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전쟁이 시작된 후.
파이브스타 길드 간부진은 군대를 나눠 각 성을 공략했다.
섣불리 안쪽으로 진격했다가는 철혈 길드에서 후방을 노릴 수 있으니, 속도가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진행하는 걸 택한 것이다.
“자, 공격!”
“가자!”
그렇게 공격하는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은 모든 마을을 철저히 불태우고 박살 냈다.
초토화!
철혈의 기반 자체를 최대한 부수기로 결심한 거다.
“모조리 죽여라! 어차피 NPC다!”
“크아악!”
“아악!”
화르륵, 황금빛 밀밭에 불이 붙었다.
그 불 위로 수많은 병사들의 피가 흩뿌려졌다.
“흠, 공략이 순조롭군.”
부대 총지휘관 슈타이너가 무너지는 마을 방어선을 한 바퀴 보았다.
파이브스타의 간부인 그는 보이는 마을마다 전부 부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벤틀리스 그 녀석이 대패하다니. 철혈도 만만치는 않군.”
덕분에 승진 기회가 생겼으니, 지금 좋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됐다.
“전원 필터 기능 활성화!”
“예.”
고위 간부들을 제외한 모든 파이브스타 길드 병사들이 상태창을 열어 기능 설정을 활성화했다.
그러자 눈앞의 전경이 갑자기 아기자기하고 캐쥬얼한 도트로 바뀌었다.
유해한 이미지를 차단하는 검열 시야.
미성년자들을 위한 기능이지만, 성인 유저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전진! 전부 불태워라!”
그렇게 시야를 가린 병사들은 죄책감 없이 마을을 불태우고 NPC들을 학살했다.
본래는 칼에 망설임이 들지만, 전자오락 이펙트와 캐주얼한 시야 덕분에 그것도 마저 없앨 수 있는 거다.
“계속 전진!”
“NPC들이 강을 건너 도망칩니다. 어떻게…….”
부관의 질문에 슈타이너가 곧바로 지시했다.
“마법으로 다리를 쏴 무너뜨리도록 해.”
“아, 네.”
사람을 직접 노리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이다.
마법병단의 마법이 쏘아지자 금세 무너지는 다리.
“아아악!”
“살려 둬!”
도망치던 농민 NPC들이 물에 빠져서 허우적댔다.
절망적인 모습이지만,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은 거길 향해 태연히 화살을 쏘았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저 꼬맹이들이 철혈 유저들에게 노말 퀘스트 주고, 늙은 촌장은 유니크 연계 퀘스트의 단서를 주겠지. 그렇게 큰 놈들이 우리의 적이 된다.”
파이브스타 길드의 모토는 직접 이룬 것만이 가치 있다는 것.
때문에 대부분의 지휘나 전쟁은 모두 유저가 맡고 있었다.
NPC들을 이용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화살받이 혹은 최소한의 도움.
주된 전쟁은 유저가 하고 있으니 이런 말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망설이는 부관에게 부대 총지휘관 슈타이너가 말했다.
“어차피 실제 사람도 아닌데, 뭐가 문제야? 불편하면 자네도 필터 키게.”
“……알겠습니다.”
결국 데이터로 이루어진 존재일 뿐.
일일이 이런 걸 따지면 몬스터도 살려야 이치가 맞는데, 그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죽여!”
지시를 받은 부관이 계속 학살을 이어 나가려 했다.
파악, 병사들 사이로 한 여인이 달려 나왔다. 손엔 아기를 안고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하다못해 이 아이만이라도……!”
아기를 안은 여인이 NPC여인이 온 몸을 땅에 엎드렸다.
그러나 파이브스타 병사들에겐 픽셀 인형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이건 또 뭐야, 처리해.”
“예.”
가차 없이 명령하는 슈타이너.
그때였다.
막 들어 올린 검이 내리쳐질 때.
카앙! 흙 속에서 올라온 뼈 창이 창을 밀어냈다.
“이, 이게 뭐야!”
유저들의 고함이 들리는 가운데, 뒤이어 올라온 해골병들이 주변에 포위망을 만들었다.
동시에 들려오는 나팔과 폭죽 소리.
철혈의 대교단과 낚시왕비룡의 부하들이 마을 외곽에서 전열을 갖추고 돌격해 오고 있었다.
“비상, 비상! 적들이 쳐들어왔다!”
“모여서 숫자로 밀어붙여라! 다들 어디 갔어!”
마을을 파괴하느라 파이브스타 병사들은 흩어져 있었다.
대교단을 막으려면 숫자로 스킬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다시 모이려니 쉽지 않았다.
“젠장, 비켜라!”
슈타이너의 메이스에 흰 빛이 어렸다.
토르의 성기사인 그였기에 언데드들이 상대라면 환영이었다.
파앗, 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뒤로 피하는 해골병들.
그때였다.
해골병들 뒤로 한 남자가 검을 든 채 서 있는 게 보였다.
“네크로맨서!”
슈타이너가 철퇴를 들고 달려들었다.
성가신 해골병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것보다 소환자를 잡는 게 낫기 때문이다.
“죽어라!”
휙, 철퇴가 궤적을 그리는 순간 네크로맨서의 검이 움직였다. 갑옷으로 받아 내려던 슈타이너의 머리가 그대로 목과 분리되었다.
‘어?’
-사망했습니다.
쿠웅, 그대로 쓰러지는 슈타이너.
메시지가 떴는지 곳곳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녀석도 별거 없군.”
그렇게 기세를 가져온 파프닐이 앞을 보았다.
“괜찮습니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숨을 구한 NPC 여인이 연신 감사 인사를 표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랑 이 아이 모두 잊지 않을 겁니다.”
-마리아의 호감도가 +30 상승했습니다.
-마리아의 집을 찾아갈 때마다 매직 등급의 음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이렇단 말이야.’
플러시였다면 최소 레어 등급 장신구나 히든 연계 퀘스트 하나 정도는 나왔겠지?
생각하다 보니 절로 퉁명스럽게 말이 나왔다.
“괜찮으니까 도망이나 치세요.”
“아, 네!”
서둘러 도망치는 NPC.
뒷모습을 바라보던 파프닐이 고갤 돌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저것들로 만족하는 수밖에.”
잘 훈련되어 있는 덕분에 지휘관이 죽었음에도 아직 곳곳에서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파프닐의 눈앞엔 모두 맛있는 한 끼 경험치 덩어리로 보일 뿐이었다.
“가자, 얘들아.”
“딸그락딸그락…….”
천천히 걷는 파프닐.
그 뒤로 온 몸이 금속으로 번들거리는 해골병들이 움직였다.
***
카일은 자신이 정통파 네크로맨서라고 자부했다.
어린 시절, PC게임부터 소환사, 메카닉 등만을 해 온 진짜 정통파.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 렉!
-ㅈㅅ; 솬사는 파티 안 받음.
-네크로맨서로 PVP 이기고 지 혼자 잘난 척하긴 ㅉㅉ
파티에 들어가려고만 하면 싸늘한 시선을 받고.
PVP에서 이겨도 스킬빨, 직업빨 버스니 하며 항상 시비에 걸린다.
호라이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네크로맨서? 으음…… 미안하지만 우리 마을은 시체를 다루는 사람에게 퀘스트를 줄 만큼 궁핍하지는 않았네.”
NPC들의 천대부터.
“아니, 얘네 한 방 맞으면 죽는데 뭐 1인분은 되겠어요?”
“질병 저주? 죄송한데 지금 잡는 머드 골렘은 그거 면역인데요?”
같은 플레이어들의 비웃음에.
“네크로맨서, 악을 뿌리고 망자를 능욕하는 네놈을 죽이러 왔다.”
틈만 나면 쫓아오는 성기사까지.
심지어 그 대가로 주어진 소환물들도 수준 이하였다.
“딱…… 딱.”
“딸그락!”
툭 치면 부서지는 해골병.
기합 한 방에 튕겨 나가 소멸하는 망령.
백 명한테 물어도 백 명 다 쓰레기라 대답할 거다.
접거나 다른 걸 하라는 사람도 많았다.
소환 드루이드, 정령사 같은 좋은 것들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카일은 네크로맨서에 더욱 집착했다.
-두고 보자, 이 새끼들. 내가 네크로맨서로 당당하게 성공해서 다 내 밑에 짓밟고 부려 줄 테니!
기를 쓰며 게임에 몰두하는 카일.
파프닐 덕에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딱히 그 녀석에게 고맙다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파프닐을 비웃거나 욕하기 일쑤였다.
>저 녀석 순 운빨인 사파야. 검 휘두르면서 쇼하면서 해골병 키우는 게 무슨 네크로맨서야?
물론 그때마다 수많은 욕을 들어먹었다.
>응~ 너 같은 틀 한 트럭 가져와도 파프닐 못 이김.
>그래서 파프닐이 저럴 때 넌 뭐 했냐?
수많은 설움을 쌓은 고난의 세월!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니 빛이 보였다.
“흠, 카일…… 네크로맨서지만 능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하군.”
마을 NPC들의 인정.
“근처 야산에 자네처럼 해골병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던데…… 자네는 믿을 수 있으니 알려 주는 정보야.”
숨겨진 히든 피스를 얻고.
“……사령 기사인 나를 찾은 건, 네크로맨서라서 가능한 일인가…… 너는 재능이 있다. 나를 따라 사령 기사가 되지 않겠나?”
히든 클래스라 불리는 사령 기사 영입 제안까지!
‘어떻게 하지? 사령 기사가 되어도 해골병은 지휘할 수 있는데.’
카일은 고민에 빠졌다.
각종 파티 버프 오라와 강력한 대미지, 어둠 속성 스킬들을 갖춘 사령 기사는 직업 중에서도 1티어 직군이었다.
일단 선택하면 개고생하던 네크로맨서와는 안녕.
바로 고르기 묘했던지라 일단 물러났다.
그날 파이브스타가 마을을 침공했다.
“꺄아악! 살려 줘!”
“커헉……!”
병사는 물론 민간인 NPC들까지도 전부 죽이는 파이브스타 길드원들.
해골병들로 맞서 싸웠지만 해일 앞에서 모래성 쌓기였다.
“어후, 깜짝 놀랐네.”
“파프닐인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잖아?”
“쩝…… 이미 보고했는데, 쿠사리만 먹겠네.”
“이 새끼 때문이야!”
해골병들을 전부 부순 병사들이 카일을 몰아넣고 때렸다.
서러웠다.
왜 나만 이렇게 당해야 하지?
잘못한 게 있다면 네크로맨서를 한 것뿐인데.
직업을 고른 게 잘못인가?
“이제 죽이지.”
“어어.”
병사 한 명이 칼을 들었다.
그때였다.
해골병 한 마리가 대놓고 달려왔다.
“검은색이잖아?”
“내 거.”
대수롭지 않게 막던 유저가 그대로 해골병에게 심장이 꿰뚫렸다.
어어? 놀라던 다른 유저들 주변으로 해골병과 해골 궁수, 해골 기사들이 나타났다.
딸그락!
해골병 한 구가 턱을 맞부딪혔다.
순식간에 일어난 학살은 유저들이 다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괜찮은가, 모험가여.”
“당신은…….”
“나는 기사 페넬로페다. 살아 있다면 다행이군.”
유명 외국 영화배우도 한층 접어 줄 만한 미모의 여기사가 카일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아직 곳곳에 적들이 많으니 조심히 물러나도록.”
“당신은요?”
“나는 아직 적들이 남아 있다. 파프닐…… 어둠의 힘을 다루는 그 녀석도 싸우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말을 마친 여기사, 페넬로페가 앞으로 달려갔다.
홀로 남은 카일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페넬로페.
파프닐이 데리고 다니던 그 여기사 NPC인가.
그럼 이 전장에 파프닐이?
주변을 둘러보자 멀리서 수백 구의 해골병과 대교단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크아악!”
“후퇴, 후퇴!”
무적처럼 여겨지던 파이브스타 병사들을 간단히 밀어내는 해골병들.
그 뒤에서 여유롭게, 당당히 걷는 한 미청년이 불길 속에서 머리를 휘날리고 있다.
수많은 적들이 달려오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선두에서 싸우는 모습.
“……와.”
꿀꺽.
카일은 침을 삼켰다.
저게 네크로맨서 파프닐.
파이브스타 길드원들도 어떻게든 진영을 갖추고 공격을 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파프닐의 스킬에 고깃덩어리가 되거나 검을 받아 내지 못하고 대여섯 명씩 쓰러져 나가기 일쑤였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역동적인 형태.
그러다 해골병들이 줄어들 즈음, 파프닐이 적진 한가운데서 손을 휘젓는다.
“또, 또 일어난다!”
“해골병들이다!”
재차 일어난 해골병들이 벌이는 난전, 아니 일방적인 학살.
“개멋지다.”
정통 네크로맨서가 아니라고?
아무렴 어떤가.
대군을 이끌고 선두에서 움직이며, 병사를 직접 충원하는 모습은 진짜 네크로맨서가 뭔지 하늘에 대고 외치는 것 같았다.
“……네크로맨서……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카일은 한참 동안 말을 잃고 파프닐이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