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다음 날.
파프닐은 사막 지대를 걷고 있었다.
-더위를 맞았습니다.
-스태미나 소모량이 1.3배 상승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탈수 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후우우…….”
덥다, 끔찍하게 덥다!
분명 가상현실 속 세계일 텐데, 느껴지는 더위만큼은 현실의 여름철 못지않았다.
드래곤 헌터에서도 사막이 있었지만.
VR 고글을 쓰는 것과 호라이즌 사이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있었다.
“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1호가 옆에서 물병을 내밀었다.
차가운 음차원의 마력으로 싸여 있었기에, 통을 잡자마자 손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크……. 시원하겠군.”
물론 이대로 마실 수도 있지만.
메탈 담피르가 된 지금은 약간의 준비가 더 필요했다.
“벨.”
“네.”
슥, 물을 받은 벨이 움직였다.
찬물과 황동을 3 : 1의 비율로 타고, 거기에 커피와 쇳가루 섞은 것을 익숙하게 섞은 뒤 내민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
담피르용 특제 아이스아메리카노!
-더위가 사라졌습니다.
-HP가 +500 상승했습니다.
-스태미나가 +200 상승했습니다.
-스태미나가 20분 동안 떨어지지 않습니다.
-각성 효과가 생겼습니다.
-10분 동안 공격 속도, 이동 속도가 빨라지며 스테이터스 저하 디버프의 효과가 33% 감소합니다.
“크…….”
역시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더울 때 먹는 게 제맛이다.
“잘 타는데? 실력이 늘었군.”
“주인님을 보좌하기 위해선 당연한 일입니다.”
“흐음.”
아무리 봐도 메이드나 시녀가 어울린다.
흡혈귀 호문쿨루스 메이드라.
‘방송에 나오면 욕이 가득하겠는걸.’
오타쿠냐는 말부터 진짜 고증에 미친, 흔히 말하는 고증 덕후들까지도 끼어들 확률이 높았다.
가장 흔한 건 역시 호문쿨루스와 네크로맨서가 사기이니 너프를 주장하는 ‘성기사 징징’들이겠고…….
“주인님, 한 잔 더 필요하신지…….”
“아니, 됐어. 남은 물은 넣어 둬.”
“딸그락.”
물을 받아 든 1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향했다.
그 자리엔 해골병 수십 마리가 물통을 메고 있었다.
다른 플레이어가 봤다면 당장 사진부터 찍어 커뮤니티에 올릴 만한 광경이었다.
‘인벤토리? 그게 뭔가요?’ 같은 제목이나, 진짜 ‘콘셉트’ 같은 제목을 붙이겠지.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있었다.
“어떻게 이런 X같은 기믹이…….”
대륙 남부의 발헤임 사막 지역.
끝없이 펼쳐진 사막 지대인 이곳엔 한 가지 기믹이 존재했다.
“설마 물을 인벤토리에 넣을 수 없다니. 말도 안 되는…….”
보통 오지 탐사 도구나 식량은 인벤토리에 가득 넣고 다닌다. 주변 온도나 습도에 영향 없이 원형을 보존해 주고, 공간이나 스태미나를 쓰지 않는 인벤토리는 최고의 만능 수납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사막에선 바로 그 인벤토리를 쓸 수 없게 된 것.
정확히는 물만 못 넣는 것이긴 한데.
일반 모험가들에게 있어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사실이었다.
“하, 진짜 플러시는 그냥 대충 지나다니면 나오던데.”
운빨로 게임 지존.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인 플러시는 행운의 여신을 따라 여러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힘을 기른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행운의 신전.
원작 소설에서 나온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사막 지역에 있었다.
‘조만간 부흥군 활동 때문에 짬을 낼 시간도 없어질 테니, 그 전에 막아 둬야지.’
솔직히 마음 같아선 듀라한이나 계속 사냥하고 싶다.
진짜로 그것만 아니면 여기 와서 이런 개고생을 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성장이나 돈도 중요하지만, 플러시의 성장 기반을 부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니까.
자그마한 양분이라도 주면 운빨로 몇 배로 부풀리기에, 아예 시드 머니 자체를 최대한 차단하는 거다.
“그래도 나는 네크로맨서라 다행이군.”
해골병들은 불평불만도 없고, 마나만 쓰면 식량이나 물 따위 안 줘도 척척 짐들을 나른다.
그뿐인가.
장비도 따로 줄 것 없이 갑옷을 입혀도 문제없다.
이미 죽은 녀석들이기에, 딱히 대우해 주지 않아도 되는 거다.
어둠의 마나로 항상 물이 차가운 건 덤!
문제라면 사막 몬스터들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는 건데.
해골병들이 하고 있는 일에 비하면 그리 심한 것도 아니긴 했다.
환경적 기믹이 있어서인가.
주는 경험치에 비해 몬스터 자체의 난이도는 낮았으니까.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멀리서부터 푸른 연못이 보였다.
사막 곳곳에 가끔 있는 오아시스!
발헤임 사막에서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장소들이자, 귀중한 자원인 물 공급이 가능한 지형이기도 했다.
“드디어 도착인가……. 4호, 달려가 봐.”
“딸그락!”
파프닐의 지시에 4호가 움직였다.
사막은 신기루나 위장한 몬스터가 많지만, 이렇게 해골병 정찰을 보내 확인하면 그런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딸그락.”
잠시 후 돌아온 4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이 맞다고?”
“딸그락.”
“좋아, 가자.”
파프닐은 그쪽으로 향했다.
잠시 후 푸른 연못과 주변을 둘러싼 풀, 야자수 등이 점차 커져 왔다.
-헤르세바 오아시스에 입장했습니다.
“좋아, 일단 사막 첫 마을엔 도착했군.”
이제 사막 깊은 곳으로 가서, 원작 소설에서 나온 여러 지형들을 찾으면 된다.
물론 그 전에 여기서 지형에 대한 정보들을 입수하는 게 급선무.
그냥 맨몸으로 사막을 돌아다니면.
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굶어 죽기 십상이다.
‘플러시는 그냥 적당히 지나다니다가 다 발견했는데……. 그런 요행을 기대하면 안 되겠지.’
철저히 정보를 구하고, 100% 확실한 예측대로 움직이며 결과를 얻는 탐험.
항상 그럴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파프닐은 그걸 최고로 쳤다.
‘안전제일이지. 계획이랑 다르게 일이 꼬이면 그것만큼 귀찮은 게 없어.’
그런데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움막이나 집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
보통 시골 마을이 여행객, 플레이어들에게 친절하단 걸 생각하면 기이한 광경이었다.
“일단 지형에 대한 정보부터 모아 볼까.”
술집으로 들어간 파프닐은 NPC들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저기, 혹시 이 사막 어딘가에 무지갯빛 바위가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지금은 외부인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군.”
“안녕하세요. 마을에 처음 와서 그런데……. 혹시 뭔가 여쭈어보아도…….”
“사막은 가혹하지. 그런 곳에서 남을 믿는단 건 자살행위야.”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몇몇 손님들이 대답을 해 주었다.
“자네에게서는 왠지 모르게 친밀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그들의 정체는 바로 사막 드워프.
주점뿐만 아니라, 이 오아시스 마을 자체가 사막 드워프들의 마을이었다.
“하하, 제가 좀 착하긴 하죠.”
크로스파이어와 싸우며 드워프들에게 쌓은 호감도!
이게 이렇게 빨리 도움이 될 줄이야.
“그럼 혹시 이 사막에서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바위를 보신 적 있으신지…….”
“……그러니 조언하겠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게. 놈들이 오기 전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었냐!
꼭 이렇게까지……! 전부 다 철벽을 쳐야 했었냔 말이다.
주점 말고 다른 곳을 가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외부인에게 팔 건 없네. 물? 자넬 어떻게 믿나.”
“이 오아시스에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지. 사막으로 들어가면 죽을 뿐이고.”
그러던 중 어떤 장년 드워프 한 명이 다가왔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걸 묻고 다닌다는 이방인이 자넨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난 이 마을의 촌장, 오르드일세.”
사각턱이 인상적인, 노란 피부의 샌드 드워프.
눈에 힘을 주자 진짜로 바위처럼 생겼다.
“긴말 안 하겠네. 휴식을 취하고 떠나는 건 말리지 않겠으니, 마을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진 말게.”
이후로도 오르드는 한바탕 훈계를 하고 가 버렸다.
솔직히 흑마법사답게 죽이고 싶긴 했는데, 내가 악당은 아니니까 겨우 참았다.
“흠, 확실히 여기서 단서를 얻긴 힘들겠군.”
오아시스 근처의 쉼터에서 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누가 오길래 저 드워프들이 이렇게까지 두려워할까.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다.’
발헤임 사막 지역에도 문명이나 세력은 있다.
원작 소설 속에서는 고대 사막 전사들이나 견인족, 표범이나 낙타족, 악어인간제국 등이 나왔었는데.
지금 세력을 떨칠 만한 곳이라면…….
땡땡땡!
종소리가 생각을 깨웠다.
“집합! 집합!”
“놈들이 온다!”
마을 전체의 드워프들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흐음…….”
안 그래도 정체를 알아보려고 했었는데.
굳이 갈 것도 없이 먼저 와 주니 이쪽이야 고마운 일이었다.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볼까?”
만약 짐작하는 그것이 맞다면.
얼굴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
엘라는 물과 태양이 싫었다.
세상 빛을 본 지 8년.
드워프 세계에서 8세는 신생아 수준이다.
하지만 헤르세바 마을의 환경은 그런 소녀에게도 충분히 가혹했다.
같은 나이의 드워프 아이들이 광물을 씹어 먹다 배탈이 나거나, 불장난을 치면서 뛰어 놀 때.
엘라는 양동이를 들고 물을 뜨고, 사막의 열기 속에서 하루종일 그것을 끓여야 했다.
펄펄 끓는 냄비 속에서 올라오는 독기!
사막의 열기와 합쳐진 그것들이 눈에 닿을 때마다, 엘라는 사막 개미에게 사라진 부모님을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른들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물이 부족하다.
인간들이 왔다는 이야기가 머리 위로 들릴 때마다, 엘라는 더 많은 물을 길어 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라는 물론, 평소 다른 일을 하던 어른들까지 모두 마을 앞으로 모여야 했다.
“쉿쉿, 이게 전부인가?”
“예에, 그렇습니다 나으리.”
그렇게 모인 사람들 앞으로 리자드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싯누런 비늘과 흰 배를 가진 사막 리자드맨들.
예전부터 엘라가 끓인 물들을 어른들 허락도 없이 가져가는 나쁜 놈들이었다.
“이번 달 치 물 할당량이 4할이나 부족하더군.”
그놈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촌장을 다그치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경고했었지. 난쟁이 놈들. 대장장이랍시고 대우받는 동족 때문에 우리 말이 말 같지 않나?”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요즘 오아시스랑 수맥의 흐름이 예전 같지가 않아서…….”
저 말은 맞는 말이다.
예전엔 세 번 길면 다 차던 통이 여덟 번을 길어도 1/3 가량 빈다.
그뿐인가.
물도 훨씬 더러워져서, 몇 번 더 끓이느라 죽을 맛이다.
“어이가 없군.”
사막 리자드맨이 코웃음 쳤다.
“너희 드워프 놈들이 그보다 더 부지런했다면 채웠을 것 아닌가.”
“예……?”
“아무래도 말이 말 같지 않나 본데, 그럼 눈으로 보면 달라지겠지.”
쿵, 쿵. 리자드맨이 드워프들을 훑다가 이쪽을 보았다.
엘라에게 다가온 리자드맨이 그대로 손을 뻗었다.
“꺄악! 놔, 놔주세요오!”
“피부가 매끌매끌한데? 이런 꼬맹이에게 쓸 물은 있으면서, 할당량은 못 채우겠다 이건가?”
“에, 엘라!”
어른들이 움찔거리다 고개를 숙였다. 결국 그 정도인 거다.
리자드맨의 입가에서 송곳니가 삐져나왔다.
“흠, 그런데 보다 보니 꽤나 못생긴 게……. 이년을 잡아가도 뭐 딱히…….”
뭐? 못생겨? 엘라는 그 순간 리자드맨의 손아귀를 꽉 물었다.
“카아악!”
어린 시절부터 돌이나 금속을 씹던 이빨이다. 리자드맨이 비명을 지르며 엘라를 내팽개쳤지만, 이미 손 위에는 잇자국 모양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어린 놈이라 적당히 넘어가려 했더니……! 감히!”
스르륵, 칼을 빼어 든 리자드맨이 드워프들에게 외쳤다.
“이 녀석은 본보기다! 다음에 또다시 할당량을 못 채우면, 너희들 모두 똑같이 될 줄 알아라!”
그대로 엘라에게 다가오는 리자드맨. 엘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엄마, 아빠……!’
그때였다.
“끼야아아!”
“카학!”
주변이 소란스럽다. 눈을 뜬 엘라의 정면에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금속 기사님?”
“딸그락! 괜찮으냐?”
금속을 뼈에 박은 해골 기사, 루이가 고개를 까닥였다.
“보아하니 더 다치진 않은 것 같군.”
그 뒤로 다가온 인간 남자가 말했다.
인간. 엄마 아빠가 인간은 드워프를 마른걸레가 될 때까지 쥐어짠다고 했는데.
“그나저나 여기서 리자드맨 몬스터 사냥이라니, 이거 놀라운걸.”
어째서인지 이 인간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