망성 요새 공략]1위 파프닐 : 1,351
2위 김철 : 1,345
“1,351점이군.”
“…….”
잠시 침묵하던 김철이 무기를 휘둘렀다.
와장창! 보는 것만으로도 스테이터스를 올려 주는 명품 화분이 산산조각이 났다.
-김철 님의 공헌도가 +10점 상승했습니다.
“이제는?”
“……1,355.”
“가자!”
걷다 보니 연병장이 보였다.
“뭐야, 왜 이것밖에 없어?!”
“죄송합니다! 나머지는 싸우기 싫다고 전부 도망쳐서…….”
“씹할 새X들! 걔네는 연락하지 마!”
술렁거리는 모습이 꽤 불안한 모양.
‘그나저나 연병장에 알아서 모여 주다니.’
입구가 하나인 방이나 사방이 트인 보루 같은 데면 좀 나았을 텐데.
한가운데이다 보니 사방에서 공격을 퍼붓기 딱 좋은 위치였다.
“천천히 공격하면 알아서 자멸하겠…….”
“야, 겁쟁이 새끼들아! 거기서 뭐 하냐?”
김철의 도발에 길드원들이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았다.
“다 큰 겜창들이 유치원 학예회 하냐? 너네 엄마들한테도 이걸 꼭 보여 줘야 하는데!”
“저기 있다!”
“저 새끼가!”
“죽여!”
나오는 길드원들은 해골병과 김철이 상대했다.
아까 상대했던 놈들처럼 긴장감이 생기지도 않는 게, 아무래도 그놈들이 최정예인 듯했다.
그런데 저놈들 밀리는데도 아예 도망가진 않는다.
보통 이럴 땐 두 가지 경운데…….
첫째는 도망칠 때의 형벌이 무겁거나, 둘째는 믿는 구석이 있거나.
“안 되겠다. 그걸 꺼내!”
“웨, 웨이랜드 님!”
아무래도 두 번째 경우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
“닥쳐! 이거 못 막으면 난 잘린다고!”
퍽, 웨이랜드란 남자의 호통에 부하 여럿이 구석으로 향했다.
“상자?”
“하나, 둘! 으랏차!”
부하들 네 명이 상자의 손잡이를 잡고 열려 했다.
그때였다.
촤락! 상자 안에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부하 한 명을 잡고 들어갔다.
“어……?”
다음 순간 비명이 연병장 안을 가득 채웠다.
사각거리는, 무언가 갉아 먹히는 소린 덤.
“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어…….”
“뭔…….”
조심스레 상자 안을 보던 다른 부하들이 일제히 기겁했다.
“사, 살려 줘!”
휘릭, 다른 부하들이 도망치려 했지만, 상자 안의 그것이 한발 더 빨랐다.
순식간에 끌려들어 간 부하들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나 이거 접을 거야!”
“미친! 이거 뭐야!”
“으허어어어어어!”
김철마저도 학살을 멈추고 돌아보게 할 정도의 소란.
비명이 끝난 뒤, 이윽고 상자 바깥을 향해 무언가가 다리를 내디뎠다.
어?
저거 무슨…….
“……모자이크?”
방송을 송출하고 있던 크로스파이어 길드원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