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콰우우우. 검붉은 마나가 검 면을 물들인다.
지금은 늙고 정략에만 신경 쓰느라 약해졌지만, 한때 그는 이름을 널리 알렸던 강력한 검사.
조금 나태해졌다고 해도 어지간한 모험가는 찜 쪄 먹을 만큼 강했다.
‘지금은 대략 레벨 300 정도……. 레벨 300의 보스 몬스터라 생각하는 게 맞겠군.’
해골병들이 연신 쓰러졌다.
블랙하트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다.
“크흐흐, 이게 끝이냐?”
“음…….”
좁은 통로라 네크로맨서의 장기인 소환물도 통하지 않는다.
“어떤 놈을 소환해도 마찬가지다. 이 블랙하트 가문의 오의, 흑심류 앞에선……!”
이제 저놈을 족칠 차례다.
“기세 좋게 막긴 했지만, 그 후의 일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파프닐.
수많은 고난 속에서도 놈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항상 여유로웠다.
마침내 그 얼굴이 일그러질 걸 생각하자 블랙하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해골병 소환 해제, 엘리트 해골병 소환 해제.”
결국 파프닐이 해골병들을 물렸다.
“너희 모험가들은 죽여도 죽지 않는다지? 그렇다면 죽이지 않는 선에서 무력화시켜 구경거리로 만들어 주마.”
그러나 습격자는 아무런 준비 없이 온 게 아니었다.
검을 집어넣은 파프닐이 말했다.
“카라미트.”
“트하!”
블랙하트의 검기가 전방을 휩쓸었다. 파프닐은 피하려는 동작도 하지 않은 채 파묻혔다.
포기한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블랙하트의 검이 튕겨 나갔다.
“엇!”
촤라라락.
남색? 검은색 금속이 파프닐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밋밋한 금속이 덮은 게, 마치 메탈 슬라임 같은 모습.
손엔 어느샌가 나뭇가지를 닮은 형태의 창이 들려 있었다.
‘뭐지……. 이 애송이? 갑자기 기세가…….’
분명 네크로맨서일 텐데 어째선지 숙련된 기사를 앞에 둔 기분이 든다.
-흠…….
붕붕붕
파프닐, 아니 카라미트는 창을 몇 바퀴 회전하더니 말했다.
-내 상대로는 좀 부족한데.
“무, 무슨 허세냐! 받아라, 그리고 죽어라! 블랙하트 가문의 오의를!”
블랙하트가 기술을 쓰기 직전.
카라미트가 가볍게 몸을 풀며 창을 던졌다.
푸-슝. 콰직!
“커, 커컥…….”
-그러니까, 좀 부족하다고 했잖아.
카라미트가 말했다.
***
블랙하트 백작을 처치하자 알림이 떴다.
-블랙하트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흑심의 검(임모탈)을 획득했습니다.
-블랙하트 백작의 목(퀘스트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블랙하트 백작가의 인장(레어)을 획득했습니다.
-흑심류 검술 스킬 북(에픽)을 획득했습니다.
-뱀파이어릭 링(레어)을 획득했습니다.
-황철 박쥐 목걸이(매직)를 획득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왕녀의 척살령이 떨어진 상대를 처치했습니다.
-추가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추가 공헌도 +7,500을 획득했습니다.
-추가 명성치를 획득했습니다.
-카르마가 상승했습니다.
-명망 있는 귀족을 처치했습니다.
-블랙하트 백작가의 가주가 사망했습니다. 블랙하트 영지의 질서와 치안이 최하로 떨어집니다.
-블랙하트 영지에 도적과 몬스터, 네임드 몬스터들이 출몰할 확률이 늘어났습니다.
-영지의 시설 대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템이랑 명성……. 이건 예상보다 한참 더 많은데?’
앞으로 잡을 수 있다면 네임드나 귀족 NPC형 몬스터를 많이 잡아야겠다.
그러던 중 아이템 등급에 눈이 갔다.
‘이모탈? 도대체 무슨…….’
이건 확인해야겠다.
아이템창을 열자, 정보가 나타났다.
-등급 : 이모탈
-분류 : 한손검 (무기)
-레벨 제한 : 300
-내구도 : 750/750
-물리 공격력 : 751~788
-후방에서 공격할 시 추가 공격력 +50%. (현재 비활성화)
-아군 관계에서 선제공격할 시 추가 공격력 +100%, 확정 치명타 효과 및 10초간 침묵. (현재 비활성화)
-배신의 대상으로 지목한 상대에게 흑심의 징표 사용 가능. (현재 사용 불가)
-징표가 새겨진 상대를 배신할 시 랜덤으로 영구 스테이터스, 보유 중인 스킬 중 랜덤 1개의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
-검의 힘의 2/3이 봉인되어 있음.
-흑심류 검술을 10레벨 이상 익힐 시 나머지 능력을 개방할 수 있음.
-방어구 관통력 +300
-스킬 : 검은 심장(레어) 사용 가능
-한 달 동안 배신하지 않을 시, 레벨 1 다운 및 랜덤 스테이터스 5 영구 소멸.
-세 달 동안 배신하지 않을 시, 배신의 계약에 따라 캐릭터 1회 사망. 이후 한 달 주기로 계속됨.
-설명 : 블랙하트 백작가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명검. 과거, 동료에게 배신당했던 옛 왕이 그 모든 감정을 담아 벼려 낸 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굉장한 스펙이군, 이거.’
과연 이모탈급이라 해야 할까.
일반 스펙은 무난한데 추가 옵션들이 그야말로 사기적이다.
‘배신하면 스테이터스를 계속 준다고? 그럼 작정하고 작업하면 이것만으로도 캐릭터 스펙 뻥튀기가 가능하겠군.’
같은 레벨인데 스테이터스가 두 배 차이가 난다?
키만 똑같은 라이트급과 헤비급, 아니 인간과 로랜드 고릴라가 붙는 급이다.
‘그렇지만 이거 내가 쓸 수는 없겠군.’
일단 페널티들이 너무나도 살벌하다.
배신하지 않을 시엔 레벨과 스테이터스 영구 삭제.
한두 번은 버틴다 쳐도, 세 번째는 아예 자동으로 죽여 버린다.
제대로 쓰려면 배신을 밥 먹듯 해야 하는데.
그것도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기도 했다.
“게다가 힘을 끌어내려면 흑심류 검술도 익혀야 하고…….”
-그 검술? 내가 잘 알지.
카라미트가 끼어들었다.
-익히긴 조금 까다롭지만, 일단 손에 익으면 정말로 상대할 때 까다로워. 짜증도 나고.
“한데 그런 것치고는 쉽게 제압하시던데요.”
-그건 사용자가 영 시원찮아서 그런 거고. 내가 살아 있던 시절 블랙하트 검술은 상대하기 어렵기로 악명 높았어. 뭐, 나 정돈 아니었지만.
결국 자기 자랑인가.
그래도 덕분에 흑심 검술이 익히기 힘들다는 건 알았다.
‘안 그래도 검사가 아니라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데, 그럼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애써 흑심 검술을 배우고, 배신을 밥 먹듯 하면서까지 배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격이다.
‘괜찮긴 한데…….’
이런 이유들이 많긴 하지만.
사실 그런 이유들 이전에, 배신으로 성장하는 건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다.
뭔가 찝찝한 기분도 들고. 그렇게 커 봤자 작가 놈이랑 대면했을 때 자신만만하게 이겼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갖고 있어도 안 쓸 거.”
쑤욱, 그대로 검을 입 안으로 넣고 씹었다.
검날에 혀가 닿는 순간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존맛.”
이게 이모탈 장비의 맛?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 같기도 하고, 끼니당 수십만 원어치 한우 모둠 세트를 먹는 기분도 든다.
‘원랜 김철 놈한테 주려고 했는데, 이건 못 참겠군.’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검 손잡이를 삼키고 있었다.
아까운 기분은 들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때였다.
-임모탈 등급 이상의 금속 장비를 섭취했습니다.
-힘 스테이터스가 +2 상승했습니다.
-체력 스테이터스가 +2 상승했습니다.
-공격력이 +5 상승했습니다.
-HP가 +10 상승했습니다.
-특성이 새로운 스킬을 개화했습니다.
-새로운 스킬 ‘금형포식(임모탈)’이 생성되었습니다.
-금형포식(임모탈)의 효과로 액티브 스킬 ‘배신의 인장(에픽)’이 생성되었습니다.
아니.
“미친.”
말도 안 되는 대박.
길 가다가 로또 1등 당첨 복권을 주워도 이 정도 대박은 아닐 거다.
***
파프닐의 철혈 입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크로스파이어전에서 전공을 세웠고, 블랙하트 백작과 오크 사천왕의 목을 들고 왔으니 증거도 충분했다.
-엘리자베스 왕녀, 파프닐의 모든 공헌 기록 삭제 및 작위 회수.
-파프닐의 목에 1,000골드의 현상금 책정.
때맞춰 부흥군 쪽에서도 공식으로 발표가 나왔다.
소식을 들은 기사 노인, 샤프이어 백작 등은 말을 잇지 못했다.
“파프닐이 배신했다고……. 내가 그 친구를 잘못 본 거구먼…….”
“놈! 철혈이 내민 작위가 그렇게 좋았단 말이더냐! 크흐흑…….”
호감도를 많이 쌓은 만큼 충격도 더욱 컸다.
일반 NPC들의 대사를 통해 그 소식은 금방 유저들에게 알려졌다.
>파프닐 철혈에 스카우트됐다는데.
>그 사람 부흥군 소속 아니었음?
>얼마 전까지 그랬나 본데, 이번에 철혈로 넘어갔나 봄. 부흥군 간부 죽이고.
>오…….
유저들은 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라도 제시했나 본데?
>얼마를 냈을까? 1억? 2억?
>요즘 시세 모르네ㅋ. 파프닐 정도면 10억도 성에 안 차지.
>근데 님 왜 말끝에 ㅋ 붙임? 시비 거셈?
>아니; 오타요. ㅈㅅ;;
>역시 흑마법사 ㅋㅋ 통수 직업답다. 붙는 곳마다 박쥐 철새짓 하는 꼴 ㅋㅋㅋ
>얘 뭐임?
>냅두셈. 작성 글은 과학이라고. 검색해 보니 지능적 파프닐 안티더라.
파프닐에 대한 평가는 일부를 제외하곤 긍정적이거나, 무난한 게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플레이어의 행동은 NPC에 비해 가볍다.
가상현실이니만큼 소속을 바꾸는 정돈 크게 신경 쓸 것도 아니었다.
>근데 그럼 이제 부흥군은 어케 되는 거임? 바로 토벌당함?
>ㄴㄴ. 오크제국도 있고, 크로스파이어랑 싸운 거 복구랑 땅따먹기도 해야지.
>ㄹㅇㅋㅋ사냥터 먹었으면 관리하는 건 맞음.
>그럼 그사이 지켜봐야겠네. 어떻게 되려나.
세계로 퍼져 나간 철혈과 크로스파이어 간의 전쟁, 그리고 뒤에 이은 부흥군의 출현.
앞선 때처럼 한때의 화젯거리로 넘어가기엔 내용이 너무 컸다.
파프닐이 추후 어떻게 행동할지, 그리고 철혈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지.
유저들이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철혈 혈맹도 논공행상을 열었다.
“철혈가람! 전투 중 크로스파이어 간부 13명을 처치! 좌측 전선을 총지휘하며 붕괴를 막았다! 이에 삼등상에 봉한다!”
화려한 수도 궁전.
금빛 옥좌에 앉은 철혈패군이 맞은편을 보았다.
“철혈일검! 기병대를 이끌고 크로스파이어와의 기병전에서 승리! 이후 적 간부 31명을 추격해 처치했다. 이에 이등상에 봉한다!”
“와아아!”
“우와아아!”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자, 철혈일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후후, 그동안 죽어라 구둣발 핥고 고생한 보람이 있군!’
NPC 기사들은 자존심 높고 고집이 세다.
놈들을 공략하기 위해 들인 자본만 스포츠카 서너 대 뽑을 정도지만, 이번만큼은 후회가 되지 않았다.
투자를 했으니 그만큼 따서 갚으면 아무 문제 없는 식!
오히려 철혈일검은 돈을 더 들이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
이유? 간단하다.
“그리고 파프닐! 철혈군의 별동대에서 불리한 상황에서도 20전이 넘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그 과정에서 크로스파이어 간부 40여 명을 처치! 이후 단신으로 크로스파이어 측 오망성 요새를 공략하며 사육 중인 몬스터와 적 간부진, 정예 부대를 처치! 마지막으로 오크제국과 결탁한 배신자, 블랙하트 백작을 고발하며 역도들의 세력을 줄이는 데 공로를 세운 것을 확인! 이에 특별히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전투의 일등상과 일 등 간부직에 봉한다!”
“…….”
앞서와 달리 아무도 환호성을 지르지 않는 모습.
손가락을 튕긴 철혈패군이 말했다.
“뭐 하나?”
“네?”
“박수 쳐. 이런 거 처음 해 봐?”
간부들에게 말한 그가 손가락을 마주쳤다. 곧이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와아아!”
“와아아아아!”
파프닐의 목에 걸리는 황금 목걸이.
철혈일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젠장할……!’
웬 굴러온 돌 따위에게 일등상을 빼앗기자, 겉은 멀쩡해도 속에서 천불이 났다.
-철혈일검 : 좆 같은 새X! 나는 저거 못 할 줄 알아?
-철혈무정 : 걱정 마십시오, 철혈일검 님.
-철혈무정 :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철혈일검 : 방법?
-철혈무정 : 네, 그러니까 철혈패군 님께 이렇게…….
쉴 새 없이 메시지창을 갱신하며 대화를 나누는 철혈일검.
그사이 식은 막바지로 향했다.
“이로써 파프닐에게 신생 바란왕국 후작 작위, 그리고 철혈비검의 직책을 부여한다! 철혈의 식구가 된 걸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수 소리.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군.’
고갤 숙인 파프닐은 희미하게 웃었다.
아마, 누구도 상상하고 있지 못할 거다.
‘이게 다 너희를 쓰러뜨리기 위한 빌드 업이라곤 말이야.’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