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이런 곳에 드워프가 있을 줄이야.’
이 지방에서의 플러시는 행방이 좀 묘연하다. 작가가 대충 썼는지 혹은 별생각을 안 하고 썼는지, 휙휙 하고 배경이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작중에서는 드워프가 나오지 않는다.
‘심 봤군.’
드워프라면 친분을 맺어 둬서 나쁠 게 없다.
‘근데 리자드맨?’
오크제국쪽 애들인가? 여기는 걔네 본진이랑 거의 정반대 방향인데.
“넌 뭐냐? 우리 행사를 방해하려 하다니.”
리자드맨 전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무기를 꼬나들고 위협적인 자세로 물었다.
“대답 안 해?”
리자드맨 전사가 머리를 주억이며 다가온 순간이었다.
텅!
파프닐이 주먹으로 그 긴 머리통을 후려쳤다. 건틀렛을 끼고 있는지라 리자드맨 전사는 만화의 과장된 표현처럼 그대로 모래 속으로 파묻혔다.
“미안하지만 나는 드워프들의 친구라서 말이야.”
리자드맨들은 당황했다.
이 더위에 저 거구, 통짜 판금 갑옷을 두른 채로 저런 움직임을 보이다니. 사막에서 평생을 지내 온 모래 부족이기에 더더욱 그 차이를 실감했다.
리자드맨들이 혀를 날름거렸다.
“보아하니 모험가 같은데, 쓸데없이 손해 보지 말고 꺼져라. 그놈 하나 정도는 눈감아 줄 테니.”
“흠, 날 봐준다는 거냐?”
“그래, 우리는 딱히 저 드워프들을 착취하는 거도 아니다. 이건 계약관계란 말이다.”
-새로운 퀘스트 ‘리자드맨의 제안’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리자드맨의 제안’을 승낙하겠습니까?
“섭섭하게는 안 하지. 이 물 포대를 하나 주마.”
파프닐은 턱을 쓸다가, 뒤를 돌아 드워프들을 쓸어 보았다.
하나같이 겁먹은 얼굴들.
“모, 모험가님. 저분들 말이 맞습니다…….”
늙은 드워프가 떨리는 목소리로 굽실거렸다.
‘척 봐도 협박당한거고.’
시선이 어른 드워프들을 따라가다 이내 아직 어린 드워프, 엘라에게 향했다.
파프닐은 대담하게도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쟤네가 너 괴롭히지 않았니?”
“예? 으, 으…….”
엘라는 대답도 못 하고 쭈삣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눈물 한 방울이 뚝뚝 떨어져 마른 모래를 둥그렇게 적셨다.
“어때! 빨리 꺼져!”
제안을 건넨 리자드맨 전사가 슥 다가와 파프닐의 어깨를 두드렸다.
파프닐은 그대로 돌면서 칼을 뽑았다.
“컥!”
리자드맨 전사가 그대로 토막이 났다.
“헉!”
“이, 이 새끼! 이 사막에서 우릴 건드리고 멀쩡할 줄 아느냐!”
파프닐이 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핏방울이 모래에 점점이 박혔다.
“난 악당이라서 말이야.”
파프닐이 순식간에 리자드맨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검이 바람결처럼 나부낄 때마다 리자드맨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그리 높은 레벨은 아니군.’
오크제국의 정예 리자드맨 병사들에 비하면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으아악! 괴물이다!”
“모, 모험가한테 도움 요청해!”
용맹하기로는 오크들도 한 수 접는다는 리자드맨들이 혼비백산했다.
“아……. 뭐야? 빨리 물만 받으면 된다며?”
그때, 저편 바위의 그늘가에서 한 남자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그는 귀를 후비다가 참상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라? 랜덤 인카운튼가?”
남자의 시선이 검은 갑옷을 두른 검사에게로 향했다.
움직임이 빠르고 강하다. 리자드맨들이 맥도 못 추고 있었다. 이 사막에서는 움직임에 디버프도 걸리고 제약도 있을 텐데 거리낌 없는 움직임이었다.
남자가 그늘에서 창 하나를 꼬나들었다.
“지루했는데 잘됐군.”
탁, 남자가 모래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응?’
한창 리자드맨들을 도륙해 나가던 파프닐은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위다.
카라미트의 경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파프닐은 망설임 없이 바닥을 굴렀다.
콰앙! 좀 전까지 그가 서 있던 자리에 굉음과 더불어 모래가 수 미터가량이나 솟구쳐 올랐다.
“이걸 피해?”
모래바람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멀쑥한 얼굴에 퀭한 눈을 지닌 창사였다.
사막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비. 플레이어다.
‘근데 어디서 본 놈인데. 누구더라?’
-그때, 도시에서 본 놈이군.
‘도시요? 무슨 도시 말입니까?’
-갱단끼리 싸울 때 말이다.
……아!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청?”
“날 알고 있나? 음, 하긴 그 갑옷……. 어디서 본 거 같긴 한데.”
위청, 원래 사자왕의 심장을 얻어야 할 남자.
그는 거대한 언월도를 바람개비처럼 붕붕 돌리더니 자세를 잡았다.
“어차피 이제 뒈질 건데, 뭐 더 알 필요 있나?”
대화는 필요 없다는 건가?
소설 속에 나온 성격과 같군.
싸움을 누구보다 좋아해 실력에 비해 출세를 못 하는 남자!
‘하지만 저놈은 사자왕의 심장을 얻지 못했지. 그건 내가 얻었다.’
소설 속에서 나오는 네임드급 강자.
지금까지 소설 속의 네임드급 강자들을 상대로는 약간 밀렸던 파프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가 얻어야 할 능력은 자신이 얻었고, 그 외 수두룩한 히든 피스를 몸에 지녔다.
‘게임 실력이라면 나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파프닐은 칼을 잡고 자세를 취했다.
“간다.”
위청은 친절하게도 신호까지 냈다.
파프닐은 안력을 돋구어 후의 선을 잡을 셈이었다.
소설 속 위청의 묘사는 대략 이러했다.
-플러시는 위청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얻어 맞았다. 씨발, 이렇게 얻어맞을 수만은 없는데.
그럼 놈은 스피드가 빠른 타입이란 뜻.
‘공격이 빠르면, 잘 보고 피하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한 순간, 위청이 움직였다.
‘……!’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좀 전까지 눈 앞에 있던 위청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가 있던 흔적이라고는 오직 허공에 떠도는 약간의 먼지뿐이었다.
-오른쪽.
파프닐을 살린 건 카라미트의 전언이었다.
말을 듣자마자 가까스로 상체를 숙였다. 머리 위로 서늘한 감촉이 지나갔다.
“피해?”
위청은 언월도를 여유롭게 회수하며 웃고 있었다.
파프닐은 간담이 서늘했다.
‘아니 그냥 빠른 수준이 아닌데?’
위청이 다시 공격했다.
또 안 보인다.
‘이게 말이 돼?’
-왼쪽이다.
-오른쪽.
-위.
-3시 방향.
-이번에는 후면이다.
파프닐은 당황했다.
진심으로 당황했다.
이전에 만난 암살자, 칠흑의 사신을 제외하고는 이 정도 실력 차를 느껴 본 적 없었다.
게임 컨트롤이나 스킬, 위력을 떠나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고?’
파프닐은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방어 자세만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위청인가?’
위청.
소설 속에서 플러시를 위협한 강자 중 한 명.
한국 서버에 침투한 중국인들과 조선족들 사이에서 으뜸 실력으로 손꼽히는 자.
그러나 놀란 건 위청도 마찬가지였다.
“흠……. 역시 호라이즌은 재밌군.”
5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위청이 언월도를 길게 늘어트리며 여상스럽게 말했다.
“이 스킬을 얻고 나서 내 속도에 반응이라도 하는 놈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너 뭐냐?”
파프닐은 대답하지 않았다.
‘네크로맨서 스킬을 써야 하나?’
아니, 저런 타입은 네크로맨서 스킬과 상성이 좋지 않다.
오히려 저주를 거는 캐스팅 시간 동안 얻어맞을 수 있다.
방어했는데 이 정도 딜이라면……. 크리티컬 히트를 당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괜한 오기가 생겼다.
‘위청이 최강자도 아니고 다른 놈을 이기려면……. 이 정도론 안 되지.’
그때였다. 카라미트가 대뜸 말했다.
-이대로면 못 이긴다.
‘예? 그게 뭔 소립니까?’
-넌 안 좋은 버릇이 있어.
안 좋은 버릇?
-그냥 나한테 넘겨라. 내가 처리해 주지.
‘그럼 내가 이긴 게 아니잖아요?’
-아…… 재밌어 보이는데.
‘그냥 팁이나 주시죠?’
-아까 말한 그대로다.
쩌캉!
그 순간 어느샌가 정면으로 달려온 위청이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운 좋게, 말 그대로 그냥 운이 좋아서 반응했다.
검과 언월도가 기분 나쁜 잡음을 내며 불똥이 마구 튀었다.
“너, 어디 길드냐? 플레이어는 확실한 거 같은데.”
위청은 이죽거리며 언월도를 회수하고는 백 덤블링 하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내 안 좋은 버릇? 그게 뭐지?’
파프닐은 중단으로 치켜들며 다시 방어에 집중했다.
-뭐, 안 좋은 버릇이라 해도 사령술사에게는 그리 나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니, 됐고 그게 뭔데요?’
-간단해. 지금까지 무슨 경험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넌.
챙! 쩡!
위청이 마치 번개처럼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파프닐은 일부는 막고, 또 일부는 간신히 피하고, 그러나 카라미트가 딴 얘기를 하느라 몇 번은 또 얻어맞았다.
위대한 다크 미스릴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 타격!
집중이 안 된다. 카라미트의 꼰대 같은 돌려 말하기에 정신까지 팔린 상태였다.
“야, 이름이 뭐냐니까? 기억해 두려고. 좀 강하네, 너.”
위청이 창끝을 아래로, 창대는 위로 치켜들며 자세를 취했다.
“내가 먼저 알려 줄까? 이건 위타천의 자세다. 다음 공격은 300%의 추가 대미지, 50%의 크리티컬 확률, 번개 속성, 속도는 지금까지의 두 배. 이 정도 했으면 너도 말 좀 할 때 되지 않았냐?”
내 약점? 내 약점이 뭐지? 파프닐은 대답도 할 겨를이 없었다.
카라미트의 말은 순수한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였다.
‘소설 내용은 전혀 도움도 안 되잖아. 플러시는 그냥 내질렀더니 그게 맞아서 이겼다고 나오고.’
실제로 그랬다. ‘아 몰라, 일단 딜해 보자!’ 했더니 위청이 알아서 맞아 줬다는.
불행히도 자신에겐 그 정도 운이 없다.
실력. 그거 빼면 파프닐에겐 남는 게 없으니까.
드래곤 헌터에서는 그러했다.
한 방만 맞아도 99%의 체력을 날려 버리는 흑멸룡과의 일전에서도 한 번도 맞지 않았던 자신이다.
맞지 않았다…….
“흠…… 뭐 됐다. 그냥 죽어.”
대답을 기다리던 위청이 움직였다.
위타천의 자세라는 이름답게,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빨랐다.
눈으로 좇기도 어려운.
소리조차 그 뒤로 오는.
퍼걱!
-HP가 7,930 감소했습니다.
-위험한 상태!
-메탈 슬라임 킹의 수호가 자동 발동 됩니다. 치명상을 면합니다.
창끝이 갑옷을 뚫은 순간.
-어, 그거다.
아, 그거군.
파프닐은 손으로 창대를, 또 다른 손으로 위청을 붙잡았다.
“어?”
분명 끝냈다고 생각한 위청의 얼굴이 뒤틀렸다.
“붙잡았다.”
‘대단한 놈이다.’
위청은 순간적으로 금강의 자세로 방어 스킬을 발동했다. 애초에 맞고 나서 공격을 하려 해?
보통 깡이 아니다. 황룡파 내에서도 저 정도 간담은 손에 꼽을 거다.
그러나 금강의 자세는 순간적으로 물리 대미지를 경감시켜 주는 스킬.
노력은 가상하지만, 저놈이 검사인 이상 먹히지 않는다.
“뭐 어쩔 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킬들이 번쩍였다.
그나마 있는 저항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하데스의 인장.
뒤를 이어…….
“블러드 익스플로전.”
피라고?
위청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뭐야, 헷갈렸냐?”
저쪽이나 자신이나 상처는 한 번도 난 적 없다.
혀라도 깨물지 않은 이상 발동되지 않을 스킬.
그런데.
푹.
알아서 몸을 앞으로 밀어 넣는다. 창대를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이런 미친…….”
아무리 게임이라 해도 몸이 찔리는 걸 신경 안 쓴다고? 당황하며 뒤로 몸을 빼려던 위청의 몸이 금속에 막혔다.
‘명경의 자세를……!’
마법 대미지를 막는 자세를 해야 하는데, 창대가 붙들려 있어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콰앙!
금속에 묶인 둘의 한가운데에서 대폭발이 터져 나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