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뮤 길드의 주력군 후방.
파프닐은 실험을 하고 있었다.
“자아, 다음은 활이다.”
“고옴!”
실험이란 건 다름 아닌 새로 만든 데스 나이트에 대한 것이었다.
‘자질치 98%……. 그만한 놈이 이 정도일 리가 없을 텐데.’
데스 나이트 베이디르.
자질치가 98%로, 벨을 제외하면 톱급이라고 나왔는데.
사실 그렇게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최근엔 플레이어들의 인플레가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평균 레벨, 장비가 오르고. 효율적인 육성이 퍼졌기에.
NPC들도 전설급, 영웅급 NPC들이 아니면 그렇게까지 세지 않은 거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 녀석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세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질치가 이 정도라는 건, 필시 적성만 찾으면 매우 센 놈이라는 건데…….
‘흠, 활도 아니군.’
툭, 베이디르의 손에서 활줄이 끊어지는 걸로 실험이 끝났다.
메모장을 펼치자 적어 둔 게 보였다.
-활 : C
-도끼 : D
-마법 : X (불가능)
-단검 : D
-자질 : ???(?), ???(?)
‘……단검도 해 봤으니, 남은 건 대형 랜스나 철퇴 같은 건가.’
쌍절곤이나 차크람 같은 괴이한 무기에서 적성을 보일지도 모른다.
뭐가 잠들어 있는지 모르니 일단 하나씩 손대 보고 있는 상황!
‘카라미트 님, 이 녀석…….’
-모른다.
‘아직 질문도 안 꺼냈습니다만.’
-어차피 저 녀석 자질이 뭔지 물어보려던 거 아니냐.
‘그러네요. 그럼 저 녀석 자질이 보이십니까?’
-아니, 모른대도.
‘카라미트 님 같은 기사분이 적성을 모르신다고요?’
-너는 뭐 활 쏘게 생겼다, 땅 파기 좋게 생겼다 하는 관상이 다 들어맞는 거 봤냐?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군.
군대에서 게임하게 생긴 놈 관상으로 찾는 것도 아니고.
“페넬로페.”
“무슨 일이지, 흑마법사?”
“이 녀석, 뭘 다루면 잘 다룰 것 같아 보여?”
“…….”
혹시나 해서 다른 기사에게도 물어봤다.
페넬로페는 베이디르를 유심히 살폈다.
“잘은 모르겠다만, 뼈와 근육의 밀도가 매우 탄탄하구나. 기술보다는 힘 계열 위주의 무기를 다루도록 하는 게 좋겠다.”
“…….”
결국 구체적으로 무슨 무기가 적성인진 나오지 않았다.
하긴 카라미트가 모르는 걸 페넬로페가 알 리 없지…….
어쩔 수 없나?
몸으로 부딪치면서 적성에 맞는 걸 찾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 보였다.
“곰! 고옴! 고오옴!”
그사이 베이디르가 검을 들고 나가려고 했다.
“안 돼, 멈춰. 움직이지 마.”
“고옴! 고오오옴!”
“하……. 이 새끼를 어떻게 해야 좋냐…….”
차라리 안 좋은 놈이라면 쓰다 해체해서 재료로 만들었을 텐데.
자질이나 수치들이 좋으니 그렇게 버릴 수도 없다.
“이 녀석으로 고민하는 건 여기까지 해 두고, 슬슬 작전을 시작해 볼까.”
눈앞에는 뮤 길드의 야전 기지, 그리고 공략당하는 중인 동남 관문이 있었다.
성벽을 오르는 뮤 길드원들을 막고 있는 철혈 길드원들.
레벨은 비슷해 보이지만, 대기업 길드답게 뮤 길드원들은 전부 번쩍이는 갑옷이나 오라가 나오는 로브 등을 입고 있었다.
“공격해라! 여길 뚫으면 우리가 이득이다!”
“모두 공격해라!”
기세가 잔뜩 올라 공격하는 뮤 길드원들.
파프닐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예상대로군.”
몇 번을 살펴봐도 파이브스타 특무대나 간부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예 오지 않은 거다.
‘사실 당연히 거기 있는 게 상식적이긴 하지.’
압도적으로 강하니 그냥 공격하면 그만일 텐데, 파이브스타가 바보도 아니고, 뭐 하러 빙빙 돌리다가 변수를 주겠나.
특무대가 내려간다는 것도 당연히 블러핑.
적이 걸려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수준이다.
철혈패군이나 독고패검도 조금만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알 수 있을 거다.
문제는 지금 그들의 생각이 거기까지 닿을 수 없다는 사실!
독고패검의 신뢰도를 계속 쌓았고, 철혈패군은 이미 파프닐이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만든다고 해도 믿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무조건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좋아, 지금 공격한다.”
“딸그락!”
곧바로 뮤 길드의 후방을 치면서 전투를 시작!
성벽에 주력이 가득 몰려 있었기에, 후방은 상대적으로 방어가 허술하다.
그 빈틈을 노린 해골병들이 파고들었다.
“뭐야, 해골병들이?”
“토착 몬스터인……. 컥!”
방심했던 일반 길드원들이 단번에 쓰러졌다. 금속 코팅에 각종 패시브 스킬로 강화된 엘리트 해골병들은 이미 어지간한 플레이어 이상으로 강했다.
“판데모니엄 네펜데스……. 공격!”
판데모니엄 네펜데스도 레벨이 올랐다. 폭발의 위력과 범위도 전차의 포탄을 네 개쯤 합친 범위와 위력에, 횟수도 네 번으로 늘어났다.
콰앙! 쾅!
폭발이 터질 때마다 뮤 길드의 병사들 열댓 명이 튕겨 나갔다.
“다들 두려워 말라! 정의가 함께한다!”
페넬로페가 깃발을 올렸다. 아군의 스펙을 올리는 기사의 지휘 스킬!
-용맹의 깃발이 올랐습니다.
-공격력이 5% 상승했습니다.
-용기가 상승했습니다.
-강인함이 상승했습니다.
대교단과 해골병들이 앞장서서 전열을 뚫었다.
해골병들, 벨과 페넬로페, 해골 기사와 궁수, 마법사들까지.
물론 파프닐은 그 선두에서 가장 먼저 싸웠다.
성벽을 공략 중인 병력이 돌아오기 전에, 그리고 다른 일이 생기기 전에 전투에 몰두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삑! 삑!
알림 메시지창이 빛나기 시작했다.
독고패검과 철혈패군이 있는 본군 측에서 오는 긴급 메시지!
용건이야 뻔했다.
‘이시우랑 특무대가 위에 있으니 최대한 빨리 오라는 거겠지.’
철혈 본군 입장에선 대교단과 파프닐 같은 정예 병력이 간절할 거다.
그런데…….
‘내가 왜 거기를 가? 미쳤나?’
이시우를 비롯한 파이브스타의 전력이 모여 있는 전장.
지옥의 마굴 같은 곳일 텐데, 거기 갔다간 이득은커녕 손해 안 보기 급급할 거다.
‘어차피 철혈도 슬슬 버려야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마지막 과정으로 넘어가면 되겠군.’
대교단과 철혈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다 얻었으니,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차례.
뮤 길드 공격도 그중 하나였다.
“무슨……!”
“감히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진영 중심부에 들어서자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막아섰다.
뚫어야 하나?
다음 순간 그 사이로 한 미청년이 미소와 함께 나타났다.
“보아하니 그쪽이 파프닐이군. 철혈의 에이스.”
“나를 아나?”
“알지. 검 쓰면서 달려오는 네크로맨서 중 그렇게 잘 싸우는 건 한 명밖에 없거든.”
미청년, 신형섭은 손에 무기 대신 장부를 들고 있었다.
상인!
대기업의 자본력을 등에 업은 사람답게, 신형섭도 상인 랭킹 최상위권의 유저였다.
비록 비전투 계열 클래스라지만, 돈의 힘만큼은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상대.
이 때문에 호위를 몇 겹으로 두르고 물러나는 게 정상일 텐데, 이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있다니?
경우의 수는 두 가지.
도망칠 수 없는 이유를 가졌거나.
혹은 믿는 구석이 있거나.
“신형만 씨.”
“예.”
이 경우엔 두 번째였다. 신형섭이 손짓하자 사각형 파마머리를 한 30대 초반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나무로 된 지팡이를 들고, 정장처럼 생긴 로브를 입은 모습.
“이번 일만 잘 해 주세요. 그럼 약속대로 이행해 드릴 테니.”
“맡겨 주십시오.”
신형만이라 불린 남자가 손을 들었다. 신형섭이랑 이름이 비슷한데?
보아하니 친척은 아니고, 동명이인 같아 보였다.
‘믿는 구석으로 나올 정도면 보통은 아닐 텐데…….’
-조심해라.
카라미트가 말했다.
‘네?’
-저 녀석, 보통이 아니다.
그 순간 신형만이라 불린 남자가 손을 내저었다.
“얘들아! 부탁한다!”
파앗.
지팡이에서 빛이 나더니 세 개의 형체가 나타났다.
“여울아! 잭스, 쭌!”
“쿠어엉!”
“컹컹!”
“크르릉!”
상투를 튼 노란 머리의 거대한 곰.
그리고 회색과 바나나색의 늑대 한 마리씩이었다.
“어?”
그 순간 몇 가지 정보가 스쳐 지나갔다.
드루이드 중에서 레전더리급 펫 하나를 가지고 직업 랭킹 1위를 찍은 거물.
분명 그 레전더리 펫 이름이 여울이고, 드루이드의 이름이 신형만이었…….
“이거 일이 꼬였군.”
-업보다, 요 녀석아.
꿀이나 빨려 했더니 독을 가진 장수말벌을 만난 셈이다.
자칫하면 먹던 걸 다 뱉어 내야 할 만한 상대.
따로 신형섭을 노릴 순 없다. 이놈을 쓰러뜨리고 죽여야 한다.
파프닐은 주변의 하수인들에게 외쳤다.
“다들 전력을 다해서 저놈을 막아라!”
“딸그락!”
“딸각!”
해골병들이 일제히 귀화를 빛냈다. 그중 6호가 자신 있게 도끼를 들었다.
“딱딱딱!”
호전적인 드워프 시체로 만들어서인지 먼저 공격!
그 순간 가만히 있던 여울이 앞발을 휘둘렀다.
곧바로 수십 미터를 날아가 땅에 널브러지는 6호.
“크르릉…….”
곰, 여울이 상체를 들고 포효했다.
“크허어어엉!”
***
신형만.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스스로를 꽤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청약 저축과 적금, 대출을 통해 서울에 집 한 채를 마련했고.
토끼같이 귀여운 마누라와 결혼해, 천방지축 아들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자식까지 얻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의 집값 속에서.
신형만의 상황은 행운이 거듭 겹친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했고, 그러면서 하늘이 준 기회를 잡았다.
-신형만? 이 친구 이름이 비슷한데. 쓰지.
회장 일가와 이름이 비슷한 덕에 MU그룹 공채에 합격.
여가 생활로 시작한 호라이즌에서는 레전더리급 펫까지 획득했다.
그 후로는 탄탄대로였다.
호라이즌에 투자하던 로열 패밀리, 신형섭의 간택을 받게 되었고.
MU길드의 비장의 패로서 남부럽지 않은 직책을 얻었다.
‘이대로만 가자.’
신형만은 숨을 쉬었다.
‘이번 기회만 잘 잡으면, 32년 치 아파트 융자금도 한 번에 갚을 수 있어!’
스킬을 사용하자 나무 넝쿨들이 바닥에서 솟구치고, 자연의 마나가 흙으로 산사태를 만들거나 식물 창을 쏘아 보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숲에서, 곰과 늑대 두 마리는 해골병 수십 마리를 순식간에 뼈 장난감으로 만들었다.
‘역시 여울이……! 든든하구먼.’
드루이드는 네크로맨서나 정령사, 소환사처럼 전장에서 활약하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골병과 달리, 드루이드의 소환수인 동물들은 죽었을 때 살리기 위해 매우 큰 대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테이밍 과정에서 실제로 정을 붙이기도 하기에, 대부분의 드루이드는 소규모 파티 플레이나 솔로 플레이를 주로 하곤 했다.
신형만도 평소엔 그런 플레이를 해 왔지만, 이번엔 거절할 수 없을 만한 대가가 걸려 있다.
‘여보, 얘들아. 이 아버지가 간다!’
가족을 위해 이를 악문 아버지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버프를 받은 쭌과 잭스는 해골병들과 해골 기사, 페넬로페 수십 명이 달라붙어 막아야 했고.
여울이와 신형만의 드루이드 주술은 파프닐을 숨도 못 쉬게 몰아넣었다.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데.’
대교단은 신형섭과 정예 기사들을 막는 게 최선이다.
한 방이라도 스치면 죽는데, 칼은 잘 들어가지도 않는 괴물 곰!
-이 녀석, 신수다. 몇 년 수련했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곰이 아니야.
그 정도야 알고 있다.
솔직히 곰이 이렇게 세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굴드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지렁이나 뱀이 천년 수행하면 용이 되고.
여우도 천년을 수행하면 구미호, 십미호가 돼서 세상을 뒤흔든다 했었지.
그러니 곰이 그만큼 수행하면 더욱 강한 것도 이해는 가는 구조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해만이지, 직접 당하는 입장이 되면 얘기가 다르지만 말이다.
‘이 녀석, 까다롭군!’
일단 온몸이 두꺼운 가죽으로 둘러싸였기에, 약점이라고는 엉덩이나 눈 같은 곳밖에 없었다.
그곳을 공격하려 해도 신형만이 시기적절하게 지원을 해 주는 상태.
‘실수했다. 너무 간단하게 먹으려고 했어.’
성벽 안에서 수성전을 했다면 이득은 적지만 버틸 수 있었을 거다.
이 여울이란 곰도 단신으로 요새를 넘을 순 없을 테니까.
‘성벽 쪽 주력군이 오기 전에 후퇴해야겠군.’
포위망에 갇혀서 캐릭터 삭제당하는 건 사양이다.
막 후퇴를 지시하려던 순간이었다.
“고-오-오-오!”
등 뒤에서부터 거대한 메아리가 들려오더니, 거구의 신형 한 기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크헝?”
“고오오오오옴!”
그대로 곰을 덮친 데스 나이트가, 놈에게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