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곰잡이 베이디르 경이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얼굴은 죽음의 그림자가 깊이 드리워져 있었다.
“커, 커헉…… 분하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한 삶이었다.
평생을 휴가 한 번 쓰지 않았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수련과 기사도의 실천에 집중해 왔다.
군주에게 충성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마물을 쓰러뜨리는 삶.
비록 주인을 따라 반역자가 되었다지만.
마음만큼은 여전히 기사였다.
‘그런데 고작 네크로맨서 한 명을 이기지 못하다니!’
네크로맨서의 검은 자신만큼 무거웠고, 속도는 더욱 빨랐다.
기술? 비교할 도리가 없었다.
패색이 드리운 지금 도망치지 않고 싸우는 것은 단지 기사도 때문이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주인만큼은 피신시키려, 혹은 주인의 시신이라도 치욕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승부가 난 것 같군.”
“크흐…… 죽여라! 비참하게 목숨 구걸할 생각은 없다!”
다 죽어 가면서도 기세가 살아 있던 베이디르가 일갈했다.
“흠, 죽이고 끝내기엔 좀 아까운데.”
왕실 기사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힘을 흘려냈는데도 칼날을 마주칠 때마다 어깨까지 떨릴 정도의 힘.
기교까지 수준급으로 갖춘 데다, 심성도 올곧다.
적어도 시키면 수련이나 일을 게을리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포텐셜도 더 있는 거 같고…… 흠, 살려서 호감도를 쌓으면 꽤나 도움 될 것 같단 말이지.’
문제는 그 심성 때문에 도무지 같은 편으론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는 점.
보통은 여기서 눈물을 머금고 칼을 휘두르거나, 어떻게든 잡아서 데려가곤 하지만…….
“그럼 뭐, 원하는 대로 해 주지.”
파프닐은 미련 없이 베이디르의 심장에 칼을 넣었다 뺐다.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하는 상황.
굳이 혹을 달거나 할 수도 없었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으윽…… 백작……님…….”
쓰러진 베이디르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갔다.
그때를 기다린 파프닐이 손을 뻗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감상은 없었다.
아이템을 챙기는 것처럼 시체를 챙길 뿐이었다.
‘이 녀석은 쓸 곳이 많겠어.’
네크로맨서에게 있어 질 좋은 시체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가치 있는 재산!
주변의 시선이 별로 좋지 않지만.
그것 때문에 챙길 수 있는 걸 챙길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거 참…… 네크로맨서 놈들이란…….
‘왜요. 네크로맨서가 시체 챙기는 거 처음 봅니까?’
-내 인생의 반은 그런 놈들 머리에 철퇴를 내려치는 데 썼지.
‘그럼 나머지 반은 그놈들이랑 어깨춤 추면서 싸우는 데 썼겠군요.’
카라미트가 계속 툴툴대는데, 이젠 대응이 슬슬 익숙해졌다.
이게 다~ 계약대로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이러는 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사정 봐 주다가 플러시나 다른 놈들에게 밀리면, 그 땐 보상해 줄 건가?
‘자, 그럼 다른 놈들은…….’
그때 왕실 기사 한 명이 다가왔다.
“파프닐 님, 슬슬 적들이 옵니다.”
“아, 그럼 이제 돌아가지.”
얻을 것도 다 얻었으니 딱히 여기서 더 죽치고 있을 것도 아니다.
“경들은 이제 돌아가나?”
“그렇습니다.”
왕실 기사들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해골병들이나 내가 아니었으면 사상자가 못해도 10명은 났을 녀석들이?
흠, 갑자기 조금 짜증 나는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 기사 놈들이 승진하면, 그 밑의 병사들이 얼마나 고생할지 눈에 선했다.
그건 친히 막아 줘야지.
파프닐은 서신 한 장을 작성하고 기사들에게 건넸다.
“그럼 이걸 왕녀님께 최대한 빨리 전하게.”
“이게 무슨…….”
“슬슬 작전대로 움직일 것 같으니까. 관련 지시랑 개인적인 부탁 몇 개를 적어 놓은 걸세.”
“……알겠습니다.”
“보안을 위해 절대로 열어 보지 말도록.”
기사들을 먼저 보낸 파프닐은 피식 웃었다.
‘저 녀석들, 가면 고생깨나 하겠군.’
서신에 작전과 계획, 그리고 기타 요구 사항을 적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중 마지막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이 서신을 들고 간 기사들, 전장에서도 기사도니 뭐니 하면서 정신 못 차릴 놈들입니다. 한 번 빡세게 굴려서 물 싹 빼고, 정신교육도 시켜야 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력은 나쁘지 않으니 그렇게 부탁드립니다.]이 정도까지 적었으니 다음번에 만났을 땐 말 좀 적당히 잘 알아듣는 녀석들로 변해 있겠지?
기대가 된다.
-불쌍한 녀석들, 제 목을 잘라 달라고 칼 들고 가고 있다니.
카라미트가 뭐라 혼잣말을 더 했지만 깔끔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
배신자 npc의 척살이 끝난 뒤.
파프닐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대교단을 이끌고 종횡무진 필드를 누볐다.
“크악!”
“대교단이다! 튀어!”
이제 파이브스타 측 산하 유저들이나 npc 병사들은 대교단을 보자마자 도망치기 바빴다.
애초에 저들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파이브스타 간부진 측이 허점을 찔렸다는 뜻.
정보 유출의 원인을 확인하려고 해도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npc들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했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파프닐이 바로 그 npc들의 우두머리들만을 습격했다.
심지어 그중엔 철혈 쪽 스파이라 의심받던 대귀족들도 다수!
자연스럽게 남은 npc들의 조사는 흐지부지해졌다.
당사자들의 목이 따였는데 어떻게 조사를 더 한단 말인가.
게다가 습격은 계속 되고 있기도 하고.
“일단 계속 npc들을 모으고 스파이를 찾아봅시다. 산하 길드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철혈의 스파이를 탐색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디그니타스, 태극문, 흑사자 길드 등 다른 명문 길드들도 이참에 정리하는 작업도 시행하겠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승냥이처럼 달려들 놈들인데, 경험치를 내버려 두는 건 손해이니까요.”
파이브스타 간부들은 표면적으로는 계속해서 전쟁 및 감찰 활동을 이어 갔다.
하지만 은밀히 추가된 게 한 가지 더 있었다.
“혹시 정말로 철혈에 넘어간 간부가 있을 수도 있으니, 기존 간부들도 놓치지 말고 확인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시우의 밀명을 받은 감찰 부서!
npc들을 조사하는 것 외에도, 남몰래 기존의 간부들까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무렵, 대교단과 파프닐의 습격이 기다렸다는 듯 멈췄다.
워낙 쉼 없이 작전을 수행했기에 잠시 휴식을 가지는 것이었지만.
파이브스타 감찰부들이 의심 한 가닥을 품기엔 충분했다.
한편 그 시각.
“여긴 오랜만이군.”
파프닐은 오랜만에 바이론 시에 들렀다.
레벨과 스킬 레벨, 숙련도가 올랐으니 이참에 점검도 할 겸.
스승에게 말할 것도 있어서다.
“굴드 스승님.”
“음, 어?”
네크로맨서 길드로 들어가자 검은 고양이와 같이 있던 굴드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 자네는 누구인가?”
“네? 제자 파프닐입니다.”
“아니, 그게…….”
그런데 굴드의 반응이 이상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하는 태도.
뭐지? 뭐 잘못 먹기라도 했나.
다시 와야 하는가 고민하든 순간이었다.
“흐음, 이 녀석이 네가 말했던 바로 그 제자로구나.”
마주하고 있던 검은 고양이가 슥 돌리더니 말을 꺼냈다.
“어?”
“왜, 고양이가 말하는 건 처음 보냥?”
아니, 그건 아닌데.
소설 원작에서도 봤고, 당장 주변에서도 반려견용 vr기기가 작동하고 있으니까.
복돌이도 최근에는 그 기기를 통해 호라이즌에 접속해 있다.
당장 데리고 다니기엔 수준 차이가 나기에 튜토리얼 시스템에서 훈련 받는 중이긴 하지만 말이다.
-파프닐, 내게 통제권을 넘겨라.
그때였다.
카라미트가 잔뜩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놈, 인간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도망칠 테지만, 팔 하나쯤은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저 고양이가 마물이라고요?”
“파, 파프닐!”
무슨 소리냐며 따지려는데 굴드가 흠칫 놀라 제지했다.
“이분께 마물이라니……! 예, 예를 갖추거라.”
“네?”
“이 분이 바로 내 스승님, 그리고 네 대사조가 되는 분이시다.”
대사조라면.
설마 헬카이트? 레벨 500을 넘어, 탈인간에 속한다는 600레벨 이상의 경지를 찍은?
“그럼 설마 헬카이트 님이십니까?”
“잘 아는구나. 마물이라 말한 건 조금 기분이 상했지만 말이다.”
“한데 그 모습은…….”
“놈들의 이목을 끌면 곤란하니 임의로 고양이의 탈을 쓴 거다.”
파앗, 고양이가 공중제비를 몇 번 넘자, 10살 정도 될 법한 흑발적안의 소녀가 나타났다.
비죽비죽 튀어나온 거친 머리카락에 대충 쓴 안경, 눈 아래로 비치는 다크서클까지.
대충 살아온 티가 나지만 온 몸에서 살인적인 오라를 뿜고 있었다.
굴드가 물었다.
“대사조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평생 혼자 살 것 같던 네 녀석이 제자를 들였다길래 궁금해서 한번 와 봤지. 원랜 너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마침 시기가 좋았구나.”
철썩, 굴드의 허리춤을 때린 헬카이트가 파프닐을 보더니 안경을 닦았다.
“호오, 얼마 되지 않은 나이에 그 정도의 성장이라니……”
“제가 칭찬할 만하지 않습니까? 성취가 보통이 아닙니다.”
“흥, 칭찬은 무슨, 편지나 모임 좀 참석하라고 했더니 대형사고만 치는 녀석이 아니더냐.”
서신 전달 퀘스트랑 발푸르기스의 밤 모임, 레헬른의 자취 같은 것들.
네크로맨서 직업 퀘스트들이긴 했는데, 여러 굵직굵직한 퀘스트들을 진행하며 잊다 보니 직접 온 거다.
당연히 좋은 말을 하러 온 건 아닐 테고.
어쩌지? 일단 자리를 피해야 하나?
“그래도 뭐, 머리 굴리는 게 굴드 네 녀석처럼 얕진 않으니 봐준다.”
탁, 손을 턴 헬카이트가 파프닐을 주시했다.
“대단하구나. 그 사이 흑마법사로써도 5골 이상 격을 이뤘고, 인간을 벗어나 담피르까지 된 데다가, 세 명 이상의 신들에게 관심을 받기까지 하다니.”
죽음의 신 하데스와 피의 신, 그리고 전쟁의 신.
아, 참.
이들은 모르겠지만, 이 소설 세계로 보낸 신까지 합하면 사실 4명이다.
가능하면 네 번째 놈은 치워 버리고 싶긴 하다만…… 그러려면 플러시 놈부터 이겨야겠지.
“이 정도면 승격을 해도 되겠어.”
승격?
네크로맨서 직업 캐릭터들이 많이 없다 보니, 이런 시스템은 잘 알지 못했다.
더블 클래스 획득이 아니라 다른 건가.
“단순 기술적인 면모만 강하게 하는 게 아니라, 흑마법사로써 영혼의 그릇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의식이란다.”
헬카이트가 설명하는 걸 들으며 웹을 검색하자 정보가 나왔다.
-일단 모든 스테이터스랑 성능이 좀 오르고, 속성 저항력이나 강인함 같은 기본 스펙도 마찬가지군.
캐릭터의 업그레이드이니 안 할 이유가 없는 셈.
그뿐만이 아니라 이전엔 배울 수 없던 고레벨 스킬들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본래 마력량이나 급은 약간 부족한 것 같지만…… 뭐, 네가 일으킨 일이나 몸에 있는 피를 보면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구나.”
어차피 승격을 하기 위해선 헬카이트를 찾아가야 하니 내친김에 직접 해 주겠다는 내용.
시장 온 김에 이것저것 사 들고 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손을 대고.”
헬카이트가 의자로 다가가자 굴드가 급히 의자를 대령했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됐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란 말이다.”
슥, 파프닐의 머리 높이께까지 들린 헬카이트가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이 네크로맨서로 승격할 수 있습니다.
-승격하시겠습니까?(Y/N)
하이 네크로맨서로의 승격.
어차피 할 거, 빨리 끝내 볼까.
“승격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순간 눈앞이 어둠으로 덮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