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사막이라 하면 보통은 끝없는 모래만을 생각할 거다.
현실은 분명 그렇긴 하지.
다큐멘터리에선 생태계가 있느니 뭐니 하는데.
막상 보면 모래언덕만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렇지만 게임 속 사막은 다르다.
그냥 맵만 만들어 두면 리소스 낭비이니, 어떻게든 무언가를 가득 채워 넣으려 한다.
솔직히 대륙 10대 마경이니 뭐니 하는 곳이 다 그런 식인 것 같았다.
“또 옵니다.”
“전투 준비해.”
“전투…… 준비! 다들 전진!”
“딸그락딸그락.”
드워프 마을을 떠난 지 수일.
사막 안쪽에서 파프닐은 끝없이 전투를 이어 나갔다.
몬스터, 몬스터, 그리고 또 몬스터!
전갈이나 괴물로 변한 선인장부터, 정령이나 언데드까지.
심지어 적은 몬스터뿐만이 아니었다.
-강한 햇빛을 너무 오래 쐬었습니다.
-탈수 현상에 걸렸습니다.
-스태미나가 하락했습니다.
-빠르게 회복하지 않을 시 열사병에 걸립니다.
어떻게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 탈수 메시지가 뜰 수가 있지?
쇳가루 물을 한 잔 마신 파프닐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모로 지옥 같은 곳이군.’
끝없이 몰려드는 몬스터에, 쉬는 것마저도 힘든 환경.
심지어 몬스터들도 똑똑하다.
‘설마 내가 물이 필요한 걸 알고 물통들부터 노리고 올 줄이야.’
어째서 고레벨 사냥터인데도 철혈이나 크로스파이어 같은 대형 길드들이 노리지 않았는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진짜 네크로맨서라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
파프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골병은 더위를 먹지 않고, 마력만 공급해 주면 지치지도 않는다.
심지어 적들을 쓰러뜨리면 병사를 보충할 수 있으니, 물만 있다면 끝없이 사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뿐인가.
‘오래 일했다고 잔업 수당 달라고 하지도 않고, 비가 오니 모래바람이 부니 뭐니 하면서 돈 더 달라고도 안 하지.’
어떤 환경이건 군말 없이 가고,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땐 몸을 바쳐서 방패 역할을 해 준다.
물론 플레이어보다 약하긴 하지만, 여러 업적으로 포인트를 높였을뿐더러, 합금이 있는 엘리트 해골병들이 그 이상으로 활약해 주었다.
-블랙 콘도르의 깃털(노말)을 획득했습니다.
-발헤임 방울뱀의 방울 꼬리(매직)를 획득했습니다.
좋은 재료들도 간간이 득템 했다.
깃털은 의상이나 옷, 연금술 물품들에 쓰이기에 꽤 수요가 있고.
방울도 장비 재료나 고급 독 내성 물약, 해독약에 들어가는 유용한 아이템!
둘 다 사막에서만 얻을 수 있기에 최소 20% 이상의 프리미엄은 확정이었다.
‘대형 길드가 통제해 싸우기엔 애매하긴 한데……. 혼자 몬스터들을 독점하니 확실히 이득이군.’
해가 정오에 이를 때는 쉴 곳을 찾아 쉬고, 저녁이나 밤이 되면 움직이며 계속 사냥!
그러던 중 메시지 하나가 왔다.
-길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흠, 예상대로 전쟁이 벌어졌나.”
사막 한복판. 모래언덕에 대충 걸터앉은 파프닐이 메시지를 읽었다.
발신인은 무려 철혈패군.
[자네, 지금 어디에 있나? 버러지들이 권좌를 노리고 몰려 닥치고 있네. 지금이야말로 자네의 힘이 필요할 때야.]“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했나 보군.”
그간 철혈이라면 이를 갈던 유저들. 그리고 숨어서 힘을 키우고 있던 왕국군. 둘이 힘을 합쳐 궐기했다.
지금 같은 때에 파프닐 같은 인재를 놀리고 있기엔 아쉽다는 게 철혈패군의 생각일 터.
파프닐은 천천히 답장을 작성했다.
[죄송하지만 휴가가 아직 일주일 남았는데요? 일주일 있다가 다시 뵙겠습니다.]간결한 메시지.
철혈패군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붙잡게 만들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유적은 찾아야 되거든.’
쌓아 놓은 신뢰도를 깎아 먹는 짓이지만 어쩔 수 없다.
원작에서 플러시가 얻게 될 유적.
거기에는 현재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무구가 잠자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유적은 어디에 있냐?
“아, 지금 찾고 있잖아요.”
문제는……. 유적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점.
“나도 운빨이 있었으면 금방 찾았지!”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사막이 존나 넓다는 점이었다.
“사하라 사막급……은 아니라도, 거의 그 절반 정도?”
사하라 사막 절반이면 남한의 40배.
무턱대고 뒤지려 하다간 굶어 죽기 딱 좋은 사이즈다.
플러시는 정말 막무가내로 들어갔는데 찾은 거고.
일반 유저는 이정표나 자료가 있어야 유적을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그건 그 녀석 순수 운빨이고.’
행운의 여신도 기억하지 못했었던 사막 유적을 운빨로 찾아낼 정도.
그런 상대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어야 한다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 왔다.
-왜 사막에 오나 싶었더니, 과거의 유적? 나 참……. 그딴 허황된 망상에 빠져 있으니…….
거기에 카라미트가 옆에서 계속 속을 긁는다. 과거 전 대륙에 이름을 날린 최강의 기사라더니, 이건 무슨 양로원 노인네도 아니고…….
나중에 영혼의 말을 막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보긴 해야겠다.
퇴마는 좀 지나치니까, 적당히 음소거 하는 정도로만 말이다.
“그런데 카라미트 님, 지난번에 사막 크라켄을 기억한다고 하셨죠?”
사냥을 하다 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다.
“크라켄은 어떤 놈입니까?”
호라이즌의 월드 보스.
소설 속에서만 봤지, 실제로는 벨제크 이후 처음이다.
잡기 더럽게 어렵지만, 일단 처치하면 엄청난 경험치와 유일한 스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진짜배기.
어차피 플러시를 이기려면 이놈들도 잡아야 하니, 정보를 얻어 둬서 나쁠 건 없었다.
-왜, 유적 찾아서 듣지 그러냐? 요 녀석아.
“카라미트 님께서 직접 싸운 거랑 기록은 아무래도 다를 테니까요. 세계를 구하려면 이런 것도 필요한 법이죠.
-흐음, 그렇다면야…….
말로 구슬리자 결국 카라미트가 넘어왔다.
-막 (진)오우거를 쓰러뜨렸을 때였지. 겨우 좀 쉬면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나 했는데, 갑자기 수도에서 부름이 온 거야.
바란왕국, 아니 제국의 전성기 시절.
도서관. 혹은 고대 인물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스토리!
마켓에 기록해서 올리기만 해도 오만 원은 넘게 받을 거다.
‘오만 원이면 소고기 한 상이지.’
카라미트의 말에 집중했다.
-적들의 대장은 권왕 알리 타이슨! 당대 최강의 권투사가 이끄는 군대를 막으란 거였지.
“다른 사람들은 없었습니까?”
-전부 수염이랑 머리 밀리고 돌아왔다더군. 결국 어쩔 수 없이 나한테 온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어쩌긴, 명령이니까 가서 싸웠지.
토벌군을 이끌고 갔지만, 알리 타이슨은 집요하게 전투를 피하며 사막 깊숙이 군을 끌어들였다. 결국 함정에 걸린 카라미트의 눈앞에, 권왕과 사막 전사들이 나타났다.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지고, 나는 그 권왕 놈과 치열하게 싸웠지. 실력은 거의 비슷해서 쉽게 결판이 안 났는데, 갑자기 땅 밑에서 다리가 솟구치는 거야.
“크라켄이군요.”
-맞아.
괴수 영화의 클리셰다.
지하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괴수를, 사람들이 깨워서 일어나게 한다는 것.
-난리도 아니었지. 아군도 적군도 다 도망치다가 잡아먹히고, 다리에 치이고……. 그때 본 거야. 타이슨 그놈의 눈을.
카라미트는 아련하게 말을 이었다.
-말은 안 통해도 뜻은 같았지. 그 녀석이 다리들을 복싱으로 흘려 내고, 나는 가만히 기다렸지. 마치 고래를 잡는 낚시꾼처럼.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놈이 느껴지는 순간 콱!
휙, 사령철 조각이 가시처럼 사막에 내리꽂혔다.
듣다 보니 자꾸 자기 자랑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래도 크라켄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는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샌드 드래곤 계열과 다를 것도 없군. 다리로 힘을 빼다가 본체가 한 번에 나타나 덮치는 식이야.’
드래곤 헌터.
현실에서 김강한이 했던 게임 안엔, 전혀 드래곤이라 생각지도 못할 괴물들이 드래곤이라 불렸다.
그중 사막 지형에서 나오는 드래곤들이 딱 저런 전투법을 썼다.
-그렇게 크라켄을 잡았고. 알리 타이슨은……. 더 싸울 맛도 안 나서 대충 술 한잔 걸치고 헤어졌지. 그게 끝이야.
“승부를 안 가리셨습니까?”
-나중에 내려고 했었지! 그땐 서로 다 지쳐 있었으니까.
이겨 봤자 주변에서 말이 나올 테니, 최선의 컨디션에서 결판을 내자는 것.
하지만 아쉽게도 그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카라미트는 역적으로 몰렸고, 알리 타이슨은 숙적이 없어진 바란제국 남부를 들쑤시다 어느 순간 사라졌다.
‘권왕이라면 짐작 가는 게 없진 않은데…….’
인상 깊은 설정이나 기믹, 맵 몇 개는 적어 둔 게 있었다.
그때였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카라미트가 하는 말이 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군.
“네? 뭐가요?”
-그때 분명히 크라켄의 숨통은 내가 끊어 놓았을 텐데, 어째서 아직까지 크라켄의 전설이 들려오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수백 년 전 소문이 퍼진 거겠죠.”
-으음…….
확실히 죽여 놓았다 생각했던 몬스터가 살아 있다 하면 탐탁잖을 법도 했다.
하지만 파프닐은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월드 보스가 남아 있다라…….’
사라진 줄 알았던 콘텐츠를 하나 더 즐길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크라켄, 볼 수 있으면 좋겠군.’
파프닐은 밤하늘을 보았다.
부흥군의 작전이라든가, 철혈이 바로 무너지지 않도록 돕기라든가.
해야 할 일이 많긴 한데, 게이머로서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공짜 DLC는 못 참지.’
***
전쟁.
제작사에서 은근히 밀어주고 있는 호라이즌의 콘텐츠.
단순히 몬스터를 잡고, 레벨 업을 하고, 좋은 아이템을 모으는 걸 넘어서서.
유저와 유저, 길드와 길드, 국가와 국가가 맞부딪치는 초대형 엔드 콘텐츠.
승자는 더 넓은 땅과 명예를 얻고, 패자는 모든 걸 잃고 척살을 당한다.
지금 그 서슬 퍼런 간극 위에서 한 무리의 유저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저 성만 차지하면 루카리오 평원은 우리 연합 거다!”
“허접 새끼들이 물량만 믿고 깝치는 거야! 밀어붙여!”
지금까지 철혈의 폭거에 일어난 유저 연합과 철혈의 승부.
전체적인 전황은 철혈에게 유리해 보였다.
대부분이 높은 레벨, 질 좋은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있는 철혈 길드원들.
그에 대비되는, 아직 허접해 보이는 반철혈 연합의 병력들.
수는 반철혈 연합이 두 배가량 됐지만, 결국 질에서 차이가 났다.
“우와아아!”
‘니코모코’.
평범한 무직 히키코모리였던 그는 호라이즌에서 나름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다.
파티를 한 몇몇 지인들과 커뮤니티를 맺고, NPC들에게 인정받아 기사도 되었다.
어릴 적 이후 한 번도 경험 못 했던 사람들과의 진솔 어린 대화. 친구들이라는 존재와 어울릴 때의 기쁨. NPC들이 감사하단 말과 함께 주는 작은 아이템이나 선물들.
그런데 철혈이 들어오며 모든 게 무너졌다. 길드는 갈렸고, 지인과 NPC들은 흔적조차 찾지 못하게 되었다.
철혈이 제시한 건 필드 사냥 통제와 던전 입장료.
니코모코가 부흥군에 들어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 막아야 해요! 고지 뚫리면 답 없……. 컥!”
앞에서 지휘하던 무도가 플레이어가 목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500만 원짜리 레어 방어구 세트였었나? 사람들 중 가장 비싼 장비를 착용한 자였는데, 철혈 정예 앞에선 맥을 못 춘다.
“답 없지? 어휴.”
“병X.”
뒤이어 몰려오는 철혈 길드 유저들.
그들은 두 배는 많은 유저를 상대로도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린애를 가지고 놀듯 가볍게 때려눕혔다.
“커헉!”
가벼운 공격에 니코모코가 엎어졌다. 철혈 유저들이 그를 보며 비웃었다.
“그러게 왜 저항이야, 저항은.”
“거점, 점령했다!”
그때였다. 고지로 올라오는 무언가를 본 유저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잠깐, 저 색…….”
“온다! 놈이……. 컥!”
돌풍이었다.
검은 돌풍이 철혈 유저 열댓 명을 단숨에 덮쳤다. 전투가 끝난 순간 니코모코는 그 돌풍의 정체가 한 유저임을 깨달았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지만, 형형한 눈빛은 그대로 살아 있는 짧은 머리 청년.
“야, 괜찮냐? 일어날 수 있겠어?”
“아, 네! 네.”
“거 다행이구먼.”
씩 웃은 남자가 종이를 건넸다.
[우미간파.가입 문의 : 고글 검색 및 인 게임 우미간 지부.]
“혹시 생각 있으면 여기로 연락 주고. 그럼 간다.”
“자, 잠깐만요. 상처가!”
저렇게 피가 나는데 또 싸운다고? 니코모코는 순간 믿기지 않는 걸 보았다. 남자가 각목을 꺼내더니, 자기 이마를 내리쳐 피를 더 내는 것이다.
“크아아! 누구든지 와라!”
다시 돌풍처럼 내려가는 남자.
그 뒤를 수십 명의 정장, 갑옷 차림 남자들이 뒤따랐다.
“자, 잠깐만요.”
“엉?”
“저분 누구시죠? 방금 지나간 엄청 센 분.”
“저분을 몰라요?”
“네, 처음…….”
“저분이 킨도르한 님입니다.”
“킨도르한이면 우미간파……? 그럼 건달?”
“갱입니다.”
남자들이 일제히 말했다.
그렇다. 불려도 갱이나 마피아라 불려야지, 건달 놈이라 불리는 건 참지 못하는 일인 거다……!
“그럼 저희는 이만. 보스를 내버려 둘 순 없어서. 가자!”
“우오오! 패싸움이다!”
다시 몰려가는 갱단 패거리.
아까까지만 해도 우세하던 철혈 패거리가 이제는 역으로 밀려 나고 있었다.
“…….”
불량배와 건달.
옛 생각만 하면 제일 싫어하는 인물상이긴 한데.
“……근데 좀 멋지긴 하네.”
게임이라 그런가? 니코모코는 눈을 깜박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