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승급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몸 안의 어둠을 자극해서 뭔가 영혼의 격을 높인다던데.
그냥 상태창이랑 알림창이 몇 개 뜨고 스테이터스나 스킬들이 강화되고 끝이 났다.
역시 게임은 게임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이펙트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튜토리얼 때처럼 실감 나게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운 기분은 들었다.
“스킬들도 있어야지.”
헬카이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은 마력을 추가로 넣었다.
-헬카이트의 시체 감정(노말)을 습득했습니다.
-귀혼술(레어)을 습득했습니다.
-헬카이트의 엘리트 데스 나이트 사역(에픽)을 습득했습니다.
-헬카이트의 데스 나이트 소환(유니크)을 습득했습니다.
-헬파이어 핸드(에픽)를 습득했습니다.
세 개는 승급한 네크로맨서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레기온 학파의 고위 기술.
마지막 스킬은 헬카이트가 주는 서비스였다.
“자, 이제 끝났다.”
“감사합니다.”
“제자인데 뭘. 그나저나 강단이 있구나.”
헬카이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손가락을 들어 굴드를 가리켰다.
“저 녀석은 처음 이걸 했을 때 울고불고 지리고 싸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큭, 스승님.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경험 아닙니까?”
“딱히 책망하는 건 아닌데, 찔렸느냐?”
쥐를 갖고 노는 고양이처럼 여유로운 헬카이트.
반면 굴드는 아무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재미있는 관계이긴 한데, 더 볼 시간이 없군.’
파프닐은 손을 들었다.
“스승님, 그리고 대스승님.”
“어? 파프닐. 혹시 뭐 문제가 있는 거야?”
“으응? 왜 그러는고, 사손아.”
두 사람이 이쪽을 보았다.
“혹시 연구실을 잠시 쓸 수 있겠습니까?”
***
파프닐이 연구실 문을 닫고 사라진 후.
헬카이트와 굴드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네 제자, 똑 부러지는 게 꽤 괜찮더구나. 피의 마장군의 은총에, 여러 신의 관심까지……. 확실히 저 나이에 저만한 성취를 이룬 녀석은 거의 없을 거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 녀석 보통이 아니라니까요.”
“글쎄다, 어떻게 믿을 수가 있어야지. 꾀죄죄한 누더기만 입고 있던 꼬맹이 시절이 엊그제 같던데.”
“이래 봬도 나름 인간 수준에선 최고위입니다만…….”
“네가? 요즘 인간들은 종이 바뀌기라도 했나 보구나.”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헬카이트는 굴드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 장인 정신 높은 그녀가 ‘독립’을 허락해 주지 않았을 테니까.
이 때문에 지금 파프닐에 대한 평가는 이례적이었다.
어지간한 천재는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그녀가.
“저 녀석은 봐 줄 만하구나. 거의 내 정도 수준의 강력한 영혼도 어떻게 거느린 것 같고……. 거기에 담피르의 혈계 능력까지 개화하다니, 재능은 있어.”
이런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흐음…….”
그런데 한 가지.
헬카이트가 손등 위에 턱에 괴었다.
“한데 저 녀석, 네크로맨서보다는 사령 기사에 가깝던데, 이번 작업은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확실히 스승님의 데스 나이트 제작 기법이 좀 많이 어렵긴 하지요.”
헬카이트의 스킬은 같은 학파 흑마법사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기로 유명했다.
성능은 그 이상이긴 하지만, 익히는 게 많이 어렵다 보니, 선택받은 천재가 아니면 힘을 낼 수 없었다.
“만들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전투 쪽만 연마했던 것 같은데.”
“데스 나이트를 제대로 만들려면 자질 능력치가 80은 넘어야 하는데…….”
사실상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굴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쩔 수 없죠. 처음이지 않습니까.”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는 법.
특히 데스 나이트 제작 같은 어려운 스킬은 더욱 그렇다.
“좀 있다가 나오면 술이나 한잔 사 먹여야겠습니다.”
“오호라, 동정하는 게냐?”
헬카이트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굴드 너도 처음에는 세 자릿수 단위로 시체와 재료들을 버렸지. 내가 기껏 잡아서 저장했던 A급 기사단을…….”
“그, 그건……. 젠장할! 나중에 다 갚았잖습니까!”
“어허, 갚았다고 그랬다는 사실이 사라지느냐?”
“제, 젠장…….”
“마침 기억이 났으니, 내일까지 기사 시체 열 구만 구해 두거라.”
“당장 그런 걸 어디서 구합니까?”
“참, 저 녀석에게도 시킬 심부름이 있었는데, 그건 네가 대신 하고.”
굴드의 쥐 상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
두 사제가 느지막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굴드의 개인 연구실에 들어온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새 꽤 바뀌었네?”
처음 올 땐 덩그러니 큰 방이랑 실험 도구 몇 개만 있었는데.
지금은 비커나 복잡한 연금술 기구, 마법진이나 약초, 구석의 해먹(?)까지 많은 게 갖춰져 있었다.
아니……. 해먹은 왜 있는 거야?
“자, 그럼 어디…….”
파프닐은 스킬창을 열었다.
[헬카이트의 엘리트 데스 나이트 사역]-등급 : 에픽
-분류 : 액티브
-소모 MP : 1,200
[소모 재료]-소체가 될 기사의 시체 1구
-미스릴 광석 1개
-어둠의 마나석 1,000개
-데모닉 스톤 10개
-블랙 매직 허브 100개
-액토플라즘 용액 100개
-헬 엠버 1개
-유니크 등급 이상의 마나석 1개
-쿨타임 : 1개월
-효과 : 시체를 지옥불의 힘을 담은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 사역한다.
-스킬 레벨 : 1
-현재 사역 가능한 엘리트 데스 나이트의 수 : 1마리(0/1)
-습득 조건 : 네크로맨서 클래스 마스터, 승격, 레벨 250 이상, 어둠 속성 클래스 직업만 가질 것.
‘일단 재료들은 충분하니 다행이군.’
네크로맨서가 주로 쓰는 재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모험을 거치며 모은 게 있었다.
주재료인 시체를 무얼로 하느냐도 이미 구해 둔 게 있고 말이다.
“전장에 가기 전에 데스 나이트는 있어야지.”
해골 기사, 루이도 존재만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병사 지휘 및 돌격, 기마전 같은 부분에서 활약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 상위 개체인 데스 나이트를, 심지어 비전 스킬로 만들 수 있다고?
‘철혈 대 파이브스타의 전장만큼 실전 경험이랑 경험치를 얻게 해 줄 수 있는 데가 또 없지.’
기왕이면 경험치 4배, 아니 8배나 16배 이벤트를 할 때 데려가야 성장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큰 싸움이니만큼 있는 것만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맞고 말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파프닐은 베이디르의 시체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시체 감정이 발동했습니다.
-시체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베이디르의 시체]-레벨 : 360
-타입 : 근접
-등급 : A+
-보존 상태 : A(99%)
-자질 : 99
-특성 : 곰잡이
‘오.’
시체의 등급을 알 수 있는 스킬.
추후 수집 때라든가 해골병, 엘리트 해골병 등을 만들 때 다양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등급 하나만큼은 합격점이고…….”
화르륵, 파프닐은 마법진 한가운데에 시체를 놓고 의식을 시작했다.
액토플라즘 용액으로 마법진을 만들고.
다른 재료들을 시체의 몸에 바르거나 꽂아 넣고 어둠의 마나를 투입!
‘이거 스킵 기능 있어야 해.’
스산한 기운과 함께 검은 마력이 스며들어 왔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
순식간에 MP와 스태미나가 떨어지고 눈앞이 흐릿해져 온다.
하지만 눈을 감기엔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매직 허브를 갈아서 만든 가루를 뿌린다든가, 액토플라즘 용액을 시체의 몸 안에 상처 없이 넣는다든가 하는 것들!
귀찮은 작업이지만, 파프닐은 즐겁게 진행했다.
‘드래곤들 사냥에 비하면야 별것 아니지.’
항상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면 되는 작업을 기대해 왔는데, 이렇게 해 보니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모든 마나를 빨아들인 데스 나이트가 눈을 떴다.
-엘리트 데스 나이트 ‘베이디르’를 완성했습니다.
-헬카이트의 비전 스킬 효과로 베이디르의 공격에 헬파이어 오라가 깃듭니다.
-헬카이트의 비전 스킬 효과로 베이디르의 스킬 효과가 +10% 상승합니다.
드디어 데스 나이트를 완성!
기대를 가득 담은 파프닐 앞에서 베이디르가 눈을 떴다.
‘생전 기사의 지성과 기억을 가진 고위 마물…….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아마 바로 설득하긴 쉽지 않을 거다. 살아 있을 때의 기억을 가진 만큼, 충성심도 남아 있을 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슬슬 대화를 시작해 볼까?
“저기…….”
그때였다.
눈을 뜬 베이디르가 함성을 내질렀다.
“고오오오-옴!!!”
공방 전체가 진동 때문에 흔들렸다.
사자후인가?
“젠장, 역시 싸우려는 건가!”
검을 잡고 공격에 대비하려는 순간.
베이디르가 가만히 서 있는 게 보였다.
뭐지? 바로 공격하지 않는 건가.
“곰……! 곰…….”
곰이란 말만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
잠깐만, 설마?
[베이디르]-종족 : 엘리트 데스 나이트
-레벨 : 320
-관계 : 서번트
-공격력 : 2,300~2,320
-방어력 : 365
-충성도 : 100(고정)
-힘 : 800
-체력 : 890
-민첩 : 240
-손재주 : 100
-지능 : 10
-지혜 : 10
-행운 : 100
[보유 스킬]-태산 쪼개기(레어)
-강철 돌격(레어)
-베어 초크(노말)
-정권 지르기(노말)
-검술 마스터리(12레벨)
-격투 마스터리(8레벨)
-창술 마스터리(10레벨)
……(중략)……
[착용 장비]-없음.
-잠재력 수치 : 98%
-곰 사냥꾼
: 자질 : A+
: 효과 : 모든 곰 계열 몬스터에게 추가 대미지 30%. 곰 계열 몬스터와 전투 시 강인함과 공격력 추가 15% 획득.
*특성의 발현으로 인해 지능이 최소치로 고정되며, 감정 표현 및 대사가 ‘곰’으로 고정됩니다.
-불굴의 의지
: 자질 : A
: 효과 : HP가 40% 이하로 하락했을 시 추가 스테이터스와 강인함 획득.
-검술
: 자질 : D
: 효과 : 검을 사용할 시 추가 대미지 5%
-???
-???
뭐라고?
검술이 D?
‘망했다!’
지능은 ‘곰! 곰!’만 해 대는 바보지.
자질은 검술부터가 D랭크인 데다, 별 괴상한 특성밖에 없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역시 첫 작업이라 시체를 제대로 못 건졌나…….”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번엔 제대로 된 시체를 찾아야겠군…….”
좋다고 가져왔더니 실망이 컸다.
스승인 굴드과 대스승인 헬카이트의 얼굴을 보기 부끄러웠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만들었으니 보여 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파프닐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
끼이익.
공방의 문이 열리자 헬카이트와 굴드의 시선이 집중됐다.
“헉.”
“역시나로구나.”
파프닐과 데스 나이트를 본 굴드의 표정이 굳었다.
한눈에 봐도 죽상인 표정, 그리고 그 뒤에서 으르렁대는 베이디르까지.
“죄송합니다. 스승님, 대스승님.”
“아니, 뭘.”
굴드는 손을 내저었다.
“처음이니까 잘 안 될 수도 있는 거지. 만든 것 자체가 성공한 거란다.”
결코 달래려고 하는 빈말이 아니었다.
데스 나이트는 시체와 영혼, 재료, 그리고 흑마법사의 실력까지 모든 게 갖춰져야 만들 수 있는 고위 마물.
준비된 흑마법사도 숱한 실패를 겪어야 겨우 한 마리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데스 나이트였다.
“자, 봐라! 내 제자답게 외형은 잘 나온 거 같구……. 어?”
데스 나이트를 살피던 굴드의 표정이 커졌다.
“잠깐만, 이건 대체……. ”
몸 상태는 물론, 근육이나 결마다 들어 있는 어둠의 마나가 심상치 않다.
한계까지 마력을 집어넣으면서도 손상되지 않은 근육과 신경.
자질의 등급이 A 이상인 특성이 2개, 그 외에도 심상치 않은 여러 특성이 보였다.
심지어 그중 하나는…….
“이거 진짜 좋은데? 굴드 네 동년배들과 비교해도 이 녀석이 한 수 위구나.”
헬카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