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파프닐 일행은 곧바로 유물 조사에 나섰다.
사막 밑 지하 도시에 있는 여러 유물, 그리고 존스 박사가 조사한 대로 귀중한 것들을 챙긴 거다.
결과는 대성공.
활빈당과 철혈일검의 수하들 상당수가 흩어진 덕분에, 탐사가 진행되지 않은 곳에 있던 레어급 이상 유물들을 열댓 개 넘게 회수했다.
이제 직접 유물의 내용을 단서 삼아 퀘스트를 찾아도 되고.
탐험가 길드에 맡기거나 아예 비싼 값을 받고 팔아도 되었다.
이미 활빈당이 지나간 곳은 대부분 박살이 났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슬슬 움직이는 게 어때?”
“아니, 아직 저쪽과 저쪽이 남았는데…….”
존스 박사가 머뭇거렸다.
여기서 못 구하면 전부 부서질 것들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댁 사정이고. 자칫 너무 시간을 끌다간 우리 셋 다 죽게 될걸.”
“끄으윽……. 미안하다, 얘들아!”
결국 존스 박사도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아직 떠나기엔 이릅니다.”
놀랍게도 파프닐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뭐? 이쯤 챙겼으면 충분하지 않아?”
“암암, 아직은 못 떠나지.”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둘.
“그게 아니라……. 겨우 껍질 부분만 먹고 그냥 가기엔 좀 억울할 테니 말입니다.”
“껍질?”
“자네 말은, 이보다 더한 게 있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파프닐은 아래를 가리켰다.
“여기 아래쪽에는 더 대단한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얻은 유물들도 대단하지만, 그것들은 최소 에픽급, 임모탈이나 어쩌면 레전더리급 유물도 있을 수 있습니다.”
“레전더리 유물?”
“진짜로?”
지금까지 시큰둥하던 칠흑의 사신까지 관심을 보였다.
그럴 만했다.
레전더리.
호라이즌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지금.
임모탈은 수억 원, 레전더리는 수십억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활빈당 놈들에게 레전더리가 부서지게 둘 순 없지. 난 한 번 더 도전하겠네.”
“딱히 내키진 않는데, 뭐……. 마음대로 해.”
“좋아, 그럼 아래로 가 볼까.”
막 움직이려던 순간 존스 박사가 물었다.
“한데 자넨 그걸 어떻게 아나?”
파프닐이 멈칫했다.
이거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솔직하게 소설 속에서 봤다고 말할 수도 없고.
“철혈 길드에 있을 때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래?”
“철혈 길드 소속이니까요.”
“아, 그럴 만하군. 같은 소속이라면야.”
다행히 둘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따라왔다.
의심하면 꼬장 좀 피울까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던전 깊은 곳으로 내려가자 몬스터나 함정들이 더욱 악랄해졌다.
“그쪽은 그냥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좋겠네. 갈 수야 있긴 한데, 사람 여럿 죽여야 길이 열리겠군.”
존스 박사가 고개를 내젓는 일이 빈번해지고.
“큭! 젠장…….”
칠흑의 사신도 몇 번이나 화살에 스치는 일이 생겼다.
그렇게 들어가던 도중, 갑자기 존스 박사가 둘을 멈춰 세웠다.
“잠깐만, 다들 와 보게.”
“뭐야, 유물이야?”
“왜 그러십니까?”
“보게.”
존스 박사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방향 쪽에 있는 건 지하 도시의 한 구획과 다른 구획을 잇던 건물 몇 개가 무너진 흔적이었다.
“건물이 무너져 있는데.”
“자연스러운 일 아닙니까? 활빈당이 그랬거나요.”
“보통 보기에는 그렇지. 하지만 보게나. 고고학자의 추리!”
존스 박사가 스킬을 썼다.
부서진 건물 주변이 형광 용액을 바른 것처럼 갖가지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탐험가, 고고학자의 스킬인 고고학자의 추리(레어)의 효과.
“흙이 쓸린 모양새, 무너져 내린 건물과 돌 조각들의 형태……. 그리고 그 방향을 확인하면 꽤 많은 게 보이지.”
마치 트리거 활성화처럼.
아까까지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 길고 균일한 흔적이 보이나? 뱀이 지나간 것 같은 흔적.”
“……!”
“엄청난 굵기랑 길이군…….”
최소 2m는 넘는 굵기에 40m는 넘는 길이.
말도 안 되는 규격이었다.
“샌드 웜 같긴 한데, 크기가 그놈들치고는 조금 큰데?”
“흠…….”
샌드 웜?
글쎄.
판단상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긴 한데.
머릿속에 있는 게이머로서의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저 흔적을 남긴 놈은 겨우 샌드 웜 따위가 아니다.
훨씬 위험한 놈이라고 말이다.
-확실히 그렇구먼. 샌드 웜이 있었다면 위쪽이 저리 멀쩡하진 않았지.
‘그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저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건 한 놈뿐이지.
목소리를 내리깐 카라미트가 머릿속에서 말했다.
-샌드 크라켄……! 그 녀석밖에 없어.
‘샌드 크라켄이요?’
드워프 마을에서도 들었고, 도시에서도 전설처럼 NPC들이 말하던 그 마물인가.
-그래, 샌드 웜은 보통 주변에 축축한 액체를 남겨서 매끈하게 만드는데, 저 흔적엔 그런 게 안 보이지? 그럼 그놈이 맞아.
카라미트는 신난 듯 떠들었다.
-내가 기억력 하나는 대단하지, 암.
‘아무튼 샌드 크라켄이 여기 있단 말이군요…….’
성가시게 됐다.
샌드 크라켄은 레벨 500 이상의 보스형 마물.
준비를 마쳤다면 한 번쯤 잡아 보고 싶긴 한데, 당장은 때가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군.’
플러시였다면 이런 것도 신경 안 쓰고 그냥 갔을 텐데……. 입맛이 썼다.
-뭐, 어쩌면 수백 년 전 내가 잡았던 그놈일지도 모르니 너무 신경 쓰진 말고.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욱 신경이 쓰이는데요.’
-어허, 이 녀석이 또 반항을. 그래, 어디 비늘 다 벗겨질 때까지 놀아 보자.
그러고 보니 아까 전부터 카라미트가 저렇게 말하며 자리를 비운다.
아무래도 막철의 주인과 뭔가 티격태격하는 것 같은데.
상하 질서를 알아서 잡아 준다면 딱히 문제 될 건 아니겠지 싶다.
“자, 놈을 자극하지 말고 내려감세.”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건 오히려 쉬웠다.
샌드 크라켄이 지나간 덕분에, 함정이나 미궁 벽, 몬스터들이 전부 다진 고기처럼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굉장히 위험한 놈이군.”
“빨리 유물만 찾고 빠지자.”
얼마나 내려갔을까.
파프닐의 눈에 익숙한 문양이 비쳤다.
“도착했습니다. 저기, 저 문 너머가 제가 찾던 곳입니다.”
“신전 같아 보이는 곳이군.”
“아마 신전이 맞을 겁니다.”
“그래? 루나 토르, 헤스티아 신전은 아닌데……. 혹시 악신의 신전인가?”
“흠…….”
행운의 여신이니까 악신은 아니겠지.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어디…….”
신전 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먼지가 쌓인 조각상이나 금 물컵 같은 게 조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원작 소설에서 플러시가 봤던 바로 그 풍경.
‘보자, 그 녀석이 분명 여신상에서 축복을 받았지?’
파프닐은 티케 여신상을 가볍게 챙겼다.
-행운의 여신상(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도 부수고 싶은데, 그랬다간 존스 박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어차피 플러시랑 접촉만 안 하면 되니까, 물건만 다 쓸어 가면 되겠지.
“활빈당이랑 철혈이 오면 다 훔쳐 갈 테니, 그 전에 빨리 챙겨 갑시다.”
플러시가 얻는 신전을 부순 뒤, 소설 속에 나왔던 ‘그것’만 얻으면 이 도시에서 볼일은 끝이다.
그때였다.
-파프닐, 온다!
온다고? 뭐가?
카라미트가 장난기 빠진 모습으로 외쳤다.
쿠르릉. 동시에 신전 주변 지하가 무너질 듯 뒤흔들렸다.
“굉장히 큰 놈이군.”
“일단 나가죠!”
“이런, 저 유물들이……!”
가만히 있다간 잔해에 파묻혀 버릴 거다.
존스 박사를 데리고 급히 밖으로 나오자, 눈앞에 거대한 싯누런 바나나가 솟구쳐 있는 게 보였다.
‘아니, 바나나가 아니라 문어 다리군.’
빨판이 달린 누런 문어 다리!
순간 다리 끝자락이 엄청난 속도로 내리꽂혔다. 급히 피한 순간 믿을 수 없는 게 보였다.
“저건 뭔…….”
“글러브?”
가죽과 갑옷, 전갈 껍질 몇 개로 기워 만든 글러브 형태의 무언가가 다리 끝에 씌워져 있었다.
“쿠오오! 카라미트……! 역시 네놈이구나! 네놈의 그 악취랑 기척! 절대로 잊을 수 없지!”
다리 너머 어둠 속에서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550년 전의 원한을 드디어 갚을 때가 왔다!”
“샌드 크라켄?”
-그런 것 같긴 한데, 저 글러브는 대체…….
일단 여기선 카라미트에게 대화 주도권을 넘길까?
파앗, 자릴 비켜 주자, 금방 카라미트의 금속이 몸을 감쌌다.
“카라미트…….”
어둠 속에서 크라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나를 기억하는군.”
“그때 그놈인가? 분명 죽인 것 같았었는데……. 어떻게 살았지?”
“살아 있냐고? 크크크, 크크크크크.”
갑자기 크라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리가! 그때 네놈은 확실히 목숨을 끊었다. 주먹을 쓰는 놈과 함께!”
“그럼 네놈은 누군데?”
“나는 그때 네가 죽인 크라켄의 아들! 무너 앙투아네트 13세다!”
“…….”
뭐? 앙투아네트 몇 세?
네임드 마물은 다 이름이 저러나?
플러시가 만나지 않았기에 원작에선 몰랐던 내용이긴 한데,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크흐흐, 그때 보았지. 나의 아버지가 어째서 네놈에게 당했는지. 그리고 네놈의 옆에 있던 그 남자에게도 어떻게 당했는지.”
“그럼 저 글러브는 알리 타이슨을 참고한 거로군.”
“그래, 내가 만들었다. 크라권이라고 하지.”
스아악, 크라켄의 다리가 글러브를 보였다.
“하나 그뿐만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카라미트!”
쿠구구, 양옆에서 새로운 다리들이 일어났다.
[크라검] [크라건]미친, 이번엔 각자 검이랑 새총을 든 다리들이다.
“존나 어이가 없네.”
“아버지의 원수! 여기서 갚겠다!”
슉슉, 말이 끝나자 크라권의 다리가 양옆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저거 설마 위빙(Weaving)이냐?
“일단 피하지. 계약에 저런 몬스터를 같이 잡으란 건 없었잖아.”
“내 생각도 같네, 파프닐.”
“음……. 그러죠.”
확실히 괴상망측한 거랑 별개로 저놈의 레벨이나 힘은 말도 안 되게 강하다.
월드 보스가 괜히 월드 보스인가?
리자드맨이나 사막 종족들 모두에게 이름이 알려졌다면 그 힘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할 거다.
“어딜 도망가느냐……. 게 섯거라!”
크라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세 다리가 움직였다.
“우왁!”
크라권의 권투 글러브를 피하고.
“옆으로! 그다음 엎드려!”
크라검의 검격을 스친 뒤, 마무리로 날아오는 크라건의 새총 바위까지 흘려보내고 재차 도주!
“놓치지 않는다!”
다른 다리들이 오기 전에 급히 계단을 오르자, 곳곳에서 다리에 닿아 무너지는 건물들이 보였다.
“아아, 저 신전이 저렇게 무너질 곳이 아닌데……!”
행운의 신전이 무너지는 걸 본 존스 박사가 한탄했다.
흠, 내가 할 일을 저놈이 대신 해 주는군.
아예 저렇게 밀어 버리면 축복받을 일이……. 없겠지?
히든 피스도 얻어야 하긴 하는데, 저 녀석이 쫓아오는 통에 그게 될지 모르겠다.
그때였다.
“이놈들, 찾았다!”
“흠.”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파라락, 화려한 갑옷을 입은 철혈일검과 도포에 수제 갓을 쓴 한 남자가 내려섰다.
“저 아래에서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진 모르겠지만, 탈출구는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될 거다.”
득의양양하게 선포하는 철혈일검.
그 옆에 있는 남자의 얼굴은 하회탈로 가려져 있었다.
아까 무적검이라고 페이크를 쳐서 도망치더니, 아군이 있으니까 또다시 온…….
어.
도포 남자를 본 파프닐의 눈동자가 순간 빛났다.
잠깐만.
저 사람 설마…….
“전우치인가?”
“나를 아나?”
남자, 전우치가 물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