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철혈기사단.
철혈일검이 직접 검도 관장, 태권도 사범들을 모아 만든 친위 무력 단체다.
전업으로 활동하며 각종 PVP는 물론, 실전까지 할 만큼 해낸 베테랑.
그런 기사들이지만, 파프닐 앞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 나갔다.
“커헉……!”
마지막 철혈기사를 쓰러뜨린 파프닐이 고개를 돌렸다.
철혈일검과 칠흑의 사신.
두 네임드의 싸움은 놀랍게도 꽤나 비등비등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철혈일검이 저렇게 강했었나?’
철혈일검과 철혈기사단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플러시와 직접 싸워 털린 것도 아니고, 파이브스타에 소리 없이 밀렸던 놈들이란 묘사가 전부.
소설 속 세상에 빙의한 뒤 얻은 정보도 마찬가지였다.
철혈쌍검.
돈으로 레벨과 템을 맞췄고, 철혈패군에게 알랑방귀나 떠는 아저씨란 평가가 대다수.
그런데…….
‘많이 센데?’
생각해 보면 철혈일검은 결코 우습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철혈패군의 오른팔.
회장인 철혈패군 대신, 실질적인 업무나 전투를 모두 도맡아 온 엘리트다.
스펙과 실력을 둘 다 갖춘.
철혈무쌍 길드의 최강자이기도 했고 말이다.
“크흐!”
카앙, 거리를 벌린 철혈일검이 검을 털었다.
“흥, 히든 클래스 암살자라더니, 겨우 이 정돈가?”
“하, 암살자랑 정면 승부에서 절반, 그러고도 좋아하는 꼴이라니…….”
“절반?”
철혈일검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 태반이 그런 편견을 가졌다.
적당히 대처하면서 실력을 가늠하고, 적은 그럭저럭 자신을 판단한다.
바로 그 순간의 의표를 찌르면, 열에 아홉은 쓰러지고 만다.
“재미있는데!”
철혈일검의 몸에서 불꽃이 일었다. 순식간에 불 인간이 된 그가 칠흑의 사신을 향해 쇄도했다.
급히 몸을 빼낸 칠흑의 사신이지만, 한쪽 팔등과 옆구리 약간이 불에 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크흑……!”
“생각보다 성과가 시원찮군. 팔 한쪽을 다 가져가려 했는데.”
“썩어도 준치라고…… 철혈 길드 이인자라 이건가.”
“……이인자라.”
철혈일검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칠흑의 사신이야 당연한 말을 한 거겠지만, 그 사고방식이 오히려 더욱 화를 돋웠다.
“차라리 잘됐군, 이참에 네놈들 목을 패군 사장 놈에게 보내면 될 테니까.”
“뭐?”
“넌 여기서 죽는단 말이다.”
철혈일검은 마나를 아끼지 않고 스킬을 퍼붓기 시작했다. 온몸에 버프가 걸리며 속도가 빨라지고 공격력, 방어력이 두 배 가까이 강해졌다.
칠흑의 사신은 강하게 공격하다 갈대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역공을 피했다. 그러나 철혈일검은 몸의 불길로 조금씩 화상을 누적시켜 갔다.
“흐음…… 철혈일검, 생각보다 많이 강한데?”
지켜보던 파프닐은 턱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참견하지 말라는 계약이기에 내버려 두고 있긴 한데,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저 정도면 솔직히 위청급…… 아니, 그보다도 한수 위인 것 같은걸…….”
-확실히 내가 봐도 제법 쓸 만한 녀석이로구나. 검술과 창술 모두 원숙한 경지야.
최상위권 기사인 카라미트가 보기에도 철혈일검은 꽤 수준 높은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함정이나 페이크에도 쉽게 걸려들지 않고, 신중하지만 집요할 정도로 공격을 이어 간다.
-내가 있던 전란의 시기에 저런 놈들이 꽤 있었지. 보통은 한 소왕국의 왕이나 지역의 패자들이 대부분이었어.
“왠지 카라미트 님은 그보다 더하다는 어필을 하시는 것 같은데…….”
-에잉……. 말꼬리 붙잡긴. 요즘 애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몰라.
어쨌거나 철혈일검의 실력은 보통내기가 아니긴 했다.
한국 서버의 최대 세력으로 자리 잡은 철혈혈맹 길드의 최강자라 할 만한 급!
위청처럼 가볍고 경박하게 움직이지도 않고.
확실하게 체력적, 지형적 우위를 점하며 칠흑의 사신을 압박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파이브스타에게 당했다는 언급으로 끝나는 캐릭터였는데.
막상 직접 보니 상상 이상이다.
“그건 그렇고 내버려 두면 큰일나겠군.”
어느새 칠흑의 사신의 HP가 30% 정도까지 줄었다. 내버려 두면 보수가 문제가 아니라 진짜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보통 남의 싸움에 간섭하진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칠흑의 사신에게 맡겼다간 큰일나겠군. 가라, 1호!”
“딸각!”
그사이 칠흑의 사신이 뒤로 크게 날아갔다. 벽에 부딪힌 칠흑의 사신이 그대로 땅에 축 늘어졌다.
“후후……. 겨우 잡았군, 날파리 같은 년.”
아슬아슬한 순간 해골병 중 가장 강한 1호가 자신 있게 나섰다. 칠흑의 사신 앞을 막아선 녀석이 검을 세우고 자세를 취했다.
“뭐야, 이놈은.”
철혈일검이 가로로 검을 내질렀다. 철혈기사들과도 일대일이 되던 유일한 해골병인 1호가 순식간에 머리와 목이 분리되었다.
아니, 진짜 한 방 컷으로 베이네.
“미친.”
“해골병까지 따로 보내다니 여유가 있군, 파프닐.”
분명 파프닐 저놈은 철혈기사단이 놈들을 상대하고 있었을 텐데?
고개를 돌린 철혈일검의 눈에 바닥에 널린 시체들이 비쳤다.
“하, 쓸모없는 놈들. 기껏 투자해도 시간 벌이조차 제대로 못 하다니.”
철혈일검의 미간에 짜증이 어렸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마무리 짓는 수밖에.”
혼자 남았지만 철혈일검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HP는 91%나 남았고, 여기서 칠흑의 사신을 마무리하고 파프닐과 싸워도 꺼낼 패는 충분히 많았다.
“철혈패군 그 작자가 너희 둘만 보냈나? 그 틀딱 놈, 자기 오른팔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면서 무슨 회장질을 하겠다고.”
“계속 그러시는데 죄송합니다만. 전 그냥 따로 온 건데요.”
“이제 와서 잘도 믿겠다. 어차피 죽는 건 똑같으니까 그냥 싸워 보든가.”
“흠.”
해골병이건 해골 기사건 단칼에 죽을 정도의 대미지.
해골병이나 하수인만으로 싸웠다간 뼈도 못 추릴 거다.
근데 애초에 철혈패군과는 관련이 없는데.
항변하려는 순간 철혈일검이 쇄도했다.
“크하!”
“이런!”
예상 못 한 급발진.
파프닐은 급히 존스 박사와 칠흑의 사신을 끌어당겼다. 같이 죽으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철혈일검의 눈에 검은 구슬을 짊어진 해골병 한 구가 보였다.
“어!”
“2, 3, 4, 5호! 얘랑 박사님을 데리고 달려!”
“딸그락딸그락!”
철혈일검의 수준은 알았으니 일단은 탈출이 급선무다.
그냥 싸우면 반반이긴 한데, 나중에 칠흑의 사신이 나은 다음에 다시 싸우는 게 확실하니까.
도망치는 겸 거하게 재도 좀 뿌려 주고.
“카아악!”
자폭병이 폭발하자 등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폭발이 어찌나 거셌는지 주변 양옆의 유적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어? 어어?”
“어디로 가야 하냐고!”
“왼쪽! 왼쪽으로 움직이게!”
파프닐은 존스를 다그치며 움직였다.
자폭병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것만으로 철혈일검이 죽을 리 없다.
피해를 수습하고 쫓아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 했다.
“저기, 저 안으로!”
“알겠습니다.”
-오시리스의 시련에 도전했습니다.
-강철 세크메트들이 소환됐습니다.
“아니, 여기는 함정이잖아요!”
“아, 함정일 수도 있지!”
“최고의 유적 탐험가라더니, 무슨 이런 기관진식으로 사람을 끌어들여?”
“나도 이런 정신없는 전투는 처음이란 말일세!”
진짜 영화 속 탐험가들은 등 뒤에서 폭발이 터지는데도 잘 싸우던데.
하기야 저런 건 경험을 해야 좀 익숙해질 텐데, 유적이 폭파되면서 무너지는 게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막다른 길이나 무너지는 곳이 아닌 곳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이번엔 오른쪽…… 위로 뛰어서 왼쪽! 천장 갈고리에 후크를 걸어 넘어가게!”
시키는 방향대로 가자 무너지던 벽이 사라지고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아니, 여긴…….”
“낭떠러지일세.”
그걸 누가 모르나? 어이없다는 눈으로 보니 존스 박사가 태연히 말했다.
“다른 길은 다 죽음의 함정이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어도 이렇게 왔을 걸세.”
“아…….”
뒤를 돌아보자 연신 기둥이나 벽, 천장이 무너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거 방법이 없나?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네?”
“이 아래로 뛰어내리는 걸세.”
“여기 절벽 아래로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진짜 미쳤나? 어이가 없어서 말도 못 하고 보자, 존스 박사가 설명했다.
“죽음 속에서 다시 부활한 신의 설화! 아까 오면서 무너지던 벽화에 적혀 있던 전설일세. 내 가설이 맞다면 이 심연 아래에 보물이나 숨겨진 던전이 있을 걸세.”
“그거 확실합니까?”
“에라이, 틀리면 6080ti 신품으로 하나 준다! 연말에 나올 거 같은데, 그냥 사려면 3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거 알지?”
오, 이건 좀 끌리는데.
어차피 계속 뒤가 무너지고 있고, 철혈일검도 어느 정도 몸만 추스르고 추격해 올 테니 그것 말곤 딱히 방법도 없다.
문제는 저기로 떨어졌다가 자동 부활 지점이 아래로 정해지는 건데.
그것만 아니면 솔직히 해 볼 만했다.
“흠……. 알겠습니다. 까짓것 한번 해 보죠.”
“좋아, 뜀세.”
셋, 둘…….
“으윽……. 뭐가 어떻게 된 거…….”
정신을 차린 칠흑의 사신의 눈이 커졌다. 왜 바닥에 닿는 느낌이 안 느껴지지?
“하나, 지금!”
“흡!”
“잠깐…… 꺄아아아악!”
비명을 배경음 삼아 아래로 떨어진다.
순식간에 위쪽이 멀어지면서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런……!”
잠시 후 절벽 끝으로 한 사람의 신형이 나타났다. 불길을 두른 갑옷의 사내. 철혈일검이었다.
“한 발 늦었나…….”
분명 여기가 막다른 길 같은데.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
혹시 몰라 절벽 밑으로 검을 휘저어 보았다. 손으로 절벽 밑을 붙잡고 매달려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흠, 여기도 없는데.”
설마 저 아래로 다이빙했나?
이러나 저러나 죽는 건 마찬가지이니 그럴 수도 있긴 하다.
그래도 가능성 있는 건 역시 로그아웃.
“……로그아웃을 했으면 재접속을 하겠지.”
철혈패군이나 이검이라면 대충 넘어갔을 일.
하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철혈일검은 달랐다.
“나다, 전우치. 놈들이 로그아웃한 것 같으니. 이 지점에 활빈당 당원들이랑 마법 트랩 몇 개만 보내 줘.”
안심하고 재접속을 하는 순간, 깔려 있던 트랩이 놈들을 저승길로 데려갈 거다.
“존스는 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 시간이 없다.
철혈패군에게 소식이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유적 중심부를 발굴해야 했다.
***
발헤임 사막의 지하 도시.
오래전 번영을 누렸던 이곳은,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수많은 사람을 품었던 대도시였다.
또 그런 도시들이 으레 그렇듯, 도시의 지하에는 음험하고 어두운 게 도사리는 법이다.
똑. 똑.
규칙적인 물소리가 눈을 뜨게 만든다. 현실에서 화장실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진정시키던 버릇 덕분인가.
“……여긴 어디지?”
눈을 뜬 곳은 종유석과 푸른 물, 이끼가 낀 동굴이었다.
사막 지하에 이런 축축한 곳이 있다니, 놀랄 노 자군.
“존스 박사님이랑 칠흑은…….”
다행히 둘 다 양옆에서 정신을 놓고 있었다. 번지점프의 충격이 강렬하긴 했지.
근데 존스 박사는 자기가 제안하고서 저러면 어쩌자는 건지.
“……음?”
코끝으로 묘한 향기가 흘러들어 왔다. 향기의 근원지는 동굴의 안쪽에서부터 나오고 있었다.
“어디 가 볼까.”
쇳조각 몇 개로 HP를 채우고 가자, 곧 탁 트인 공동이 나타났다.
분수와 강, 폭포와 바다가 펼쳐진 도시의 풍경이 사방에 그려진 모습.
그 한가운데엔 십여 미터는 될 법한 크기의 금속 방울뱀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메탈 담피르.
방울뱀이 말했다.
-나는 막철의 주인, 방울막이다. 나의 시험을 통과하면, 막철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될 거다.
어, 이 녀석이 금속의 주인?
-뭐, 아는 놈이냐?
‘금속의 주인이라는데, 제가 인정을 받으면 금속을 더 잘 다룰 수 있습니다.’
-오……. 유벤도 그런 거였군.
카라미트가 속닥였다.
-근데 그 시험이라는 거, 꽤나 어렵고 귀찮아 보이던데…….
‘그렇죠. 그래서 속성으로 받으려고 합니다.’
어차피 시험 통과란 게 저 녀석이 내려 주는 축복 같은 거일 텐데.
그럼 그냥 때려잡아서 얻으면 축복에 경험치, 아이템까지 나오는 거 아닌가?
-무례한 담피르로다.
일갈하는 방울뱀 앞에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일어나라, 해골병들.”
“딸그락달그락.”
“딱딱.”
지시를 내리자 사방에서 해골병들이 귀화를 빛내며 나타났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