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철혈 길드는 대기업답게 모든 작업이 철저하게 기업식으로 굴러갔다.
그러나 현재 한국 서버 제일 세력답게, 대부분은 관료제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그 말은 당연히 나 같은 상류층 계급은 마땅히 할당된 일이 없다는 거지.’
실상 철혈 길드의 상위 간부진이 하는 일이라고는, 하사받은 영지를 관리하고 하위 길드원들을 달달 갈궈 수익을 뜯어내는 기생충 같은 일밖에 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강해지겠네.’
잠시 철혈 길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을 쓴 파프닐이 내린 결론이었다.
파프닐의 현재 계급은 후작. 길드 내 위치는 철혈이검의 바로 아랫급이었다.
모기업 출신이 아닌 플레이어치고는 낙하산도 이런 낙하산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세운 공이 워낙 대단해 어쩔 수 없기도 했다. 파프닐은 혁명군 세력에서 가장 유명한 유저 중 하나였으니 보여 주기식 승진도 겸했다.
사냥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위 길드원과 NPC들을 대동해 사냥터를 가서 파티를 맺고 턱 끝만 움직여도 경험치가 들어왔다.
‘달아서 이가 썩겠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선망의 대상으로 볼 만큼 편안했다. 파프닐이 할 일이라고는 왕가에 바치는 세율을 제외한 영지의 수입을 계산하는 일과 사냥터에서 드롭된 아이템 중 뭘 제가 가질지 고민하는 일이 끝이었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대기업 길드, 대기업 길드, 부르짖지.’
마음 같아서는 이렇게 뿌리를 박고 싶다. 이건 뭐 편해도 너무 편하다.
그러나 미래를 알고 있으니 그럴 수도 없다.
플러시가 아니라도 철혈은 특유의 패권주의적 행보로 많은 적을 만든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대형 길드들. 심지어 현실에서도 대기업, 정치권, 경찰 등의 전방위적인 포화를 받을 정도!
‘현실의 기반 없이 게임 내 세력만 키우는 것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알려 주는 예시였지.’
결국은 얻을 건 얻고, 할 일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뜻이다.
-스태미나가 부족합니다.
“어우, 많이 걸었네.”
파프닐은 품속에서 주머니 하나를 열고, 그 안에 있던 금속체를 꺼냈다.
손가락 크기의 원통형 강철 위로 붉은 구리 조각이 촘촘히 꽂혀 있는 금속.
한 입 먹자 배고픔이 사라지고 짭짜름한 맛이 입 안으로 퍼져 나간다.
-HP가 +300 회복되었습니다.
-스태미나가 +75 회복되었습니다.
구 왕실 대장장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금속 봉.
개당 제작에 1골드가량이 들며, 씹으면 매콤한 치타스 과자 맛이 난다.
‘법인 카드형 지출이 있을 때 마음껏 먹어 둬야지.’
중세 배경 게임에서 과자 맛을 즐기다니.
어디 가서 말하면 헛소리 말라는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요툰의 전쟁터에 입장했습니다.
-현재 레벨에 비해 과도하게 몬스터의 레벨이 높은 지역입니다!
알림을 닫고 먹던 걸 삼키자, 눈앞에는 대여섯 명의 철혈 플레이어들이 앞을 지키고 있었다.
무투가 한 명이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뭐야, 여기 철혈이 통제 중이니까. 레벨링 할 거면 딴 데나 알아보……?”
“음?”
무도가의 얼굴이 익숙하다. 어디서 봤는지 떠올리자, 금방 기억이 나타났다.
-그 녀석들이구만. 무덤에서 너랑 투닥거렸던!
‘아, 그때 그놈들이군.’
카라미트의 무덤에서 싸웠던 5인 파티.
그중 무도가인 철혈진권이다.
힐데랑 아론, 드렉슬러를 꽤 몰아붙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실 암살자? 칠흑의 사신과 싸운 것 때문에 나머지는 딱히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흐음…….”
설마 여기서 구면인 얼굴을 볼 줄이야.
하긴 철혈 쪽에서도 꽤 엄선한 인원일 테니 만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긴 하다.
반가움에 지그시 바라보자 먼저 고개를 숙인다.
이쪽을 눈치채지는 못한 거 같은데.
무덤에서 봤던 저놈 성격이라면 얼굴을 보자마자 공격 스킬부터 썼을 거다.
못 이기는 건 아니지만.
굳이 같은 편 사이에 문제를 일으킬 이유는 없지.
시간도 없는데 빠르게 지나가자.
“나 철혈 길드 간부인데, 여기서 사냥 좀 하려고. 되지?”
“……그…….”
머뭇거리는 철혈진권.
옆에 서 있던 다른 플레이어가 눈을 치켜뜨고 다가왔다.
“간부라도 닉네임이랑 계급을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절차가 그래서요.”
“그런가? 으음.”
“혹시 허가증 같은 게 있으십니까? 그것만 있으면 바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 게 필요했나? 평소엔 그냥 가만있어도 레벨 업이 돼서 생각지도 못했다.
‘이거 곤란한데.’
보고하면 또 몇 시간은 질질 끌거나, 혹은 철혈 쪽 간부들에게 추궁 같은 걸 받을지도 몰랐다.
철혈패군이야 의심은 접은 거 같지만, 철혈일검은 트집을 잡지 못해 난리였으니까.
“그냥 보내 드려.”
오?
귀찮은 일을 각오하려던 순간, 철혈진권이 다른 유저를 막았다.
“하지만 철혈진권 님, 여긴…….”
“간부분이시라잖냐. 보아하니 인장도 있고, 오시면서 검사도 다 받으신 것 같은데 뭐.”
저게 그 군대식 융통성 같은 건가?
덕분에 귀찮은 일들을 막을 수 있게 됐으니, 좋은 게 좋은 셈이 되었다.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만, 뭐……. 나중에 사례라도 해 주면 서로서로 좋게 넘어가는 거겠지.
“들어가십시오.”
“그래, 고맙다. 다른 간부들 오면 아무도 안 왔다고 하고.”
“알겠습니다.”
던전에서 만날 땐 ‘좀 나쁜 놈이다.’라는 인상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융통성도 있고 할 땐 하는 놈 같았다.
혹시나 이쪽을 알아보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 눈치채기 전에 재빨리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우득.
파프닐의 뒷모습을 좇던 철혈진권의 입술에서 핏방울이 흘렀다.
‘저 새끼……!’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다.
카라미트의 던전. 그곳에서 겨우 네크로맨서 따위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했던 일!
심지어 고용한 암살자에게 찔리는 경험까지 했으니 더욱 깊이 각인이 되었고 말이다.
소속을 배신하고 철혈로 투신했단 말은 들었지만, 설마 여기서 갑자기 만나다니!
모르는 척 지나가기만을 바랐지만, 저놈도 처음 보자마자 이쪽이 누군지 알아본 느낌이었다.
보자마자 반응한 거나, 일부러 자기소개를 안 한 것부터 모두 확실했다.
그런데도 저 녀석은 끝까지 알은체를 하지 않았다.
이유? 틀림없다.
‘내 반응을 보고 즐기고 있어, 저놈!’
티 배깅!
시체 능욕과 같은 말로써, 이미 쓰러진 적을 모욕하는 비매너 행위로 통한다.
직접 눈앞에서 비웃진 않았지만, 방금 저 녀석이 하고 간 건 틀림없이 그런 종류였다.
애초에 난 너 따윈 신경 쓰지도 않았다는 것.
“파프닐……. 이놈…….”
애초에 파프닐이 자신을 잊어버렸다는 가정도 있지만, 지금 철혈진권은 그 정도도 생각지 못할 만큼 화가 치솟아 있었다.
“철혈진권 님, 보고는 어떻게…….”
“시간대 확인하고 적어. 파프닐이 요툰 전쟁터에 들어갔다고.”
“헉, 파프닐……! 인증 샷이라도 찍어 놓을걸!”
옆에 있던 부하가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을 보자 화가 한층 더 거세게 치밀어 올랐다.
“근데 진권 님, 이렇게 보내도 괜찮습니까?”
“뭐가? 보고가?”
“그것도 그렇고, 여기 원래 처음 온 분들껜 주의 사항을…….”
“저 녀석이 누군지 알잖아. 파프닐이라고.”
“어…….”
“알고 왔거나, 알아서 하겠지.”
“그야…….”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철혈 길드는 한때 이 사냥터를 개척하려고 엄청난 자본을 썼다.
고레벨 장비들과 가끔 나오는 다크 미스릴, 심연의 강철 등의 강력한 ‘고급 금속 재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조사를 통해 몇 가지 정보, 예를 들자면 사냥터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이나 주기. 함정 및 안내 사항 등을 알아낸 게 있었다.
그중 들어가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 둬야 할 것은 세 가지.
첫째, 붉은 달이 뜰 땐 피하라.
둘째, 토굴은 모두 던전이니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대왕 메탈 슬라임이 출몰하는 장소이니, 만약 놈을 보면 절대 싸우지 말고 도망쳐라.’
철혈진권은 입술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른 채로 사냥터 쪽을 바라보았다.
‘어디 죽고 나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나오나 보라지. 한 번 죽고 씩씩대며 나오는 꼴이 볼만하겠군……!’
자신의 힘으로 복수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실력이나 스펙에서 밀릴뿐더러, 이제 놈은 철혈의 최고 간부이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메탈 슬라임이 놈을 한 번만 짓밟아 주기를……!
철혈진권의 주먹 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
사냥터 안으로 계속 들어가자 알림이 나타났다.
-어둠 속성 사냥터입니다.
-어둠 속성 스킬의 위력이 +13% 상승했습니다.
휘오오.
살벌한 바람이 불고, 몸이 절로 으슬으슬해진다.
같은 어둠 속성이라지만, 이건 뭔가 중독되는 기분.
“드디어 도착했군.”
사방에서 울리는 귀곡성.
곳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오간다.
-여긴……. 불결한 놈들 천지군.
카라미트가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보통 장소가 아니다.
다른 곳이라면 중간 보스 격인 고위 언데드나 다크 엑토플라즘이 잡몹처럼 나오는 곳.
심지어 하나같이 악명이 붙은 놈들이다.
‘사실상 현시점에서 최고 레벨 사냥터 중 하나지.’
대규모 세력전과 이벤트, PVP들 때문에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괜히 철혈에서도 정예 축에 속하는 인원들이 여길 관리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중요한 건 이곳의 몬스터들에게서 어떤 금속이 드롭된다는 것.
그리고 철혈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그 금속을 잘 이용하면 전설의 금속인 오리하르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여기에서 나오는 몬스터 중엔…….”
철컹!
멀리서 해골마를 탄 검은 기사가 다가왔다.
한쪽 손엔 빈 투구를 들고,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엔 아무것도 없는 언데드 기사!
[민첩한 마론왕국의 최정예 기사 듀라한]다그닥다그닥!
그대로 달려온 기사의 창이 이쪽으로 쇄도했다.
가볍게 몸을 피해 창날을 흘리는 순간.
-듀라한의 창에서 나오는 사기에 스쳤습니다.
-HP가 초당 130씩 감소합니다.
-몸에 간헐적으로 마비가 옵니다.
-환각을 보게 됩니다.
-몸속에 있는 어둠의 마나가 저항합니다.
-마비의 증세가 덜해집니다.
-환각 상태이상이 무효가 됩니다.
스치지도 않았고, 창 주변의 마력에 잠깐 노출되었을 뿐인데 이 정도라고?
그래, 최고급 사냥터답다.
예상은 했다.
철혈에서 사람들이 관리만 하고 들어오지 않은 것엔 다 이유가 있는 법.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숨은 턱 끝까지 찬다.
심지어 저런 듀라한이 멀리서 하나둘씩 더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독하다, 지독해!
-두렵나?
카라미트가 물었다.
어지간한 고수도 못 버틸 정도의 난이도.
파이브스타나, 아크의 프로게이머들도 파티를 맺고 철저히 준비를 할 정도의 난이도다.
그러니까…….
“아뇨, 너무 좋은걸요.”
기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벨제크 때도 느끼지 못했던.
살을 떨리게 하는 긴장감이 온몸에 느껴진다.
드래곤 헌터에서 수많은 헌터의 정점에 섰던.
김강한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온몸에 피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여긴 철혈에서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곳.
다른 경쟁자나 유저들이 없으니, 혼자서 저 몬스터들을 독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입의 놈들도, 그보다 깊은 곳. 그리고 이곳 어딘가에 있을 ‘대박’까지도.
“자, 어디 다 와 봐라!”
“쿠오오오!”
다가오던 듀라한의 말 발치에서 흰 뼈들이 솟구쳤다. 발에 걸린 말이 쓰러지는 주변으로 해골병들이 귀화를 일렁이며 올라왔다.
사냥, 아니 노다지 채굴을 시작할 때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