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한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동준은 자신이 승승장구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법고시에서 연달아 떨어지고. 코인이 박살 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씨발…….’
급전이 필요했기에 결국 빠른 곳을 골라 취직했다.
대산물산.
사장 박철덕은 서류를 보자마자 그에게 과장 직책을 내주었다.
나름 기업의 중역이라는 큰 직위이다.
적당히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엔 이 대산물산이라는 왕국은 너무나도 작았다.
“이야, 사무관 일 뼈 빠지게 힘들더라.”
“야, 동준아! 나 이번에 선물 거래로 건물 하나 샀다!”
주변인들이 성공할수록 더욱 비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라이즌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건물주도, 고위 공무원도, 대기업 계장도 부럽지 않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
이동준, 철혈일검은 그곳에서 엄청난 돈 냄새를 맡았다.
‘박철덕 따위 밑에서 고개나 조아리면서 사는 것도 이제 지겨워.’
호라이즌의 비중을 제외하면 대산물산은 X소기업에 불과했다.
철혈일검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비밀리에 세력을 육성했다.
활빈당과 내통하고, 고급 퀘스트를 받고, 오크제국과도 대화 창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 온 것도 그 힘이 될 히든 피스를 얻으려고 왔다.
“저기……!”
수하 한 명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모퉁이 너머로 갈색 탐험복 옷자락이 보였다.
“존스 박사! 잠시 멈추시오!”
가까이 가면 계속해서 사라진다. 어느새 철혈일검과 수하들은 입구로 가는 길에서 한참이나 멀어져 있었다.
철혈일검도 몇 번이나 놓칠 뻔했지만, 부하들의 색적, 탐지 스킬 덕에 가까스로 추격을 계속할 수 있었다.
“존스 박사! 나 철혈일검이오! 얘기 좀 합시다!”
한참을 따라가자 결국 막다른 모퉁이가 나타났다.
존스 박사가 뒤돌아봤다.
“이이……. 이놈들! 왜 멀쩡한 유물들을 다 부수고 다니냐!”
“박사님, 여기가 현실도 아니고, 고작 데이터 쪼가리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세계에도 역사가 있고, 신비와 인간사가 있다!”
“그거 판다고 쌀이 나옵니까, 밥이 나옵니까. 당장 현실도 공사에 방해되면 유적지 묻어 버리는 데가 한두 데가 아닌데.”
“노옴…….”
“그런 의미에서 조금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죠. 원랜 죽여야 하는데. 일 좀 도와주시면 2000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솔직히 꽤 후하게 제시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존스 박사가 일갈했다.
“갈……! 도굴꾼들보다도 못한 놈들 제안은 안 받는다!”
“뭐…….”
“하다못해 그놈들은 유물의 가치를 알아! 네놈들은 배운 게 없으니 세상에 둘도 없는 것들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부수는 거지!”
“아, 그래?”
한국대에게 배운 게 없다라. 철혈일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뒈지쇼. 처리해.”
“예.”
철혈기사들이 검을 뽑았다. 그 순간 존스 박사가 손으로 벽 한쪽을 눌렀다.
“저놈!”
“막아!”
기사들이 달려갔지만, 벽이 돌면서 박사를 넘기는 게 더 빨랐다.
다음 순간 입구 쪽에서 바위가 내려와 길을 막았다.
“뭣……!”
“함정이었나!”
철혈기사단은 침착하게 원진을 짰다. 무술가와 현직 검술가들을 훈련시켰기에 실력 하나만큼은 믿을 만했다.
“다들 조심해라!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
존스 박사는 함정과 잔기술에 능하다.
즉 이곳은 그의 홈그라운드인 셈이다.
“……뭐야, 왜 이렇게 안 와?”
“경계를 늦추지 마라. 여긴 유적이야. 언제 어떻게 공격이 올지 모른다.”
철혈일검과 기사들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횃불이 짧아져 갔다.
“안 오는데요?”
“설마 도망쳤나?”
“쫓을까요?”
“침착해. 어차피 유리한 건 우리야.”
그때였다.
철혈일검의 메시지창이 번쩍였다.
“나다, 무슨 일이야?”
-일검 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
-후속 부대가 습격당하고 있습니다! 상대는 암살자 한 명, 그리고 해골병 부대랑 존스 박사입니다!
애초에 존스 박사는 자신들을 끌어들이려는 미끼!
철혈일검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
‘짜증 나는군.’
해골병의 머리를 부수던 스트롱은 스트레스가 차오르는 걸 느꼈다.
신 사천왕의 일좌인 그는 정면 싸움의 달인이다.
황제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그의 도끼를 받아 내질 못했다.
이번 특명을 받을 때도 자신이 있었다.
어떤 적이 나타나도 1분 안에 머리를 두 동강 낼 거라 확신했다.
‘나를 약 올리는 건가?’
전투가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스트롱의 부하만 20명이 넘게 당했다
자신만만해했던 철혈일검도 유적 미궁 속에 갇혀 허송세월을 보낼 뿐.
애초에 인간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일검이니, 전우치니 전부 머리를 쪼개고 왔어야 했는데.
“크아아! 이놈들! 나 스트롱이 그렇게 두렵나! 나와서 한 판 붙자아아!”
결국 스트롱이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도끼를 휘둘러 대며 어둠 속을 향해 마구 소리쳤다.
“네놈은 불X도 없느냐! 겁쟁이 같은 놈! 하기야 그렇겠지! 쥐새끼처럼 숨어서 시체나 주물럭대는 네크로맨서 따위가 낯짝을 들 리 없으니!”
파프닐은 어둠 속에서 오크의 돼지의 멱따는 소리를 들었다.
네크로맨서의 장점을 술술 말해 주는 걸 보니, 오크치곤 꽤 연구를 많이 했는걸.
대가로 한 번 모습을 보여 줘도 괜찮지 않을까?
“반응해 주지 마, 네 나쁜 버릇이야.”
“음?”
“대놓고 나오라고 소리치고 있잖아. 고양이가 화가 나니까 쥐를 욕하는 거야.”
칠흑의 사신이 머리를 쓸어올렸다.
“쥐가 고양이를 이기려면 영리하게 행동해야지. 뭐, 네가 진짜로 멧돼지처럼 나선다면 나도 굳이 덧붙이진 않겠지만.”
“아, 그러세요? 하긴 그 칠.흑.의 사.신.님께서 하는 말씀이니 들어야지.”
“너 한 번만 더 그러면 진짜 의뢰고 뭐고 사생결단 낼 줄 알아.”
흠, 이거 하다 보니 재미가 붙은 기분이다.
너무 익숙해지면 의뢰가 끝난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후, 아무튼 좀 더 힘을 빼면서 암살을 하는 게 맞아.”
칠흑의 사신이 설명했다.
“저 녀석 멧돼지 그 자체니까. 활빈당 놈들은 껄끄러우니 일단 흩어지게 두고, 약한 부위부터 끊어야지.”
“아! 어둠 속에 숨은 계집년! 네년도 마찬가지다! 쥐새끼처럼 차려입어서 그런지 행동도 쥐새끼 같던데, 조금만 기다려라. 네년에게서 나는 쥐 고기 썩은 냄새가 풀풀 나니 금방 찾아가 주마!”
“뭐? 너 방금 말 다 했냐?”
파라락, 칠흑의 사신이 그림자를 타고 쇄도했다. 스트롱도 거기에 맞서 도끼를 휘둘렀다.
“드디어 찾았다, 나는 오크제국 신사천왕 스트롱이다아아!”
“신사천왕? 난 암살왕인데?”
짧은 순간 수십 번의 공방이 오갔다. 승세를 잡은 건 칠흑의 사신.
스트롱의 공격을 고양이처럼 피하며, 순식간에 온몸에 상처를 냈다.
“커허……! 독을 쓰다니……. 이런 비겁한……!”
“독도 암살자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난데? 패배자의 한심한 변명이네.”
어째 칠흑의 사신이 말이 좀 많아진 기분이다.
그와 별개로 확실히 능력 자체는 뛰어났다.
‘스트롱, 확실히 신사천왕이라 불릴 만한 보스군.’
HP는 물론, 공격력과 방어력도 매우 강하다.
금속 해골병을 단칼에 부수는 것도 그렇고.
공격을 막아 낼 최상위 탱커가 없다면 사냥 난이도가 크게 올라갈 법한 적이다.
대단한 적.
그런데 칠흑의 사신은 그 공격을 전부 피하면서 싸운다.
한 대도 안 맞으면서 일방적으로 적을 유린!
무엇보다 파프닐을 놀라게 한 건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더 큰 대미지를 내는 칠흑의 사신이었다.
예전엔 확실한 공격만을 노리느라 기회를 조금 못 잡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레벨도 많이 올린 거 같고……. 확실히 세지긴 했군.’
생각하는 사이 전투가 끝을 향해 흘러갔다.
“크취익!”
온몸에 상처가 가득해진 스트롱이 주춤 물러났다.
“왜? 아직 안 끝났는데?”
으스스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는 칠흑의 사신. 스트롱은 이를 갈았다.
“한 방만……. 한 방만 맞으면 되는데……! 네년!”
속도로 자신을 공략하려는 시도는 이미 수없이 겪어 보았다.
그때마다 스트롱은 그게 의미 없다는 걸 몸으로 깨닫게 해 줬다.
이번에 나타난 저 검은 타이즈 계집도 마찬가지.
꽤 상처를 입고 있지만, 한 번만 때릴 수 있다면 이런 건 의미가 없다.
그런데 무섭다. 왠지 모르게 저 검은 타이즈 여인을 볼 때마다 어깨가 움츠러든다.
오크 사천왕이 된 이후로 처음 느끼는 감정.
“취…… 취이익! 오지 마라!”
스트롱은 연신 뒤로 도망치며 거릴 벌렸다.
그때였다.
“드디어 찾았군.”
득의양양한 목소리.
철혈일검과 기사들이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취익……!”
시기적절한 시기에 온 구원군!
스트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함정에 빠져 하루 동안 못 싸우긴 했지만.
저들의 실력은 모험가 중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편!
“인간! 마침 잘 왔다. 저놈들을 처치해 다오!”
“흐음.”
철혈일검이 눈매를 출렁였다.
“괜찮겠나?”
“뭣…….”
“오크제국의 사천왕이라며. 하찮은 모험가 놈들 따위를 상대하는 데 인간의 도움을 빌려도 되겠어?”
저 새끼가 오크의 자존심을 건드려?
이번 발굴이 끝나면 친히 골통에 도끼를 박아 줄 거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일단은 당장 할 일부터.
“동맹의 힘을 빌리는 건 문제가 안 되지. 시간이 없으니 어서 나를 도와 이놈들을…….”
“알았다.”
다음 순간 스트롱은 시야가 180도 반전되는 것을 느꼈다.
마법? 저주?
둘 다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눈앞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에 본 건 피를 뿜는 자신의 몸이었다.
“후우, 돼지 새끼. 속이 다 시원하네.”
탁탁, 검날의 피를 털어 낸 철혈일검이 씩 웃었다.
“칠흑의 사신은 얼추 예상했는데……. 넌 파프닐이잖아? 왜 네가 여기 있는 거냐? 철혈패군이 시키드나?”
“저는 입구 열고 들어왔는데요?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여기 계신 거죠?”
“허, 하긴 그렇네. 서로 솔직히 대답할 상황은 아닌 거 같군.”
철혈일검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철혈패군이 시키지 않았다고 치고…….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연봉 삼 억 주면 내 밑에서 일할 생각 있냐? 너 꽤나 유능한 거 같아서.”
“이미 같이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철혈패군 그 틀딱 제치고. 내 사원이 되라고. 어차피 이거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닌가?”
“흠…….”
철혈일검의 스카웃 제안이라…….
“확실히 꽤 매력적이긴 한데, 연봉 액수가 좀 작네요.”
“얼마를 원하길래?”
“300억이요. 월 300억.”
“뭐? 크하하하하하하!”
액수를 들은 철혈일검이 찢어져라 웃어 젖혔다.
“아, 됐다. 그냥 너희 다 여기서 죽어라.”
싸아아, 긴장감이 흘렀다.
일촉즉발의 순간.
파프닐의 앞을 검은 그림자가 막아섰다.
“잠깐만.”
“어?”
“저 녀석 내가 혼자 잡게 해 줘. 의뢰 보수로 쳐서.”
칠흑의 사신은 씩 웃었다.
“안 그래도 퀘스트 조건에 강자의 피가 있었는데, 철혈일검 정도면 딱 알맞아.”
“어……?”
잠시 머리를 굴리던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좋아. 네가 부르기 전까진 참견 안 하지.”
어차피 철혈일검의 부하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 같았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해골병들이 일제히 쇄도했다.
“철혈기사단, 내가 상대하는 동안 너희들은 파프닐의 목을 따라.”
“예.”
태연히 대답한 철혈일검이 불꽃이 일렁이는 검을 들었다.
다음 순간 수십 개의 칼날이 거세게 맞부딪쳤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