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칠흑의 듀라한.
요툰 전쟁터 초입의 듀라한들을 이끄는 보스 듀라한이다.
압도적인 공격력과 방어력은 물론, 어지간한 프로 무술인 이상의 창, 검술 실력에 사기까지.
그런 스펙으로 네 자릿수가 넘는 플레이어들의 피를 묻힌, 말 그대로 플레이어 학살자다.
-크오오……. 이놈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당연히 파티의 대응도 일반 듀라한을 상대할 때와는 달랐다.
적당한 수준의 채널링 스킬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어그로를 끄는 주시자의 움직임에 맞춰서 강력한 것들만을 세팅해 사용.
불길이나 망령 폭풍은 최대한 피하면서, 장기전을 각오한 채 싸운다.
그 점에서 철혈 사냥조는 확실히 프로에 가까웠다.
성격과는 별개로 한 치의 실수도 용납지 않는 사냥을 몇 번이나 성공시켰으니까.
물론 이 사냥에서 파프닐도 역할을 부여받았다.
네크로맨서 스킬을 이용하여, 시체가 생길 시 듀라한보다 먼저 해골병으로 일으킬 것.
겨우 그뿐인, 사실상 없어도 되는 역할.
자칫하면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는 승객에게 ‘나도 사냥에 기여하고 있다.’라는 성취감까지 주는.
요식업으로 치면 최상급의 접대 코스였다.
그래야 했는데…….
-죽어라!
“크아악!”
쩌걱. 철혈 사냥조 한 명의 머리가 두 동강 났다.
벌써 여섯 명째 희생자.
“마, 말도 안 돼. 분명 정석대로 대응했을 텐데…….”
비룡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그 앞에 나타난 듀라한의 위엔 표시가 떠 있었다.
[붉은 칠흑의 듀라한]“설마 저놈이 네임드 보스인 붉은 칠흑의 듀라한이라니……!”
보스 몬스터 중에도 가끔 변종, 네임드 몬스터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극히 드문 경우의 일이라 평상시엔 볼 일이 거의 없는데.
하필 귀빈을 모신 오늘, 저놈이 나타난 건 예상 밖의 대형 사고였다.
-카, 카, 카. 죽여라!
“후퇴! 후퇴해!”
-못 간다!
후퇴 지시를 내린 순간, 부하들의 앞에서 붉은 스켈레톤 나이트와 메이지들이 나타났다.
사냥이 어렵진 않지만, 체력이 많고 약점이 없다.
즉, 시간을 잡아먹기에 딱 좋은 놈들이었다.
“아, 안 돼!”
“온다!”
자신들을 보내 줄 생각이 없단 걸 깨달은 유저들이 울부짖었다.
그들을 향해 붉은 듀라한이 창을 겨눴다.
-죽어라!
돌진하는 듀라한.
그 순간, 웬 그림자가 창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프닐이었다.
-놈!
붉은 듀라한은 곧바로 파프닐을 노렸다. 빠른 속도로 검과 창이 부딪쳤다.
우세를 점한 건 힘이 더욱 강한 듀라한 쪽.
밀려 나는 파프닐에게 듀라한이 창을 찌르려 했다.
콰쾅!
그때 갑자기 듀라한의 밑에서 폭발이 일었다. 공격하던 듀라한이 비틀거렸다.
-전사들이여!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몰려들 때, 일제히 일어난 해골병들이 앞을 막았다.
“위험합니다!”
“물러나십시오!”
정체를 확인한 비룡이 기겁했다.
VIP가 맨 앞에 나서게 한 것만으로도 문책감이다.
심지어 저 사람, 무려 네크로맨서다!
마법사처럼 극단적으로 약하진 않지만, 기사 앞에서는 한 대 맞고 죽느냐 두 대 맞고 죽느냐의 차이일 뿐.
그런데도 앞에 나섰다면 두 가지 중 하나.
자신감에 가득 차서 상황을 잘못 판단했거나.
혹은 믿는 구석이 있다든가였다.
그리고 뒤이어 부딪치는 창칼이 두 번째임을 드러나게 했다.
“페넬로페, 벨!”
“불렀나, 흑마법사여.”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마스터.”
듀라한의 양옆으로 흑발의 소녀와 금발의 여기사가 나타났다.
“지금부터 이 녀석을 잡는다.”
파프닐이 말했다.
***
콰작! 해골병 한 기가 창에 박살이 났다.
이걸로 부서진 일반 해골병이 400마리째.
그러나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크흐……. 흐…….
위풍당당하던 갑옷은 곳곳이 깨져 나가 검붉은 연기를 뿜고 있고, 수 미터의 높이를 받쳐 주던 해골마는 산산조각이 난 채 미동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놈은 기회를 잃지 않았다.
계속 창을 휘두르고 망령을 불러내며, 틈을 노리려 했다.
콰아앙!
그러나 발밑에서 일어나는 폭발이 그런 시도도 전부 좌절로 돌렸다.
쓰러진 듀라한의 머리에 페넬로페가 검을 찌르고 물러났다.
‘슬슬 끝이군.’
경험을 쌓다 보니 슬슬 무언가가 보인다.
주식창에서 붉고 푸른 십자가가 보이듯.
저 몬스터가 언제 죽을지, 혹은 무슨 행동을 할지가 대강 감이 잡히는 거다.
다음 순간이었다.
-크아아아악! 이대로 혼자 쓰러지진 않겠다! 같이 가자! 붉은 저주의 길!
콰쾅! 듀라한의 몸에서 붉은 폭발이 일었다. 두꺼운 갑옷을 두른 해골병 여럿이 갑옷째로 부서졌다.
반경은 십여 미터. 전멸기인 만큼, 파괴력은 즉사 급이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아스갈론의 파멸 창(에픽)을 획득했습니다.
-메가니움X3(에픽)을 획득했습니다.
-붉은 파멸의 마나석(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대형 붉은 요툰 결정(에픽)을 획득했습니다.
-3골드 50실버를 획득했습니다.
‘확실히 까다롭긴 하군.’
기본 패턴은 옆의 사냥조에게 들었던 대로.
그것만이라면 예상 내였지만, ‘붉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서인지 시시각각 새로운 패턴이나 공격을 보이는 경우가 잦았다.
소설 속에서 나왔던 네임드 몬스터들에 비하면 덜했지만.
현실에서 하던 게임의 드래곤들로 치면 나름 한 지역의 보스 수준은 될 법한 정도.
“보상도 짭짤하고.”
최초 보상이 아닌 건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대박’이었다.
“괜찮습니까?”
뒤쪽에 있던 사람들을 보자, 다 혼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놀랄 법도 하지.
“혹시 더 나오는 놈이나 다른 이벤트 같은 게 있습니까?”
“아, 아니요…….”
“저놈……. 잡으면 끝입니다, 네…….”
어리벙벙한 모습의 비룡과 전투조들.
뒤쪽에 있던 한 명이 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하신 겁니까?”
이해할 수 없는 물음에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왜 저러지?
“그냥 뭐, 기존에 확인했던 듀라한의 패턴에다가, 저 녀석이 움직이는 대로 임기응변을 썼습니다.”
“아니……. 그게…….”
“쉽진 않더군요. 그래서 해골병들을 좀 많이 썼습니다. 못 피하는 걸 대신 맞으라고요.”
딱히 숨길 것도 아니니까 솔직히 말했다.
보진 않았지만, 아마 호라이즌 강의니 프로게이머니 하는 것들도 다 이런 식으로 말할 거다.
“그, 그렇군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전멸 각이었는데…….”
전멸 각이라고? 사냥조 인원들을 보았다.
아직 20여 명이나 남아 있는데.
당황한 상황이라 그렇지, 진정하고 전열을 수습해서 도전했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전력이었다.
‘뭐, 완벽한 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것 같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런데 어떻게 저놈과 전면에서 그렇게 싸우신 겁니까?”
“혹시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다른 클래스이신…….”
“히든 클래스?”
“아, 아뇨. 그런 거 아닙니다.”
비룡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네크로맨서 맞습니다. 다른 직업이 있긴 한데, 검사 쪽도 아니고요.”
담피르란 걸 밝힐 수는 없었다. 이것도 히든 클래스이고, 철혈과는 나중에 적이 될 테니까.
그래도 다행히 설명에 납득한 모양이었다.
“하긴, 근접전 스킬은 쓰지 않으셨지…….”
“그럼 저게 다 컨트롤이란 건가.”
“맙소사…….”
“그러고 보니 저분 크로스파이어 길드랑 싸울 때도 계속 활약했다고 들었었지, 참.”
“맞아, 백업이랑 소환물 덕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제 보니까 전혀 아닌데.”
이게 칭찬받을 만한 컨트롤인가.
평범한 사냥을 했을 뿐인데 저렇게 반응하니,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해졌다.
‘플러시 놈 이기려면 이것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하는데 말이지.’
플러시 외에도 여러 숱한 네임드들을 생각하면 절대 쉴 수 없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맡은 역할들이 있는데 이렇게 나서게 해서…….”
“돌발 상황이었으니 괜찮습니다.”
“혹시 이번 건은 상층부에 어떻게……. 보고를 올려도 되겠습니까? 여긴 저희뿐이니까 편하신 대로 각색을 하셔도…….”
“각색?”
“예를 들면……. 파프닐 님께서 빠져 계신 사이에 저희 측 독단으로 했다든가요.”
“그냥 사실대로 올리죠.”
“아, 넵.”
일단 플레이어가 죽었으니 보고는 확실히 올려야 할 거다.
괜히 숨기다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누명이라도 씌워지면 더 곤란하니까.
“그거 다 올리면 바로 움직이죠.”
“예?”
독박을 안 써도 되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비룡이 고갤 들었다.
“시간이 예정보다 지체되었으니까, 쉬는 시간을 좀 줄여야 할당했던 사냥 분량을 맞출 테니까요.”
“비, 빈자리 생겼는데……. 그만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부족한 부분은 제 해골병으로 채우면 됩니다.”
“……!”
비룡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
[이름 : 칠흑의 듀라한분류 : 듀라한(언데드)
속성 : 어둠, 물리?
타입 : 근접
레벨 : 340
위험도(동 레벨 기준) : ★★★★★
패턴 :
-듀라한 창술 : 칠흑의 듀라한의 기본 패턴, 움직임에 따라 공격해 오므로,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것. 거리를 벌릴 시 기마 돌진 공격 패턴으로 넘어가니 주의.
-기마 돌진 : 타깃으로 정한 적을 향해 말을 타고 돌진 공격. 일반 공격력의 3배 이상의 대미지와 관통, 충격 효과가 있기에 최대한 회피할 것.
-칠흑의 포효 : 듀라한의 머리에서부터 괴성, 전 범위 광역 디버프 및 스턴, 어둠 속성 대미지. 신성 속성 결계로 방어 가능.
-타르타로스의 불 : 땅에서 어둠 속성 불 공격, 왼쪽, 오른쪽, 정면의 세 가지 패턴 중 랜덤. 방어 불가능.
-망령 폭풍 : 근거리에 적이 없을 때 시전. 유도 기능이 있는 망령 수천 기를 소환해 공격, 수비 가능 하지만 수가 굉장히 많아 가성비 면에서 손해, 일단 막고 빠져나가는 걸 추천.
-레이즈 스켈레톤 나이트, 레이즈 스켈레톤 메이지 : 시체가 생길 시 스켈레톤 나이트 3기, 스켈레톤 메이지 3기를 소환.
-지옥불 두르기 : 체력이 40% 이하로 떨어질 시, 몸에서 불이 일어나 타오르며 모든 기본 패턴이 훨씬 더 강해짐.
주의점 : 기본적으로 기사이고, 주변에 강력한 사기를 패시브로 두르고 있음. 장기 근접전이 될 시 대미지가 크니 정화 아이템이나 스킬을 셋 이상 준비할 것.
가끔 붉은 칠흑의 듀라한 출현, 스펙이 대폭 강화되었으며, 기존 패턴 외에도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강화 패턴 및 신 패턴들을 사용함.]
“후우.”
필기를 마친 파프닐이 숨을 내쉬었다.
‘엄청난 이득이군.’
요툰 전장에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파프닐은 듀라한들을 잡으며 엄청난 꿀을 빨았다.
레벨도 235가 되었고, 여러 가지 장비들과 스펙도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수익은 각종 아이템을 팔고, 이득에 따라 배분해 나온 게 350골드.
현금으로 치면 월 3,500만 원인데, 심지어 별도로 얻은 장비 아이템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대부분은 게임 내 장비나 재료에 재투자하긴 했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한 달 동안 무사고 사냥을 계속하며, 같이 다니던 길드 사냥조들의 레벨도 꽤 올랐다.
철혈 간부들, 그리고 철혈패군의 신임까지 얻은 것은 덤.
“…….”
왠지 공장이나 작업 현장의 무사고 XXX일이 떠올라서 기분이 묘해졌다.
그때였다.
“파프닐 님! 파프닐 님.”
비룡이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성과급 축하드립니다.”
“아, 감사합니다.”
무사고 전적 덕분에 비룡과 사냥조 인원들도 본부로부터 성과급을 받았다.
잘 따라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니까, 딱히 대가를 달라 할 생각은 없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철혈패군 님께서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지시?”
무슨 지시지? 세력전 같은 거 나가라는 건가.
“네, 오늘부터 한 달 정돈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사냥하라고 합니다.”
이게 또 무슨 소리야.
파프닐의 눈이 크게 뜨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