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자리에서 가진 작전 회의는 별다른 불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활빈당이 봉쇄를 하기 전 뚫고 나가야 한다는 건 셋 다 동의했으니까.
일단 활빈당 자체가 탐험이나 함정 설치, 대인 사냥에 탁월한 소수 정예 집단.
철혈일검이라는 탱커까지 있으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공격하면 일방적으로 얻어맞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세부적인 부분은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이번에는 이길 것 같다.”
칠흑의 사신이 말했다.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전면전을 했는데, 지형만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안 돼.”
“들어준다고 했잖아. 저 녀석은 내 거야.”
“그래서 한 번 비켜 줬잖아. 둘이서 공격해도 될걸.”
기회는 애초에 한 번뿐이다.
고집부리다가 말리면 셋 다 끝장이고, 그렇게 되면 리스폰이고 뭐고 환생 물약으로 범벅이 된 채 끝장이 날 테니까.
하지만 칠흑의 사신은 쉽게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의뢰를 파기하고 혼자 나가서 싸울 기세였다.
“알았어, 허락해 주지.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
“나랑 싸워서 이겨라, 실력으로. 그렇게 자신 있으면 적어도 나보다는 강하겠지.”
“후, 못 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어, 어? 이보게, 잠시만!”
존스 박사가 양손을 내저었다.
설마 지금 둘이서 싸우려고?
“왜들 이러는 건가. 아직 적과도 안 싸웠는데…….”
“친선전으로 하면 문제 없으니까요.”
친분 있는 유저들끼리 할 수 있는 PVP 컨텐츠.
실전처럼 싸울 수 있지만 싸움이 끝나면 모두 결투 이전으로 복구된다.
“확실히 그거라면…….”
“마침 시험을 좀 해 볼 것도 있고요.”
막철의 주인을 받아들이며 금속 지배 스킬로 막철도 지배할 수 있게 됐고, 특정한 스킬도 생겼다.
칠흑의 사신과 적으로 만날 수도 있긴 하지만, 최소한 철혈일검과 생으로 싸우는 것보단 나았다.
-참 궁금하단 말이지.
친선전을 준비하는데, 카라미트가 말했다.
“네?”
-방금까지 싸우고 또 싸운다고? 어떻게 전사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네크로맨서 했는지 신기할 지경이야.
딱히 전사에는 끌리지 않았었는데.
굳이 네크로맨서를 한 건, 혼자서 정점까지 올라가려면 이쪽이 답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게임은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워 플레이해야 한다.
운빨이나 컨트롤을 믿고 날뛰는 건 플러시 같은 놈이나 할 짓이고.
“자, 그럼 준비하고.”
-친선전을 시작합니다. 3, 2, 1…….
-친선전을 시작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칠흑의 사신이 눈이 빛났다.
‘저 녀석은 네크로맨서지만 근접 전투도 장난 아니게 잘해.’
해골병, 소환수 다 빼고.
맨몸에 검만 들고 싸워도 어지간한 랭커는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작스레 공격해도 다 대비를 하고 반격하지. 그렇게 싸우다가 해골병들에게 포위되면 끝장이다.’
혹은 멀리서 압도적인 화력으로 싸워도 되지만, 그건 칠흑의 사신으로서는 불가능한 일.
결국 노려야 할 것은 파프닐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전사나 기사를 상대할 때와 같은 방식이다.
휘익, 째앵!
칠흑의 사신의 단검이 혈마검과 부딪쳤다. 순식간에 열댓 번의 검격을 교환한 칠흑의 사신이 뒤로 물러났다.
그때였다.
“어!”
사신의 눈이 크게 뜨였다. 방금까지 멀쩡히 있던 파프닐이 갑자기 가루로 변해 사라진 것이다.
블링크 마법이라면 빛이 났을 텐데?
주변을 둘러보려던 순간 옆구리에서 화끈한 격통이 느껴졌다.
“윽!”
갑자기 나타난 파프닐이 그대로 혈마검을 휘두른 것.
급히 물러났지만 이미 꽤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음.”
자리에 나타난 파프닐은 바로 쫓지 않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스킬이군.”
[사막철 점멸]-등급 : 매직
-분류 : 액티브
-소모 MP : 70
-쿨타임 : 2분
-효과 : 50m 이내의 장소를 한 곳 원하는 대로 지정한 뒤, 신체를 사막철로 변환해 해당 장소로 순간 이동 한다. 이동 중 상태이상, 물리 속성 공격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
-스킬 레벨 : 1
-습득 조건 : 레벨 350 이상, 금속 지배로 막철의 주인을 지배할 것.
-제한 : 레벨 350 이하일 시, 하루에 3번 한정 사용 가능.
-꽤 괜찮은 기술이구먼.
카라미트가 놀랐다.
물론 스킬창을 보고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효과를 보고 감탄한 거다.
-범위도 꽤 넓고, 소리나 인기척도 완전히 없는 이동 마법이라니. 방울짤랑이는소리가좋아 병사에게서 얻은 건가?
“그렇긴 한데……. 그 녀석 이름이 왜 그따위입니까?”
-예전에 형벌 부대였나? 용맹이 뛰어난 병사들을 이끄는 지휘관들이 그런 식으로 병사들을 부르더군. 이상하게 그렇게 붙은 병사들은 악에 받쳐서 싸웠길래 그렇게 불러 주고 있네.
아무래도 미친 소리 같다. 조만간 교육을 시키든지 해야지.
일단은 눈앞의 싸움에 집중한다.
‘칠흑의 사신.’
현재는 철혈일검이나 여러 네임드에게 분명 밀리는 감이 있지만.
원작 내용상 나중에 가면 그녀는 세계 최고, 최악의 암살자가 된다.
말 그대로 신의 목이라도 따 올 수 있는 캐릭터.
흔히 말하는 ‘왕의 귀환’형 캐릭터인 셈이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칠흑의 사신은 신중하기 짝이 없지.’
완벽한 암살을 위해 100% 확실하더라도 보고 또 본 뒤 움직인다.
보고 있는 입장에서 답답할 정도.
하지만 지금은 아직 그런 완벽주의자 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큭……. 방금 건 대체…….”
“아, 머리에 바퀴벌레 있다.”
“뭐, 어디! 어디!”
감정적인 거나, 사소한 부분을 찌르면 이렇게 당황하기도 한다는 거다.
파프닐은 화들짝 놀란 칠흑의 사신의 뒤로 이동한 다음 목을 베었다.
-친선전이 끝났습니다.
-승자는 ‘파프닐’ 님입니다.
파앗, 결계가 해제되며 상처나 HP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칠흑의 사신이 오른쪽 손목을 감싸 쥐었다.
“젠장, 손만 아니었어도……!”
“손?”
“별거 아냐.”
“흠.”
별거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그래서, 결과엔 승복하는 거지?”
“……마음대로 해. 대신 네가 지면 그때 널 돕거나 하진 않을 거야.”
“뭐, 그건 그때 알아서 하고. 박사님이나 잘 지켜 줘.”
파프닐은 존스 박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벌써 끝났나?”
“네.”
“암살자와 마법사의 대결이라……. 내가 PVP는 잘 못 하긴 하지만, 이건 알 것 같군.”
분위기나 하는 말도 그렇고.
파프닐이라면 왠지 모르게 지지 않을 것 같긴 했다.
“자, 그럼 얘기도 끝났으니 이제 철혈일검을 잡으러 갑시다.”
“한데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네.”
“네?”
“저 절벽 말일세, 저건 어떻게 오르지?”
“…….”
공동 입구 쪽 위엔 까마득한 절벽이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레 칠흑의 사신에게 향했다.
***
철혈일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그중에서도 더욱 각별히 좋지 않았다.
오크 놈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거나, 비싼 유물들을 전부 부수고 재료만 가져가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존스 박사를 쫓아갔더니 하루 동안 온갖 고생을 하질 않나.
기껏 꼬리를 잡았더니 어디론가 도망쳐서 보이지도 않는다.
실컷 맞아 놓고서 때리려고 보니 상대가 없는 격.
게다가 철혈기사들까지 전부 쭉정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동안 투자했던 게 전부 헛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 때문에 더욱 그놈들을 찾는 데 몰두했다.
어차피 유적 파괴 작업은 활빈당이 알아서 하고 있으니.
철혈패군이 조치를 취하기 전에 그놈들이라도 직접 잡아 족치고 싶었다.
“분명 거기서 죽진 않았을 텐데.”
그때였다.
-철혈일검 님, 13번 절벽 쪽 경계조가 밀리고 있답니다.
-지원 부탁드립니다.
“흠.”
13번 절벽이라면 그때 놈들이 사라졌던 곳과 조금 많이 떨어진 곳이다.
자리를 비우는 건 내키지 않지만, 부하들이 없는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갔다 오지.”
절벽 쪽으로 가자, 웬 문어 같은 촉수들이 얽힌 전사나 궁수들이 맞이해 주었다.
한 방에 죽이지 않으면 계속 재생하는 특징을 가진 몬스터지만, 철혈일검 앞에선 분노를 풀어 줄 샌드백일 뿐이었다.
“일 끝났으니 난 아까 그곳을 계속 지키고 있겠다.”
짧게 전하고 아까의 절벽으로 돌아온 철혈일검.
그런데 그 앞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절벽 아래에서부터 걸린 갈고리와 밧줄.
그리고 그걸 통해 파프닐과 칠흑의 사신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분명 아래에 매달린 건 아닌가 확인까지 해 봤었는데…….”
“좀 더 자세히 보지 그랬어. 그랬다면 아래를 볼 수 있었을 텐데.”
“하, 운이 좋군.”
철혈일검이 조소했다.
“네가 도망가서 벌써 패군 그 늙은이한테 메시지를 보낸 줄 알았는데.”
던전 안에서는 바깥의 상대에게 커뮤니티 귓속말을 할 수 없다.
로그아웃해서 별도 연락하지 않는 이상, 구원을 바랄 수는 없는 셈.
“덕분에 결자해지를 할 수 있게 됐군.”
철혈일검이 포션을 꺼냈다. 철혈이검의 동생? 카이트라는 녀석이 당했다던 환생 포션이었다.
“앞으로 철혈 길드와의 전쟁에서 네가 눈엣가시거든. 오늘 그냥 게임 접게 만들어 주지.”
파프닐은 검을 꺼내 들며 눈을 빛냈다.
‘약점을 찌른 거도 아닌데 칠흑의 사신 상대로 그 정도 무위다. 최소한 위청보다는 한 수 위일 거야.’
철혈이검이 동생의 무력을 등에 업은 문관 타입이라면, 철혈일검은 철저한 무관 타입.
공식적으로 한국 서버의 8할을 다스리는 초대형 길드의 넘버 투인 철혈일검.
소설에서 등장하지 않았다고,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셋 다 덤벼도 상관없는데? 날 처치하지 못하면 곧 내 부하들이 몰려올 거야. 큭큭.”
철혈일검은 여유만만했다.
진정한 강자의 여유.
파프닐은 게임 속에서 거의 처음으로 그걸 느꼈다.
‘오만한 게 아니라, 그만큼 실력이 있다.’
-자신 있냐?
‘있으니까 싸우죠.’
-아까 그 스킬로?
‘칠흑의 사신한테도 통했습니다.’
-그냥 나를 쓰지?
‘됐으니까 조용히 하세요. 옵니다.’
-쩝, 너, 못 이길 거 같은데.
쩌엉!
철혈일검의 검과 파프닐의 칼이 유성우 같은 불똥을 튕기며 부딪쳤다.
“제법! 반사 신경이 좋군.”
파프닐은 손아귀가 저리는 걸 느꼈다. 위청보다는 느리지만, 힘은 철혈일검이 우위였다.
“이거도 받아 내 보실까?”
철혈일검의 팔이 욱신거리더니 칼이 순식간에 허공을 그어 나갔다.
좀 전의 말은 취소. 순간 속도는 모르겠지만 검속은 위청의 창에 비견하는 수준이었다.
‘내 난무를 받아 내?’
반면 철혈일검 역시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역시 이놈은 위험하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렇지, 조금만 더 있으면 자신조차 추월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하지만 아직 나한텐 안 되지.
‘이번 기회에 숨통을 끊어 주마.’
오히려 행운이었다. 저 정도 되는 급의 녀석을 여기서 뿌리 뽑을 수 있다면.
장차 자신의 야망에 방해가 되는 녀석 한 명을 치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철혈일검의 눈을 빛냈다.
“왕국 검술의 진가를 보여 주마.”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