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간부들을 모은 이시우가 말했다.
“이 서신, 철혈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담겨 있더군요.”
서신 안쪽에는 문건 여러 장이 들어 있었다.
수도 내부에서 매복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세부적으로는 어디에 누가, 또 어디에 얼마만큼의 병력이 있는지까지 전부 나온.
흔히 말하는 ‘작계(작전 계획)’였다.
“되도 않는 장난입니다.”
파이브스타 길드의 총참모장, 가르시아가 말했다.
“이런 걸 내주기 위해선 최고 수뇌부여야 하는데, 저희 측에 확보된 인원 명단 중 그 정도 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다른 참모진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보를 대가로 소속을 바꾸더라도 최소한 조건이 있을 터.
하지만 이번엔 그런 것도 없이 대놓고 서신만을 건넸다.
게다가 애초에 파이브스타는 철혈 측 귀순자를 극히 일부만 받아들였다.
“차라리 다른 쪽으로 망명할지언정, 우리 길드에 이런 걸 보낼 리 없지.”
“그렇다면 함정이로구려.”
관망하던 검노인이 말했다.
거짓 정보일 수도 있고, 혹은 진짜와 거짓을 섞은 걸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게 만약 함정이라면, 철혈 쪽은 이런 걸 내밀 만큼 조악하다는 사실.
“어떻게 하시겠소? 사장.”
“말 안 해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이시우가 결론 내렸다.
“우린 이걸 받은 적 없습니다. 기존의 작전은 그대로 진행합니다. 왕국 부흥군을 먼저 보내고, 이후 일반적인 공성전처럼 수도를 공략할 겁니다.”
함정이라 해도 부수면 그만.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선택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만약 왕국 부흥군이 함정에 걸린다면, 혼란을 빌미로 둘 다 밀어 버릴 수도 있으리라.
“재미없게 될 뻔했네. 이래야 전쟁이지!”
베로니카가 물개 박수를 쳤다. 다른 간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 일을 마친 뒤에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과거, 김철(?)에게서 얻었던 옛 왕국의 유적 던전.
한동안 길드의 전력을 다해 개척했고, 지금은 70%이상 발굴이 진척된 상태다.
‘발굴 도중 모든 문구에 강력한 악이 잠들어 있다는 내용을 봤지. 현존 최고 던전, 어쩌면 그보다도 더한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
서적이나 전설에 언급되는 마계의 문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대박 그 자체다.
호라이즌에서 고레벨 몬스터가 나오는 사냥 존은 곧 신분 상승을 위한 사다리.
그곳을 독점할 수 있다면,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 레벨 격차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럼 일단 준비를 마치고, 왕국군이 움직이는 걸 본 다음에 천천히 들어가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이시우의 지시에 간부 진영 사이에서 일제히 대답이 울려 퍼졌다.
단 하나의 이의 제기도 없는 복종.
한국 서버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이끄는, 가장 강한 랭커에게 바치는 존경의 표시였다.
***
아덴시는 대도시다.
한국 서버 전체의 땅을 관리하던 대국인 바란왕국.
전란에 휩싸이고, 쿠데타군에게 찬탈당한 후에도 도시의 규모는 그대로였다.
철혈 길드원들은 곳곳에 숨어들었다.
하수도는 물론, 빈민가의 골목길이나 부유층의 저택 지하까지.
항상 압도적인 전력 차로 정면에서 싸우던 철혈에겐 익숙하지 않은 전술이었지만, 그래도 워낙 지형이 좋아 적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번 싸움 끝나면 어떻게 될까?”
“뭐, 시간 끌면서 고윈 대공에게 도움 요청하지 않을까?”
숨어 있던 철혈 길드원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거야 그럴 텐데, 우리들은 그럼 어떻게 되느냐 그거지.”
“북쪽으로 가서 싸울 거 같은데……. 솔직히 좀 힘들겠지.”
“나 방한 아이템 없는데, 다시 사야 하는 건가?”
“으으……. 추운 건 딱 질색이야. 겨울 강원도 GP를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미래의 전망이나 예측을 하는 길드원들.
“그거 싫으면 나가는 방법도 있지. 우리들 나름 레벨도 되고, 컨트롤이나 스킬도 건실하잖아?”
철혈 길드원들이 ‘집중 육성’으로 빠르게 성장하긴 했다.
그렇기에 컨트롤이나 실전 경험, 운영이 미숙한 게 단점.
그렇지만 철혈 유저들이 스킬이나 아이템, 스테이터스만큼은 상위권인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우리 몸값이면 뭐, 어지간한 길드는 간부까지 갈 수 있을걸.”
“대기업 길드 쪽도 그렇긴 해.”
“하아, 고민이 많아진다.”
“사냥 안 하고 여기 처박혀 있으니 그러지. 아, 나가서 담배 한 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철혈 인물들의 등 뒤.
검은 신형 여럿이 조심스레 접근해 왔다.
“어차피 불 못 피우잖아.”
“살짝 나갔다 오면 누가 알겠…… 어?!”
인기척을 눈치채고 놀란 철혈 유저의 목에 단도가 틀어박혔다.
순식간에 장내에 있던 철혈 인원들 대여섯이 쓰러졌다.
그렇게 비어 버린 무대 위로 새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녀님 지시라고는 해도, 설마 이게 진짜일 줄은…….”
새 배우란 다름 아닌 바란왕국 부흥군 소속 플레이어와 NPC들이었다.
“이놈들을 이렇게 쉽게 잡다니, 말이 안 되네.”
“정보가 맞으면 사실상 맵핵 켠 셈이니까…….”
“뭣들 해? 한 곳 쓸어버리니 그만 쉬고 싶어?”
놀람이 안 풀린 유저들을 우미간 견장을 낀 유저 한 명이 다그쳤다.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최대한 많이 쓸어버려야지!”
“아, 참.”
“갑니다.”
우미간파는 더 이상 흔한 건달 패거리가 아니었다.
개개인이 조직을 관리하고, 온갖 싸움에 능숙해진 엘리트 중 엘리트.
킨도르한 밑에서 단련된 이들은 사실상 엘리트나 다를 바 없었다.
“진격, 진격!”
“다음은…… 저깁니다!”
부흥군 플레이어들은 조용히, 신속하게 수도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몇몇 철혈 유저들이 저항하긴 했지만, 금방 무력화되고 꺾였다.
부흥군의 수도 탈환 작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
“39번 거점 연락 두절! 71번 거점 연락 두절! 128번 거점 교전 중…… 연락 두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철혈패군은 분통을 터뜨렸다.
모든 병사를 흩어 각 지점에 매복시키고 덫을 파 뒀는데.
갑자기 그 덫의 뒤쪽에서부터 사냥감들이 나타나 덫을 해체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속도도 말도 안 되게 빨랐다.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2만 명가량의 철혈 인원이 사망.
거점도 로우타운 쪽은 거진 당했고, 하이타운이나 미들타운 구획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다.
철혈 길드 전체가 안팎으로 빠르게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
“다들 병X이야? 습격을 받는데 왜 대처를 못 해!”
“그, 그게……. 놈들이 저희가 매복한 장소마다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공격하거나, 시야 밖을 귀신같이 노려서 들어오는 통에…….”
나는 상대가 보이지 않는데, 상대는 내 전력이 어디 있는지 모두 보인다.
흔히들 말하는 맵핵!
핵 중에서는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분명 핵은 핵이다.
적이 어떤 전략을 쓰고 있고.
어떤 상대가 어디 있는지 모두 알고 싸울 수 있는 것.
일방적으로 때리고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도 안 되는 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럼 병력은 다들 뭐 하고 있어? 손 놓고 있지 말고 모아서 싸워!”
“지금 급히 소집하고 있는데, 저놈들이 어떻게 된 건지 진격 경로나 전령들이 오가는 길마저 예상해서 공격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가 무슨 진영인지, 어디에 있는지 전부 다 안다고? 정보 유출이라도 됐단 말이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결국 철혈패군의 화통이 열렸다.
“이 새끼들 진짜…… 답도 없는 놈들! 작전 취소다! 다 모여!”
“그보다 철혈패군 님, 도망쳐야 합니다.”
독고패검이 급히 따라붙어 말했다.
“이미 4차 저지선이 뚫렸고, 5차 저지선에서 전투 중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도대체 뭔 놈이 왔길래 벌써 거기까지 뚫려?”
“그게……. 웬 머리를 깨고 피를 흘리는 건달이랑, 무기 수십 개를 한꺼번에 쓰는 놈이…….”
“킨도르한, 김철……! 그놈들이라고…….”
철혈패군의 시뻘겋던 안색이 급속도로 냉정을 찾았다.
분노 조절 장애가 분노 조절 잘해가 되는 순간.
두 이름에 그만한 힘이 있긴 했지만…….
“……잠시만.”
철혈패군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생각에 잠겼다.
“그럼 금방 여기까지 오겠군. 그 둘이.”
“네, 지금은 어떻게든 막고 있지만…….”
“잘 알았네.”
“그럼 어떻게…….”
“피해야지.”
파이브스타에게 연타로 얻어맞고, 마지막 전력은 왕국 부흥군에게 쓸려 먹히고 있다.
설사 후퇴에 성공해 물러나더라도 철혈의 미래는 암운만이 가득한 게 기정사실이었다.
“제가 길을 트겠습니다. 서쪽으로……!”
그때였다.
철혈패군이 독고패검을 쳐다보고 물었다.
“파프닐은?”
“그게…… 보고가 맞다면 지금 남문 쪽에 있을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김철과 킨도르한이 없고, 파프닐이 거기에…….”
잠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철혈패군의 입가에 씨익하고 미소가 어렸다.
“독고패검, 명령이다.”
“네?”
“파프닐을 따라간다. 남문으로 길을 열어라.”
“네? 하지만…….”
“어서! 시간이 없다.”
“……! 알겠습니다. 다들 들었지? 움직인다!”
“예!”
철혈패군의 지시에 독고패검과 호위대가 앞쪽으로 향했다.
이미 주변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함성으로 소란스러웠다.
“잡아라!”
“사령부가 분명 이쯤에 있다고 했어! 놓치면 안 돼!”
철혈패군과 독고패검을 확인한 유저들 몇 명이 달려들었다.
“여기 있다!”
“칼을 받아라!”
하나같이 300대 후반 레벨인 부흥군의 정예.
사령부를 습격한 이들은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정예들이다.
“공격!”
“전쟁을 끝내자!”
기세 좋게 몰려오는 기사들.
철혈패군이 움찔한 순간, 독고패검이 달려 나왔다.
“어딜! 독고십이검!”
휘릭, 독고패검의 검에서 날카로운 검기가 뻗어 나와 유저들을 베었다.
단련된 기사인 부흥군 기사들을 거의 한 호흡 만에 정리!
검노인이나 특무대만큼은 아니지만, 독고패검도 막강한 실력자였다.
“가시지요.”
“그래.”
“그런데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상황이 급박한데 갑자기 파프닐에게 가자니…….”
“후후.”
철혈패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패검이, 자네는 슬슬 알아도 되겠지.”
“네?”
“사실 이 상황을, 나는 어젯밤부터 예상하고 있었네.”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람?
“네? 그게 무슨…….”
“파프닐 경이 어제 서신을 주더군. 왕국 부흥군을 빠르게 제압하기 위해서, 묘책 한 가지가 있다고.”
“잠깐, 그럼 설마?”
“그래, 김철과 킨도르한이 떨어지고, 그 친구는 내가 향하는 남문에 먼저 있지. 이게 무엇을 뜻하겠나.”
그렇다면 이 상황이 전부 파프닐이 의도한 대로란 말인가?
기본 병력들을 다 흩어지게 하고, 두 이레귤러까지 이쪽으로 투입한 뒤…….
“아!”
“그렇지.”
철혈패군이 미소 지었다.
“파프닐 그 친구, 이것까지 전부 다 예상했어. 파이브스타건, 부흥군이건 전부 그 친구의 손바닥 안인 거야!”
“그렇다면 지금 당장 서둘러야겠군요. 시간이 급합니다!”
“맞네. 자, 가지.”
철혈패군과 독고패검, 친위대는 계속 길을 뚫고 나아갔다.
최정예라 그런지, 다른 유저들이 쩔쩔매던 난적들도 독고패검과 철혈패군 앞에선 단숨에 양옆으로 밀려 나고는 했다.
한참 걷다 보니 탁 트인 광장이 나왔다.
남문 중앙 광장.
그곳을 가득 채운 기사들이 보였다.
드워프 갑옷을 입은 부흥군 고위 기사들과, 그 정가운데에 있는 황녀.
그리고 그 맞은편 정면에 서 있는 파프닐까지.
“예상대로군.”
철혈패군이 칼을 들었다.
이제 왕녀를 잡고 부흥군을 항복시키면 그 전력이 고스란히 손에 들어온다.
그뿐인가.
왕가의 후계라는 명분을 통해 파이브스타의 공격까지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상황!
손실이 어느 정도 있긴 했지만, 최선의 시나리오가 이제 바로 눈앞이다.
“역시 파프닐 경이로군! 자, 이제 오늘 전투를 끝내지!”
철혈패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였다.
막 철혈패군이 걸음을 옮기려 할 무렵.
서 있던 파프닐이 공격 대신 서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왕녀에게 예의를 갖춘 파프닐의 입술이 떨어졌다.
“모든 계획을 지시대로 완수했습니다, 왕녀님.”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