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이보게, 철혈패군. 자네 꽤 고전하는 모양이군.”
고윈 대공, 아니, 이제는 왕이 된 고윈이 조소했다.
철혈패군은 인상을 찌푸릴 대로 찌푸렸다.
“고작해야 반란군일 뿐입니다. 별거 아니니 신경 끄셔도 됩니다.”
“흠, 엘리자베스 그년이 그리 녹록한 년은 아니지. 이번엔 확신이 있어서 봉기했을 텐데, 확실히 정리하게.”
안 그러면 그 자리도 보전하지 못할 거야.
그런 뒷말이 들리는 거 같았다.
“씨발! NPC 따위가!”
방으로 돌아온 철혈패군은 보이는 모든 걸 검으로 부쉈다.
“일검이 새끼는 어디로 빼 버리고, 이검이 새끼는 삐져 가지고 말도 제대로 안 듣고.”
전체적인 수준은 분명히 높지만 철혈 길드에는 약점이 있었다.
애초에 몸뚱이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덕에 최상급 랭커가 부족하다는 점!
대부분 NPC 기사대장들과 철혈쌍검에 의존한 결과가 이거였다.
‘파프닐 이 새끼는 휴가라고 오지도 않고, 확 잘라 버려?’
그래도 이번에 큰 공을 세우긴 했다.
요툰 전장 공략에, 3대 마경을 정복함으써 얻는 수익이 천문학적이었으니까.
‘일단 일 끝나는 대로 바로 튀어 오라고 메시지 다시 보내 놓고……. 이 싸가지없는 놈의 새끼. 죄송하단 말 한마디 없네.’
똑똑.
“길마님, 부르셨습니까.”
“오, 독고.”
“무슨 일이십니까?”
독고패검은 깍듯한 자세로 물었다.
음, 마음에 드는 놈이야.
“이번에 루카리오 필드 전쟁 난 거, 거의 진 모양이다.”
“킨도르한과 우미간파였나요?”
“정보가 아주 빠르군.”
독고패검이 칼자루를 매만졌다.
“흐흐, 진작에 저를 부르시지 그랬습니까?”
“잘할 수 있지? 자네만 믿고 있어.”
“제가 검사 랭킹 20위인 거 알잖습니까?”
독고패검이 비릿하게 웃었다.
“솔직히 철혈쌍검 선배님들 요새 1선도 안 서는데……. 전 엊그제만 해도 던전 수십 개, 콜로세움 우승, 데스나이트랑도 맞대결하고 왔죠. 저만 믿으십쇼.”
은근슬쩍 철혈쌍검을 누르고 위로 올라가려는 야망을 드러내는 독고패검.
‘젊은 놈이라 믿을 만하군.’
“근데……. 김철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킨도르한 정도야 제가 순식간에 바를 것 같긴 한데.”
“걱정하지 마. 김철의 소재는 파악해 뒀다. 거기엔 없고 엘리자베스 왕녀 호위로 다닌다더군.”
“흐흐……. 그럼 쉬운 일이죠.”
독고패검이 칼자루에서 손을 떼고 깍듯하게 90도로 인사했다.
“저만 믿으십쇼. 검사 랭킹 20위의 실력을 입증해 보겠습니다.”
철혈패군이 독고패검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자네만 믿겠네.”
***
독고패검은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철혈쌍검? 둘 다 온실 속 화초지.’
그는 어린 시절부터 검도를 해 왔다.
비록 현실에서 육체적 부상을 입어 다시는 검을 쥘 수 없는 몸이 되긴 했지만, 청소년 국가 대표까지 한 적 있을 정도로 검술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그는 호라이즌에서 그 재능을 다시 꽃피웠다.
연줄도 백도 없었던 독고패검은 오롯이 사냥과 투기장을 오가며 검을 갈고 닦았다.
끝내 도달한 게 검사 랭킹 20위.
‘지원만 있었다면 내가 1위다.’
그뿐만 아니라 독고패검에겐 그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철혈패군에게 철혈쌍검이 있다면,
독고패검에게는 그가 직접 제자로 키운 12명의 검사 유저들이 있었다.
독고기사단!
하나같이 국내 투기장 랭킹 상위권으로, 독고패군이 인정하는 고수들이었다.
그러나.
“컥……. 걱……. 이, 이럴 수가.”
바로 그 독고패검이 무릎을 꿇었다.
HP는 이미 10%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12명의 독고 기사단은 이미 게임 오버 당해 접속이 끊긴 상태였다.
“흠, 고작 이 정도인가.”
독고패검의 정면.
세월의 흐름이 자글자글 느껴지는 노인이 검에 묻은 피를 흩뿌렸다.
“으으윽……. 너, 넌 대체…….”
독고패검은 믿을 수 없었다.
저 노인.
오크제국과 왕국 정규군의 전쟁에서 본 적 있었다.
‘대체 무슨 스킬이지?’
검사 랭킹에도 없는 닉네임.
그런 자에게 자신을 포함한 13명의 검사 랭커들이 모두 당했다.
“이자는 레벨이 좀 높군요. 처치하시죠.”
“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잘생긴 미남자였다.
황금 갑옷을 두른 자.
독고패검의 눈이 커졌다.
“넌……. 파이브스타즈의 이시우?”
“철혈쌍검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대어가 걸렸군.”
그가 무기를 꺼냈다.
“페널티 지나고 로그인하면 철혈패군한테 전해라. 파이브스타 길드도 참전한다고.”
-독고패검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명성치가 상승했습니다.
-적대 세력의 간부를 처치했습니다.
-공헌도를 획득했습니다.
“흠……. 근데 사장님, 굳이 지금 참전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검을 닦는데 노인이 물어 왔다.
“뭔가 자꾸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이시우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철혈패군 같은 잔챙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그럼 누가 걸리십니까?”
“파프닐! 그자의 성장세. 철혈길드에 내버려 두면 우리의 방해가 될 게 틀림없어.”
이 때문에 좀 빠르지만……. 지금 부순다!
이시우의 눈에서 청광이 보였다.
***
같은 시각.
파프닐은 사막 도시 엘 함브라에 도착했다.
“사막의 여행자라.”
“네크로맨서라고? 그런 건 상관없네. 물만 많으면 환영하는 바일세.”
처음 본 사이인데도 상인들은 의심보다 호감을 표했다.
오히려 다른 쪽에 더 관심을 갖고 물어보았다.
“저 위쪽의 리자드맨 왕국이 갑자기 내전에 돌입했다더군.”
“혹시 그곳에서 왔다면 아는 게 있나?”
솔직히 말해 주면 왠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느낌.
대충 얼버무리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수만 명이 움직이는 대도시가 들어왔다.
‘여기가 탐험가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였지.’
혼자서는 드넓은 사막을 뒤지기 힘들다.
이 때문에 헤르메스의 날개에 중계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사람을 찾아 주었다.
Dr.존스.
탐사와 개척을 주로 하는 ‘탐험가’ 직업의 랭킹 3위 안쪽을 찍은 뛰어난 플레이어였다.
심지어 소설에서도 이름을 보였던 인물.
‘원작에선 진짜 가끔 나오고 말았었나.’
각종 지식을 뽐내며 으스대다가, 플러시의 운빨에 침몰하는 장면을 끝으로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조금 동지애가 들었다.
그때였다.
“자 자, 돈 놓고 돈 먹기!”
멀리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수많은 사람이 한쪽에 몰린 가운데, 양탄자가 얼핏 펴져 있었다.
‘돈?’
퀘스트나 이벤트인가? 예전에 다른 게임에서 몇 번 해 본 적은 있긴 한데, 키보드나 룰렛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성적은 영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상현실이지.’
슬쩍 가 보자 탐험복 차림의 남자가 유리그릇 세 개를 돌리고 있었다.
“어디에 있을까요!”
“외, 왼쪽!”
“짜잔! 틀렸소이다. 정답은 가운데.”
“이런 젠장, 분명 왼쪽에 있었단 말이야!”
울부짖는 상인 NPC를 무시한 탐험복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 또 하실 분! 맞히시면 놀랄 만한 상품을…….”
“제가 하죠.”
파프닐은 선뜻 앞으로 나섰다. 탐험복 남자의 눈이 커졌다.
“비용은 2실버요.”
“여기.”
“좋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달그락, 그릇들이 잔영을 만들기 시작했다. 파프닐의 눈동자가 희끄무레해졌다.
스킬이나 꼼수를 쓴 건 아닌 것 같은데, 패시브인가.
“자, 어디 있죠?”
“흠…….”
파프닐은 왼쪽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오, 왼쪽이요?”
“네.”
“왼쪽이라……. 자, 그럼 열기 전에…….”
슥, 남자가 오른쪽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군요.”
“그래서?”
“바꾸시겠습니까?”
“흠…….”
몬티 홀 문제.
처음 찍었던 걸 그대로 유지하면 33%의 확률이지만, 바꾸면 66%의 확률로 정답이 되는 거다.
수학적으로 보면 무조건 바꾸는 게 이득.
그러나.
“아뇨, 이대로 가겠습니다.”
“그래요?”
“네, 왼쪽. 그냥.”
“흠…… 알겠습니다!”
파앗, 남자가 그릇을 열자 빛나는 쇠구슬이 보였다.
“축하드립니다! 최초로 맞히셨군요!”
“오오!”
“사기가 아니었나? 맞혔다고!”
주변 NPC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감사합니다.”
“이야, 이거 최대한 속도를 내 봤는데……. 설마 맞히시는 분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상품은 뭐죠?”
“보자……. 첫 상품은 유니크급 던전 지도군요. 여기서 드리긴 뭣하니, 잠시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탐험복 남자는 파프닐을 뒷골목으로 데려갔다.
인기척이 없는 곳까지 온 그가 돌아섰다.
“파프닐?”
“어떻게 알았지?”
저쪽이 먼저 존대를 버렸으니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
“그야 네크로맨서인데 내 속임수를 눈치챌 만한 실력은 파프닐밖에 없거든. 그 장비들이랑 어둠의 마나, 네크로맨서 맞잖아?”
“그럼 그쪽이 닥터존스군.”
탐험복 남자, 닥터존스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
“그럼 의뢰를 수락하기로 한 건가?”
“아뇨.”
“엉?”
탐사 의뢰를 받고 나온 게 아니었다고?
“의뢰 수락 버튼은 누르긴 했는데, 그 의뢰를 제대로 수행하겠다는 약관에 동의한 적은 없다니깐?”
“……?”
김철이 이 자리에 없어 다행이었다. 만약 있었다면 솔직히 저놈을 지켜 줄 자신이 없었다.
“그럼 뭐가 문제지? 보수를 더 주면 되나?”
“보수는 충분해. 근데 내 경험상 아무리 거절할 수 없는 돈이라 해도 정말 받기 싫은 게 있더라고.”
탐험복 남자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보여 줘, 최소한 제 몫은 할 수 있단 걸.”
사막 유적 탐사는 굉장히 고된 작업.
제 몫을 못 하는 놈이랑 사막을 여행하긴 싫단 뜻이리라.
“좋지.”
파프닐은 검을 들었다.
“바로 시작하자고? 해골병 불러도 되는데.”
“탐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항상 해골병에게 의지할 순 없는 노릇이지.”
“휘유, 용기 있는 발언인걸?”
슥, 탐험복 남자가 와이어 묶음을 들었다. 탐험가들은 직업 특성상 채찍이나 단검 같은 가벼운 무기를 쓰는데,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디 말하는 것만큼 실력이 있나 보자고.”
부웅 부웅.
탐험복 차림의 남자가 와이어를 제 몸처럼 회전시켰다.
‘저 와이어……. 전방위에서 공격할 수 있는 건가? 까다롭겠군.’
“후후. 내 공격을 따라올 수 있을까?”
남자가 와이어를 사방으로 마구 움직였다.
파프닐이 미간에 힘을 주고 집중한 그 순간.
탕! 남자가 권총을 뽑아 들고 그대로 쐈다.
‘어, 십!’
파프닐은 재빨리 검으로 탄환을 튕겨 냈다. 그 순간 탐험복 남자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깜짝 놀랐네.”
“총알을 보고 튕겨 내?”
지금까지 이 공격을 막아 낸 사람은 없었다. 어깨나 머리 가장자리에 구멍이 난 건 봤지만.
“하지만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뒤이어 이어지는 열댓 번의 총격. 파프닐은 검으로 튕겨 내며 거리를 좁혔다.
“역시 총을 상대하는 건 어렵군.”
호라이즌엔 총과 그것을 다루는 직업들이 존재한다. 밸런스상 실제 총보다 위력은 강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의표를 찌르는 데는 최적의 무기였다.
거리를 좁혀 공격하려 하자 와이어와 소형 폭탄, 채찍이 연이어 시도를 차단한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계.
무슨 격투 게임인가?
“진짜 정신없긴 하네.”
파프닐은 슬쩍 눈을 굴렸다. 가장 위협적인 총탄.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와이어. 단도나 마법 스크롤, 독 포션 아이템까지.
“그러지 말고 그냥 소환물 부르는 게 어때? 최대 출력을 내고 죽어야 덜 억울할 거 아냐?”
“흠…….”
악의 없는 어투로 물어보는 탐험복 남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뭐?”
“이 싸움, 내가 이겼다.”
슥, 파프닐이 손가락을 뻗어 가리켰다. 남자가 권총을 겨눈 순간이었다.
파직! 스파크가 일더니 빛이 남자의 눈앞을 감쌌다.
‘버, 번개!’
어떻게 흑마법사가 번개 마법을?
의문을 가지기도 전, 온몸에 철퇴에라도 맞은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 딸그락, 와이어와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잡았군.”
파프닐은 다가와서 검을 입에 물렸다.
“이쯤 되면 증명은 됐겠지?”
“우으.”
탐험복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파프닐이 미소 지었다.
“자, 그럼 물러나 줄 테니 계속 덤벼 봐.”
“우으?”
“그 패턴이랑 연계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그냥 깰 수 있을 것 같아서.”
“……!”
공략법을 제대로 써서 잡은 보스지만, 왠지 컨트롤로도 깰 수 있을 것 같은 패턴의 아쉬움!
파프닐이 남자의 항복 선언을 들은 건 50여 번 더 칼을 가져다 댄 후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