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도살기사의 기쁨(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듀라한이라. 꽤 쓸 만한 놈이군.’
언데드는 은과 성 속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속성에 무효 혹은 강력한 내성을 지닌다.
개중에서 그나마 효과를 볼 법한 건 불이나 타격계 정도? 그리고 대부분 머리를 공격하면 유효타를 줄 수 있다.
근데 듀라한은 머리를 따로 잡고 다닌다. 당연히 머리를 공격하기 어려워진다.
‘한 팔로 잡고 다니느라 공격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만큼 끈질기다. 현존 최고급 사냥터에 리젠되는 몬스터답게, 그 수비력은 방어 특화 플레이어에 버금갈 터.
‘하지만 여긴 철혈 길드의 완벽한 통제 사냥터란 말이지.’
“파프닐 님! 속박 주문 완료했습니다!”
“성속성 화살 발사 준비 완료!”
“자! 막타 치시죠!”
리젠된 듀라한 한 마리에 들러붙는 언데드 던전 파티 두 그룹.
바로 파프닐과 파티를 맺은 철혈 길드 유저들이었다.
‘설마 이렇게 지원 부대까지 보내 줄 줄이야…….’
던전에 들어갔단 소식이 올라가자, 극구 만류하는데도 철혈 쪽에서 전문 사냥조를 보내 왔다.
신성력 스킬과 장비로 무장한, 언데드를 잡기에 최적인 랭커 파티였다.
-그어어……! 죽음!
듀라한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 세 명의 마법사 유저가 채널링 속박을 유지하고, 두 명의 궁수가 성 속성 화살을 때려 박고, 그래도 움직이려는 듀라한을 스켈레톤들이 막아선다.
파프닐은 그냥 걸어가서 훤히 드러난 듀라한의 얼굴을 찔렀다.
-크어억! 비겁한 놈!!
듀라한은 그렇게 소멸해 갔다.
‘비겁하다는 건 칭찬이란 말이지, 흐흐.’
파티라지만 막타를 친 파프닐은 경험치를 더 많이 먹는다.
이런 방식으로 던전을 쓱 훑는다.
리젠 포인트로 가서 또 여러 명이서 특화 공략법으로 다구리를 치고.
한 바퀴 다 돌면 또 리젠 포인트로 돌아가서 몰이꾼들이 몰아온 몬스터를 다구리 친다.
이게 바로 최상위 길드 유저들이 벌이는 사냥 방식!
숨겨진 요소를 밝혀내거나 업적을 달성하긴 어렵지만,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사냥함으로써 차곡차곡 스펙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게 정도(正道) 아닐까?’
달다, 너무 달다.
세 시간을 사냥했더니 레벨이 3이나 올라 226이 되었다.
200레벨 이후의 레벨 키우기 난이도는 이전의 두 배, 아니 네 배 이상.
그런데 이 정도 속도랑 효율이라니…….
혼자서 사냥한다면 이 정도 속도는 불가능했다.
‘확 여기 눌러앉아?’
솔직히 편해도 너무 편하다.
마치 핸드폰 방치형 게임을 하는 느낌!
버튼만 누르면 레벨 업을 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게임 하는 기분이 안 드는 단점이 있긴 한데.’
직접 겪어 보니 철혈 길드 중상급 유저들이 왜 스펙에 비해 약한지도 알았다.
아니, 컨트롤이고 나발이고 할 이유가 없으니 실력이 안 늘지.
‘이렇게 해야 하니까 사냥터도 통제할 거고, 그러니 유저들 원성도 커지지.’
마치 탐관오리 같은 꼴.
다른 것이라면 그 탐관오리가 압도적인 스펙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참, 파프닐 님, 앞으로 30분 정도는 리젠 없을 거 같은데 잠깐 휴식해도 되겠습니까?”
이번 파티 그룹의 부파장을 맡고 있는 ‘낚시왕비룡’이 물어 왔다.
“예, 근데 30분간 리젠이 없다뇨?”
“보스 몬스터인 ‘칠흑의 듀라한’이 10분 후에 리젠될 때라서요. 보스 몬스터 나오면 모든 듀라한의 리젠이 안 됩니다.”
“흠, 칠흑의 듀라한이라.”
“일주일에 한 번 젠되는 놈이죠. 흐흐, 운이 좋으십니다, 파프닐 님. 네크로맨서용 아이템도 놈의 드롭 리스트에 있어서요. 잘하면 이번에 장비나 스킬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낚시왕비룡이 손을 비비며 비굴하게 웃었다.
“흐흐, 제가 또 몇 번 공략에 성공한 적도 있으니, 저만 믿으십쇼.”
“예, 잘 부탁합니다.”
꾸벅꾸벅 고개를 조아리는 낚시왕비룡.
척 봐도 줄을 서려는 게 보인다.
캬, 이게 대기업 길드의 간부가 겪는 맛이구나.
파프닐은 그리 생각하며 권력이 가져다주는 꿀을 한껏 빨아 젖혔다.
나중에 싸우는 건 싸우는 거고, 지금 즐길 수 있는 건 최대한 즐기는 게 맞지 않은가.
“뭐야, 이 새끼들은!”
“야, 저리 안 꺼져!”
그때 던전 입구 쪽이 뭔가 소란스러웠다.
“뭡니까?”
“아, 별거 아닙니다. 또 벌레 같은 새끼들이 염병하는 거 같은데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낚시왕비룡이 공손히 말한 뒤 입구 쪽으로 향했다.
‘뭔가 느낌이 싸한데.’
해골병을 하나 붙인 뒤 시야 공유를 쓰자, 입구 쪽 상황이 보였다.
“커헉!”
“어딜 들어와, 어딜.”
“예끼!”
퍽퍽. 대여섯 명의 철혈 길드원이 비슷한 수의 유저 파티들을 두드려 패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 비룡 님.”
“이놈들이 던전 안으로 들어오려고 난리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비룡에게 유저들이 보고했다.
그 순간 얻어맞던 유저가 몸을 돌진해 왔다.
“크아아악!”
공격 두어 개를 몸으로 맞은 그가, 순식간에 비룡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당신이 여기 대장이지! 제발 한 번만 들어가게 해 줘! 여기만 들어가면 퀘스트 마칠 수 있단 말이야!”
“얘 뭔……. 놔! 이거!”
“제발!”
“아니, 네가 우리라면 들어가게 해 주겠냐?”
“한 번만……! 한 번만 들어가서 그거 보게 해 주면 다음엔 절대 안 올 테니까!”
“그럼 왕성에서 통행증을 사 오라고! 통행증 사면 아무도 뭐라 안 해!”
철혈 길드에선 각 던전을 통제하며 통행증을 발급했다.
가격은 던전별로 천차만별.
중요한 퀘스트나 고렙 아이템이 나오는 곳의 통행증은 장당 100만 원인 경우도 있었다.
“진짜 법대로 제대로 팔고 있는데, 그마저도 안 가져오고 나서 무작정 해 달라 하면, 네놈들이 무단 세입자랑 다를 게 뭐냐?”
“아니, 그거 여섯 시간당 30골드나 되잖아!”
얻어맞던 유저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여기 들어오는 게 30골드, 그러니까 300만 원이나 된다고?
“퀘스트 보상이 20골드인데, 그렇게 손해 볼 거면 왜 들어오냐고!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건…….”
“불만이야? 그럼 들어오지 말든가.”
“컥!”
검 면이 항의하던 유저의 얼굴을 때렸다. 베이진 않았지만, 몽둥이에 맞은 것처럼 튕겨 나간 유저가 몇 차례 굴렀다.
“으윽…….”
“크흑……!”
“요즘엔 이런 새끼들 없었는데, 아직도 철혈 길드의 권위에 도전하는 놈들이 있네.”
“어떻게 할까요?”
파프닐 앞에서는 강아지처럼 순종적이던 유저들.
그들은 무단 침입자들 앞에서는 악귀가 되었다.
“어쩌긴, 이 새끼들 묶어. 좆밥들이 자꾸 쳐들어오는 거 못 봐주겠다.”
“뭐, 뭘 하려는 거요?”
“너희들이 잘못한 거야. 딱 일주일만 있자. 본보기로.”
“일주일? 이런 씹…….”
유저는 칼을 빼어 들려 했다. 일주일이나 감금된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오, 칼 뽑으려고? 그럼 척살 리스트에 올릴 건데?”
그 순간 뽑지 못한다.
철혈 길드의 척살 리스트에 들어가는 건 게임을 접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기에.
“크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힘이 들어간다.
차라리 저놈 죽이고 게임을 접을까?
생각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한다.
“오빠! 그……. 그냥 가자.”
“그만해……. 그냥……. 그냥 눈 딱 감고 말자.”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결국 유저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그래야지.”
씩,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은 비룡이 손짓했다. 철혈 사냥조가 포승을 들고 움직였다.
그때였다.
“비룡 님.”
“헉, 파프닐 님.”
다가온 파프닐을 본 비룡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놈들이 생각보다 더 시간을 끌어서……. 금방 조치하고 가겠습니다.”
“조치라 하시면?”
“그냥 뭐……. 묶어서 일주일 동안 여기 장대에 매달아 두죠, 무단 침입 하려는 본보기로. 그러다 몬스터한테 죽으면 죽는 대로 본보기가 되고요.”
중세에 교수형을 당한 시체를 매달아 두던 게 떠올랐다.
죄목을 목에 걸고 매달린 시체들을 세워, 형벌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세우는 짓!
아무리 판타지 게임이라지만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치고는 조금 많이 가혹했다.
“흠…….”
파프닐은 턱을 쓰다듬고 말했다.
“그냥 그쯤 하죠. 내보내 주세요.”
“하지만 파프닐 님. 날파리들이 자꾸 꼬일 텐데요. 본보기를 보여 줘야 합니다.”
“좀 있다가 보스 나온다면서요? 부정 탑니다.”
“어음…….”
낚시왕비룡의 말문이 막혔다.
그랑 주변 수하들은 미신은 믿지 않는 편이지만.
상층 간부들은 다르다.
특히 철혈패군은 ‘4’자가 들어가는 건 최대한 피하기로 유명!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결국 비룡이 낚싯대를 집어넣었다.
“일어서! 이 새끼들아.”
“…….”
비실거리며 일어서는 유저들.
그 순간 선두 유저 한 명의 정강이에 비룡의 구둣발이 날아들었다.
“컥!”
“오빠!”
“야! 형철아!”
“새끼……. 아직도 기운 팔팔하네.”
한 차례 일어난 소란을 보던 비룡이 말했다.
“너네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파프닐 님 아니었으면 진짜 장대에 묶어서 올려놓았을 테니까.”
“…….”
“알았으면 감사하다 해!”
“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쭈뼛거리며 인사하는 유저들.
옆구리 찔러 절받기의 표본이라 기분이 묘했다.
“꺼져, 새끼들아!”
어기적거리며 물러나는 유저들.
그때였다.
정강이를 차였던 아까의 남성 유저가, 갑자기 멈추더니 이쪽을 돌아보았다.
“이 씨발 새끼들! 너네 위세 언제까지 가나 보자!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
“뭐, 뭐?”
“두고 보자, 지금 이러는 거, 나중에 다아아~ 너네한테 돌아올걸!”
철혈 쪽에게 실컷 쏘아붙인 유저.
그가 이번엔 이쪽을 돌아보고 말했다.
“파프닐 개새끼야! 너도 똑같아! 가증스러운 새끼……. 잘 먹고 잘 살아라! 철혈 길드 개새끼들!”
팟, 나가는 유저.
“저 새끼가…….”
“됐습니다. 좆밥들 얘기는 신경 끄죠.”
남은 인원들에게 분풀이하면 곤란하니까.
파프닐은 일반 유저들이 갈 때까지 사냥조를 제지했다.
“그보다 재료는 나온 게 있습니까?”
“아, 그 놈들 때문에 미처 못 챙겨 드렸군요.”
아까 사냥할 때처럼 깍듯한 모습.
왠지 처음처럼 자연스럽게 받기 어색했다.
-듀라한의 두개골(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요툰 결정(에픽)을 획득했습니다.
‘오.’
그거랑 별개로 나오는 재료의 급만큼은 확실히 엄청났다.
역시 최고급 사냥터라 그런가.
‘설마 이 재료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이 결정들은 꼭 챙겨 주세요. 퀘스트랑 장비에 필요한 거라서.”
“넵, 알겠습니다.”
드롭 물건을 전부 가져감에도, 전혀 싫어하거나 하는 기색이 없다.
간부를 대하는 태도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 결정에서 그리 큰 가치를 못 느껴서이리라.
‘사실 이 상태로는 별거 없긴 하지.’
가공하기도 어렵고, 만들어도 사기가 강해서 제작에 쓰기엔 별로다.
그러나 뛰어난 대장장이가 제련해 녹인다면 다르다.
이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파프닐 님, 슬슬 시간이…….”
“아, 가죠.”
젠 시간이 다 됐는지 길드원들 여럿이 이동하고 있었다.
같이 전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금세 주변 분위기가 어둑해졌다.
“자, 다들 포지션대로! 오늘 이거 잡고 다시 사냥하면 남는 건 너희들 몫이다!”
“우오오!”
“루이시여, 당신의 빛을 가져옵니다…….”
사방에서 신관들의 버프가 쏟아진다.
그렇게 준비가 되는 사이.
인원들의 정중앙에 있는 평지에 낀 검은 안개가 한층 더 진해졌다.
-쿠오오……. 원통하도다……. 원통해……. 죽음! 이 세상에 칠흑의 죽음을……!
“칠흑의 듀라한 젠됐습니다!”
일단 보스나 잡아야겠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