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멍멍!”
털을 얇게 깎은 말라뮤트 한 마리가 앞을 보고 짖었다.
그 뒤를 따라 걷던 존스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후, 도착했네.”
“여깁니까?”
“확실해. 내 닉네임을 걸고 맹세하지.”
주변을 둘러봐도 모래언덕뿐이다. 파프닐은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존스를 보았다.
‘이거 잘못 온 거 아냐?’
사막에 들어온 후.
존스는 다른 탐험가라면 모두들 하는 탐사나 정보 수집도 안 하고 곧장 방향을 잡아 나아갔다.
가끔 나침반이나 육분의를 들거나, 뭔가 메모를 하면서 나아갈 뿐.
처음엔 별생각 없이 움직였는데.
계속 같은 배경만 보다 보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원작 소설에 나오지만 않았어도 조금 미심쩍었을 테지만.
그래도 일단은 믿고 맡겨 본 게 오늘까지의 결과였다.
“흠……. 아!”
그때였다.
주변 모래를 손으로 훑던 존스가 갑자기 급히 손짓했다.
“여기. 여기!”
“무슨?”
“보이나? 안내문일세.”
“멍, 멍!”
존스가 가리킨 곳을 보자 모래 사이로 붉은 바위가 보였다.
바위 위엔 글자와 상형문자가 쓰여 있었는데, 존스가 그 위로 돋보기를 가져다 댔다.
“스킬 사용. 고어 해석(노말). 아카토어 지식(레어)……. 만신의 도시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행자여. 만일 그대가 우리의 적이라면…….”
파프닐은 존스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원래 다른 직업이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진 않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모르게 홀린 듯이 보게 된다.
탐험 영화나 게임 한 편을 플레이하는 기분?
“여기 다음은 문구상……. 이쪽에……. 찾았다. 상인이 가지는 게 허락되지 않은 건……. ”
석판 하나를 다 읽은 뒤엔 쉬지 않고 다른 모래언덕을 파헤친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석판이 나타났고, 존스는 막히지 않은 채 능숙하게 해석해 냈다.
‘꽤 전문적인데?’
저 정도면 사기는 아닌 건가.
막 일곱 번째 석판을 파헤치고 읽은 존스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바닥이 거칠게 흔들리더니 양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긍…….
“됐다! 열렸어!”
곧 사막 한가운데에 지하로 내려가는 커다란 계단이 나타났다.
“여기가 제가 말했던 그 유적인가요?”
“아마 맞을 걸세.”
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들을 때는 진짜 유적이 있는지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자네 말이 맞군.”
“틀리면 그게 이상한 겁니다. 이곳 한정은.”
위치를 잘못 잡은 거라면 모를까. 아예 유적이 없는 일은 없었다.
솔직히 그런 일이 생기면 작가가 잘못한 거지. 암, 그렇고말고.
“일단 가 보자고. 내가 안내하지. 가자, 사티!”
“멍!”
사티라 불린 말라뮤트 개가 앞장섰다.
이어지는 내부 탐사에서도 존스는 능숙하게 탐사를 이어 나갔다.
이리저리 꼬인 미로에서 길을 찾고.
사방에 깔린 함정들을 금세 파악한 뒤 유일하게 안전한 길까지 금세 확보!
“헤르메스의 날개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더니, 대단하군요.”
“암, 그럼. 이래 봬도 이쪽 업계 사람 중에선 거의 톱급이라네.”
어깨를 으쓱하는 게 자기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았다.
흠, 확실히 실력 하나는 인정해야겠다.
하긴 그 정도 실력이 있으니 띄워 주는 역할로 나온 거겠지.
원래 주인공이 돋보이려면 그에 맞는 라이벌이 필요한 법이니까.
“멍! 멍!”
앞서가던 말라뮤트, 사티가 짖었다. 좁은 복도가 끝나자 넓은 지하 광장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서 2차 봉인을 열면 본격적으로 유적에 진입하는 구조일 걸세.”
“흠…….”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탐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지하 유적.
매끈한 돌문이 있고, 그 정면으로 탐조등처럼 생긴 화로 장치와 여러 조각이 바닥에 놓여 있다.
헤모라 때는 길이 뚫려 있어서 가긴 했는데, 이곳은 규모부터가 그때보다 훨씬 컸다.
왠지 잘못 건들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은 덤.
“탐조등과 매끈한 거울판……. 이건 그림자를 이용한 장치군.”
존스가 말했다.
“어떻게……. 열 수 있겠습니까?”
“내가 이런 거 한두 번 해 본 줄 아나? 맡겨 주게.”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은?”
“그건 해 봐야 아는데, 일단 한번 보지.”
존스는 탐험복 바지를 탁탁 털더니 돋보기와 붓, 램프를 꺼냈다.
“어디 보자, 빛이랑 조각을 잘 쓰면 되는 구조군. 하나도 안 겹치려면 여긴 물고기, 이쪽은 해, 여기는 달…….”
작업 중인 걸 멍하니 보던 중 손바닥이 축축해져 왔다.
“멍멍!”
“이 녀석, 복돌……. 아, 참.”
순간적으로 현실인 줄 알고 착각했다. 지난 3일 동안 현실에서도 개, 게임 속에서도 개를 데리고 다니다 보니 가끔 혼란이 왔다.
‘그나저나 이 녀석, 비상식량이라도 되나 싶었는데 꽤 쓸 만했지.’
진로나 물, 몬스터의 냄새를 맡고 기가 막히게 말해 주는 건 물론.
추워지는 밤에는 생체 보온 침낭 역할도 같이 해 준다.
거의 개라기보다는 조수에 가까운 느낌.
인게임 속 NPC치고는 굉장히 쓸 만했다.
“그림자가 이렇게 돌아가도록 맞추고, 이쪽 조각은 또 맞추면……. 됐군.”
탁, 존스가 손을 털었다.
다음 순간 수 톤은 될 법하던 바위 문이 양옆으로 열리며 검은 심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유적, 이름이 뭐지? 알고 있나?”
“음…….”
존스의 질문에 파프닐은 고개를 갸웃했다.
소설 속에서는 행운의 여신의 신전만 있다고 했는데, 유적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때였다. 문 너머에서 붕대에 감긴 썩은 손이 뻗쳐 왔다.
“저건!”
“몬스터!”
집채만 한 크기의 거대 미라가 등장!
주변에서도 미라 여러 기가 일어나 손을 뻗고 있었다.
“이, 이런! 분명 적힌 대로 맞췄을 텐데?”
일순 존스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어렸다. 유적 속 함정이라도 건드린 건가?
“이놈들! 오지 마!”
탕탕, 존스가 권총을 쏘았다. 탄환이 박힌 미라들이 밀려 났지만, 금방 다시 일어나 손을 뻗었다.
저 총탄을 맞고 저 정도라.
확실히 유적 던전이다 보니 미라들의 HP나 방어력도 일반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사티! 이리 와!”
“멍멍!”
사티를 뒤로 보낸 존스가 외쳤다.
“젠장, 일단 여길 뜨자고!”
“떠요?”
“저놈들 너무 많아! 이대로라면 포위되어서 죽을 거라네.”
흠, 그런가?
파프닐은 미라한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간단히 팔을 베고, 그다음에 목을 날리자 미라가 움직임을 멈췄다.
유명한 모험가를 물러나게 만든 몬스터가……. 고작 이 정도?
검을 든 파프닐이 물었다.
“존스 씨.”
“네, 네?”
“이 녀석들, 뭐 중요한 아이템이나 물건은 없죠? 죽이면 안 된다든가.”
“어……. 그래! 딱히 없는 것 같군!”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신경 안 쓰고 부숴도 된다면 미라? 미라 할아버지라도 상관없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미라들의 아래에서 흰 뼈들이 솟구쳤다.
달그락달그락!
딸각!
옛날 언데드 대 요즘 언데드.
누가 더 잘 싸우는지 한번 시험해 볼까?
***
영화 마니아 박종수는 호라이즌에 열광했다.
모두가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 게임에 반신반의할 때, 그는 곧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1세대 게이머란 얘기다.
실력도 좋았다.
“새 시대를 열 길드를 만들 생각입니다.”
기라성 같은 이들이 박종수를 영입하려 했다.
그러나 거절했다.
그에게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 월드 게임에서 패싸움 놀이나 하고 있으라고? 그런 건 너무 시시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
그게 닥터 존스의 플레이 방식이었다.
‘이런 거 현실에선 꿈도 못 꾸지.’
사막과 초원, 골짜기와 정글.
벌레를 먹고, 썩은 흙을 몸에 바르거나 죽음의 함정에 떨어지길 수십 번.
수많은 오지를 돌아다니는 건 극히 힘들었다.
하지만 유적의 비밀, 감춰진 역사나 보물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반려견이었던 사티를 데려온 이후엔 한층 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존스라도 약점이 있었다.
‘이거 너무 약해!’
탐험가는 비전투 직업.
혼자서는 조금 강한 몬스터만 만나도 꽁무니를 빼야 했다.
총과 와이어, 단검 같은 보조 무기들로 커버하고 있지만.
전문 전투 유저들에 비하면 한계가 있었다.
존스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와…….”
금속 코팅 해골병들이 미라들을 쓰러뜨리고 짓밟는다. 단단한 뼈 덕분에 미라들이 공격해도 태연히 맞아 주며 공격을 계속한다.
쓰러진 미라는 해골로 변해 일어나 동료들과 싸웠다.
그럼 거대 미라는 뭐 하냐고?
“저게 되나?”
파프닐 한 명에게 막혀서 팔다리가 베이고 있었다.
‘무슨 올림픽 펜싱 선순가? 어떻게 저런……!’
아크 길드 프로게이머, 랭커들이 가끔 저런 싸움을 한다.
근데 그 사람들은 다 전사나 기사다.
화려한 스킬을 쓰고.
스탯빨로 날아다니는 거야 자기도 할 수 있는데.
“저건 진짜 컨인데.”
그사이 파프닐이 미라의 팔을 잘랐다.
뒤로 물러난 거대 미라의 왕관과 팔찌가 빛을 냈다. 다음 순간 곧바로 팔이 복구되었다.
“저거 있으면 안 되겠는데.”
그오오!
이대로라면 끝이 없다.
깡깡! 한참 공격하던 파프닐이 외쳤다.
“존스 씨!”
“어?”
“이 미라 팔찌랑 왕관, 검! 이거 꼭 필요합니까?”
그야 당연하다.
비싸게 팔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고고학적 가치가 말도 안 되는 보물일 테니까.
그런데 저게 있으면 저놈을 못 뚫는다.
존스가 주변을 훑었다.
“딸그락!”
“딸각!”
끝없이 몰려오는 미라.
해골병들이 잘 막고 있지만, 언제 뚫릴지 몰랐다.
보물을 안 부수고 물러나느냐, 부수면서 싸워 이기느냐.
이성적으로는 부수는 게 맞는데.
고고학자 겸 탐험가로서의 욕심이 자꾸 망설이게 한다.
“……크윽!”
에라, 모르겠다!
“음……. 그냥 부수게나!”
“네?”
“부수라고! 아무리 그게 좋은 거라고 해도, 그거 가지겠다고 욕심내는 것보다 생목숨이 더 중요하지!”
“아, 귀한 거긴 한가 보네요.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파프닐이 씩 웃고 싸움에 재차 임했다. 아니, 아까까진 비등하게 싸웠는데 지금은 아예 눈으로 따라오지도 못할 속도였다.
“저게 무슨……. 아.”
시장에서 테스트 겸 싸울 때보다도 더 빠르다. 아마 그때는 파프닐도 이쪽을 봐주고 있었으리라.
“재생이 까다로운 녀석은 많이 상대해 봤지.”
미라의 손을 피한 파프닐이 눈을 빛냈다.
드래곤 헌터의 드래곤들 중엔 아예 재생이 패시브인 놈도 있다. 그놈들에 비하면 아이템빨인 저놈은 쉬운 편이었다.
그어어!
파프닐은 연달아 검을 휘두르며 스킬을 썼다. 놈의 손목이 떨어져 나가는 것과 같은 순간.
머리 아래서 폭발이 터지며 왕관도 옆으로 흘러내렸다.
귀찮은 재생 아이템도 떨어뜨렸으니 이제 마저 때려잡을 차례.
그, 그오오오오!
그 순간이었다.
거대 미라의 뒤에 있던 어둠이 소용돌이치더니 그대로 미라를 빨아들였다.
“뭣……!”
-옛 왕 ???을 처치했습니다.
-거인용 태양의 팔찌(유니크)를 획득했습니다.
-옛 거인의 왕관(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사라졌네요.”
“그러게나 말일세.”
아까 그 미라, 한눈에 봐도 보통 놈은 아니었다.
아이템을 감정하면 어떤 정보가 나올지. 닥터존스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존스 님.”
“음?”
존스는 자신을 부르는 파프닐의 목소리에 고갤 들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어…….”
“정확히는 이제 시작이죠.”
놀랄 새도 없이 사라진 미라와 어둠.
그 뒤로 아까까지 보이지 않던 대공동과 지하 도시가 펼쳐졌다.
“이 도시가 다…….”
“……저희 건 아닐 겁니다.”
순간 파프닐의 표정이 굳었다.
“최초 발견자 알림이 안 뜨는군요.”
“그렇다는 건…….”
“선객이 왔다 갔거나……. 혹은 있는 거일 겁니다. 이 도시 어딘가에……!”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