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듀락의 고원.
정식 필드명은 광란의 고원.
레벨 330-360에 적합한 오픈형 필드 사냥터로 주로 소머리 몬스터, 타우렌들이 출몰한다.
타우렌들은 온화한 성품의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온순한 종족. 그러나 이곳에 출몰하는 이들은 다르다.
“우오오오! 신이시여!!”
[광란에 빠진 반월뿔 부족의 타우렌 전사]. [광기 어린 반월뿔 부족의 타우렌 주술 전사].눈을 희번덕 뒤집고.
침을 질질 흘리며 거대한 토템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3m 신장의 타우렌들.
저걸 보고 과연 누가 온화하다고 생각하겠는가.
실제로 레벨대에 비해 ‘과한 전투력’을 지닌 놈들로, 경험치 효율만 따지면 그리 각광받는 이들은 아니었다.
“프로텍션 마법을 펼쳐라!”
“주술을 쓰려는 놈이 보이면 바로 캐스팅 컷해!”
듀락의 고원을 공략하기 위해 몰려든 공략조원들은 그런 타우렌들을 상대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고 잘 싸워 나갔다.
‘과연, 이번엔 정예라더니 실력들이 괜찮군.’
이전 두 번과는 달리 파프닐은 거의 나서지 않을 정도.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 달달하고.’
“1조 공략 끝!”
“2조 공략 끝!”
수십 명의 타우렌 전사들을 순식간에 정리한 공략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 아이템을 배분하고, 회복, 버프 포션을 마셨다.
“파프닐 님, 현재 공략조 손실 5% 미만입니다.”
새로운 사냥조의 리더, 카이트가 깍듯이 보고해 왔다.
“5%? 잘 싸운 거 같았는데.”
“타우렌 족과 싸워 본 경험이 적은 분들이 좀 당했습니다.”
“흠.”
파프닐이 노트를 꺼내 들었다.
[타우렌.-전사 유저 상대론 양손 무기로 공격한 다음에 머리의 뿔로 추가 공격을 가함.
-주술사들은 스킬을 쓰기 전 발을 구르는 습관이 있음.]
관찰한 타우렌의 패턴을 막 휘갈기는 파프닐.
‘복사하고.’
사무 아이템. 리빙 펜(노말)과 종이 한 장을 꺼내 이를 복사했다.
“이걸 조원들한테.”
“……! 한 번의 전투만으로 벌써 이만큼 파악하신 겁니까?”
내용을 본 카이트는 진심으로 놀랐다.
고작 1회전.
근데 이런 상세한 디테일을 적어 낼 수 있단 말인가?
파프닐의 관찰과 분석에는 감탄만 흘러나왔다.
“타우렌이 문제가 아니라 듀락이라는 놈이 문제 아닙니까?”
“예, 듀락은 진짜 버그 몬스터나 다름없습니다. 길드 데이터에 따르면 벌써 7회나 공략에 실패했으니까요.”
“흠.”
길드 데이터를 켜 듀락의 정보를 찾자 금방 볼 수 있었다.
[듀락]-레벨 : 360 이상
-등급 : A+ (S?)
-종족 : 타우렌
-타입 : 만능형. 생물체.
-랜덤 인카운터로 등장하며 불리해지면 도망친다.
-패턴 : 전투 시 몸에 있는 문신을 발동해 강화된 스펙으로 싸움에 임한다.
-체력이 20% 깎일 때마다 도망가며, 새로운 문신을 그려 온다.
-최초의 문신과 두 번째 문신의 효과는 한꺼번에 발동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문신은 5중첩으로 그 이상의 패턴은 식별되지 않음.
-철혈일검 필
‘까다로운 놈이긴 하군.’
“타우렌 광전사단이다!”
패턴에 대해 궁리하고 있는데, 새로운 몬스터 무리가 나타났다.
과연, 몬스터 노트를 공유해서인가?
‘아까 전보단 잘 싸우는데?’
타우렌 광전사단은 좀 전에 만난 타우렌 전사 및 주술 전사 혼용 집단보다 20% 이상 강력한 몬스터들.
그러나 타우렌족 특유의 버릇 같은 걸 상세히 기입해 놓아서일까?
철혈 공략조의 전투는 전보다 더 체계가 잡힌 거 같았다.
‘이만하면 발목 잡을 일은 없겠군.’
탁.
데이터를 접은 파프닐이 손바닥을 쳤다.
“해골병 소환.”
쩌저저적.
땅속에서 파프닐의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등장했다.
“처리해.”
-달그락!
해골 병사들의 귀안이 불을 뿜었다.
***
“대박이다!”
사냥이 끝난 직후.
한 길드원이 환호를 내질렀다.
“대박?”
“타우렌 주술서가 나온 모양입니다.”
카이트가 설명했다.
“타우렌 부족에만 전해져 내려오는 주술 스킬 북입니다.”
길드원이 스킬 북을 가져와 건넸다.
[타우렌 주술 : 카우만다 화염구]-등급 : 레어
-분류 : 액티브
-소모 MP : 45
-레벨 제한 : 75
-쿨타임 : 20초
-효과 : 일반 파이어 볼보다 훨씬 뜨겁고 순수한 화염구 한 체를 발사한다.
-스킬 레벨 : 1
-습득 조건 : 레벨 10 이상, 지능 +30 이상.
‘꽤 괜찮은 스킬인데? 제한도 거의 없네?’
강하기만 하고, 골드나 경험치는 물론, 아이템도 그다지 좋은 건 드롭하지 않는 타우렌 몬스터.
그러나 철혈 같은 대형 길드가 이 사냥터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타우렌 주술서!
솔직히 최상급이라 하기엔 부족하긴 하다.
하지만 스테이터스나 직업 제한이 현저하게 낮아 누구나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초보자한테 팔아먹으면 돈 좀 되겠군.’
“그럼 듀락이 나올 때까지 계속 사냥해 보지.”
“예, 아마 좀 더 사냥하다 보면 나올 거 같습니다.”
랜덤 인카운터라곤 하지만, 계속 부족원을 잡다 보면 나올 거다.
그나저나…….
‘냄새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타우렌들에게선 나지 않는.
델리만쥬를 모아 놓고 데우는 듯한 감미로운 향기.
틀림없다.
타우렌이 아닌 다른 몬스터가 이 근방에 있다.
‘철혈 쪽 자료나 원작에도 그런 얘긴 없었는데.’
소설은 현실을 이길 수 없다.
말은 여러 번 들었지만, 실제로 소설 속에 들어와 생략된 것들을 확인하자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박이지.’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철혈의 빵빵한 지원을 받으며 저놈을 사냥하면, 그 경험치와 아이템도 다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꼬르르륵……!
배꼽시계가 울려 퍼졌다.
“……배고프시군요.”
“크흠.”
남몰래 철 막대를 베어 물자 좀 나아졌다.
두고 보자, 몬스터 놈.
이 상황이 나온 것도 너 때문이니, 그 값까지 더 쳐서 받아 낼 거다.
***
듀얼 블레이드 카이트.
그는 철혈이검의 친동생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철혈이검이 철저히 감춰 놨기 때문이다.
“가족인 거 티 안 내는 게 좋아. 그래야 너 밀어주지.”
철혈이검은 지위를 이용해 카이트를 남몰래 후원했다.
해 먹기 싫어도 안 해 먹기 어려운 자리.
그게 철혈길드의 대간부다.
철혈이검은 철혈일검과 더불어 길드의 대들보적인 인물.
당연히 해 먹을 만한 게 많았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보면 성실하게 길드에 이바지하는 인물 같았다.
딱 공식적으로 집계 및 발표가 되는 만큼씩만 스펙이 상승!
그게 그의 청정함을 더해 주었다.
그러나 실은 그 모든 힘을 축약시키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그게 바로 카이트였다.
“언제까지 철혈패군 형님 밑에만 있을 순 없지. 우리도 언제 한가닥 해야 돼. 패군 형님이 한 달에 게임으로만 버는 돈이 얼만지 알아? 우리도 가능하다.”
카이트는 고개만 끄덕였다. 언제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형이었다. 프로게이머 도전에서 고배만 마셔 반폐인이 된 자신을 믿고 투자해 준 형이기도 했다.
‘반드시 형의 기대에 보답한다.’
철혈이검이 빼돌려 온 자금, 한때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타고난 피지컬.
듀얼 블레이더 카이트는 알게 모르게 철혈 길드 최상위 랭커에 버금가는 스펙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평상시엔 거의 티를 내지 않았지만.
“카이트, 언제 칠까?”
“명령만 내려. 준비 다 됐으니까.”
그와 함께 온 철혈이검의 직속 수하들.
철혈이검과 불알친구 관계이자.
형, 동생 하며 유착 관계를 맺고 있는 철혈십검의 검수들.
그들의 시선이 파프닐에게로 향했다.
“아직 아니야.”
카이트가 고개를 저었다.
프로게이머들에겐 감이란 게 있다고 한다.
실력이나 예측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무언가.
비록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가끔 자신도 그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최소한 놈이 듀락과 싸우다 쓰러질 때 일을 내야 편하지.”
“음, 확실히…….”
“힘을 보존해 둬야 좋지, 더불어 다른 녀석들도 제압해야 하고.”
철혈이검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사냥조도 몇 있다.
전투가 시작되면 이들까지 한꺼번에 제압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정말 기회가 오면…….”
“내가 신호할게. 그때를 노려.”
“음…….”
“오케이.”
그때였다.
전방의 길드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저기 봐!”
“뭐야, 잠깐만.”
슬라임이 아닌 다른 몬스터를 발견한 거다.
“정찰해 봐.”
“잠시만. ……이글 아이!”
눈에 마나를 집어넣던 정찰대원이 입을 쩍 벌렸다. 뭘 봤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지?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메탈 슬라임, 메탈 슬라임이다!”
“뭐!”
준비하던 철혈십검 검수들과 카이트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이거 심 봤군.”
파프닐이 말했다.
***
메탈 슬라임.
액체로 된 보통 슬라임과 달리, 반고체 형태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슬라임이다.
마법은 완전 면역, 물리 공격도 HP를 1밖에 떨어뜨릴 수 없는 데다.
몸이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무기가 아니면 부러질 각오를 해야 한다.
방법은 치명타 공격을 넣거나, 특별한 금속 파훼 스킬을 쓰는 것뿐.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하지만, 대가는 그런 고생을 하찮게 만들어 버릴 만큼 엄청났다.
일단 막대한 경험치와 돈!
어지간한 던전 하나를 클리어하는 것보다, 이 녀석 하나를 잡는 게 더 성장이 빠르다.
그뿐만이 아니다.
보통은 아이템을 떨어뜨리지 않지만.
가끔 떨어뜨리는 ‘메타니움(임모탈)’급 재료 아이템까지.
만약 금속 가치를 아는 유저들이 본다면.
잡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Go’를 외치는 게 바로 이 녀석들이었다.
“겜생 한 마리도 보기 힘든 놈인데……!”
“여기 있다! 저기, 저기도 있어!”
“또 나온다! 우와아아!”
“대바아아악!”
철혈 랭커들은 난리가 났다.
평소엔 MP와 스태미나 관리를 하지만, 이번엔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있는 스킬 없는 스킬을 모조리 퍼부었다.
‘확실히 개꿀이긴 한데…….’
파프닐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여긴 타우렌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았나? 어째서 메탈 슬라임이?’
원작 소설에선 주인공이 메탈 슬라임을 사냥했단 언급은 안 나왔었다.
즉 저 녀석들은 원작 주인공이 오기 전 서식지를 옮겼다는 건데.
힘으론 최상위권인 저 슬라임 녀석들이 고분고분히 움직이게 할 만한 놈이 있나?
게다가…….
“파프닐 님! 메탈 슬라임입니다.”
한창 고민하고 있는데 카이트가 다가왔다.
“네, 보고 있습니다.”
“안 잡으십니까? 이거 대박인데.”
한 마리만 잡아도 레벨이, 두 마리. 세 마리를 잡으면 랭킹 순위가 달라진다.
“지금 잡고 있습니다.”
“직접 나서지 않으시길래.”
“흠……. 지금은 딱히 그럴 생각이 없어서요.”
“에이, 그래도 이번엔 경우가 다르지 않습니까.”
카이트는 계속해서 사냥을 권유해 왔다.
눈앞에서 황금 강이 흐르고 있는데 안 뜨고 있으니 안달 난 건가?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까 맡았던 그 달콤한 냄새는 저 냄새가 아니었으니까.’
메탈 슬라임의 냄새도 좋긴 하지만, 얼마 전 맡았던 그 냄새보단 못했다.
‘그 냄새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서 사냥해도 늦지 않아.’
뷔페에서 이것저것 먹다가, 정작 한정판 메인 디시가 나왔을 때 배가 불러 손도 못 대는 경우!
손가락이 살짝 떨리지만.
그냥 심심해서 이런 거다.
절대 아깝거나 한 게 아니다!
“저기 한 마리 더 있다!”
“아이언 브로큰 어택 준비됐고…….”
그사이 철혈 랭커들 여러 명이 한데 모여 다른 슬라임을 잡으려 했다.
그때였다.
모여 있던 이들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
“무스…….”
고개를 들던 랭커의 눈에 은빛 하늘이 비쳤다.
아니, 하늘을 가린 거대한 은색 덩어리였다.
-바라긴 님이 사망했습니다.
-에스란 님이 사망했습니다.
“억!”
“뭐야!”
삼삼오오 흩어져 있던 랭커들이 흠칫 놀랐다.
“듀락인가?”
“다들 전투 준비! 메탈 슬라임 쫓아내고 전투……. 어?”
잘 훈련된 군인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단숨에 진영을 잡는다.
철혈 랭커들도 마찬가지였다.
보스가 나타났단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전투태세.
그러나 막상 나타난 건 듀락이 아니었다.
집채만 한 덩치.
한층 더 땡글땡글한 눈에 말랑한 입술.
머리 위의 붉은 왕관을 쓴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메탈 슬라임의 모습.
“거대한 메탈…… 슬라임?”
“메탈 슬라임 킹……!”
단번에 정체를 파악한 랭커들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오, 시발.”
“망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